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69(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3. 27. 14:56

7세기의 2269(손진길 소설)

 

서기 666년 음력 5월에 고구려의 독재자 연개소문이 병사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가장 먼저 대장군 귀실집사가 귀왕 책귀에게 예방을 신청한다. 책귀는 그가 찾아올 것이라고 벌써 짐작하고 있다. 따라서 순순히 그를 만난다;

조심스럽게 귀실집사가 말문을 연다; “귀왕 전하, 일찍이 소신에게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귀왕께서는 소신을 신하로 거두는 대신에 고구려를 멸망시키는데 일조를 할 것이며 동시에 그곳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풍장왕의 처리를 소신에게 맡겨 주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이제는 연개소문이 죽고 말았으니 그때가 무르익고 있다고 봅니다!… “.

그 말을 듣자 귀왕 책귀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렇지요. 군사강국인 고구려가 나당연합군에게 쉽게 멸망을 당하지는 아니하겠지만 대막리지 연개소문이 죽고 말았으니 분명히 큰 변화가 발생하겠지요. 만약 그의 3아들이 합심하여 부친의 권력을 잘 이어받는다고 하면 고구려는 연씨 가문의 무신정권이 오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

귀왕 책귀가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설명한다; “24년 전 64210월에 정변을 일으켜 무신정권을 세운 연개소문이 당의 대규모 침공을 너무나 잘 막아내었기 때문이지요. 지난 644년과 645년 당 태종의 2차례 대규모 침공은 물론 그 뒤를 이은 당 황제 이치(李治)의 침공을 650년대에는 요서지방에서 그리고 660년대에는 사수()에서 확실하게 막아 내었지요;

 그러므로 그의 후계체제가 확실하면 장차 나당연합군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가 있다고 짐은 보고 있어요. 그렇지만“.

귀왕이 잠시 말을 끊고서 귀실집사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 다음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연개소문의 아들 3명 곧 연남생(淵男生), 연남건(淵男建), 연남산(淵男産)과 비교할 때 지금의 당 황제인 이치나 그의 장군들 그리고 신라의 국왕 김법민과 군부의 최고지도자 김유신은 훨씬 노련한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

귀실집사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고서 귀왕이 천천히 말한다; “나당연합군의 지도자들은 연개소문의 아들들이 부친의 권력을 서로 차지하고자 권력투쟁을 벌이도록 부추길 것입니다;

세작을 통하여 은밀하게 그러한 공작에 나서게 되면 고구려는 내분에 의하여 안으로부터 무너질 공산이 큽니다.  그것을 보고서 나당연합군이 북쪽과 남쪽에서 평양을 향하여 진격할 것입니다. 따라서 짐은 대장군인 귀실집사에게 한가지 임무를 맡기고자 합니다. 그것은… “.

대장군 귀실집사귀왕의 명령을 받기 위하여 자세를 바로 한다. 그것을 보고서 귀왕 책귀가 지시한다; “30명의 인자부대를 인솔하여 고구려의 평양으로 들어가세요. 그곳에서 4가지 일을 수행하세요; 첫째, 연남생과 그의 두 아우들이 어떻게 권력투쟁을 하는지를 추적하세요. 둘째, 풍장왕 부여풍이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를 추적하세요. 셋째… “.

귀실집사가 두가지 명령을 얼른 이해하고 계속되는 귀왕의 지시에 귀를 기울인다. 그때 그의 귀에 놀라운 명령이 떨어진다; “장자인 연남생이 두 아우를 권력중심에서 밀어내려고 하지만 12의 싸움이라 쉽지가 않을 것이고 어쩌면 두 아우에게 도리어 밀려서 쫓기게 될 지도 몰라요. 그러니 대장군 귀실집사는 연남생에게 밀착하여 그와 행동을 같이하세요. 그리고… “;

드디어 귀왕의 마지막 책략이 나타난다; “넷째로, 연남생이 다행히 권력투쟁에서 승리하면 그의 힘을 빌려서 대장군은 풍장왕을 처리하고 만약에 연남생이 쫓기게 되면 그를 당으로 인도하세요. 그러면 당군의 지휘관들은 연남생 덕분에 쉽게 고구려를 점령하게 되겠지요. 그때에는 대장군이 얼른 그들의 힘을 빌려서 풍장왕을 처리하도록 하세요;

 그것이 상책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귀실집사귀왕에게 여쭈어 본다; “귀왕 전하께서는 소장이 원수를 갚을 때까지 얼마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계시는지요? 감히 여쭈어 봅니다!... “. 그 말에 귀왕이 신중하게 대답한다; “과인이 천문을 살펴보니 아마도 오래 걸리지 아니할 것 같아요. 이삼 년이면 고구려의 무신정권이 끝나고 왕국 자체가 와해가 될 것으로 보이네요. 물론 그 전에 왜에 있는 고구려식민왕국도 끝장이 나고 말겠지요… “.

대장군 귀실집사는 수년간 귀왕 책귀를 모시면서 살펴보니 그가 예측하고 있는 대로 거의 왕국들의 역사가 흘러가고 있다. 그 점을 생각하면서 귀왕의 말씀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귀실집사30명의 인자부대를 거느리고 배를 타고서 고구려로 건너간다. 물론 무역을 하는 장사치로 변장하고서 입국하는 것이다.

한편 귀실집사의 고종형인 좌룡 유기룡은 그 즈음에 산동의 오덕관에서 사비성에 있는 상단의 본부로 들어온다. 백제의 왕가가 사라지고 없지만 백제의 고토에서는 신라와 연합한 백제출신의 귀족들과 거상들이 여전히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비성의 오덕상단도 여전히 국내장사와 국제무역을 통하여 이문을 얻기에 여념이 없다. 차제에 유기룡은 모친과 처자식을 데리고 아예 사비성에 들어와서 상단본부에서 행수로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유기룡은 우연히 사비성에 들린 신라의 대장군 김관수를 만나게 된다. 김관수가 먼저 유기룡을 알아보고서 큰 소리로 외친다; “이게 누구야? 유기룡 장군이 아니신가? 그대가 어째서 여기 사비성에서 장사치의 모습을 하고 있는가?... “.

그 말을 듣자 상단의 행수차림을 하고 있던 유기룡이 한눈에 김관수를 알아본다. 그가 놀라서 외친다; “아니 그대는 김관수 장군이 아니시요? 내가 당나라에서 그대를 본 것 같은데 여기 사비성에는 어쩐 일로 들리신 것이요?... “.

그 말에 김관수가 얼마나 반가운지 당장에 유기룡을 포옹하면서 말한다; “유기룡, 나는 그대를 만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서라벌에 들리게 되면 반드시 나를 찾아오라고 말했는데 어찌하여 한번도 나를 찾지 아니한 것이요? 그런데 어찌하여 당신같이 뛰어난 무장이 여기 사비성에서 장사치가 되어 있는 것이요?... “;

그 말을 들으면서 유기룡이 천천히 말한다; “김관수 장군, 백제가 망하자 산동의 번왕부도 그만 간판을 내리게 되었지요. 따라서 나는 뒤늦게 사비성에 돌아와서 이제는 상단의 행수가 되어 밥을 벌어먹고 살고 있지요. 그래 김장군은 어떻게 지냈어요?... “.

그 말을 듣자 김관수가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거참 유형의 답변이 간단해서 내 맘에 드는군요, 허허허나는 서라벌에서도 군부에서 공작일을 맡고 있어요.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인데, 유형이 나를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어떻게 안될까요? 내가 부탁합니다!... “.

그 말에 의외로 유기룡이 순순히 대답한다; “김장군이 만약에 내 청을 하나 들어주면 내가 그렇게 하지요. 사실은 나의 가까운 친척어른이 주류성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만 풍장왕과 시비가 붙어서 살해가 되고 말았어요. 그래서 나는 그 어른의 원수를 갚아주고 싶은데 부여풍이 고구려로 망명을 가버려서 그 일이 쉽지가 않네요. 그러니 나를 고구려에 밀파해줄 수 있으면 내가 김장군의 휘하에서 일을 할 용의가 있어요,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김관수가 무인 답게 손뼉을 치면서 하하라고 웃으며 대답한다; “하하하 유장군, 그것은 아주 쉬운 일이요. 나도 백제부흥운동을 한다면서 주류성에서 신왕으로 거들먹거린 부여풍이란 인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니 유장군이 나의 수하로 일하면서 고구려의 정보를 맡아주세요. 그리고 필요하면 평양으로 잠입하여 부여풍을 찾아서 원수를 갚도록 하세요. 그러면 이제부터 유장군은 나와 함께 서라벌에서 공작일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하하하… “.

생각지도 아니하게 유기룡은 신라의 대장군 김관수를 만나게 되어 그의 수하장군이 되어 서라벌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 군부에서 유기룡은 고구려에 파견한 간자에게서 들어오는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여 정세현황을 만들어 상부에 보고를 한다. 그가 그곳에서 하고 있는 일은 그 옛날 산동의 번왕부에서 집사 주천웅과 함께 하던 일과 같은 것이다;

대장군 김관수는 장군 유기룡이 무예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정보의 수집과 분석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을 보고서 대단히 만족한다. 따라서 상부에 보고하여 유기룡을 정식으로 신라의 장군으로 발령을 받게 한다. 그것으로 좌룡 유기룡은 서라벌에서 확실한 신분보장을 얻게 된다. 백제의 장군이던 그가 이제는 신라의 장군이 된 것이다.

한편 666년이 저물기 전에 왜의 무왕인 무영은 상장군이 된 좌백과 함께 한가지 깊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그것은 하나 남아 있는 청백성(靑白城)을 도모하는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 한가지 변수가 발생하여 그 일이 쉽지 아니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무왕인 무영이 먼저 말한다; “상장군, 지난 9월에 청백성으로 일단의 무장들이 들어왔어요. 그들의 정체가 고구려에서 대막리지 연개소문을 모시던 장군들이라고 해요. 그들은 주군이 병사하고 나자 그 권력을 3아들이 나누어 차지하고서 자신들을 홀대하자 그만 평양을 떠나 이곳으로 오고 말았다고 하는군요. 그 이름이… “.

그 말을 듣자 상장군 좌백이 말한다; “소장이 얻은 정보에 따르면 중심인물이 가가혁, 을치수, 정동명 등이라고 하더군요. 그들은 고구려의 전방에서 많은 전쟁에 참여하겠기에 무예는 물론 전략에도 밝은 장군들이라고 들었어요. 따라서 그들이 머물고 있는 한 우리가 쉽게 청백성을 차지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

그 말에 무왕 무영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조금 생각을 하다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3만 대군을 이끌고 청백성을 공격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들도 2만이나 되는 수비군을 보유하고 있지요. 그러므로 정상적인 공성전투로는 청백성을 얻을 수가 없어요. 따라서 비상수단이 필요해요. 상장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좌백이 신중하게 답변한다; “무왕이 하문하시니 소장의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평양에서 온 장군들이 어느 정도의 무예를 지니고 있는지 한번 확인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청백성의 서문 앞에 도착하면 일대일로 장군들이 우선 대결을 하자고 소장이 제안하여 가가혁, 을치수, 정동명과 차례로 무예를 겨루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3일간 주야로 청백성의 서쪽 성벽을 공격할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에 무왕께서는… “;

무왕인 무영좌백이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음을 짐작하고서 귀를 기울인다. 상장군 좌백의 책략이 들려온다; “무왕께서는 은밀하게 절반의 원정군을 이끌고 청백성의 동편으로 이동하셔서 인자부대를 거느리고 성안에 잠입하여 요인암살, 식량창고 방화, 성문지기 제압 등을 수행해 주십시오. 그러면 3일 후에 소장이 선봉대를 청백성 서쪽에 남겨둔 채 주력군을 이끌고 동편으로 이동하여 성안으로 쳐들어갈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무왕인 무영이 손뼉을 치면서 말한다; “상장군 말씀이 맞아요! 그것이 정답입니다. 아마 이 자리에 귀왕인 책귀가 있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계책을 말했을 것입니다. 그대로 시행합시다. 그러면 금년 11월초에 원정에 나서도록 하십시다!... “.

서기 66611월에 들어서자 무왕 무영과 상장군 좌백은 3만의 대군을 지휘하여 동편에 있는 청백성을 치고자 원정에 나선다;

 성내의 연도에서는 신궁산성의 성민들이 원정군의 장도를 축하하고 있다. 멀리 청백성의 서문이 보이는 지점에서 무왕과 사령관은 일단 행진을 멈추고 진영을 구축한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자 좌백 상장군이 성벽이 보이는 지점에 일단의 군사를 이끌고 나간다. 그곳에서 천부장 하장우가 큰 소리로 외친다; “우리 상장군께서는 평양에서 귀성에 와있는 장군들과 한번 무예대결을 하기를 원하신다. 용기가 있으면 가가혁, 을치수, 정동명 장군은 차례로 나와서 우리의 좌백 상장군과 한번 실력을 겨루어 보도록 하라!... “.

과연 하장우 천부장의 외침에 대하여 청백성에서는 어떠한 반응을 보일 것인가?... 그리고 청백성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