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20(작성자; 손진길)
7. 국제정세의 변화와 아룡의 대비
도학스님은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청도관에서 가장 먼저 하룡과 관비호에게 내공심법을 전수한다. 그들을 통하여 청도관의 수많은 제자들에게 서우진왕의 내공심법을 전수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서우진왕으로부터 청객 김성곤이 배운 여러 외공의 절기들을 그들에게 전수한다.
한달간 내공심법과 외공의 절기들을 배운 하룡과 그의 제자인 관비호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하룡이 부르짖는다; “이제 나 하룡도 5강과 나란히 그 이름을 날릴 수가 있게 되었다. 모두가 사부님의 은덕이다… “. 관비호도 외치고 있다; “이제 청도관이 새로 태어난다. 우리도 서우진왕의 내공심법을 익히게 되었으니 말이다… “.
그 일이 끝나자 도학스님은 아룡 부부만 있는 자리에서 말한다; “재룡과 최사월은 듣거라. 나는 재룡이에게는 더 이상 물려줄 수 있는 절기가 없다. 왜냐하면, 나의 수제자인 재룡이 나의 경지를 뛰어넘은 지가 벌써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 점을 최사월은 속으로만 알고서 겉으로는 일체 내품하지 말아라. 그것이 내조이다. 만약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 그가 큰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
그 다음에 도학스님이 재룡에게 말한다; “재룡아, 너는 너의 이름을 아룡이라고 이곳 개경에서 계속 사용하도록 해라.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가리기에 편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빨리 파주골 암자로 돌아가야 한다… “.
도학스님이 잠시 아룡의 얼굴을 본 다음 이어서 말한다; “내가 파주골에서 17명의 젊은 제자들을 5년간 잘 키워서 아룡이 너에게 보내어줄 것이다. 그들을 활용하여 너는 고려의 안보를 지켜내도록 해라. 아무래도 중원과 북방의 움직임이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다. 명심하거라… “.
아룡은 사부 도학스님을 떠나 보내고나서 그때부터 중원과 북방의 움직임을 상세하게 파악하고자 한다. 그 일을 위해서는 이제 자신의 사숙이 된 천수와 영길이 정보수집의 본거지로 삼고있는 금청각에 들리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아룡이 하루는 비번일 때에 그곳을 방문한다. 그가 처음 들리는 손님이므로 행수인 연화가 나타난다. 연화는 아룡이 최우 장군의 저택에서 오십부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정보를 벌써 수집하여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초면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룡 오십부장님…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깨닫는다; “역시 천하의 정보가 이곳 금청각에 집합이 되고 있구나. 사숙들을 만나면 국제정세를 파악할 수가 있겠군… “.
그래서 아룡이 연화에게 말한다; “행수께서 직접 저를 맞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천수와 영길 어르신을 뵙고자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안에 계시는지요?... “. 그 말을 듣자 연화가 직접 내실로 안내한다.
그날 아룡이 사숙인 천수와 영길을 만나서 얻은 중원과 북방의 정보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대금이 쇠약해지고 있으며 그 반면에 그 북방에 있는 몽골의 여러 족속들이 강력한 지도자 징기스칸의 영도로 지금 급격하게 강성해지고 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북방의 유목민들은 여러 갈래였다. 서에서부터 동으로 흉노, 돌궐, 위구르, 타타르, 거란, 말갈 등으로 불리고 있으며 몽골이라는 작은 족속이 그 사이에 끼어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그 몽골 출신인 테무진이 강력한 군대를 만들어 통일전쟁에 나서면서 여러 부족으로부터 위대한 왕이라는 뜻으로 징기스칸이라는 이름을 얻고 있다. 그는 1210년에 북방 유목민들을 전부 정복하고 하나의 제국을 세우는데 그 이름이 몽골제국이다.
징기스칸은 몽골제국의 강력한 기마대를 동원하여 살기 좋은 중원 땅으로 남진하여 마침내 1215년에 대금의 수도인 중도 곧 북경을 점령한다. 그는 서서히 대금을 압박하면서 1219년에는 대군을 몰고서 멀리 서방정벌에 나서고 있다.
둘째로, 징기스칸의 기마병에 의하여 대금의 수도 중도가 함락되자 대금 황제는 인접하고 있는 만주 땅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하게 된다. 그에 따라 만주 땅에서는 두개의 왕국이 탄생한다;
하나는, 금나라의 장군으로서 요동을 관할하고 있던 포선만노가 1216년에 세운 동진국이다. 그는 몽골에게 쫓기고 있는 여진족들을 규합하여 동만주를 지배하다가 1233년에 몽골에 의하여 멸망을 당하게 된다.
또 하나는, 그동안 대금의 지배하에 있던 거란족들이 야사불 장군을 중심으로 사라진 요나라를 재건하고자 하는 부흥운동을 전개한다. 몽골에 쫓기면서도 그들은 1216년에 요녕성 일대에 대요수국을 세운다. 하지만 계속 쫓기게 되자 1218년에 고려의 변방인 강동성을 점령하여 저항을 계속한다. 고려 무신정권의 책임자인 최충헌이 북쪽 국경의 수비에 소홀하다가 거란족의 침입을 허용한 것이다.
몽골과 동진국의 연합군이 뒤를 이어 고려의 국경을 침입하여 강동성의 거란세력을 박멸하고자 한다. 차제에 그들은 고려의 지원을 요청한다. 그들 연합군은 고려의 병참지원을 얻어 1219년에 강동성을 함락하고 거란인 5만명을 포로로 잡아간다.
그런데 몽골은 국경수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고려를 만만하게 보고서 그때부터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요구는 최우가 집권하고 있는 이 시기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천수와 영길이 은근히 아룡에게 알려준다.
셋째로, 역시 유목민인 만주의 여진족이 세운 대금이 징기스칸의 기마대에 밀리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여진족들이 중원의 절반인 북부지역을 차지하자 그만 만주에서의 용맹스러운 유목민생활을 접고 중화의 풍성함과 사치에 젖어 들었기 때문이다.
안일함에 빠져 있던 대금의 군사들이 기마민족인 몽골의 기마병에게 연전연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수와 영길은 멀지 아니하여 대금이 망하고 몽골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서 남송도 위험하고 고려도 몽골의 침략으로 큰 위험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넷째로, 그와 같은 국제정세의 변화를 탐지하여 천수와 영길이 벌써 최우 장군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최우 장군은 서우진왕으로부터 무예를 전수받은 제자들을 널리 찾아서 그들을 적극 활용하여 고려의 무력을 증강하고자 고심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지난번 연회를 개최하였으며 잔치가 끝나기 전에 개경과 고려의 무예계를 앞으로 6개의 세력이 연합하여 이끌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최우 장군의 당부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 이견 장군이 이끌고 있는 황궁의 무장세력. 둘째, 무활과 김준 등이 이끌고 있는 본가의 무장세력. 셋째, 청도관이 이끌고 있는 무장세력. 넷째, 승선이 이끌고 있는 승병세력. 다섯째, 기강태가 이끌고 있는 걸인들의 무장세력. 여섯째가 천수와 영길이 이끌고 있는 금청각의 무장세력 등이다. 그들이 힘을 합하여 장차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백성들을 지켜 주기 바란다”.
애국충정에 넘치는 최우 장군의 구상이며 당부이기에 그 자리에 참석한 5선을 비롯한 인사들이 모두 찬성했다. 그들을 대표하여 신선 김경수가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종진국의 왕이었던 서우진왕의 제자들입니다. 망국의 한이 무엇인지 뼈에 새기고 있지요. 그러므로 우리가 연합하여 이제는 조국 고려를 지켜낼 것입니다… “.
그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그때부터 아룡이 은밀하게 고려의 무예계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나름대로 살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더욱 발전시킨 절기들을 어떻게 비밀리에 뛰어난 인재들을 발굴하여 전수할 것인지도 아울러 연구하고 있다.
1222년 봄이 되자 최우 장군이 취객 조하준과 무활 백부장의 대결을 저택에 부속되어 있는 연무장에서 개최한다. 그리고 집안의 사병들을 총동원하여 그 대결을 보도록 조치한다. 최우의 의도는 그들이 상승무예가 무엇인지를 차제에 똑똑하게 눈으로 보고서 더욱 무예수련에 매진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날 취객과 무활이 격돌한다. 두사람이 전개하고 있는 절기가 비슷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의 스승인 채문병 장군이나 무선 문무익이 모두 서우진왕의 절기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취객 조하준이 자신의 전신 내력을 사용하여 무활을 상대하자 그들의 대결이 100수가 지나도 승부가 나지를 않는다.
그것을 보고서 최우가 시합의 중지를 명령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말한다; “두사람의 실력이 비슷하다. 그러므로 나는 취객 조하준에게 무활 백부장에 버금가는 중요한 직책을 맡기고자 한다… “.
잠시 숨을 쉬고서 최우가 선언한다; “그것은 새로운 사병조직을 만들어 개경시내의 야경활동을 강력하게 실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이름을 ‘야별초’로 정한다. 취객 조하준은 나의 명을 받아 이제부터 야별초를 조직하고 그 대장직을 맡도록 한다. 이상”.
최우 장군의 계획은 야별초를 시작으로 하여 사병조직을 확충하여 장차 몽골군의 침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한 최우 장군의 계획에 따라 훗날 야별초를 시작으로 하여 좌별초와 우별초가 구성된다.
그리고 훗날 몽골군에게 포로로 잡힌 고려군들이 1232년에 대거 탈출하여 신의군을 만들어 저항을 계속하게 되자 드디어 삼별초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 일에 아룡이 부부가 어떻게 관련이 되는 것일까? 아직은 알 수가 없다.
아룡은 취객 조하준과 백부장 무활과의 대결을 관람하면서 한가지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외공의 절기가 비슷하고 내공의 수준이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승부가 나지를 아니하고 있다. 자신이 보기에는 그들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룡이 자신의 수준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그 내공의 수위는 3할 정도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전개하고 있는 서우진왕의 검술이 상당한 수준이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은 그 절기를 더 쉽게 그리고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를 깊이 생각한다.
한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아룡은 집에 가서 조용히 뒷마당에서 허초와 실초를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하는 검술을 창안해본다. 확실히 힘이 덜 소요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상대하는 상대방은 혼란에 빠져서 일찍 지치게 될 것이다. 그와 같은 검술을 창안하는데 있어서는 악선 무휼에게서 얻은 비급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다음날부터 아룡이 틈틈이 그 검술을 아내인 최사월에게 가르친다. 그리고 내공을 빨리 성취할 수 있는 자신만의 비결도 아내에게 전수한다. 그 결과 최사월의 무예가 일취월장하고 있다. 그녀가 그것을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낭자군에게 전수하게 되면 그들의 무예가 크게 진보할 것이다.
아룡은 오십부장으로서 최우의 사병 100명을 지휘하고 있다. 호위무사들인 그들은 하루 12시진을 근무하면 그 다음날에는 집에서 쉬게 된다. 그에 따라 최우 장군의 저택에서 근무하고 있는 호위무사들은 다음과 같은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첫째로, 백부장인 김준과 오십부장인 아룡의 부부가 같은 조이다. 그들이 지휘하고 있는 호위무사가 300밍이고 낭자군이 100명이다. 그들이 하루 주야로 근무하고 다음날은 쉬게 된다.. 곧 격일제 근무이다.
둘째로, 백부장인 무활과 오십부장인 백주환 그리고 새별이 같은 조이다. 그들이 역시 300명이 호위무사와 100명의 낭자군을 거느리고 있다. 교관이었던 백주환이 호위무사 100명을 지휘하는 오십부장을 맡는 대신에 그가 하고 있던 각종 교육은 전부 교관 장승우가 맡고 있다.
그리고 다모 출신인 새별이 무예가 많이 늘어서 이제는 낭자군 100명을 지휘하는 오십부장이 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남편인 장무가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새별이 오십부장이 되고 나자 하루는 장무가 자신의 집으로 친구들을 초청한다. 그날 아룡은 그 자리에서 한때 같은 가마조였던 관창과 조룡 그리고 유장을 모두 만난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그런데 관창이 참으로 아룡이를 대하기가 쑥스러운 모양이다. 왜냐하면, 청도관의 배분으로 따지게 되면 아룡이가 자신의 사조 뻘이 되기 때문이다. 나이로 따지면 자신이 아룡이보다 5살이 더 많지만 무예계의 법도가 배분을 중시하니 참으로 어색하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이 관창에게 말한다; “관창 형, 우리끼리 있을 때에는 청도관의 배분을 구태여 따지지 말도록 합시다. 저는 개인적으로 관비호 관장님과도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그러니 그렇게 해주세요”.
그 말을 듣자 관창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네,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사조님, 아니 아룡아… “. 그 말을 들은 장무와 조룡 그리고 유장이 하하라고 웃는다. 그 다음에 그들이 하나같이 아룡에게 부탁한다; “아룡아, 옛 정리를 생각하여 너의 절기를 우리들에게 좀 전수해주면 좋겠다. 우리가 부탁한다… “.
아룡이 그들의 눈을 보자 절실한 표정이다. 그래서 흔쾌히 말한다; “좋아요. 내가 출근하는 날 4일에 한번씩 연무장에서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아울러 내공을 빨리 진보하도록 내가 도와줄게요. 그러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
모두들 좋아한다. 그 소리를 듣고서 장무의 아내인 새별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그녀는 남편이 배우면 그 다음에 자신이 장무에게서 배울 요량인 것이다. 그렇게 지내고 있는 동안에 1222년 개경의 봄이 소리도 없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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