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소설 아룡전1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5. 22. 05:20

소설 아룡전17(작성자; 손진길)

 

6. 도학스님이 개경을 방문하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고향을 방문하고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재룡이 갑자기 부친 김문종에게 여쭙는다; “그런데 아버지, 도학스님은 요즘 어디에 계십니까?... “. 김문종이 천천히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그가 대답한다; “도학은 재룡이 네가 벙어리가 되어 고향집을 떠난 이후 우리집에 자주 들르지 아니하고 있다. 대신에 내가 그의 암자에 더러 들리고 있다. 그도 나와 같이 늙어가면서 이제는 제자인 재룡이 네가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단다… ”.

그 말을 듣자 아룡의 마음이 바빠진다. 그래서 말한다; “아버지, 제가 식사를 한 다음에 집사람을 데리고 암자로 사부님을 찾아가볼까 합니다”. 김문종과 문가연 부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문가연이 말한다; “이제 벙어리신세도 면했으니, 스승님을 찾아 뵙고 그 마음을 가볍게 해 드리거라. 내가 곧 식사준비를 하마… “.

과연 아룡이와 그의 아내는 도학스님을 어떻게 만나게 되는 것일까? 파주골의 겨울날씨가 상당히 추운 편이다. 그러나 아직 젊은 21살의 부부 김재룡과 최사월은 마치 나는 듯이 산길을 타고서 도학스님의 암자로 달려간다.

그런데 신나게 산길을 달리던 아룡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있다. 그 옆에서 함께 달리던 최사월도 걸음을 멈춘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그 이유는 눈과 귀가 무지하게 밝은 아룡이 멀리 보이고 있는 암자의 마당에서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아룡이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다. 최사월도 남편의 판단을 믿고서 함께 달린다. 과연 흑의의 복면인 십여명과 도학스님이 격전을 치르고 있다. 땅바닥에는 벌써 도학스님의 단단한 지팡이에 맞아 쓰러진 적들이 7명이나 쓰러져 있다.

복면인들의 무예가 도학스님에게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숫자가 너무 많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과 최사월이 현장에 뛰어든다. 먼저 아룡이 자신의 검을 뽑아 크게 휘두른다. 그 바람에 대여섯 명의 복면인이 한꺼번에 쓰러진다.

최사월의 검에서는 살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그런지 복면인 두 명이 그 검을 맞고서 그만 피를 흘리면서 그 자리에 꼬꾸라지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아주 짧은 순간 아룡이 속으로 생각한다; “여인의 검이 더 사나운가?... 아니면 취객 조하준이 가르친 검술이 본래 살벌한 것인가?... ”.

아룡과 최사월이 합세하였기에 도학스님을 공격하고 있던 12명의 적들이 모두 금방 쓰러지고 만다. 그제서야 아룡이 외친다; “사부님,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이놈들의 정체부터 파악하겠습니다”. 아룡이 쓰러진 적들의 품 안을 뒤진다. 그랬더니 놀라운 물건들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그것이 귀면탈을 새긴 작은 명패들이다.

그 다음 아룡이 쓰러진 19명의 적들의 부상의 정도를 일일이 살핀다. 최사월의 검에 죽은 2명을 빼고 전원이 숨을 쉬고 있다. 그래서 아룡이 사부인 도학스님에게 말한다; “사부님, 여기 숨을 쉬고 있은 적들을 어떻게 할까요? 모두 살릴까요? 아니면 죽일까요?... “.

도학스님이 순간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외치면서 합장을 한다. 그리고 말한다; “재룡이 너도 나처럼 손속에 사정을 둔 모양이구나. 그 초심을 잃지 말고 모두 살려 두도록 하라. 하지만 어째서 이곳 암자로 나를 찾아와서 이렇게 공격하였는지 그 연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하라. 만약 거짓말을 할 경우에는 네가 알아서 임의로 처리해도 좋다… ”.

듣기에는 고승의 자비로운 말씀과 같다. 그렇지만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는 사천왕과 같은 무서운 징벌자가 될 것만 같다. 그것이 무승의 본래 모습인가?... 쓰러져 있는 복면인들이 그 말을 듣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아룡이 묻기도 전에 술술 자백들을 한다; “저희들은 악선 무휼의 제자들입니다. 스승님과 수제자인 악치 대도 형님이 밀선으로 불리고 있는 신비객으로 말미암아 죽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복수를 겸하여 그날 현장에 있었던 가마꾼 아룡과 그의 스승인 도학스님을 잡아서 자초지종을 알고자 한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아룡이 큰소리로 묻는다; “내가 가마꾼 아룡이다. 그렇다면 나를 곧바로 개경에서 찾을 일이지 어찌하여 이곳 파주골 암자까지 몰려온 것인가?“. 그 말을 들은 적들 17명 가운데 한사람이 자신의 복면을 스스로 벗으면서 입을 열기를 시작한다.

그 얼굴을 보니 20대 중반이다. 그가 말한다; “나는 대도 대사형의 바로 밑의 사제인 소도이다. 우리 사형제가 어렵게 황궁의 서고에 들어가서 훔친 귀한 비급이 사형의 죽음과 함께 그만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복수도 중요하지만 그 책자를 하루 속히 되찾고 싶다. 그래서 그날 현장에서 살아서 돌아간 가마꾼 아룡을 추적했다. 그런데… “.

아룡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소도의 얼굴을 직시한다. 그러자 소도의 말이 이어진다; “아룡이 그만 벼락 출세를 하고 말았다. 벙어리신세가 면해지고 최우 장군 댁의 오십부장이 되고 말았다. 그 사실을 파악하고 나니 직접 그를 칠 배짱이 없어졌다. 그래서 그의 사부라고 하는 파주골의 도학스님을 납치하여 그와 거래를 하고자 계획한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아룡이 날카롭게 지적한다; “지금 개경의 무예계에서는 나의 사부님이신 도학스님의 정체가 바로 사라진 청객 김성곤 옹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그 소문을 듣고서도 감히 도학스님을 납치하고자 한 것인가? 청객의 제자들인 청도관의 문하생들이 전부 들고 일어나면 그때에는 어찌하고자 하는가?”.

그 말을 듣자 소도가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오늘 너희 두사람이 가세하지 아니했으면 우리는 무사히 도학스님을 납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룡을 상대로 하여 우리가 알고 싶은 내용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우리들의 정체를 확실하게 숨긴 채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허사가 되고 말았구나!... “.

그 말을 들은 아룡이 갑자기 숨을 쉬고 있는 17명의 흑의인들의 복면을 모조리 벗겨버린다. 그 두목으로 보이던 소도가 20세 중반이고 나머지 인물들은 그보다 어린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에 야룡은 그들이 금방 회복할 수 없도록 그들에게 점혈을 한다. 그 수법이 기묘하여 그들이 모두 그 자리에서 다시 쓰러지고 만다.

그렇게 임시조치를 한 다음에 아룡이 도학스님과 사월에게 말한다; “일단 방으로 들어들 가시지요. 제가 상세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방안에서 먼저 아룡이 사월과 함께 도학스님에게 큰절을 올린다. 영문을 모른 채 도학스님이 최사월의 큰절까지 받는다.

궁금해 하시는 사부의 표정을 보고서 아룡이 말한다; “사부님, 이 여자분은 이름이 최사월인데 두 달 전에 저와 개경에서 혼례를 올리고 안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직책이 최우 장군 댁의 낭자군을 지휘하는 오십부장입니다… “.

그 말을 듣자 도학스님이 말한다; “재룡이의 안사람이라고 하면 나에게 있어서는 제자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내가 앞으로 편히 대할 것이다. 괜찮겠느냐?... “. 최사월이 씩씩하게 대답한다; “, 스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잇습니다. 앞으로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이 자신이 겪은 개경에서의 일을 간단하게 간추려서 말씀을 드린다. 도학스님이 여러 번 고개를 끄떡인다. 제자의 긴 이야기가 끝이 나자 도학스님이 말한다; “개경에서는 이제 재룡이 네가 나의 제자인 것을 모두들 알고 있구나. 그리고 네가 신비객의 도움으로 벙어리신세를 면했다고 그렇게 알고 있겠구나!… “.

아룡이 라고 대답하자 도학스님이 말한다; “이제 내가 할 일이 두가지이구나; 하나는, 재룡이 네가 이미 청도관장인 관비호와 단단히 약속했다고 하니 내가 너와 함께 개경을 다녀오는 일이다. 또 하나는, 저 바깥에 쓰러져 있는 자들을 처리하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묻고자 한다. 악선 무휼이라고 하는 자의 정체가 무엇인가?... “.

아룡이 천천히 대답한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무휼이 일명 밤의 임금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그 이유가 돈을 주면 살인도 서슴지 아니하고 저지르는 무자비한 악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수제자가 절도술에 능한 큰 도적 대도이고 그 다음이 소도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소도 다음의 악선의 제자들이 저렇게 젊은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사부님께서 그들을 심문하시고 처분대로 하시지요… “.

그 말을 듣자 도학스님이 방밖으로 나가서 17명의 젊은이들을 하나하나 심문한다. 그 결과 그가 두가지 사실을 확인한다;

첫째로, 그들은 모두 가난한 집안의 자제들이다. 악선이 공짜로 무예를 가르쳐서 먹고 살도록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그의 제자가 되어 5년 이상 수련을 한 자들이다. 그런데 소도의 경우에는 그 세월이 십년이나 된다.

둘째로, 정작 악선 무휼이 자신들에게 가르쳐준 무예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수제자인 대도와 그의 사제인 소도가 힘을 합쳐서 황궁의 사고에 잠입하여 무예계의 비급을 훔친 것이다. 그것을 대도와 소도가 함께 보면서 연구하여 사제들에게 몰래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비급을 간수하고 있던 대도가 그만 죽고 그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들은 악선의 복수보다는 그 비급을 찾아서 상승무공을 익히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들 젊은이들의 열망을 도학스님과 아룡이 그들의 눈을 통하여 충분히 확인하고 있다.

그러자 도학스님이 나지막하게 불호를 외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그 다음에 어처구니가 없는 말씀을 하신다; “만약 너희들에게 내가 상승무공을 가르쳐준다고 하면 앞으로 나를 스승으로 모시고 진심으로 따를 것인가?... “.

모두들 얼떨떨한 모습이다. 그러나 잠시 후에 소도가 가장 빠르게 답변한다; “진정한 상승무공을 가르쳐 주신다면 저희들이 스승님으로 존경하고 따를 것입니다. 그런데 분명히 악선 무휼과는 달라야 합니다. 저희들을 속여서는 안됩니다. 저희들은 진정한 상승무공을 배워서 입신양명을 하고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만 합니다… “.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아룡이 이제 말한다; “나의 사부님이신 도학스님은 거짓말을 하시지 않는다. 너희들이 배신하지 아니하는 한 너희들을 제자로 삼아 상승무공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그러면 너희들은 가난한 집안을 살릴 뿐만 아니라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인재들이 될 것이다. 그 점은 내가 보증한다. 내가 사부에게서 무예를 배워서 지금 개경에서 출세하고 있지 않느냐?... “.

그 말을 마치자 아룡이 17명에게 일일이 다시 점혈하여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 수법이 실로 신묘하다. 그것을 보고서 도학스님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내가 가르친 것보다 훨씬 정밀하고 심오한 점혈이다. 그동안 어떤 기연을 얻었는지 예전의 재룡이 아니구나. 대단한 성취를 또 이룬 것이야!... “.

도학스님은 우선 이번 격전에서 죽은 두사람을 잘 묻어주라고 지시한다. 그 다음에는 그들 17명에게 각자의 신상을 일일이 종이에 붓으로 적도록 지시한다. 그리고 소도를 큰 제자로 삼고서 그들에게 3일간 내공술의 구결을 가르쳐준다.

그 다음에 말한다; “나는 이제 한달 정도 개경을 방문하고 오겠다. 내가 그 옛날 세운 청도관의 제자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그 다음 내가 이곳에서 너희들에게 5년 동안 내공술과 외공술을 가르칠 것이다. 너희들은 내가 돌아올 때까지 그 내공심법을 수련하면서 기다려줄 수가 있겠느냐?”.

그 말을 듣자 소도가 일동을 대표하여 말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승님. 왜냐하면, 사부님께서 가르쳐 주신 그 내공십법이 바로 제가 그 비급에서 본 서우진왕의 내공 구결과 꼭 같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었는데 저희들이 어찌 달리 행동을 하겠습니까?... “.

그들을 암자에 남겨두고 다음날 도학스님이 벗인 김문종의 집을 방문한다. 그들과 오래간만에 인사를 나눈 다음에 재룡이 부부와 함께 개경으로 향한다. 이제 도학스님의 등장으로 개경의 무예계에서는 어떠한 파란이 발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