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소설 아룡전16(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5. 21. 08:15

소설 아룡전16(작성자; 손진길)

 

그날 아룡은 최우 장군이 참으로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는 모습을 인상깊게 지켜본다. 역시 지도력이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그가 생존하는 동안에는 고려가 지금의 무신정권의 체제로 경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우는 아룡이를 신임하면서 그를 포용하고 또한 최사월을 아룡에게 아내로 주어 그들 부부를 전부 자신의 충신으로 만들고 있다. 순식간에 그렇게 조치하고 있으니 분명 최우 장군은 보통인물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확실한 명령이 떨어지자 시간을 끌 필요가 없이 전격적으로 3일후에 최우의 저택에서 아룡과 최사월의 혼례가 치루어 진다. 그날 보령 아가씨가 자기일처럼 기뻐하면서 직접 나서서 혼례에 필요한 일들을 진두지휘한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부인이 있다. 그녀가 최보령의 모친이며 최우의 아내인 정하경이다. 그녀는 당대 문신과 무신으로 유명한 정숙첨의 딸이다. 정숙첨은 한때 무신으로 크게 출세하여 고려군 총사령관 자리에 있었다. 그의 사돈이 고려의 실권자 최충헌이었기에 그 은혜를 입은 것이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1217년에 사돈인 최충헌 암살사건에 연루가 되어 고향인 하동으로 유배를 떠나기도 했다. 훗날 사위인 최우의 노력으로 무고임이 밝혀져 복직이 되었으나 더 이상 무신으로 활동하지는 못하고 있다. 단지 문신으로서 그 벼슬이 평장사인 것이다.

정숙첨은 자신의 딸이 고려의 최고권력자 최우의 부인이기에 그러한 신원회복이 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와 같은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안방마님이 바로 최우의 아내인 정하경이다. 그러므로 그녀가 손수 혼례식 준비를 돕는 것은 아니다. 단지 유능한 자신의 시녀장인 정순례를 내세워 딸 보령이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혼례식 준비에 바쁜 가운데 특별히 보령 아가씨가 조용한 곳으로 아룡이를 불러서 부탁한다; “아룡아, 너와 나와 사월이는 모두 동갑이다. 그러니 평생 사월이를 신부로 그리고 동무로 삼아 행복하게 해주어라. 사월이는 나의 가장 가까운 동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라…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대답한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아니하셔도 됩니다. 제가 사월이를 많이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보령 아가씨도 이제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사십시오. 저도 그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

그 말을 들은 최보령이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나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이곳 개경에서 가장 멋진 대장부를 만나서 함께 백년해로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 최보령은 시비 사월이 곁을 떠나자 자신도 시집갈 준비를 한다.

우선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바꾸어 최송이라고 부른다. 딸을 사랑하는 부모인 최우와 정하경은 좋은 혼처를 고른다. 그 결과 최우의 심복으로서 교정도감의 중책을 맡고 있는 똑똑한 문신 김약선을 사위감으로 선택하고 다음해에 혼례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은근히 최보령을 짝사랑하고 있던 김준이 마음에 큰 상처를 지니게 된다. 자신이 천한 노비출신이기에 주군인 최우가 딸을 주지 아니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언젠가 때가 되면 독자노선을 걸으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이다. 당장은 최우 장군의 주선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아룡이와 최사월의 혼례식을 보고서 장군 가의 식솔과 가신들이 모두들 즐거워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신랑 아룡과 신부 최사월에게 축하한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최우 장군의 저택에서 혼례를 마치고 아룡이와 사월이 부부가 되어 사흘후부터 개경 서촌의 집에서 최우 장군의 저택으로 출퇴근하게 된다. 아룡이 출근하고 보니 자신에게 맡겨진 사병의 수가 50명이 아니라 100명이나 된다.

그것이 이상하여 아룡이 김준에게 물어본다; “김준 형, 어떻게 제가 오십부장인데 부하의 수가 100명입니까?... “. 그 말을 듣자 김준이 씨익 웃으면서 대답한다; “나도 백부장인데 부하의 수가 200명이다. 그 이유는 최우 장군의 저택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그 세력이 두배는 크다. 그래서… “.

김준은 아룡이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는 것이 재미가 있는지 명쾌하게 설명한다; “같은 백부장이지만 우리들은 고려 군대의 백부장보다 봉급이 두배이고 부하의 수가 두배이다. 무활 장군과 내가 400명의 부하를 절반씩 나누어서 지휘하고 오십부장인 아룡이 동생이 100명을 지휘하게 되는 것이야… “.

그 말을 들은 아룡이 또 질문한다; “그러면 훈련중에 있는 낭자군의 수도 50명이 아니라 100명이겠군요. 최사월이 오십부장으로 임명이 되었지 않습니까?... “.  그 말에 김준이 확실하게 말한다; “물론 그렇지. 지금 취객 조하준이 열심히 100명의 여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지… “.

보름후에 낭자군 100명에 대한 교육이 마무리가 된다. 그때부터 최사월이 오십부장이 되어 아룡이와 함께 최우 장군 저택으로 출근한다. 그녀가 낭자군의 기강을 잡으면서 지휘하고 있는데 굉장히 세심하고도 적극적이다. 과연 아내 최사월의 무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 아룡이는 그것이 궁금하다.

그래서 모처럼 쉬는 날 집에서 아룡이 아내 사월에게 질문한다; “여보, 당신의 무예실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최우 장군이 한번 시험도 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오십부장으로 발령한 것이요?... “.

그 말을 듣자 최사월이 생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제가 3년 전에 최충헌과 최우 장군님 댁에서 10년 동안의 문과 무의 과정을 전부 이수하였는데 전체성적이 최고였습니다. 그래서 문사 필우 선생과 취객 조하준 선생이 저를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

그 말을 하면서 최사월이 얼른 남편 아룡이를 쳐다본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말한다; “이만하면 아룡 당신이 아내를 능력자로 잘 얻은 것 아니예요?...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내가 아직 딸이 없지만 아내 바보인 모양이요. 금방 고개를 끄떡일 뻔 했습니다, 그려하하하”.

하지만 그 다음날 새벽에 최사월은 남편 아룡이 뒷마당에서 무예수련을 하는 모습을 보고서 경악을 금하지 못한다. 내공과 외공을 함께 수련하고 있는데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 오기 때문이다.

최우 장군의 댁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다. 그 무예의 수준이 무활과 김준은 내일 아침에 오라고 하는 정도이다. 그것을 보고서 최사월이 말한다; “여보, 당신이 혹시 그 밀선 신비객이 아니요?... 고려 5강의 실력이 아니라 5선의 경지입니다…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갑자기 수련을 중단하면서 진지하게 아내 사월에게 말한다; “오늘부터 보는 것을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발설해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과 나의 목숨이 위태롭게 됩니다. 나는 언제나 실력의 4할이상을 숨기고 사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최사월에게 아룡이 설명한다; “만약 나의 실력의 전부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게 되면 단명할 운명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이제부터 당신이 나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사월이 고개를 여러 번 크게 끄떡인다.

그들 부부는 달포 후에 말미를 얻어 함께 고향방문에 나선다. 먼저 아룡이 최사월의 친정이 있는 북쪽의 황해도 금천 땅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처족들을 만난다. 그들은 조상들이 신라시대에는 수도인 경주 월성에서 살다가 고려가 들어서자 개경과 그 이북으로 이주한 집안이다.

그들은 어린 딸을 고려의 최고권력자가 된 최충헌에게 인질로 보내게 되어 오랜 세월 마음이 상했는데 막상 그 딸이 시집을 잘 가서 고향을 방문하자 그렇게 좋아들 한다. 아룡이가 장인과 장모에게 큰 절을 하고 사위 노릇을 잘하겠다고 약속까지 한다.

그 다음에 아룡이가 아내 최사월을 데리고 개경의 남쪽에 있는 경기도 파주골로 향한다. 멀리 마을 입구에 있는 개천에서는 추운 겨울날씨에도 불구하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빨래를 하고 있다. 낮의 햇살이 그런대로 따뜻하여 개울에 빨래하러 나온 모양이다.

그들에게 아룡이 반갑게 인사한다. 그러자 아룡이를 익히 알고 있는 이웃집 아주머니가 비록 3년이 지났지만 그를 알아보고서 말한다; “이게 누구야? 훈장 댁 둘째아들인 김재룡 총각이구만. 이제 헌헌장부가 되었네. 옆에 새댁이 함께 서있는 것을 보니 타지에서 결혼하여 이제 부모님을 뵈러 온 모양이네. 축하해... 빨리 부모님과 형님내외를 보고 인사를 드려야지… “.

아룡이 부부가 고향집에 들렀더니 65세인 부친 김문종60세인 모친 문가연이 그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특히 부모님은 김재룡이 벙어리가 되어 집을 떠났다가 3년만에 완전히 나아서 집으로 돌아오니 참으로 그것을 기뻐한다.

뿐인가, 아들 재룡이가 장가를 들어서 꽃같은 새댁을 데리고 집에 들린 것이다. 그래서 너무 반가워서 모친 문가연이 어쩔 줄을 모른다. 그 옆에 함께 서있던 재롱의 형 김재명이 반갑게 동생의 손을 잡으면서 그를 한참 응시한다.

재명이 천천히 동생에게 말한다; “재룡아, 집에 잘 돌아왔다. 가족들이 너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옆에 서 계신 여자분은 누구신가?... “. 그때서야 재룡이 사월이를 부모님과 형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재룡이 먼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두 달 전에 개경에서 결혼했습니다. 너무 급하게 혼례를 치르느라고 고향에 기별을 못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방안에서 저희 부부가 부모님께 큰 절을 드린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 말을 듣자 모친 문가연이 얼른 말한다; “그래 낮이라고는 하지만 겨울이 시작되어서 바깥날씨가 차다. 안으로 들어 가자꾸나”. 부친 김문종이 앞장을 선다. 자신이 기거하고 있는 사랑방문을 열고 먼저 들어간다.

그 뒤를 재룡이 부부가 들어가고 그 다음에 모친과 형이 들어선다. 사랑방이 제법 넓어서 그들이 앉아도 넉넉하다. 그 자리에서 먼저 재룡이 부부가 부모님께 큰절을 올린다. 최사월이 다소 긴장하고 있다. 그녀는 시부모님의 인상이 전혀 시골사람으로 보이지 않아 긴장이 더해지고 있다.

그 다음에 재룡이 사월에게 말한다; “이분이 하나뿐인 저의 형 김재명입니다. 저보다 4살이 위이지요. 맞절을 드립시다”. 3년만에 만나는 형이기에 재룡이가 아내 사월이와 함께 각별하게 절을 한다. 그러자 재명이도 맞절을 한다.

그리고 말한다; “저는 김재명이라고 합니다. 제수씨를 맞이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저는 작년에 결혼했습니다. 지금 아내가 배가 불러서 안방에 있습니다. 제가 불러오도록 하지요동서간에 서로 인사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배가 부른 형수가 방으로 들어오자 재룡이 깜짝 놀라서 말한다; “아니, 형수님은 우리 동네 길자 누나가 아닙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 그것을 보면서 이길자가 빙긋 웃으면서 말한다; “나보다 두 살 어린 재룡이를 시동생으로 맞이하게 되었으니 이제 반말을 못하겠군요.. “.

그러면서 길자가 조심스럽게 방바닥에 앉는다. 그것을 보고서 재룡이와 최사월이 절을 한다. 그러자 맞절을 하면서 길자가 말한다; “도련님, 정말 집에 잘 오셨습니다. 부모님과 형님 뿐만 아니라 저도 보고싶었습니다. 이제 곧 조카가 태어날 것이니 앞으로 도련님께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듣자 재룡이가 대답한다; “형수님,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그 옛날 동네 꼬마 재룡이가 맞아요. 형님의 자녀가 태어나는 것이니 당연히 제가 신경을 써야지요. 아무쪼록 건강한 조카만 생산하십시요… “.

그 말을 듣자 김문종문가연 부부가 말한다; “재룡이 녀석, 타향살이를 하고 오더니 말솜씨만 는 것 같구나. 그래 어떻게 살았느냐?... “. 김재룡이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서 천천히 말한다; “저는 고향을 떠나서 무작정 개경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최우 장군의 집에서 가마꾼을 모집한다는 방을 보고서 응모하여 그 집에서 지난 3년간 잘 지냈습니다. 그리고… “.

김재룡이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쉰 다음에 이어서 말한다; “그동안 두가지 행운을 얻었습니다; 하나는, 신비객을 만나 제가 벙어리신세를 면하게 된 것입니다. 또 하나는, 좋은 배필을 만난 것입니다. 경주 최씨인 사월이와 결혼을 한 것이지요. 지금은 개경 서촌에 있는 저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가 놀라는 눈치이다. 지난 3년 사이에 수도인 개경에서 집을 장만하다니 재룡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며느리가 된 최사월을 보니 양반집 경주 최씨의 자녀답게 품위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김문종이 둘째며느리 최사월에게 말한다; “경주 최씨라고 하면 우리 경주 김씨하고는 아주 가까운 사이이지. 본래 신라 6촌에서 왕의 성과 왕비의 성을 내고 분가하게 하여 왕가를 세번이나 이루었기 때문이지... 그래 경주 월성에서 언제 이북지역으로 이주를 했다고 전해지고 있는가?... “.

최사월이 성의껏 대답한다; “저의 친정아버지께서는 신라가 고려와 합병하고 나자 크게 오래지 아니하여 조상님들이 개경과 황해도로 이주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지금은 황해도 금천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그 인근에 최충헌 장군의 조상들이 살고 있어서 어린 나이에 제가 볼모 겸 그 집에 시녀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김문종 뿐만 아니라 문가연이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문가연이 말한다; ‘어린 나이에 고초가 심했겠구나. 우봉 최씨가 자신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하여 본래 문중인 경주 최씨 고향사람들을  탄압한 것이겠지!... 그래 잘 왔다. 이제 우리집 며느리가 되었으니 아무도 함부로 대하지를 못할 것이다… “.

그 말을 들은 최사월이 시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본다. 무슨 말씀이신지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러자 문가연이 간략하게 설명한다; “너의 시아버지는 일찍이 이의민 장군을 모신 문사이시지. 그리고 나는 문극겸 재상의 조카딸이다. 너는 이제 그러한 집안의 며느리가 된 것이야. 그 정도 속으로 알고 있으면 된다, 아가야… “.

그 말씀을 듣자 최사월이 다소곳이 대답한다; “어머님,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 가문에 누를 끼치지 아니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 같은 시녀 출신을 며느리로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 말을 들은 문가연이 말한다; “나는 아들을 믿는다. 재룡이가 너를 배필로 선택하였으니 그의 안목이 틀림없을 것이다. 재룡이가 어떠한 인물인지는 네가 천천히 알게 되겠지… “. 이건 또 무슨 말씀이신가? 사월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