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비밀(손진길 소설)

靈의 비밀16(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3. 13:48

靈의 비밀16(작성자; 손진길)

 

202355일 금요일 저녁에 윤하선은 부친 윤치수로부터 전화를 한통 받는다. 그 내용이 내일 점심식사를 효자동 집에서 함께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부모님 집으로 12시까지 들리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궁금하게 생각하면서 윤하선이 아내인 유끼꼬에게 내일 12시까지 부모님 댁으로 아들 장천이를 데리고 함께 가야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유끼꼬가 생긋 웃으면서 말한다; “여보, 당신은 아버님이 어째서 우리 가족 모두 내일 효자동으로 오라고 하시는지 모르시죠?...”.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어리둥절해 한다. ‘도대체 자신이 모르는 무슨 일이 집안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말인가?’, 유끼꼬가 웃고 있는 것을 보니 나쁜 일은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윤하선이 천천히 물어본다; “유끼꼬, 무슨 일인지 당신은 알고 있는 거요?”. 유끼꼬가 즉시 대답한다; “좋은 일이 있지요. 이건 1급비밀인데 제가 말씀드릴까요?”;

윤하선이 아내 유끼꼬에게 귀를 바짝 가까이 대고서 속삭이듯이 말한다; “여보 내게만 살짝 말해봐요. 무슨 일이지요?”. 유끼꼬가 깔깔 거리면서 말한다; “지금 장천이는 일찍 자고 있고 거실에는 당신과 나 두사람밖에 없는데 그렇게 속삭이듯이 물을 필요가 어디 있어요? 당신 엉큼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유끼꼬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전에 제가 양경자 언니의 집에 들렀지요. 그때 언니가 말했어요. 삼촌이 요즘 연애를 하고 있는데 아마 결혼할 것 같다고요그 정보를 최근에 정보부 차장인 남편 강철민에게서 들었대요. 그것이 무슨 대단한 정보인 모양이죠?... 호호호…”;

 

윤하선이 심히 궁금하여 다시 묻는다; “그래 미래의 막내 숙모님은 어떤 분이신지도 알아요?”. 유끼꼬가 대답한다; “대단한 여자분이래요.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신학교의 교수라고 했어요. 이름이 허백희라고 제가 들었어요”.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얼떨떨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삼촌은 연방수사국 부국장 일이 바빠서 연애를 할 시간이 전혀 없었을 터인데 그것참 신기한 일이군요. 언제 연애를 다 하셨지?... ”.

그 말을 들은 유끼꼬가 말한다; “하선, 당신은 막냇삼촌의 연세가 올해 얼마인지나 아세요? 40을 넘기고 벌써 41세예요. 업무에 바빠서 결혼을 미루게 되면 언제 50이 될지도 몰라요. 그러니 주위에서 소개를 해줄 때에 못이기는 체하고 결혼하는 것이 상책인 거예요…”.

그때서야 윤하선이 유끼꼬에게 물어본다; “그래 누가 신부감을 소개했다고 그래요?”. 유끼꼬가 무엇이 우스운 지 다시 깔깔거리면서 대답한다; “하선, 당신은 참 눈치가 없어요. 그래 친구사이인 허기남 과장이 자신의 사촌누나를 윤치국 부국장에게 소개를 했는데 그것도 아직 모르고 연방수사국 고문 자리에 앉아 있는 거예요?...”.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내가 그동안 연방대통령 정책비서관 일을 겸임하느라고 워낙 바빠서 수사국 일을 제대로 못 보았지요. 그 사이 서너 달 사이에 그런 일이 발생한 모양이군요. 어쨌든 좋은 일이지요. 그러면 내일 점심식사에 윤치국 삼촌과 그 여자분이 함께 효자동으로 오시는 것인가요?”.

유끼꼬가 말한다; “저는 집안의 어른이신 아버님께 삼촌이 그 여자분을 선보이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식구도 모두 그 자리에 부르시는 것이지요. 아마 결혼식 날짜도 빨리 잡으실 거예요. 내일 한번 기대해보세요. 제가 장담합니다. 호호호…”. 유끼꼬는 그 일이 참으로 기분에 좋은 모양이다. 덩달아 윤하선도 기분이 좋아진다. 노총각인 삼촌이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하니 그것이 좋은 것이다;

다음날 점심시간에 윤하선이 효자동 부모님 집에 들렀더니 벌써 넓은 거실에 한상 크게 차려져 있다. 장천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자 큰절을 하느라고 바쁘다. 벌써 한국나이로 4살이나 되는 장천이가 유치원에서 절하는 방법을 잘 배운 모양이다. 그런데 꼬마 장천이 보니까 그 앞에 작은 할아버지와 또 젊은 여인이 함께 앉아 있다. 그래서 그 앞에도 넙죽 절을 한다.

그것을 보고서 윤치국이 한마디 한다; “허허, 형님의 맏손자인 장천이가 아직 결혼도 하지 못한 저에게 작은 할아버지라고 절을 다 합니다. 이거 다음 명절에는 제가 장천이에게 크게 세뱃돈을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자 유끼꼬가 말한다; “삼촌,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옆에 계신 장래의 숙모님께도 축하를 드립니다”.

그 말을 들은 허백희가 얼굴이 붉어진다. 그러면서 깊이 허리를 숙여서 유끼꼬에게 말한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저는 허백희라고 합니다”. 그러한 어색한 장면을 보고서 가장인 윤치수가 모두에게 말한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오늘 식사자리의 의미를 말하지요. 내 막냇동생인 윤치국이 오늘 우리집에 결혼할 여자분을 소개하고자 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니 하선이 너도 인사를 드려라”.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자리에 서있는 윤치국과 허백희에게 인사한다; “저는 윤하선입니다. 저를 많이 아껴주고 있는 막냇삼촌이 결혼할 분을 데리고 오시니 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 결혼을 하시면 많이 도와주십시오. 고맙습니다”. 허백희가 대답한다; “최선을 다해서 남편이 될 윤치국 씨를 섬기고 또한 집안일에도 성심성의를 다 할께요, 그러니 잘 부탁합니다”.

그러자 윤하선의 모친이 남편에게 눈짓을 하면서 말한다; “여보, 음식이 식겠어요. 모두들 이제는 자리에 앉아서 함께 식사를 하도록 권하세요”. 윤치수가 그 말을 듣고 말하기도 전에 모두들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시작하고자 한다. 그날 식사자리의 분위기가 참으로 좋다.

식사를 어느 정도 마치자 윤치국이 윤치수에게 말한다; “형님, 저희는 두주 후인 520일 토요일 11시에 명동 YWCA강당에서 결혼식을 거행하기로 했어요. 곧 청첩장을 보낼 것입니다. 미리 상의를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러자 윤치수가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그런 일은 미리 말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저 치국이 네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그것으로 너무나 만족하고 기분이 좋다. 이제 제수씨가 되실 것이니 부디 내 동생을 잘 보살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윤하선이 부친 윤치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렇다. 부친은 부모님이 돌아 가시자 젊은 시절부터 집안의 재산을 도맡아서 관리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늘그막에 낳은 어린 윤치국을 잘 키우느라고 윤치수는 형이면서 아버지의 노릇까지 한 것이다. 그렇게 키운 동생 윤치국이 이제 결혼을 하겠다고 신부감을 형에게 선보이고 있으니 그것이 대견한 것이다.

두주일이 후딱 지나가자 윤하선은 삼촌 윤치국의 결혼식장에 들린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뜻밖에도 친구인 허기남 과장과 그의 백부가 되는 신부 허백희의 부친인 허요한을 만난다. 윤하선은 아내 유끼꼬로부터 허백희가 허기남 과장의 사촌 누나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부친이 그 유명한 신학박사 허요한이라는 사실은 이제서야 알게 된다;

그러고 보니 허백희가 교수로 재직중이라고 하는 그 유명한 신학교의 교수를 오래 지낸 허요한 박사이다. ‘어떻게 부녀 간에 대를 이어가면서 명문 신학교의 교수가 된 것일까?’ 그 점을 궁금해하면서 윤하선이 허요한 교수에게 인사를 마친 다음에 친구 허기남에게 물어본다.

그러자 허과장이 한마디로 대답한다; “백부님이 현직에서 물러나고 몇 년이 지나서야 미국의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누나가 귀국하여 그 신학교에 교수 자리를 맡은 거야. 그러니 세습이 아니지. 이제 알겠어?...”. 윤하선이 한가지를 더 물어본다; “그러면 서로 전공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 허과장이 대답한다; “백부님은 영성이론이고 누나는 조직신학이야”.

이왕 내친 김에 윤하선이 또 묻는다; “그럼 백부님은 퇴직을 하시고 요즘 댁에서 주로 책을 보고 계시겠네?...”. 허과장이 대답한다; “워낙 학문이 깊고 부지런하신 어른이시라 아직도 교계에 설교와 강의를 다니시고 집에서 집필을 하고 계시지. 영성신학이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연구를 할 분야가 많은 모양이야…”;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은 영의 비밀을 깊이 있게 한번 연구해보고자 하는 자신에게 하나님이 좋은 조력자를 보내어 주신 것으로 이해한다. 이제 풀리지 아니하는 어려운 대목에 대해서는 허요한 교수의 도움을 받으면 될 것 같다. 그래서 그날 삼촌의 결혼식장에서 노교수인 허박사의 뒤를 윤하선이 따라다니고 있다.

한편, 허요한 교수는 무남독녀인 딸이 36세가 되어서야 사촌동생 허기남의 소개로 수사국 차장인 윤치국을 만나고 이제 서너 달 만에 결혼식을 하게 되니 그것이 감개가 무량하다.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시집갈 생각도 하지 아니하고 조직신학공부만 파고 들더니 부친의 뒤를 이어 신학교수가 되고 이제는 좋은 남편을 만난 것이다;

특히 시집이 서울에서 유명한 명문 윤치수의 집안이다. 그 가문의 종손인 윤하선은 구국의 영웅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한 시조카를 가지게 되었으니 허교수는 자신의 딸이 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혼식장에서 자신에게 자주 인사를 하고 있는 윤하선을 보고서 기분이 좋아 웃으면서 잘 대해주고 있다.

그런데 결혼식이 모두 끝나고 신랑신부가 신혼여행을 떠난다고 인사를 한다;

 

그때까지 윤하선이 부모님과 이제 사장어른이 된 허요한 교수 부부 곁에 함께 서있다가 헤어지기 전에 허교수에게 한마디를 한다; “사장어른, 제가 다음 주말에 사전에 전화를 드리고 댁으로 찾아 보아도 될까요? 제가 영적인 지식이 부족하여 교수님의 도움말씀이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흰 머리카락이 많은 노교수 허요한이 유쾌하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이제 우리집은 적막 강산입니다. 하나뿐인 자식이 시집을 가버렸으니 늙은 내외밖에 없지요. 그런데 윤하선 선생 같은 젊은 분이 주말에 저희 내외를 찾아 주신다고 하니 참으로 고마운 말씀이지요. 언제나 전화를 주시고 주말에 방문하세요. 대환영입니다”.  

그러면서 즉시 메모지를 꺼내어 자신의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서 윤하선에게 준다. 그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어리고 있다. 그는 벌써 윤하선 선생이 사이비 교주와 이단종파를 물리치기 위하여 어떠한 활약을 했는지를 한기준 의사를 통해서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실 같은 연구회의 멤버들이다.

그 점을 윤하선이 몰랐기에 그토록 정중하게 허요한 교수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진작에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한기준 선생을 통하여 허 교수에게 인사하고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어쨌든 이제 윤하선이 한국에서 영성신학의 대가로 알려진 은퇴교수 허요한을 만났으니 앞으로 어떤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또 그들에게 한기준이 이끌고 있는 연구회는 어떠한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