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이민자(손진길 소설) 31

시간 이민자11(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11(손진길 소설) 김상진은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경제신문사의 칼럼을 빌려서 ‘한국민주주의의 미래’라는 특집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그 자신이 서울에서 2020년까지 살다가 1980년대로 시간이민을 온 이상우 기자이기 때문에 김상진은 그 주제와 관련된 한국의 미래를 벌써 알고 있다. 그 정체가 시간이민자인 김상진이 자신의 기사 첫머리를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1985년 2월 12일 실시된 제12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하여 한가지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그것은 유권자들이 양 김씨가 주장하고 있는 민주주의로의 회귀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선을 한달도 남기지 아니한 시점인 1월 18일에 창당된 신한민주당이 놀랍게도 제1야당이 된 것이다”. 김상진 기자의 도도한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

시간 이민자10(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10(손진길 소설) 김상진 기자는 1985년 2월 12일 총선의 결과 제1야당이 민한당에서 신민당으로 바뀌게 되자 국회의 기자실을 자주 들리게 된다. 돌이켜보면, 총선을 앞두고 민한당에 합류했던 해금인사들이 새로 창당이 된 신민당으로 많이 빠져나갔다. 또한 총선결과를 보고 나서는 민한당 소속의원들이 이제는 제1야당이 된 신민당으로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 신군부의 치하에서 제2중대의 역할을 한 유치송 총재의 민한당보다는 국민의 지지가 큰 양 김씨의 신한민주당이 훨씬 낫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이동이다. 그와 같은 변화를 취재하면서 김상진은 벌써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시금 두가지의 감회를 느끼지 아니할 수가 없다; 하나는, 국민의 직접투표에 의한 선출직이라고 하는 것은 마치 ‘동냥 벼슬’과 같..

시간 이민자9(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9(손진길 소설) 3. 다시 보게 되는 민주화의 열망 김상진은 1984년8월 20일에 신문사에 들러 유럽에 다녀본 보고서를 마무리한다. 그 내용이 두가지이다; 하나는, 영국 런던에서 개최가 된 언론인 세미나에 참석한 결과보고이다. 또 하나는, 유럽의 여러 선진국의 언론의 역할에 대하여 현지를 방문하여 자료를 얻고 그곳 언론인들의 견해를 취재하고 분석한 내용이다. 3주간 유럽여행을 하는 중에 김상진이 틈틈이 그러한 내용의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있었기에 서울에 돌아오자 마자 그 다음날 바로 타이핑을 하고 신문사에 제출한 것이다. 그 다음에 그는 자신이 서울에 없었던 3주간에 한국에서 어떠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가장 관심이 가는 내용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내년 1985년 2월..

시간 이민자8(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8(손진길 소설) 1984년 7월 30일 오후에 김상진은 아내 윤지혜와 함께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발구역인 2층으로 들어서고 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성기수 부부가 신문사 사장인 방주일과 그 부인 성순혜 여사를 모시고 도착한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한다. 방사장과 부인 성 여사가 김상진과 윤지혜를 보면서 아는 체를 한다. 그들은 며칠 전 회사에서 김상진과 그의 아내인 윤지혜를 만난 적이 있기에 친근하게 대하고 있다. 성기수 부부의 배려로 김상진 부부가 사전에 방사장 부부를 회사에서 만난 적이 있는 것이다. 방사장은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처조카인 성기수가 어째서 부하직원인 김상진을 그렇게 아끼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한번은 김상진 기자를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랬더니 아는 ..

시간 이민자7(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7(손진길 소설) 신군부가 미국과 협상을 벌이면서 준 것은 무엇이고 받은 것은 무엇일까? 많은 정치학자들은 그 점이 궁금하여 치열하게 역사적인 사료들을 파헤치고 있다. 그 결과를 서울에서 2020년까지 이상우로 살다가 1980년대로 시간이민 온 김상진이 어렴풋이 알고 있다. 미국의 카터 정부나 레이건 정부가 동일하게 한국의 신군부에게서 얻고자 한 것이 세가지이다; 첫째가 박대통령이 은밀하게 추진하던 핵무기개발을 중단한다는 비핵화의 약속이다. 둘째가 미국의 전략무기를 대량 구매한다는 것이다. 셋째가 한국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다. 그 세가지를 미국 쪽에 주면서 신군부가 얻고자 한 것은 향후 10년간 자신들이 한국을 통치할 수 있도록 인정을 해달라는 것이다. 1981년에 미국을 방문한 전두환 대통령..

시간 이민자6(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6(손진길 소설) 한편 김상진 자신이 살고 있는 종로구에는 육사출신의 국회의원이면서 조금 특이한 정치인이 살고 있다. 그 이름이 이종찬인데 그는 육사 16기이며 영국무관을 지냈다. 그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고 족보자랑을 하고 있는데 그럴 만한다. 왜냐하면 그의 조부가 이회영이고 종조부가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이기 때문이다. 이종찬은 제11대국회에서 운영위원장이 되어 민정당을 만든 실무책임자 권정달, 정무수석에서 국회사무총장이 된 우병규 등과 함께 국회 3인방의 실세가 되고 있다. 당시의 국회의장인 채문식은 일제시대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군수를 지낸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하지만 채의장은 이종찬과 권정달 그리고 우병규가 국회를 운영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그것을 보면 김상진은 아직..

시간 이민자5(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5(손진길 소설) 1988년의 하계올림픽 유치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개최지가 되는 서울시에서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당시 2조원으로 추산되는 경비를 도저히 서울시에서 부담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두환 대통령은 같은 ‘하나회’ 리더로서 제2인자가 되고 있는 육사 11기 동기이며 절친인 노태우에게 올림픽 개최를 성사시키는데 있어서 앞장서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노태우는 전두환이 기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적극적이지 못하다. 김상진은 그 정체가 2020년까지 서울에서 살다가 1980년으로 시간이민을 떠나온 이상우이다. 이상우의 직업이 방송사의 정치부 기자였다. 따라서 이상우가 알고 있는 전두환과 노태우와의 관계, 그리고 하나회에 대한 정보가 김상진의 기억에 그대로 남아 있다. 조금 그 ..

시간 이민자4(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4(손진길 소설) 2. 다시 만난 신군부 시대 김상진이 근무하고 있는 신문사는 서울에서 발행되고 있는 일간지 경제신문이다. 그러므로 행정부 경제부처에 출입하거나 전경련 등의 주요 경제단체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사실 그 신문사에서는 사회면을 많이 취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경제부처는 아니지만 권력기관인 국회와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제법 있다. 그 가운데 김상진이 1981년 6월이 되자 입사한지 6개월이 지나 벌써 수습을 마치고 이제는 국회와 정부청사를 출입하는 선배기자를 보조하는 위치가 된다. 김상진의 선임자는 성기수 기자인데 명문대 경제학과 출신이며 입사한지 벌써 7년이라고 한다. 나이는 김상진보다 한살이 더 많은 1951년생이다. 성기수 기자는 군대를 의가사로 반..

시간 이민자3(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3(손진길 소설) 박창진이 주고간 주민등록증을 살펴보니 이상우의 이름은 김상진으로, 그리고 윤성혜의 이름은 윤지혜로 바뀌어 있다. 그 새이름이 두사람은 마음에 든다. 그리고 안국동의 집은 같은 동네에 있는 다른 골목의 집이다. 별로 크지가 않아서 두사람이 신접살림을 하기에 적합하다. 김상진과 윤지혜는 29세와 27세의 젊은 용모를 다시 가지게 되어서 거울을 보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들의 내적인 모습은 그것이 아니다. 그렇게 외모와 똑같이 젊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일종의 절충형이다. 그래서 40년의 과거로 이민을 왔지만 두사람의 몸은 각각 그 중간지점인 20년전의 몸과 같다. 따라서 49세와 47세의 몸인 것이다. 요컨대, 외모는 40년 전으로 젊어 있지만 신체 자체는 그 절반의 ..

시간 이민자2(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2(손진길 소설) 이상우는 하나은행 지점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박창진을 만나자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가 만일 상우 자신을 버려 두고 혼자서 타임머신을 타고 일년후로 돌아가버렸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고맙게도 박창진은 이상우를 데리고 함께 타임머신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타임머신의 시간을 2020년 7월 6일 월요일 오전 11시로 맞추고 있다. 박창진이 시동을 걸자 이번에는 주변의 풍경이 뒤로 물러나기를 시작한다. 역시 10분쯤이 지나자 두사람을 태운 타임머신이 처음 출발했던 그 장소 그 시간대로 도착한다. 두사람은 타임머신이 있는 내실에서 3호실 곧 박창진의 사무실로 돌아온다. 다시 원탁에 있는 의자에 마주 앉게 되자 박창진이 이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