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소설 아룡전23(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5. 27. 09:05

소설 아룡전23(작성자; 손진길)

 

가장 먼저 입을 연 자가 아룡이다. 그는 복잡한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그가 말한다; “장고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핵심은 몽골의 침략을 막아낼 수 있는 준비를 철저하게 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것은 구체적으로 두가지 준비입니다… “.

천수와 영길 그리고 야율진종이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아룡의 설명이 들려온다; “하나는, 말을 달리면서 활을 쏘는 유목민들과 싸울 수 있는 기량을 가진 무인을 많이 양성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들판에서 당당하게 몽골의 기병과 격돌하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유격전을 전개할 수 있는 별동부대를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고려는 산악지대가 많으므로 기마대인 그들을 산지로 끌어들여서 쳐부수면 됩니다. 그러니 힘들을 내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듣자 3사람이 무릎을 치면서 맞아요라고 찬성한다. 그때 천수가 다음과 같이 첨언한다; “또 한가지 방법이 있어요. 이것은 순전히 내가 경험에 의하여 하는 말인데나는 사제인 영길과 함께 한때 대금의 산뚱 지역에 체류한 적이 있어요. 그때 그곳에서 고려의 벽란도로 많은 상품들이 수출이 되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한마디로, 고려는 바닷길을 통하여 대금의 산뚱 지역과 통하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

일동이 천수가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다. 자신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를 이제부터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의 상인들은 남송의 항저우 곧 임안 지역과도 바다로 통하고 있어요. 그리고 남으로 탐라까지, 멀리는 일본의 남쪽에 있는 작은 나라와도 통상하고 있어요. 그렇게 무역선이 발달하고 있는 고려입니다. 그것이 알고 보면, 군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

아룡이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심양과 만주에서만 살아온 야율진종운 상당히 생소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양이다. 그 옆에서 영길은 사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때 천수의 놀라운 이야기가 전개가 되기 시작한다.

그가 말한다; “역사적으로 그 옛날 고구려는 건무 장군이 함대를 이끌고 서해에서 수나라의 10만 수군을 물리쳤습니다. 그 때문에 보급품 공급에 차질을 빚은 수나라의 130만 원정군이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에게 크게 패한 것입니다. 그리고 통일신라시대에는 장보고 장군이 해적들을 물리치고 해상무역을 독점하게 되지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

아룡과 야율진종 그리고 영길이 경청한다. 도도한 천수의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고려의 태조인 왕건도 장군시절에 수군을 이용하여 호남의 일부지역을 차지했습니다. 그 때문에 후백제의 견훤이 군사적으로 애로가 많았지요. 그러한 고려의 수군의 역사가 지금은 중원 및 일본과의 해상무역을 주도하는 상선의 역할로 바뀌어 있지요. 그런데… “.

이제서야 천수가 본론으로 들어간다; “북방 유목민들의 제국인 몽골은 수군이 전무합니다. 그들은 말을 타고 전투를 하지 배를 타고 적을 공격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고려는 수군을 활용하여 적의 공격을 분쇄하면 됩니다. 그것이 몽골의 침략을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이 되지요… “.

모두들 천수의 견해가 무엇인지 알아들었다. 그 말을 듣자 영길이 말한다; “만약 육지에서 몽골의 군대를 막아내지 못하면 섬으로 들어가서 항거하면 되겠군요. 우리 고려에는 섬이 많으니 그것이 가능하겠습니다… ”.

그러나 아룡의 생각은 다르다. 그래서 그가 발언한다; “백성들이 모두 섬에 들어가서 생계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농사는 역시 육지에서 지어야 하니까요그러므로 많은 백성들이 육지에서 생활하면서 몽골군에게 희생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 점을 생각하면 우리는 상승무예를 널리 보급하여 강한 무인들을 많이 길러내야 합니다. 그들이 백성들의 생업의 터전을 지켜내야 하지요… “.

그 말을 듣자 야율진종이 말한다; “사숙님들과 사제의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그렇게 대비를 해주시면 제가 이곳 개경까지 온 보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룡 사제는 송혜진 백부장이 연락을 해오면 그들을 활용하여 몽골과의 전투에 나서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애초에 고려를 지키고자 개경에 들어왔으니까요. 저는 심양으로 돌아가서 형님에게 그렇게 보고를 하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야율진종은 아룡과 함께 금청각을 나서고자 한다. 그의 아내가 아룡의 집에 가 있으므로 그도 그곳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천수와 영길이 말한다; “사질인 아룡은 이곳에 자주 들리고 있네, 그러니 야율진종도 개경에 오는 걸음이 있으면 마음 편하게 이곳에 들러 주시게… “.

그날 개경 서촌에 있는 아룡의 집에서 야율진종 내외가 좋은 시간을 보낸다. 그들 부부는 고려의 개경에 온 목적을 성취했기에 기분이 좋은 것이다. 더구나 아룡 부부와 만나게 되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 지 모른다.

그래서 저녁식사가 끝나고 헤어질 때에 야율진종이 다음과 같이 아룡에게 말한다; “내가 중요한 첩보는 수하를 시켜 금청각으로 보내기도 하겠지만 사제에게도 보내어 줄까 하네. 그래야 사제를 통하여 송혜진 백부장과 그녀의 수하들이 몽골의 움직임을 미리 알 수가 있을 것이야… “.

그 말을 듣자 아룡은 야율진종이 종진국의 멸망의 현장에서 자신들을 빼내어 살려준 송혜진과 낭자군에게 크게 감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삼 깨닫는다.  그래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 한마디 한다; “은혜를 갚고자 하는 사형의 그 마음을 제가 그녀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아무 염려하지 마세요. 그리고 먼 길 조심하여 가시기 바랍니다”.

천수와 영길은 직접 최우 장군의 저택을 찾아가서 심양에서 온 야율진종이 전한 첩보내용을 보고한다. 그때부터 최우는 야별초를 확대하고자 재삼 결심하게 된다. 그는 황궁의 소속도 아니고 자신의 사병도 아닌 3의 군사조직으로 장차 몽골의 침입에 대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우가 백부장인 무활김준, 오십부장인 아룡최사월, 백주환새별, 야별초를 조직하고 있는 취객 조하준 등을 전부 불러모아서 상의한다. 먼저 최우가 말한다; “몽골제국의 사신들이 고려를 강압하고 있어요. 우리 고려를 완전히 그들의 속국으로 만들고자 획책하고 있지요. 그러므로… “.

최우가 막료들을 내려다보고서 이어 말한다; “야별초를 빠르게 조직하여 운영하고 나중에는 그 조직을 확대 개편하여 몽골의 침략에 맞서야 합니다. 따라서 나는 오십부장인 아룡백주환조하준과 함께 그 일을 맡아 주기를 바래요. 지금 지휘하고 있는 사병들은 백부장인 무활김준에게 넘겨주도록 하세요… ”.

그것이 계기가 되어 훗날 조하준이 계속 야별초를 맡고 아룡과 백주환이 좌별초우별초를 각각 맡게 된다. 그것은 10년후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그것을 조직하는 초기단계이다.

주군인 최우의 지시에 따라 취객 조하준은 오십부장인 아룡 및 백주환과 별도의 회의를 한다. 그 자리에서 조하준이 말한다; “야별초의 구성에 대한 모든 권한을 주군께서 저에게 맡겼습니다. 그에 따라 저는 무인을 모집하는 방문을 크게 내걸고자 합니다. 두 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

백주환이 먼저 말한다; “저는 청도관 출신입니다. 그러므로 청도관에서 많이 음모를 하도록 독려할까 합니다”. 그 다음에 아룡이 말한다; “저는 청도관 이외의 수련단체에서 무예를 배우고 있는 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한번 적극적인 인재영입에 나서 보고자 합니다”.

취객 조하준이 크게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좋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일을 나누어 추진하도록 하고 모든 응모자들을 모아서 별도의 무예시합을 개최하도록 합시다. 우리 모두가 심사관이 될 것입니다”.

취객 조하준은 이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 대신에 무예에 정진하는 그이기에 눈에서 정기가 크게 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이 기뻐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아내인 최사월의 사부가 바로 취객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5일이 지나자 은밀하게 아룡이 부부를 서촌의 자택으로 방문하는 여인이 있다. 나이가 60대초반이다. 하지만 굉장히 정정하게 보인다. 대문에서 그녀를 맞이한 아룡이 부부가 상당히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그녀는 최우 장군의 아내인 정하경의 심복이며 시비장인 정순례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자신의 집을 방문한 것일까?

일찍이 그녀는 안방마님 정하경의 부탁으로 최사월의 혼례식 준비를 크게 도와주었다. 당연히 그 일을 주도하고 있던 보령 아가씨를 적극 보필한 바가 있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룡이 부부가 반갑게 그녀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녀를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그러자 그녀가 안방에서 조용하게 아룡이 부부에게 말한다; “제가 바로 종진국에서 야율애령 황후님을 지키던 호위백부장 송혜진입니다. 제가 정체를 숨기고 개경에서 정순례가 되어 최우 장군의 집에서 살고 있었지요. 사람들은 저를 정하경 마님의 친정에서 온 사람으로 알고들 있습니다만…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질문한다; “정숙첨의 딸인 정하경 마님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신 것입니까?”. 송혜진이 대답한다; “개경에 들어와서 저는 20명의 부하들과 함께 여성들을 위한 무술관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권력자의 딸들을 방문하여 무예를 가르치곤 했습니다. 그때… “.

아룡과 사월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송혜진이 계속 말한다; “비밀리에 정숙첨 나리의 집에서 따님 정하경에게 무예를 가르치게 되었지요. 무척 친해지자 나중에 그녀가 원해서 저를 시비장으로 데리고 최충헌 장군의 며느리로 시집간  것입니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래서 아룡이 말한다; “개경에서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하여 정순례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무술도장을 함께 운영하던 20명의 낭자들은 그후 어떻게들 살고 있습니까?... “.

정순례 아니 송혜진이 눈을 반짝이면서 대답한다; “제가 정하경 마님을 따라 최충헌 장군의 저택으로 들어가면서 부하들에게 지시했습니다. 무술도장을 운영하다가 뜻이 맞는 남자들이 생기면 결혼하고 자녀들을 낳아서 무인으로 길러내라고 말입니다. 자녀들에게 야율종진왕의 무예를 전수하는 것이 고려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지요…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부부가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아룡이 말한다; “좋습니다. 일전에 심양에서 야율진종이 형님이신 야율유가 장군의 분부로 이곳 개경을 방문했습니다. 송혜진 백부장과 그 수하들을 찾아서 예상되는 몽골의 침략으로부터 고려를 지키는데 힘을 보태라는 것이었지요... “.

그 말을 들은 송혜진이 즉시 말한다; “그 말씀은 제가 경종성님을 통하여 진작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집으로 찾아온 것이지요. 저희들이 어떻게 하면 고려를 도울 수가 있을까요?... “.

아룡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말한다; “제가 이제 그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야율진종 사형이 전해준 첩보의 내용은 비선을 통하여 벌써 최우 장군에게 보고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최우 장군은 회의를 통하여 야벌초를 먼저 만들고 나중에 확대 개편하여 몽골의 침략을 막는 반관반민의 군대를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므로… “.

그 말을 듣는 도중에 송혜진이 말한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수하들에게 지시하여 자녀들을 야별초 선발시험에 응시하라고 하면 되겠군요. 언제 방문이 내걸립니까?... “.

그 말을 들은 아룡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저도 성격이 급합니다마는 젊은 저보다 더 성격이 급하시군요... 먼저, 야율종진왕의 절기를 이어받은 청객 김성곤의 제자인 저 아룡이 선배님께 이렇게 정식으로 문안인사부터 드립니다… “.

그 말을 듣자 송혜진이 역시 웃으면서 말한다; “저는 야율종진왕의 절기를 이어받은 야율애령님이 키워낸 제자입니다. 그러므로 무예계 배분으로 따진다면 저는 아룡 오십부장의 사저가 되겠군요. 같은 배분이니 앞으로 친하게 지내도록 합시다… “.

그러자 아룡과 최사월이 함께 대답한다; “저희들이 손위이신 사저를 선배로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 다음에 아룡이 야별초를 선발하는 문제에 대하여 천천히 말하고자 한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야벌초를 모집하는 것은 두가지 방법입니다. 하나는, 방문을 보고서 직접 응모하게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저와 백주환 오십부장이 별도로 무인을 모집하는 것입니다. 물론 최종선발은 공개 무술시합을 통하여 하게 됩니다”.

그 말을 듣자 정혜진이 말한다; “그렇다면 수하들의 자녀들을 모아서 사제를 초청하도록 하겠어요. 그 자리에서 나와 함께 그들의 무예실력을 일단 평가하고 필요한 자원을 선발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그들을 가급적 야별초 내에서 사제가 직접 지휘하도록 하세요. 그것이 좋겠어요… ”.

딱 부러진 말씀이다. 그래서 아룡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사저의 말씀이 타당하십니다. 제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는 저희 부부와 함께 식사라도 같이 나누도록 하시지요”. 아룡이 사저인 송혜진과 더욱 친하고자 한다. 그들은 그날 밤 개인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더 나누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