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67(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3. 25. 08:01

7세기의 2267(손진길 소설) 

 

검무룡(劍舞龍) 수비대장은 그 대결에서 물러설 수가 없다. 자신마저 무릎을 꿇게 되면 동북성(東北城)이 적에게 넘어갈 지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전신의 내력을 창에 쏟아 부은 후 자신이 타고 있는 군마에 채찍을 가하면서 곧장 좌백(佐伯)에게 정면으로 돌진한다. 그는 양패구상(兩敗俱)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적장 좌백을 죽여버리고 나면 자신이 없더라도 수비병의 수가 더 많은 동북성이 적에게 넘어가지는 아니할 것이다. 그러나 좌백은 무예가 출중할 뿐만 아니라 전투경험이 너무나 풍부하다. 검대장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하고서 좌백은 정면승부가 아니라 슬쩍 옆으로 피하면서 재빨리 군마를 돌려서 상대방의 뒤를 따라 붙는다.

그리고 자신의 군마가 상대방을 거의 따라잡는 순간 재빨리 옆으로 빠지면서 빠른 창으로 검무룡 대장의 옆구리를 베어간다. 안타깝게도 그 공격을 검대장이 막지 못하고 큰 상처를 입고 그만 낙마하고 만다;

 그 무서운 광경을 목격한 수비병들이 겁을 집어 먹는다.

일단 기세가 꺾이자 동북성의 기병들이 제대로 좌백의 기마대를 막지 못한다. 역시 전투는 군사의 수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기가 더욱 중요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두운 긴 밤이 지나고 훤하게 동녘이 밝아오자 동북성에서는 큰 전투가 모두 끝나고 그저 산발적인 전투만이 계속된다. 그것은 좌백의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이삭줍기 정도이다.

큰 승부가 이미 판가름이 난 것이다. 그 결과 힘들게 무영좌백의 군대가 서기 66410월 하순에 큰 규모의 동북성을 얻고 있다. 지난 13년간 철옹성으로 버티고 있던 그 성을 얻게 되자 전방사령관 무영 상장군은 감격스럽다;

 동시에 그는 전략과 전술을 가르쳐준 친구 귀왕 책귀와 지원군을 이끌고 먼 길을 온 동무 좌백 대장군이 참으로 고맙다.

무영좌백은 동북성에서 얻은 포로병의 수를 여러 번 계수한다. 그 결과 23천명의 적병 가운데 8천명이 전사하고 남은 수가 15천명이다. 엄청난 격전을 치루었음을 반영하고 있는 수치이다. 자신들의 군대 역시 피해가 크다. 무영좌백의 원정군 15천명이 이제는 12천명으로 그 수가 줄어 있는 것이다.

결국 쌍방의 남은 군사를 전부 합산하면 27천명이다. 그러므로 이제 남은 문제는 포로병을 빨리 장수와 병졸로 분류하고 그 수준에 맞게 집중적으로 재교육과 재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사상교육까지 끝나게 되면 전부 자신의 군대에 편입해야 한다. 그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므로 서둘러야 한다. 그 일이 끝나야 동북성에 7천명 정도의 수비병을 남긴 후에 2만명의 군사를 이끌고 다음 원정에 나설 수가 있는 것이다.

무영 사령관은 좌백 대장군과 상의한 다음에 삼산성주로 일하고 있는 부친 무상 대감을 신임 동북성주로 모시기로 한다. 동북성이 3성 가운데 가장 큰 성일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얻은 성이므로 성민들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유능한 성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일을 무영좌백이 처리하고 나니 어느덧 이듬해 6656월이 되고 있다. 그때부터 한달간 원정에 나설 준비를 하고서 7월 초순에 드디어 동쪽에 있는 신궁산성(神宮山城)을 치기 위하여 나선다. 그 성도 작은 규모가 아니다. 따라서 수비병이 2만명이나 배치가 되어 있다.

특히 그 성에는 천문과 학문에 밝은 성주 고유백(高維伯)이 지장인 양하림(梁河臨)의 보좌를 받아 성민을 잘 다스리고 있다. 평소 간자의 보고를 통하여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무영 사령관이 원정에 떠나기 전에 그와 같은 사실을 친구인 좌백 대장군에게 말하고 있다.

그 말을 듣자 좌백이 갑자기 자신의 무릎을 치면서 말한다; “아차, 내가 귀왕부를 떠나올 때에 귀왕인 우리 친구 책귀가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어째서 그의 책략을 잊고 있었지? 그 내용이 이러했어!... “.

그 말에 무영좌백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귀를 가까이한다. 좌백의 설명이 간단하다; “신궁산성에는 정기가 어려 있기 때문에 함부로 군사작전을 펼쳐서는 되지 않는다고 책귀가 말했어. 따라서 책귀는 비책 두가지를 차례로 사용하라고 말했어. 먼저는 하나의 괴소문을 그 성에 은밀하게 퍼뜨리는 것이고 그 다음에는 기이한 징조를 성안에 보여주라는 것이었어. 구체적으로“.

무영이 궁금하여 숨도 쉬지 아니하고 경청한다. 그의 귀에 기발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첫째로, 유언비어의 내용은 고구려의 왕업이 그 수명을 다하였기에 왜의 식민왕국이 앞서 종말을 고하게 된다는 천기를 누설하는 것이지;

 둘째로, 고구려를 지키고 있는 연개소문(淵蓋蘇文)의 별이 크게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을 천문을 통하여 확인하라고 가르쳐주는 것이야. 그 별자리가 바로 사자자리의 가장 밝은 별이라고 책귀가 말했어!... “;

좌백의 진술을 듣고나서 무영이 말한다; “그러한 비책이 과연 효력이 있을까? 도대체 책귀는 무엇을 믿고서 그렇게 실행하라고 하는 것일까?... “. 그 말을 듣자 좌백이 말한다; “그래, 그렇게 말하면 무영이 네가 의심할 것이라고 책귀가 말했어. 그러므로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믿고 시행해보라고 하더군. 그 결과 적들의 정신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고 신궁산성을 쉽게 도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어… “.

무영이 듣고 보니 책귀의 말에 일리가 있다. 밑져야 본전이 아닌가?... 따라서 무영좌백은 원정에 나서기 전에 벌써 세작을 통하여 적성인 신궁산성에 그와 같은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만의 대군을 이끌고 가서 신궁산성 인근에 진을 친 때가 그해 66577이다.  

작년에 큰 성 동북성을 점령한 번왕국의 전방사령관 무영 상장군의 군대가 금년에는 신궁산성을 취하겠다고 대군을 몰고 왔으니 성안의 민심이 흉흉하다. 더구나 한달 전부터 이상한 소문이 성내에 돌고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그것은 고구려 왕업이 종말을 고하고 있기에 그 전에 식민왕국이 먼저 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구려를 지키고 있는 연개소문의 별이 벌써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민간의 소문을 듣게 되자 천문에 밝은 성주 고유백이 관심을 가지고 천궁의 별자리를 살피기 시작한다. 그런데 적들이 성밖 고지대에 주둔하기 시작한 그날 밤 곧 칠월칠석(七月七夕)에 갑자기 사자자리의 밝은 별이 어두워지고 있다. 민간에 떠돌고 있는 참언이 헛소리가 아니다. 성주 고유백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에 바쁘다.

그날 밤 그 별자리를 관측하고 있는 자들은 성주 뿐만이 아니다. 허무맹랑한 말이 천리를 간다고 이미 성중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소문이다. 매년 칠월칠석이 되면 백성들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길을 찾기 위하여 밤하늘의 은하수를 살핀다;

 더구나 금년에는 괴소문이 있는지라 유심히 사자자리의 별까지 관측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다. 갑자기 연개소문의 별이라고 알려지고 있는 그 큰 별이 어두워지고 있다;

큰 변괴이다. 신궁산성의 수비대장이며 지장인 양하림이 밤하늘을 쳐다보다가 깜짝 놀라서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한숨을 쉬던 양하림이 속으로 중얼거린다; “참으로 큰 일이다. 우리 신궁산성도 걱정이지만 본국인 고구려가 더 걱정이다. 대막리지 연개소문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그 어른이 얼마나 더 버틸 수가 있을까? 벌써 고희(古稀)가 넘지 아니하셨는가!... “;

당장은 성밖에 진을 치고 있는 적군과 전투를 치루어야 하는데 이와 같은 하늘의 변괴가 발생하고 말았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지장인 그는 그러한 현상이 병사들의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릴 것임을 벌써 짐작하고 있다. 그러니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수비대장 양하림은 즉시 지혜가 뛰어난 성주 고유백을 방문하여 그 문제를 숙의한다. 그 밤 고유백의 결론이 다음과 같다; “무릇 하늘의 뜻과 땅에 살고 있는 인간의 뜻이 합해야 변화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의 괴소문은 누군가 천기를 미리 살피고서 우리를 해치고자 의도적으로 퍼뜨린 그야말로 날조된 유언비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한마음이 되어 대처한다면 능히 극복할 수가 있어요. 그렇게 아시고 성의 수비에 만전을 기해 주세요!... “;

과연 그러한 것일까?... 다음날 양하림이 오전에 제장회의(諸將會議)에서 성주 고유백의 말을 전하면서 그토록 단합을 강조했지만 오후에 벌어진 전투에서는 그것이 아니다. 수비병의 사기가 영 말이 아니다. 합심 단결하여 결사적으로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데 그러하지를 못한다. 미리 패배의식에 젖어서 마냥 벌벌 떨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 수비대장 양하림이 제장들에게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단결하면 하늘의 뜻도 바꿀 수가 있다. 하물며 적들이 고의로 퍼뜨린 소문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러므로 얼른 마음을 다잡고 지금 성벽을 기어오르고 있는 적들을 모두 물리치라. 제장들은 더욱 열심을 내라!... “.

그런데 2만명의 군사로 같은 수 2만명의 수비군이 지키고 있는 성을 얻는다고 하는 것은 역시 무리이다. 3일을 밤낮 선봉부대를 바꾸어 가면서 공격했지만 별로 소득이 없다;

 그것을 보고서 신궁산성의 군사들이 다소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따라서 3일째 밤에는 다소 여유가 생겨서 많이들 취침에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큰 비극을 초래하고 만다. 무영의 인자부대가 그날 밤 어두움을 타고서 움직인 것이다. 반대방향에 있는 동쪽의 성벽을 타고서 500명의 인자들이 성안으로 들어간다;

 성벽위에서 순찰을 하던 수비병들을 소리도 나지 아니하게 단숨에 해치우고 있는 인자들이다.

그들은 성내에 침투하자 한 시진 동안이나 성의 중앙에 있는 대저택들을 수색한다. 그 중에 화톳불이 많이 지펴져 있고 저택을 지키고 있는 병사의 수가 가장 많은 곳을 골라서 누구의 집인지를 확인한다. 그 결과 무영인자(忍者)부대장이 성주 고유백의 숙소를 발견한다;

 무영은 서슴지 아니하고 기와를 여러 개 들어내고 그곳을 통하여 침실에 독침을 불고 있다.

그때쯤 인자부대의 일부는 곡식창고를 찾아내어 연속적으로 방화(放火)를 하고 있다. 갑자기 성내가 환해 진다. 불기운이 여러 곳에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동문을 지키고 있던 수비병들을 250명의 인자부대원들이 일시에 공격하고 있다. 수비병의 수가 특수부대보다 많지만 상대가 되지 않는다. 무예의 차이가 너무 큰 것이다.

그 결과 동문이 활짝 열리고 그 문으로 좌백이 이끄는 기마대가 먼저 침입한다;

 그 뒤를 1만명이 훨씬 넘는 보병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있다. 마치 큰 파도가 해일이 되어 신궁산성의 시가지를 일시에 덮치고 있는 것과 같다. 화재에 놀라서 뛰어다니던 수비병들이 밀려오는 적군을 보자 어쩔 줄을 모르고 우왕좌왕한다.

수비대장 양하림이 홀로 고군분투를 하고 있지만 한번 꺾인 기세를 되돌리지 못한다. 성주도 사라지고 이제는 수비대장마저 적들에게 포위가 되어 있으므로 수비병들이 조직적으로 적들을 상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연이다.

마침내 수비대장 양하림이 살길을 찾지 못하고 전장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장수들이 자신들의 부대를 거느리고 줄줄이 항복한다. 성주와 수비대장이 전부 죽고 말았는데 전투를 계속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무영좌백이 두번째의 성인 신궁산성마저 차지하게 된다. 이제는 마지막 성인 청백성만이 남아 있다. 따라서 그해 서기 665년 말까지는 온전히 신궁산성에서 얻은 포로병 17천명을 재교육시켜서 자신들의 전방사령부 군대에 편입하는 일에 전념한다.

무영은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장군 가운데 덕망이 있는 3사람 곧 파천득(派天得), 주용진(朱容珍), 노하덕(盧下德)을 차제에 대장군으로 진급시킨다;

그리고 파천득 대장군을 삼산성으로 보내어 성주로 삼고, 주용진 대장군을 새로 얻은 신궁산성의 신임성주로 삼는다. 무영 상장군은 앞으로 청백성을 얻으면 노하덕 대장군을 성주로 삼을 생각이다.

그리고 전공을 세운 장수들에게는 일계급 특진이 이루어진다. 차제에 병졸들 가운데 전공이 있는 자를 대거 발굴하여 십부장과 오십부장으로 삼고 있다. 그와 같은 큼직한 논공행상이 이루어지자 무영의 군대는 사기가 충만하다. 그렇지만 생각지도 아니하게 야마토의 번왕부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 결과 어떠한 일들이 무영전방사령부에서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이듬해 6665월에 평양에서 연개소문이 갑자기 별세하고 나자 왜의 땅 고구려식민왕국의 마지막 남은 성 청백성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