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소설 아룡전14(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5. 19. 15:23

소설 아룡전14(작성자; 손진길)

 

5. 아룡이 독립을 하고 말을 하게 되다.

 

그렇게 거짓부렁 이야기를 만든 다음에 아룡이 하루는 최우의 저택을 찾아간다. 그리고 부속서고에 들린다. 운 좋게도 그곳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월이를 만난다. 아룡이를 보자 사월이 먼저 반갑게 포옹한다. 그러자 아룡이 그녀의 손을 잡고 서고 바깥으로 나온다. 그 모습을 문사 필우가 보고서 빙긋 웃고 있다.

아룡이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갑자기 지필묵이 아니라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를 시작한다; “사월이 누나, 나 아룡을 기다려주어서 고마워요. 이제 저는 개경 서촌에 집을 장만했어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산 집이지요. 시간이 나면 나와 함께 제 집으로 함께 가세요… “.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사월이 깜짝 놀라더니 그 다음에 눈물을 흘린다. 그러면서 말한다; “아룡아, 내 소원이 이루어졌구나. 나는 아룡이 네가 네 입으로 나에게 말하는 꿈을 자주 꾸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아룡이 너와 평생 함께 살고 싶었다. 이제 그 소원이 이루어졌구나, 정말 고맙다. 아룡아. 나는 이 세상에서 아룡이 네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저 내마음은 그것 뿐이다”.

그 말을 듣자 아룡이 최사월이를 포옹한다. 갑자기 입술을 포개면서 그녀의 귀에 말한다; “나는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를 만난 것만 같아요. 사윌이는 이곳에서 나의 누나이고 최사월은 나의 여인이지요. 언제든지 마음이 정해지면 내가 살고 있는 서촌으로 오세요. 함께 평생 살아가도록 합시다. 내 이름은 사실 김재룡입니다... “.

그 말을 들은 최사월이 힘껏 아룡이를 껴안는다. 그녀는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아니하였다고 그 순간 확신한다. 그녀는 남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본 것이다. 그녀의 주인인 최보령은 그저 아룡이를 불쌍한 벙어리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최사월은 그것이 아니다.

최사월은 보령 아가씨가 개국사에서 생긴 일을 자세하게 설명하자 참으로 이상한 대목을 깨닫게 되었다. 십여명의 자객이 갑자기 활을 쏘면서 접근했다. 그런데 그 화살들이 엉뚱하게 가마에 도달하지 못하고 전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명궁인 최사월이 그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분명히 누군가 내공을 발출하여 그 화살들을 막아낸 것이다. 그 자가 누구인가? 그 자리에 무사로서는 4명의 가마꾼 밖에 없지 않았는가? 또 하나 최사월이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아룡이가 혼자서 적들을 상대하다가 무사히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쓰러진 동료를 업고서 집으로 온 것이다.

그러한 천우신조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날카로운 최사월의 안목으로는 가능성이 두가지이다; 하나는, 정말 그 묘한 시간에 밀선 신비객이 등장한 것이다. 또 하나는, 아룡이가 수상하다. 그가 정말 벙어리일까? 혹시 무예계의 숨은 고수가 아닐까? 한번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아룡이가 의선 곽현경과 동료인 가마꾼들에게 단지 그때 누군가 나타나서 자객들을 물리치고 유장을 치료해주었다고 말했다. 모두들 그 말을 믿는 눈치이다. 하지만 최사월만은 아니다. 그렇지 아니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여긴 것이다.

그래서 아가씨 보령의 부탁도 있었지만 시비 사월이 스스로 가마를 따라다니면서 아룡이를 감시해볼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서고에 데리고 가서 서적을 어느 정도 독파하는지도 은근슬쩍 시험했다.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이미 문과 무에 상당히 달통하고 있는 최사월 자신을 진작에 능가하고 있는 아룡이의 능력인 것이다.

그와 같은 사실을 혼자서 알게 된 최사월의 가슴은 뛰었다.. 그녀는 벙어리 아룡이를 볼 때마다. 두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는, 고향에 두고 온 바로 아래 남동생 생각이 자꾸만 난다. 또 하나는, 그와 다른 감정이다. 자꾸만 아룡이 늠름한 대장부로 자신의 마음에 파고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의 감정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갑자기 아룡이 가마꾼 생활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최우 장군의 집을 떠나서 독립하겠다고 하는 당돌한 결단이다. 그것을 보면서 최사월은 아룡이가 역시 보통인물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아룡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면서 무조건 기다리겠다고 당차게 말한 것이다.

그러한 최사월이기에 그날 만사를 젖혀 두고 아룡이를 따라 개경 서촌에 있는 그의 집으로 간다. 작지만 아담하다. 한가족이 살기에 충분한 규모이다. 최사월은 그 집에서 자녀를 낳고 김재룡 곧 아룡이와 살고 싶은 생각 뿐이다.

그래서 최사월이 아룡에게 말한다; “내가 기회를 보아 아가씨에게 말씀을 드리고 이집으로 들어오고 싶다. 내 방은 아룡이 너와 같은 안방이다. 내방을 아룡이 네가 잘 지켜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들이면 절대로 안된다”.

그 말을 듣자 아룡이 크게 웃는다. 그리고 단숨에 말한다; “사월이 누나, 아니 최사월 낭자, 그대는 나의 하나뿐인 사랑이요. 내가 어찌 그대를 두고 다른 사람을 이방에 들일 수가 있겠소?... 이제는 내가 매일같이 최사월을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소… “.

사월이를 최우 장군의 저택으로 돌려보내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아룡이는 뒷뜰에서 무예를 수련한다. 아룡이 그 집을 선택한 이유는 뒷마당이 엄청 넓고 담이 높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예 수련하는 것을 남이 보지 못하도록 아룡이 그러한 집을 일부러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한달 동안이나 주야로 아룡이 그동안 자신이 체득한 무예를 전부 여러 번 시현해본다. 도학스님으로부터 배운 무예도 많지만 악선의 책에서 보고 배운 것도 많다. 그리고 악선의 부하가 지니고 있던 비망록에서 살펴본 진짜 서우진왕의 내공과 무예가 참으로 심도 있는 것이다.

자신의 집, 그것도 남이 보지 아니하는 뒷마당에서 마음껏 내기와 외기를 운행하여 무예를 수련하니 그것이 편하고 참으로 좋다. 그렇게 한달동안 아룡은 간단하게 요기만 하고서 오로지 무예수련에 매어 달린다.

지난 3년간 최우 장군의 저택에서 가마꾼으로 일하면서도 쉬는 날이면 자주 개경성을 벗어나 산지에서 혼자 무예수련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아룡이다. 따라서 그의 내공과 외공의 실력이 더욱 향상되어 있다.

한번은 아룡이 집을 나서서 개경의 서문을 통과한다. 그리고 두문산으로 들어가서 오지를 찾는다. 그곳에서 안심하고 자신의 내력을 검에 불어넣어 한번 휘둘러본다. 그랬더니 십장 이내에 있던 나무들이 마치 강한 태풍을 만난 것처럼 전부 쓰러져버린다.

그 다음에는 6할의 진기만 주입하여 다시 검을 휘둘러본다. 절반의 효과만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혈과 육으로 되어 있는 사람과 짐승들이 그 검기에 모두 터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서 지극히 만족한 아룡이 집으로 오는 도중에 일부러 한곳을 들린다. 개경 서촌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무예도장 청도관이다. 그곳에는 관창의 숙부인 관비호가 관장으로 있다. 이제 41세인 관비호는 노련한 무예인으로 알려져 있다.

아룡이 청도관으로 들어서자 관비호가 한눈에 알아본다. 그래서 먼저 말을 건다; “어허, 이게 누구신가? 내 조카 관창의 동무인 아룡이가 아닌가? 그래 오늘 이 청도관에는 어쩐 일이신가?... “.

아룡이 갑자기 말문을 여는 것이 역시 다른 사람 앞에서는 어색하다. 그래서 품안에서 지필묵을 꺼내어 옛날 습관대로 글을 적는다; “오늘 시간이 나길래 한번 들러 보았어요. 이곳이 그 유명한 청도관이군요… “.

그 말을 듣자 관비호가 말한다; “마침 잘 왔네. 최우 장군의 저택에서 일년에 한차례 씩 호위무사와 가마꾼을 뽑는다고 하여 우리 도장의 수련생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지. 아룡이 자네는 가마꾼 경력이 3년이나 되니 우리 수련생들과 한번 대련을 해주면 좋겠는데… “.

아룡이 듣고 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씀이다. 그래서 그가 그곳에서 주는 목검을 가지고 한사람과 대련을 해본다. 관비호가 수련생 가운데 상당히 실력이 있는 제자를 일부러 붙여본다. 그는 아룡이의 실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무예를 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인가 보다.

목검과 목검이 부딪힌다. 아룡이 1할의 공력을 주입하여 슬쩍 한번 목검을 부딪혀본다. 그러자 상대방이 하고 밀린다. 아룡이 아차한다. 청도관에서는 내공수련을 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을 그가 깜빡한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오로지 외공술로만 상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생이 쩔쩔맨다. 그 이유는 자신이 공격하려고 나서면 그가 휘두르는 품새를 보고서 아룡이 벌써 검이 가는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절하게 공격할 수가 없다.

그 광경을 유심히 보고 있던 관비호가 말한다; “허허, 내가 상대를 잘못 골라준 것 같소. 이번에는 내가 직접 목검으로 상대할 터이니 한번 받아 보시겠소… “. 말보다 빠른 것이 관비호의 성격인 모양이다. 벌써 그가 목검을 들고 대련장에 들어서고 있다. 

아룡으로 보아서는 의외이다. 하지만 그도 남자이며 무예를 오래 수련한 무사이다. 따라서 거절하지 아니하고 신중하게 대련에 임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관비호가 사용하고 있는 검법을 보니 그것이 무학스님이 사용하시던 바로 그 검법이다.

그러니 아룡이 먼저 검의 길을 전부 차단하고 만다. 관비호가 쩔쩔 매면서 공격에 공격을 거듭한다. 그렇지만 아룡의 목검이 마치 철벽과 같다. 관비호 자신이 어느 경로로 목검을 휘두를지 모두 사전에 알고서 차단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 점을 이십여 합을 겨누고 나서야 비로소 관비호가 인정한다. 마침내 그가 목검을 거두면서 아룡이를 똑바로 쳐다보고 질문한다; “아룡군, 자네의 사부가 누구신가? 어째서 우리 청도관이 자랑하는 검술에 그토록 정통하고 있는가? 우리의 문하생이 아니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지필묵을 가지고 와서 다음과 같이 글로써 대답한다; “저의 사부님이 바로 그 옛날 청도관의 관장이셨던 청객 김성곤 옹이십니다… “. 그 글을 본 관비호가 경악한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서 그 글을 함께 읽은 그의 제자들이 깜짝 놀란다.

모두가 다음과 같은 의문에 휩싸인다; “이것이 어떻게 된 노릇인가? 그 종적이 사라진 사부님의 사부님의 사부님이신 청객 김성곤님께서 이렇게 새파란 젊은이를 제자로 키워 내셨다니?... 사조께서 지금 어디에 계신단 말인가?... “.

관비호가 아룡에게 급히 묻는다; “그분 사조께서는 어디에서 그대를 가르치신 것이요?”. 아룡이 글로서 답한다; “3년전까지 파주골 깊은 암자에 홀로 계시면서 7년간이나 저에게 무예를 가르치셨지요. 제가 그곳을 떠나온 후에는 어디에 계시는지 아직 찾아 뵙지를 못했습니다… “.

그 다음 관비호의 질문이 날카롭다; “그런데 아룡이 자네는 처음 대련할 때 제1합에 있어서 분명히 내력을 사용했어. 그것은 우리 청도관에서는 없는 기량이야. 그것을 어디에서 배운 것인가?... ”.

아룡이 솔직하게 글로써 답변한다; “저의 사부님께서는 훌륭한 내공실력을 지니고 계셨습니다. 그것은 그 옛날 서우진왕에게서 배웠다고 말씀하셨어요… “. 그 말을 듣자 관비호가 비명을 지르듯이 말한다; “우리는 빨리 사조님을 찾아서 문안을 드려야 한다. 노년에 그와 같은 놀라운 성취를 내공으로 이루셨는데 우리는 그것을 전혀 모르고서 지내고 있었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서둘러야 하겠구나!... “.

그 말을 끝내면서 다짜고짜 관비호가 아룡이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절을 하면서 말한다; “나이를 떠나서 사조이신 청객 김성곤 옹의 직전제자라고 하면 저에게 있어서는 사숙이 되십니다. 어찌 사질이 인사를 드리지 아니할 수가 있겠습니까? 절을 받으시지요. 아룡 사숙님… “.

관비호가 그렇게 절을 하자 그의 제자들이 줄줄이 절을 하면서 예를 갖춘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이 비로소 입을 뗀다; “지금까지 저는 개경에서 3년간 벙어리로 지냈습니다. 그러나 천우신조로 밀선 신비인을 만난 이후 그의 점혈수법으로 서서히 저의 벙어리 장애가 물러갔습니다. 이제는 제가 서투르지만 말을 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

모두들 아룡이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따라서 아룡이 이어서 말한다; “이제 모두들 일어나십시오. 나이도 한참 어린 제가 무안합니다. 제가 쉬는 날이 있으면 그때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그전에 제가 먼저 고향산천으로 가서 그 암자에 사부님이 계신지 확인하겠습니다. 그 다음에 사부님을 모시고 이곳으로 다시 오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관비호가 통사정을 한다; “우리 청도관으로서는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니 아룡 사숙께서 반드시 그렇게 조치를 해주십시오. 사조님께서만 이곳으로 오시면 우리 청도관이 고려 제일의 무도관이 될 것이며 조국의 국방을 지키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아룡은 공명정대하고 무인다운 관비호의 성품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확실하게 약속한다; “관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반드시 사부님을 찾아서 이곳으로 오도록 하겠습니다. 넉넉잡고 두달의 말미만 주십시오. 그러면 또 뵙겠습니다”.

아룡은 그날 그렇게 관비호와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그 일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개경 무예계를 발칵 뒤집어버리는 소문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첫째가, 밀선 신비인의 도움으로 최우 장군 댁의 가마꾼인 아룡이 벙어리에서 고침을 받았다는 것이다. 세상에 그러한 점혈수법에 의한 치료가 있다고 하니 모두가 놀랄 일이다. 과연 무공의 끝은 어디인 것일까?…

둘째가, 아룡의 사부가 그 옛날 청객 김성곤 옹이라는 것이다. 그가 멀지 않아 청도관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청객은 이제 내공수련을 하여 깊은 경지에 들어서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청객의 내공술을 그 제자들이 배우게 되면 청도관이 고려 최고의 무예도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셋째가, 청도관장 관비호가 그 사실을 알고서 아룡이를 사숙으로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젊은 아룡이 만류했지만 배분이 그러하니 무예계의 도리상 어쩔 수가 없지 않겠느냐? 더구나 관비호 관장이 아룡이와 대련해보니 그 실력이 비슷하다는 소문이다.

이상과 같은 소문을 듣고서 최우 저택에서 회의가 열린다. 최우 장군이 주재하는 회의에 백부장 무활, 오십부장 김준, 교관인 장승우백주환, 그리고 문사 필우 등이 참석하고 있다. 그 회의에서는 과연 어떠한 것들이 논의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