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65(손진길 소설)
그런데 서기 663년 8월말에 백제부흥운동이 완전히 실패로 끝나자 왜(倭)에 있는 귀왕국(貴王國)으로 한사람의 무장(武將)이 찾아오고 있다. 그자가 32세인 귀실집사(鬼室集斯)인데 그는 7살 연상인 귀왕(貴王) 책귀(策貴)를 찾고 있다. 책귀는 그 자가 귀실복신(鬼室福信)의 아들이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있기에 그를 대전으로 불러서 대화를 시도한다;
귀실집사가 귀왕 책귀의 면전에서 자신의 소개를 정식으로 한 다음에 본론을 말한다; “저는 아버지의 원한을 갚고 싶습니다. 풍장왕이 저의 아버지 귀실복신을 암살하고서 그만 주류성이 위험해지자 비겁하게도 고구려로 망명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고구려를 멸하고 풍장왕을 잡아서 죽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십시오. 문무에 두루 뛰어나신 귀왕께서는 저의 소원을 이루어 주실 수 있을 것으로 믿고서 제가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
그 말을 듣자 귀왕인 책귀가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생겨서 차제에 백제출신의 젊은 무장 귀실집사에게 질문한다; “혹시 그대의 무술실력을 내 면전에서 한번 보여줄 수가 있는가? 내가 나의 시위대장을 자네의 상대로 붙여주겠네!... “. 귀실집사가 고개를 끄떡이자 강귀수 대장군과의 검술시합이 그날 귀왕부(貴王府) 연무장에서 이루어진다.
두 사람의 대련을 한참 구경하던 귀왕 책귀가 갑자기 중지하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귀실집사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그대는 어째서 사용하고 있는 검법이 나의 친구인 유기룡과 판박이인가? 그 이유가 무엇인가?... “;
그 말을 듣자 깜짝 놀라면서 귀실집사가 도리어 묻는다; “귀왕 전하께서는 어떻게 저의 고종형님 유기룡 장군을 알고 계십니까? 형님과 저는 아버지 귀실복신으로부터 은밀하게 무예를 배웠습니다!... “.
그 말을 듣자 귀왕 책귀가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말한다; “유기룡과 나는 사비성에서 어릴 적부터 죽마고우이고 무과시험에 합격한 이후에는 백제의 무장이 되어 동부전선에서 함께 신라군과 오래 전투를 했지. 그는 지금 어디에서 근무하고 있는가? 아직도 산동성에 머물고 있는가?... “;
귀실집사가 자신의 입술을 깨물면서 대답한다; “형님은 백제를 떠나 산동성에서 살고 계십니다. 그렇지만 저의 아버지 귀실복신이 암살을 당하고 말았기에 그 원수를 갚고자 은밀하게 부여풍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귀왕 전하께서는 부디 저를 수하로 받아 주시고 훗날 제 원수를 갚도록 길을 열어주십시오. 이렇게 간청을 드립니다!... “.
그 말을 듣자 귀왕 책귀가 다가와 귀실집사의 두 손을 잡는다. 무릎을 꿇고서 호소하고 있는 그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한다; “짐은 기회가 되면 그대의 원수가 살고 있는 고구려를 멸하는데 일조를 하고 반드시 부여풍의 행적을 추적하여 그를 제거할 것이다!... 그리고… “;
귀왕 책귀가 숨을 한번 쉬고서 귀실집사의 눈을 똑바로 보고서 말한다; “그때에는 귀실집사 자네가 그 자리에서 부여풍의 수급을 취하도록 하라! 과인은 그대가 이곳으로 찾아와 주어서 고맙다. 우리 함께 이곳 왜의 땅에서 마음과 힘을 합하여 멸망 당한 백제를 대신하여 새로운 일본을 만들어 보도록 하자!... “;
과연 귀왕 책귀는 동부전선의 무영 사령관, 그리고 서쪽에 있는 방계왕국, 나아가서 한반도의 신라와 고구려에 대하여 어떠한 외교정책을 앞으로 추진하게 되는 것일까?...
서기 663년 11월이 되어 찬바람이 불자 하루는 귀왕 책귀(策貴)가 친구인 좌백(佐伯) 장군을 개인적으로 대전으로 부른다. 그리고 주위를 물리친 다음에 은밀하게 말문을 열고 있다; “좌백아, 내가 죽마고우인 너에게 부탁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곳 왜의 땅에 큰 변화를 몰고올 것인데 구체적으로 앞으로의 전쟁에 관한 계획이다. 어때 한번 들어보고서 나를 위하여 수고를 좀 해주겠니?... “.
그 말을 듣자 좌백이 절친인 책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그리고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하, 귀왕인 내 친구 책귀야, 너는 일국의 왕이고 나는 나라를 잃어버린 일개 유장이라 그동안 참으로 속의 말을 하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보냈다. 그런데 이제 나에게 의미가 있는 일거리를 하나 주겠다고 하니 그것이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나는 기쁘다. 무조건 책귀 너의 소원대로 움직여 줄 것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말해도 된다, 하하하… “;
그 말을 듣고서 귀왕 책귀가 역시 하하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하, 이제서야 그 옛날 백제의 동부전선에서 함께 신라군과 싸우던 내 친구 좌백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는구나! 그래, 우리가 힘을 합하면 천하의 대세를 능히 바꿀 수가 있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좌백이 너를 동부전선에 있는 무영에게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너에게는 특별한 사명이 있어!... “.
좌백이 긴장하면서 귀왕에게 귀를 기울인다. 책귀의 엄중한 말이 들려온다; “첫째로, 나는 너에게 5천명의 군사를 내어주고 우리 왕국의 대장군으로 삼을 것이다. 그러므로 좌백이 너는 그 군대를 이끌고 멀리 동부에 있는 신탕성으로 가서 무영을 도와 남아 있는 고구려식민왕국의 3성을 도모하도록 해라. 필요한 전략과 전술은 내가 너에게만 은밀하게 알려주마! 그리고… “;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내용이다. 좌백이 계속 경청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귀왕인 책귀가 천천히 말한다; “둘째로, 고구려식민왕국을 완전히 멸하게 되면 무영과 함께 그곳에 새로운 왕국을 세우도록 해라. 그 이름을 무왕국(無王國)이라고 정하고 무영을 초대왕으로 세우면 될 것이야. 그리고 병권(兵權)은 좌백이 네가 상장군이 되어 차지하도록 하고!... 그리고… “;
책귀가 숨을 한번 쉬고서 이어 말한다; “셋째로, 무영과 상의하여 무왕국의 영토는 너희들이 점령하는 3성과 현재 다스리고 있는 삼산성과 신탕성을 합하여 5성으로 하도록 해라. 넷째로, 그 다음에 좌백이 너는 서쪽의 삼산성에 전방사령부를 설치하고 사령관이 되어 그곳에 대군을 주둔시키도록 해라. 그곳에서 번왕부(藩王府)를 견제해야 그들이 동진하지를 못할 것이야! 그리고… “.
좌백이 귀왕인 책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때 책귀의 말이 계속 들려온다; “다섯째로, 고구려식민왕국의 3성을 정복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사실 좌백이 네가 여기서 5천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간다고 하더라도 무영의 군대는 전체 규모가 1만 5천명에 불과해. 그러므로 2만명이 수비하고 있는 이웃 동북성을 점령하기에도 부족한 군사력이지. 따라서… “;
정작 중요한 비책이 이제서야 나타난다; “무영은 인자수법(忍者手法)의 달인이다. 그가 인자부대를 이끌고 적성에 침투하면 성주와 수비대장은 목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적의 군량미창고도 몽땅 태워버릴 수가 있지. 게다가 하나의 성문 정도는 활짝 열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엄청난 이야기가 나타나자 좌백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가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허, 그러한 능력자 무영이 지금까지 그 수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단 한가지 이유 때문이지. 그것은 자신의 뒤를 받쳐줄 수 있는 좌백이 너와 같은 믿을 만한 동료가 없기 때문이야. 그러니 좌백이 네가 무영과 힘을 합하여 그러한 방법으로 적의 3성을 차례대로 차지하면 된다. 따지고 보면, 크게 어려운 방법이 아니야! 허허허… “.
좌백은 다른 사람이 웃으면서 그와 같은 방책을 말했다고 하면 실없는 농담이라고 그냥 피익 웃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다. 지금 자신에게 그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대가 바로 자신이 가장 믿고 있는 친구이자 이미 왜의 땅에서 하나의 왕국을 건설한 친구 책귀이다. 그러므로 진지하게 그의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그것을 보고서 귀왕 책귀가 이어서 설명한다; “말은 쉽지만 좌백이 네가 무영과 한마음이 되어 그와 같은 전술을 펼치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이야. 그리고 군사가 많지 아니하므로 하나의 성을 차지한 다음에는 반드시 포로를 재교육시키고 너희들의 군사로 만들어야 해. 그 일에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따라서… “;
마침내 귀왕인 책귀가 자신의 말을 마무리한다; “내가 보기에 적성 3개를 차례로 차지하고 또 기존의 삼산성과 신탕성을 합하여 무왕국을 건설하는데 있어서 전체적으로 5년의 세월은 걸릴 것으로 본다. 그동안 좌백이 너는 여기의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데 그것이 어떨지 나는 모르겠다!... “.
그 말을 듣자 좌백이 호기스럽게 대답한다; “책귀, 네가 지금 나에게 주고 있는 기회는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것이다. 이번에 내가 5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가서 무영과 함께 동부에 무왕국을 세운다고 하면 그것은 일본의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과 같은 이야기이지. 그러니 그것은 사내대장부로 태어난 내가 한번은 꼭 이루고 싶은 대업이야!… “.
좌백이 웃으면서 친구인 귀왕 책귀를 안심시키고 있다; “여기의 식구는 내가 장성한 조카 싸울에게 맡기면 된다. 나의 친형인 계백(階伯) 대장군의 아들인 싸울도 아주 뛰어난 무장이거든. 그러니 내가 존경하는 귀왕께서는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하하… “.
그 말에 귀왕 책귀가 자리에서 일어나 좌백에게 다가가서 그의 손을 꼬옥 잡는다. 그리고 포옹하면서 말한다; “내 친구 좌백아,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어서 고맙다. 부디 앞으로 5년 안에 그 대업을 이루어 다오. 무영과 네가 동부지역에서 하나의 왕국을 건설하게 되면 이곳 왜에서는 백제의 뒤를 잇는 일본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야!... “.
마침내 책귀가 다음과 같이 감격스럽게 결론을 맺는다; “한반도에서 신라가 삼한일통을 이룬다고 하면 여기 왜의 열도에서는 사라진 백제를 대신하는 일본이 다시 탄생하게 되는 것이지. 그러면 장차 통일신라와 왜의 일본이 서로 경쟁하게 될 것이야! 우리 함께 그러한 새로운 역사를 한번 이곳에서 만들어보자고, 나의 친구 좌백아!... “;
서기 663년 11월에 겨울을 재촉하는 찬바람이 왕궁의 바깥에서는 불고 있다. 하지만 북구주성 귀왕부에서는 귀왕 책귀와 그의 절친 좌백이 서로 손을 잡고서 젊은 날의 패기와 꿈을 되새기고 있다. 39세인 그들 동갑내기는 아직도 젊은 무장인가 보다.
그해 12월에 접어들자 좌백은 귀왕국의 대장군이 되어 5천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멀리 동쪽에 떨어져 있는 신탕성의 무영 사령관을 찾아가고자 원정에 나선다;
좌백과 무영은 과연 귀왕 책귀가 계획하고 있는 그대로 고구려식민왕국의 3성을 모조리 정복하고 새로운 왕국을 그곳에 건설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부터는 좌백과 무영의 정복전쟁의 과정을 하나씩 살펴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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