사바 사바 사바하(손진길 소설)

사바 사바 사바하12(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3. 30. 09:54

사바 사바 사바하12(손진길 소설)

 

서기 1978년에 김법승이 승가대학 공부를 마치고 태고종에 들어가서 정식으로 스님이 된다. 그것을 보고서 경주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부친 김한조와 모친 박길자가 나름대로 안심을 한다. 태고종이 대표적으로 대처승 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종파이기 때문이다;

김법승은 1979년부터 서울 종로구에 자리잡고 있는 법륜사에서 스님생활을 하게 되자 1980년초부터 자주 죽마고우인 변호사 우창윤의 사무실을 찾고 있다. 당시만 해도 법조타운이 전부 서울의 4대문 안에 있으니 별로 멀지가 아니하다;

우창윤은 서울대 종교학과에 다니던 김법승이 스님의 모습으로 나타나자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자주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크게 이상한 구석이 없다. 김법승은 그 생각이 불교경전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많지만 그래도 세속사에 관심이 큰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문리대 종교학과에 다니고 있던 시절 대학가의 학생시위에 많이 가담한 김법승이니 그의 관심사가 한국정치와 사회문제인 것이 맞다. 그렇지만 종교학과를 졸업하지 아니하고 도중에 승가대학에서 공부하고 드디어 태고종의 스님이 되어 나타난 것이 우창윤이 볼 때에는 아쉬운 감이 있다.

따라서 하루는 우창윤이 1살 연하인 김법승에게 말하다; “법승아, 너의 부모님도 아쉬워하겠지만 나도 그렇다. 네가 종교학과를 완전히 졸업하고 스님이 되었으면 더욱 좋았을 터인데지금이라도 다시 서울대에 복학하여 공부를 더하면 좋지 않겠니?... “.

그 말을 듣자 김법승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창윤이 형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내가 고향을 방문하면 부모님이 똑같은 말씀을 수도 없이 하시고 있다. 그래서 나도 요즘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종교학과 철학을 공부하면서 불교에 관한 연구를 더 깊이 해볼까 생각하기도 해. 그렇게 한번 해볼까?... “.

그 말에 우창윤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말한다; “좋지, 좋은 생각이야. 법승아, 이왕이면 대학원까지 진학해서 공부를 계속해봐. 불교철학을 깊이 공부하고 연구하면 불교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가 있을 것이야!... “;

우창윤의 그 말이 먹힌 것일까? 김법승이 1980년 봄에 종교학과에 복학하고 1982년에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불교철학을 계속 공부하면서 연구에 매진한다. 그는 서울에서 과외활동을 하여 돈을 벌어가면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1982년 겨울에 우창윤이 로펌에서 나와 개인법률사무소를 차릴 때에 축하 차 방문을 한다. 그 자리에서 김법승이 우연히 우화진을 보고서 마음에 드는지 우창윤에게 슬쩍 묻는다; “창윤이 형, 그런데 저 아가씨는 누구야?... “. 우창윤이 가볍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누구긴 누구야, 내 여동생이지… “.

그 말을 듣자 김법승이 깜짝 놀란다. 그래서 즉시 물어본다; “창윤이 형에게 여동생이 있었어? 금시초문인데… “. 우창윤이 솔직하게 말한다; “서울에서 태어난 내 이복 누이이지. 그러니 법승이 너는 초면일 것이야. 지금 세브란스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고 있어… “.

그 말을 듣고서 김법승이 은근하게 우창윤에게 부탁한다; “창윤이 형, 여동생을 내게 한번 소개해주면 좋겠는데… “. 그 말에 우창윤이 웃으면서 말한다; “소개해 주는 것은 어렵지가 않지. 그런데 스님의 신분에 한번 사귀자고 여자분을 소개받아도 될까 몰라? 하하하… “.

그 말에 김법승이 얼굴을 붉히면서 얼른 말한다; “창윤이 형, 나는 대처승이 되려고 태고종 스님이 된 사람이야. 당연히 되고 말고. 그러니 안심하고 내게 한번 소개를 해줘요. 부탁해요… “.

그날 고맙게도 우창윤이 김법승에게 여동생 우화진을 소개한다. 의사인 우화진은 변호사인 오빠에게 스님인 죽마고우가 있다는 것이 신기한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김법승이 스님의 신분인 것도 잊어버리고 그녀에게 적극적이다;

그때부터 대학원에서 불교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법승이 과외가 없는 날에는 세브란스병원으로 우화진을 자주 찾아간다. 1983년 당시 김법승의 나이가 벌써 한국나이로 32세이다. 그리고 우화진의 나이도 30세이다. 그 당시로서는 적지 아니한 나이이다.

그래서 그런지 두사람은 결혼을 전제로 하여 만남을 계속한다. 의사인 우화진이 처음에는 김법승이 스님의 신분이라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그가 대학원에서 불교철학을 계속 연구하고 있고 또한 대처승이 될 수 있는 태고종에 소속이 되어 있기에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그 결과 두사람이 1983년말에 종로구에 있는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그때 김법승은 양복을 입고 있다. 그리고 머리도 기르고 있기에 일반 하객들은 그가 스님인 것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참석한 죽마고우 우창윤, 정종수, 그리고 송원길은 그것이 아니다. 그들은 신기한 듯이 그 결혼식을 보고 있는 것이다;

1984년 봄이 되자 김법승이 죽마고우 세사람을 자신의 익선동 신혼집으로 불러서 집들이를 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 김법승이 자신이 꼬마였을 때에 골목길에서 자주 주문처럼 불렀던 사바 사바 사바하에 대하여 재미나게 설명을 한다.

김법승의 설명이 다음과 같이 시작되고 있다; “사바 사바 사바하는 원래 수리 수리 마하수리 다음에 나오는 말이야. 본래는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인데 우리가 꼬마시절에 그것을 주문처럼 사용하여 사바 사바 사바하라고 발음한 것이지… “.

모두가 경청을 하자 김법승이 신이 나서 말한다; “그것은 천수경 첫머리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뜻이 하늘의 도움으로 깨끗함을 입는다는 것이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깨끗하구나 깨끗하구나, 아주 깨끗하구나, 묘하게 깨끗하구나, (만사가) 원만하게 성취되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

설명을 듣다가 송원길이 질문을 한다; “그렇다면, 천수경은 어느 종파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 김법승이 즉시 대답한다; “천수경은 한국불교의 양대 산맥이 되고 있는 조계종과 천태종 가운데 조계종의 경전이야. 한편, 천태종에서는 법화경을 중시하고 있지… “.

달리 질문이 없는 것을 보고서 김법승이 자신의 설명을 계속한다; “천수경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진언 곧 옴 마니 반메 훔에 대하여 또한 설명하고 있어. 그 해설을 참조하면 그 내용이 하늘 아래 모든 아수라와 중생 그리고 축생과 아귀를 전부 구제하여 지옥으로 보내지 말고 극락으로 인도하자는 것이지. 좋은 뜻이야. 그런데… “;

잠시 숨을 쉬고서 김법승의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이 불법을 깨닫고 중생을 구제하자면 참으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 그와 달리 서쪽 정토에 살고 있는 부처 곧 아미타불이 이 세상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과 함께 극락왕생하기를 소원하는 중생을 구제하여 준다면 그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 될 것이야. 그에 따라… “.

김법승이 빙긋이 웃으면서 말한다;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에게 귀의하여 그 힘을 빌려서 극락왕생을 이루자고 하는 염불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야. 그와 같이 쉽게 성불할 수가 있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 대승불교의 특징인데 법화경을 중시하고 있는 천태종이 대표적이지. 조금 더 설명을 해볼까?... “;

모두들 고개를 끄떡이자 김법승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불제자들은 법화경을 소리 내어 읽거나 그 독경소리를 옆에서 듣기만 하여도 석가모니 부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지. 그것이 불도를 이루는 방법인데 그 밖에도 공덕을 쌓는 방법이 여러가지야. 예를 들면… “.

재미나게 김법승이 예화를 들어준다; “불탑과 불상을 세우거나 그 앞에서 예불을 드리는 것이 모두 공덕을 쌓는 방법이야. 그리고 석가모니 부처님을 의지하여 성불을 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부처의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공덕을 쌓으며 성불을 이룰 수가 있다고 믿고 있지. 그것이 천태종에서 가르치고 있는 법화사상인 것이야… “.

그와 같은 김법승의 설명이 어느 정도 끝나자 경주에서 일부러 상경한 정종수가 차제에 한가지를 묻는다; “그런데 법승아, 나는 네가 대학원에서 불교철학을 공부하면서 벌써 태고종의 스님이 되었다고 들었어. 그러면 너의 법호가 어떻게 되는데?... “;

그 말을 듣자 김법승이 빙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나는 속세의 이름자가 너무 좋아서 성만 빼고 그냥 법승 스님으로 부르도록 결정이 되었어. 그러니 나를 계속 법승아라고 그냥 부르면 되는 거야. 쉽지, 하하하… “.

그 말을 듣고 있던 우창윤이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 동생 우화진이 아주 좋아하고 있어. 법명이 따로 정해지면 거리감이 생길 터인데 그렇지가 않으니 말이야. 그것참 부모님이 법승이가 태어날 때부터 대처승이 될 줄 미리 아셨던 모양이지, 하하하… “.

1984년 봄날 김법승과 우화진의 익선동 신혼집의 집들이 날은 죽마고우 4사람에게 참으로 오래간만에 기쁘고 즐거운 날이다. 그들이 꼬마시절에 골목길에서 마법의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던 수리 수리 마하수리, 사바 사바 사바하의 뜻이 무엇인지도 그날 제대로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교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면서 연구하고 있는 스님 김법승의 체계적인 설명일 따름이다. 그 주문이 불교의 경전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여 꼭 그대로의 의미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날 헤어지면서 우창윤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그  주문이 사회에서 사바사바를 잘하면 소원성취를 손쉽게 마법처럼 이룰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다. 지금도 나는 돈 많은 사람들의 편이 되어 법조계에서 사바사바를 잘하여 큰 돈을 벌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본래 뜻이 그것이 아니라고 하니… “.

뒷말이 이어지지 아니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아직 우창윤은 돈을 더 벌어야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자신의 근무지가 있는 경주로 다시 내려가고 있는 정종수는 혼자서 달리 생각하고 있다.

그의 생각이 다음과 같다; “나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지금은 일개 평검사이지만 빨리 부장검사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더 큰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역시 정치적인 사바사바가 필요한 것이야… “.

저마다 사바 사바 사바하로 이루고자 하는 꿈이 다르다. 그렇다면 송원길에게 있어서는 그 의미가 무엇일까?... 그것은 역시 두고 보아야 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