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소설 아룡전22(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5. 26. 04:18

소설 아룡전22(작성자; 손진길)

 

아룡이 야율진종을 데리고 행수 연화의 안내로 금청각 내부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는 내실로 향하고 있다. 아룡 일행이 금청각에 도착하자 행수가 그들을 내실로 안내한 것이다. 내실도 여러 개의 방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가장 안쪽에 있는 방이 첩보조직을 이끌고 있는 천수영길이 사용하고 있는 비밀실이다.

그들 3사람이 그 방으로 들어서자 천수와 영길이 다른 부하들을 내보내고 반갑게 맞이한다. 두사람은 야율진종을 처음 보는지 유심히 그 행색을 살피고 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은 모습이다. 그래서 천수와 영길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때 아룡이 먼저 말문을 연다; “사숙들께서는 자리에 앉으셔서 이분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정체를 확인해 보시지요… “. 이제부터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눈치가 빠른 행수 연화가 슬쩍 자리를 피해주고 있다.

야율진종은 그들 두사람을 아룡이 사숙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그들도 야율종진왕의 진전을 잇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짐작한다. 그래서 미소를 띄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189년에 대금의 원정군에 의하여 종진국이 멸망 당할 때에 왕족 가운데 살아남은 자들이 있습니다. 대비 야율애령이 공주 야율은옥의 가족을 피신시킨 것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천수와 영길이 깜짝 놀란다. 하지만 곧 냉정을 회복하고 계속 귀를 기울인다. 야율진종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때 그 일을 담당한 시위대의 백부장이 송혜진입니다. 그녀는 개인적으로 공주 야율은옥의 친구이며 동시에 시누이였지요. 그녀가 공주 야율은옥은 물론 그 아들인 야율유가야율진종을 데리고 멀리 심양으로 탈출했습니다. 물론 그녀가 지휘하고 있던 시위대 낭자군 100명이 탈출을 도왔지요… “.

야율진종이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종진국이 멸망할 때에 대비인 야율애령은 물론 야율종진왕에 이어 국왕이 된 양자 야율금호의 가족들 그리고 공주 야율은옥의 남편인 송광필 장군이 모두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끝까지 종진국을 지키다가 운명을 같이한 것이지요. 실로 처절한 전투였습니다. 그런데… “.

야율진종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계속 설명한다; “대금의 원정군들은 공주의 가족 가운데 그 남편인 송장군의 죽음만 확인했을 뿐 공주와 그 아들들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하자 만주 일대에 수배령을 내렸습니다. 그때문에 망국의 공주인 야율은옥의 가족은 백부장 송혜진과 낭자군의 도움으로 심양에서 계속 숨어살게 되었지요“.

숨을 짧게 쉬고 난 후에 야율진종의 설명이 이어진다; “야율은옥과 송혜진은 기지를 발휘하여 지니고 간 금은으로 심양에서 큰 집을 구하여 요정을 운영했습니다. 낭자군 100명과 함께 영업하면서 대금의 만주 주둔군의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했지요. 그렇게 5년이 지나자 이제 자신들을 더 이상 찾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훗날을 도모하기 위하여 낭자군 가운데 20명을 인솔하여 백부장 송혜진이 은밀하게 고려로 들어갔습니다”.

그 말을 듣자 천수가 조용히 말한다; “그러한 비사를 상세하게 알고 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대답이 들려온다; “제가 누구인지는 조금 설명을 더 들으시고 짐작하시기 바랍니다”. 야율진종의 설명이 계속된다; “야율은옥은 두아들에게 야율종진왕에게서 배운 무예를 철저하게 가르쳤습니다. 그 결과 1205년에 20살이 된 아들 야율유가가 그 신분을 속이고 대금의 장수가 되었습니다. 그는… “.

야율진종이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뛰어난 내공과 외공술을 지녔기에 6년후에 야율유가는 심양에서 장군이 됩니다. 그는 종진국을 멸망시킨 대금의 황제에게 원수를 갚기 위하여 몽골의 징기스칸과 내통하여 1211년에 반란을 일으켰지요. 그 반란에 성공하자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야율유가 장군은 지금 몽골제국의 장군이 되어 요동 땅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

이제 본론이 시작되고 있다; “몽골과 손을 잡은 것은 좋은데 그 다음에 보니 몽골이 금수강산 고려를 탐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야율유가 장군은 그 사실을 자세하게 알려주기 위하여 동생 야율진종을 고려의 개경으로 밀파했지요. 고려의 권신을 비밀리에 만나서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라고 당부한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 천수가 질문한다; “그렇다면 그대가 야율진종인가? 그대는 몇 년생인가? 그리고 형인 야율유가는 몇 살 위인가? 또한 대비 야율애령의 명령을 수행하는 시위대 낭자군의 또다른 백부장의 이름은 무엇인가? 아는 대로 답변해주기 바라네!... “.

야율진종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선선히 대답한다; “야율진종인 저는 1187년생이고 형님은 저보다 2살 위이지요. 그리고 대비 야율애령과 함께 전사한 낭자군의 백부장은 백차영입니다”. 그 말을 듣자 이번에는 영길이 묻는다; “그렇다면, 지금 고려로 들어온 백부장 송혜진과 그녀의 부하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 말을 듣자 야율진종이 대답한다; “제가 집사람과 함께 이곳 개경에 한달전에 들어와서 그들의 종적을 찾으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여진족의 물품을 이곳에서 팔고 있는 가게주인으로부터 그에 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녀들이 멀지 아니하여 최우 장군의 호위무사를 지휘하고 하고 있는 아룡 오십부장을 직접 찾아갈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제서야 천수영길이 의심을 풀고 있다. 역시 국제정보를 취급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라 그들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걷는 신중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천수가 말한다; “이해를 해주기 바라네. 우리는 1189년에 종진국이 멸망을 당하는 현장에서 살아난 사람들이기에 의심이 많다네. 그때 공주님의 아들들은 나이가 어렸지. 내가 기억하기로는 4살과 2살이었으니까!... “.

그 말을 듣자 야율진종이 말한다; “그래서 그렇게 저보고 오래 설명을 하도록 하신 것이군요. 그러면 두 분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이번에는 영길이 말한다; “이분은 나의 사형인 천수이시고 나는 사제인 영길이지그러면 우리들 앞에서 그대가 배운 야율종진왕의 절기를 한편 시범적으로 보여주게나… “.

그 말을 들은 야율진종이 검으로 절기 하나를 시현한다. 그것을 보고서 천수와 영길이 동시에 외친다; “사부의 검술이 맞구만. 그대가 야율진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네. 무사에게 있어서는 그의 검술이 바로 명함이거든반갑네, 정말 반가워… “.

천수와 영길이 갑자기 다가와서 야율진종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말한다; “사부님이신 야율종진왕의 왕손을 여기서 만나다니 꿈과 같은 일이야!... “. 그 말을 듣자 야율진종이 무릎을 꿇으면서 말한다; “저는 어머니로부터 무예를 배웠습니다. 어머니이신 야율은옥 공주가 부친 야율종진왕으로부터 무예를 배웠습니다. 그러므로 무예계 배분으로 보아 두 분은 저의 사숙이 되십니다. 사질의 절을 받으시지요… “.

그러자 천수와 영길이 맞절을 하면서 말한다; “무예계의 배분으로 보면 그것이 맞지만 야율종진왕은 우리들의 사부일 뿐만 아니라 종진국의 국왕이었지요. 우리들은 그 신하들이고요. 그러니 왕손인 야율진종에게 우리는 동시에 신하의 예를 갖추어야 하지요… “.

그 말을 듣자 야율진종이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그러면서 천수와 영길에게 말한다; “오랜 세월 종진국의 살아남은 왕손이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이제 사숙님들을 뵙게 되니 그것이 얼마나 명예스러운 것이지를 알겠습니다. 저와 형님이 종진국을 부활시킬 수는 없지만 할아버지의 조국인 이 고려만은 북방 몽골의 침략에서부터 지키고 싶습니다. 이제부터 그 말씀을 상세하게 드리고자 합니다… “.

천수와 영길 뿐만 아니라 아룡까지 귀를 기울인다. 야율진종의 설명이 다음과 같다; “저의 형님인 야율유가 장군이 몽골의 도움을 받아 만주에서 대금의 황제에게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것을 막지 못한 무능한 대금의 황제입니다. 그 이유는 북방의 유목민들을 몽골족의 징기스칸이 모조리 통합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1206년에 건설이 된 북방의 몽골제국입니다. 그 힘이 막강하기에 대금의 군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지요… “.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야율진종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대금은 본래 만주의 여진족이 세운 나라입니다. 그들이 송나라의 북쪽을 차지하고 중원을 다스리고 있지만 만주에서 중원으로 들어온 여진족의 수는 300만명 정도입니다. 반면에 북송의 땅에 살고 있던 한족의 수는 5천만명이 넘습니다. 따라서 대금은 그들을 다스리기 위하여 항복한 거란인들을 병사와 관리로 사용했지요. 그런데… “.

천수와 영길 그리고 아룡이 흥미를 느끼면서 경청한다. 그러자 야율진종이 설명을 계속한다; “막상 북방에서 몽골이 쳐들어오자 거란인들이 차제에 독립을 하고자 나선 것입니다. 1215년 몽골의 군대가 대금의 수도인 중도 곧 북경을 쉽게 점령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내부분열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 결과… “.

잠시 숨을 쉬고서 야율진종이 설명한다; “만주에 대한 대금황제의 영향력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때 두개의 군벌이 나타나서 각각 독립하게 됩니다. 하나가, 대금의 장군이었던 포선만노1216년에 세운 동진국입니다. 또 하나는, 거란 출신 대금의 장군인 야사불이 동료인 걸노와 통고여의 도움으로 1216년에 세운 대요수국입니다”.

3사람이 경청하자 야율진종이 신이 나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의 형님 야율유가 장군은 그 두나라를 치기 위하여 징기스칸에게 책략을 내놓았습니다. 그것이 우선 동진국과 제휴하여 대요수국을 먼저 치는 전략입니다. 그 전략이 멋지게 성공하였지요. 하지만 그 결과가 이상하게 나타나고 만 것입니다… “.

매우 궁금한지 아룡을 비롯하여 천수와 영길이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그러자 야율진종의 설명이 이어진다; “몽골과 동진 연합공격을 막지 못하고 대요수국의 왕인 야사불이 전사하자 그의 친구인 걸노가 중심이 되어 계속 저항합니다. 그도 전사를 하자 그의 아들인 금산왕자가 끝까지 저항하면서 남하하여 고려의 국경지대에 도달하게 됩니다... “.

숨을 쉰 다음에 야율진종이 계속 설명한다; “금산왕자가 1217년에 고려의 서경 동쪽에 있는 강동성을 차지하고서 마지막 저항을 하다가 역시 전사하고 맙니다. 그러자 야사불의 마지막 친구인 통고여가 남은 거란족을 이끌고 강동성에서 저항하다가 1218년말에  죽고 말지요. 그 다음에는 그의 아들인 합사가 왕이 되어 끝까지 저항을 하지요. 그런데 그만 몽골군에게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것이… “.

야율진종이 돌연 세사람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그 문제가 고려와 결부가 됩니다. 왜냐하면, 몽골에서 먼 거리 병참이 오다가 그만 한겨울 만주의 추위 때문에 수송이 끊어져버린 것입니다. 몽골군이 굶으면서 적과 싸울 수는 없게 되었지요. 그래서 몽골군 사령관인 카치운이 꾀를 내게 됩니다… “.

야율진종이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그는 고려조정에 압력을 가하지요. 그 명분은 고려가 국방을 허술하게 하여 강동성을 거란에게 내주고 몽골의 군대가 그것을 치다가 희생이 커지고 있으니 군량미를 지원하고 동시에 군대를 보내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 최충헌 장군이 군량미 1천석을 보내어주면서 김취려 장군에게 군대를 지휘하여 강동성을 치라고 명령하게 됩니다. 하지만… “.

세사람을 보면서 야율진종이 엄중하게 말한다; “1219년에 몽골군 사령관인 카치운이 강동성을 함락하면서 거란 왕 합사를 죽이고 포로 5만명을 독차지합니다. 그리고 징기스칸에게 보고하여 고려를 만만하게 보고서 그때부터 무리한 요구를 계속합니다. 그 내용이 두가지이지요… “

이제 구체적인 야율진종의 설명이 나타난다; “그 하나가, 고려왕은 징기스칸을 형님으로 섬기라는 것입니다. 그 표시로 조공을 바치라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몽골의 정복전쟁에 참여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군대를 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몽골제국이 노리고 있는 것은 그 정도가 아닙니다. 사실은 궁극적으로 고려국을 점령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

고려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몽골의 정복문화를 이제부터 야율진종이 설명한다; “몽골 유목민들은 약한 나라와 백성들이 농사를 짓고서 풍족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를 않습니다. 자신들보다 군사력이 약한 나라는 모두 속국이 되고 자신들을 먹여 살려야 할 뿐만 아니라 같은 유목민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므로… “.

야율진종이 결론을 맺고 있다; “몽골은 정복한 땅을 폐허로 만들어 가축을 먹이는 초장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지요. 그래야 약탈식 문화를 가지고 있는 유목민인 자신들의 지배가 오래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몽골인들이 쳐들어오게 되면 그 나라는 문화와 경제가 완전히 파괴가 되고 맙니다. 그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아룡을 비롯하여 천수와 영길이 야율진종의 말을 듣고서 생각해보니 이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고려가 몽골의 침입을 막지 못하게 되면 결국은 나라가 망할 뿐만 아니라 한민족의 정체성과 문화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미래가 엿보이기에 그들은 깊은 생각에 빠지고 있다. 그들은 과연 어떠한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