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6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3. 24. 11:56

7세기의 2266(손진길 소설)

 

서쪽에 있는 섬 큐슈의 북구주성(北九州城)에서 가장 큰 섬인 혼슈의 동부에 있는 신탕성(新蕩城)까지는 그 거리가 자그마치 3리나 된다. 그 먼 길을 5천명의 원정군이 이동한다고 하는 것은 대단한 군사작전이다;

군사들은 한달을 행진해야 하며 그들의 마차에는 임시 막사를 지을 재료는 물론 길양식과 생수까지 싣고 가야 한다. 게다가 중간에는 번왕국(藩王國)의 북쪽 성들을 지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귀왕인 책귀(策貴)는 대장군 좌백(佐伯)에게 사전에 장사치로 변장하고서 부관들과 함께 그 길을 답사하고 오라고 지시한다. 좌백 대장군이 부관은 물론 20명의 특수부대원과 함께 장사치가 되어 그 길을 두루 탐사하고 돌아오는데 무려 3개월이 걸린다. 그는 새해 664년 정월 보름에 출발하여 사월 보름이 되어서야 다시 북구주성에 돌아온 것이다;

그 동안에 귀왕 책귀는 번왕국의 북쪽 성을 지키고 있는 성주들에게 개인적으로 친서를 보내고 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이 시작되고 있다; “저는 과거 번왕국의 책사이며 대장군으로 근무하면서 마지막 임무가 동편에 있는 고구려식민왕국을 전부 정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서부전선으로 떠나온 것이 늘 마음에 걸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

그 다음 문장이 중요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에 제가 가진 군대에서 5천명을 떼어 그 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동부지역 신탕성에 있는 전방사령부로 보내고자 합니다. 아무쪼록 무사히 그 먼 길을 갈 수 있도록 협조하여 주시기를 요망합니다. 감사의 뜻을 전하며 그 옛날의 전우 책귀가 성주님께 문안인사를 올립니다. 평안을 기원합니다!”.

번왕국의 전방사령부에 5천명의 군사를 지원하여 주겠다고 하는데 대하여 마다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좌백 대장군이 인솔하고 있는 군대는 무사히 번왕국의 북쪽 성들을 통과하여 서기 6646월 중순에 신탕성에 도착한다;

좌백 대장군은 신탕성에 도착하기 직전에 삼산성(三山城)에서 무영(無影)의 부친 무상(無常) 성주의 환대를 받는다. 환영의 식사자리에서 성주인 무영 대감이 다음과 같이 좌백에게 말한다; “내 아들 무영이 좌백 자네의 이야기를 많이 했어. 자네는 백제의 충신 계백 대장군의 아우가 아닌가! 아무쪼록 죽마고우인 자네가 내 아들 무영이를 잘 보살펴 주시게. 이 늙은이가 부탁하네!... “;

좌백무영의 춘부장을 뵙고 그 당부의 말씀을 듣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집안의 어른이 살아 계신다고 하는 것이 참으로 든든하고 의지가 된다. 그런데 좌백은 부모님은 물론 이제는 친형인 계백마저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형수님이 장조카 싸울과 함께 북구주성에서 생활하고 계시지만 집안에서 남자로는 좌백 자신이 가장인 셈이다.

따라서 좌백은 친구인 무영이 부럽다고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와 같은 소감을 신탕성에서 절친 무영을 만나자 좌백이 인사말로 전한다. 그 이야기를 듣자 무영좌백을 포옹하면서 말한다; “좌백아, 우리 아버지를 좌백 너의 아버지로 여기고 여기서 살아도 된다. 나는 좌백이 네가 진짜 나의 형제였으면 좋겠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좌백이 주먹으로 슬쩍 무영의 옆구리를 치면서 말한다; “, 무영아, 죽마고우이며 무예도장의 동창이고 옛 전우이면 충분하지, 그래 나를 얼마나 부려먹으려고 아예 형제의 의를 맺자고 하는 것이냐? 그렇게 되면 순전히 내가 손해이지, 암 그렇고 말고, 하하하… “.

그 말에 무영이 얼마나 껄껄 웃는지 모른다. 반가운 포옹과 인사가 어느정도 끝나자 좌백이 슬쩍 두툼한 서신을 무영에게 내밀면서 말한다; “무영아, 나를 이 먼 곳으로 보내면서 귀왕인 우리 친구 책귀가 너에게 이렇게 긴 연애편지를 써서 주더구나, 하하하한번 자세히 읽어보도록 해라. 아마도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일 것이야! 그리고… “.

아직 무영귀왕의 친서를 읽기 전에 좌백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세한 내용은 내가 몰라도, 내가 떠나오기 전에 귀왕인 책귀가 내게 말했다. 이번에 내가 무영 너에게 가면 한 5년 정도는 둘이서 큰 일을 하나 도모하고 돌아와야 된다고 말이야. 그러니 자세하게 읽어보고 나중에 내게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다오. 우리가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마 뛰어난 책사인 책귀가 그 방책을 제시하고 있을 것이야!... “.

그 말을 듣자 무영 상장군이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가 조금 떨어진 자리에 가서 혼자 조용히 귀왕의 친서를 탐독한다. 아마 너무나 중요한 내용이라 두세 번 반복하여 읽는 것 같다;

 그 다음에 그가 그 친서를 잘 갈무리를 하고서 좌백을 따로 부른다. 옆방으로 건너가서 주위를 물린 다음에 조용히 말하기를 시작한다.

좌백무영의 말을 듣고 보니 일찍이 귀왕인 책귀가 자신에게 설명해준 5가지 행동방침 그대로이다. 따라서 좌백이 계속 고개를 끄떡인다. 설명이 끝나자 무영좌백에게 말한다; “책귀는 여전히 너와 나의 둘도 없는 동무이구나. 그는 우리 모두가 이곳 왜의 땅에서 힘을 합하여 또 하나의 해 뜨는 본국 곧 일본(日本)을 건설하자고 부르짖고 있다. 나도 그러고 싶다… “.

그 다음에 무영좌백의 두 손을 꼭 잡고 말한다; “책귀가 원하는 대로 나는 좌백 너와 함께 여기에서 무왕국(無王國)을 건설하고 싶다;

 좌백아, 부디 나를 도와다오! 내 친구, 좌백아… “.

그 말을 듣자 좌백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무영아, 무왕국을 건설하면 왕은 네가 해라. 그 대신에 나를 군부의 최고지도자로 삼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나도 모양이 좀 날 것이 아니냐? 하하하… “.

그 말에 무영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허허허좌백이 네가 나를 왕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데 내가 어째서 너를 상장군 사령관으로 임명하지 아니하겠느냐? 그것은 걱정하지 말아라. 좌백이 네가 싫다고 말해도 내가 그렇게 시행할 것이니까! 하하하… “.

두사람이 한마음으로 합의하자 서기 664년의 추수가 완전히 끝나고 10월 하순부터 정복전쟁이 시작된다. 신탕성에서 15천명의 대군이 동편에 있는 큰 성 동북성으로 쳐들어가는 것이다. 고구려식민왕국 가운데 이제는 3개의 성 곧 동북성(東北城), 신궁산성(神宮山城), 청백성(靑白城)이 남아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큰 규모의 성들이다.

그 가운데 특히 동북성의 규모가 가장 큰데 그곳을 지키는 수비병의 수가 2만명이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성주 연광토(淵廣土)와 수비대장 검무룡(劍舞龍)이 일찍이 무장으로서 이름을 날린 인물들이다. 그들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번왕국의 대군이 동북성으로 쳐들어오자 성루에 서서 침략군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부터 파악하고 있다;

잠시후에 성주 연광토가 크게 웃으면서 수비대장 검무룡에게 말한다; “푸하하, 검대장, 저들을 한번 보게나! 2만도 되지 아니하는 군사로 감히 우리 동북성을 한번 먹어보겠다고 달려들다니쯧쯧, 참으로 불쌍한 친구들이군. 우리 수비군이 23천명이나 되는데… 6만명쯤 몰려와야 우리가 제대로 상대를 해줄 것인데, 하하하… “.

맞는 말이다. 그러므로 수비대장 검무룡도 따라 웃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렇습니다, 성주님. 우리 수비군 23천명을 상대하자면 그 3배의 군사를 이끌고 와야 승산이 있지요. 그 정도의 군사가 없는 저들은 며칠 내로 우리의 밥이 되고 말 것입니다. 기회가 되면 제가 기병대를 이끌고 나가서 아예 저들을 모조리 해치워버리고 싶습니다, 하하하… “.

무영 상장군과 좌백 대장군은 15천명의 군사를 3분류하여 성밖에 배치한다. 1선에는 공성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부대를 앞세우고 있다. 그들의 선봉대이다. 2선에는 좌백 대장군이 지휘하고 있는 기병대를 배치하고 있다. 그 다음이 제3선인데 보병이 주이다. 그런데 거기에 특이하게도 특수부대가 포함되어 있다. 그 부대는 무영 상장군의 직속부대이다.

가장 먼저 좌백 대장군이 선봉대를 이끌고 나가서 동북성의 서편 성벽을 공격한다. 하루 종일 투석기로 큰 돌을 쏘고 사다리로 성벽을 타보아도 번번이 적의 수비병에게 막혀서 성벽위로 올라갈 수가 없다. 동북성은 거의 철옹성에 가깝다. 그렇지만 선봉부대를 바꾸어 가면서 좌백이 밤낮 3일을 계속 공격한다;

그 동안에 무영이 특수부대와 함께 야밤에 움직이고 있다. 그는 영악하게도 동북성의 반대쪽인 동편의 성벽으로 가서 어두운 그믐밤에 500명의 인자(忍者)들과 함께 성벽을 마치 물 찬 제비처럼 넘어가는 것이다.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사용하고 있기에 성벽과 성루에 드리운 어두움과 크게 구별이 되지 아니하고 있다;

게다가 그들 인자들의 경공술이 대단하다. 날렵하게 성벽위에 올라서자 순식간에 인근의 수비병을 해치우고 있다. 그리고 성문지기를 몰살시키고 동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그러자 언제 성밖에 도착했는지 좌백이 기병대를 앞세우고 쳐들어온다;

 3천명의 기병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제대로 서서 대항하는 수비병이 없다.

그 뒤를 보병 1만명이 따르고 있다. 그들은 기마대를 피하고 있는 수비병들을 해치우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성주 연광토가 크게 부르짖으며 수비병들을 독려하고 있다; “적군의 수는 우리보다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정신들을 차리고 대항하라. 우리가 반드시 이길 수가 있다. 내가 앞장을 서겠다! 이랴“.

연광토는 긴 창을 휘두르면서 좌백이 이끌고 있는 기마대를 덮치고 있다. 실로 삼국지의 장비와 같은 면모가 엿보이는 맹장이다. 그것을 보고서 흥미가 생긴 대장군 좌백이 역시 긴 창을 휘두르면서 연광토11로 상대한다;

일순간 힘차게 부딪힌 창과 창에서 쇳소리가 크게 나면서 번쩍 불꽃이 튀고 있다. 그 모습이 굉장한 구경거리이다. 그래서 그런지 잠시 쌍방의 군사들이 싸움을 중지하고 그 마상대결을 보느라고 바쁘다.

이제는 연광토좌백의 마상대결의 결과가 그 밤의 전투의 승패를 결정지을 것만 같다. 그러한 중요한 시점에 좌백이 자신의 전신 내력의 상당부분을 긴 창에 불어넣는다.

그렇지만 고구려 대막리지 연개소문(淵蓋蘇文)의 집안출신인 연광토도 결코 만만하지가 아니하다. 그 역시 내공을 수련한 장수이기에 충분한 내력을 자신의 창에 불어넣고서 공격에 나선다. 그 결과 이번에도 두 장수는 우열을 가리지 못한다.

그것을 보고서 좌백이 자신의 공력 8할을 사용하여 선공에 나선다. 군마가 서로 부딪히기 직전에 간격을 벌리고 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아니하고 두개의 장 창이 서로 불을 뿜는다. 누가 밀리고 있는 것인가? 쌍방의 군사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연광토의 입에서 끄윽 하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그의 손에서 창이 벗어나고 있다.

내공에서 밀리고 있기에 내력이 약한 쪽의 창이 멀리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 다음순간 말을 급히 돌려서 쳐들어오는 좌백의 긴 창을 성주 연광토가 미처 막지를 못한다. 하기야 손에서 창이 벗어나 버렸기에 막을 수 있는 무기가 없는 것이다;

그 결과가 심히 비참하다. 연광토의 옆구리가 순식간에 쩌억 갈라지면서 무게의 중심을 잃어버린 그가 그만 말에서 떨어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서 수비대의 기병들이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 순간 좌백의 기병대가 일시에 수비병들을 휩쓸고 지나간다.

성주를 졸지에 잃어버린 수비병들이 그야말로 군율이 서지 못하여 오합지졸이다. 그것을 보고서 수비대장 검무룡이 재빠르게 제2선으로 물러나 군사들을 정리한다. 검대장은 전투경험이 풍부한 모양이다.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은 다음에 15천명의 군사로 무영의 군사 1만명과 다시 상대를 하고자 한다.

그것을 보고서 좌백이 얼른 자신의 기마병 3천명을 이끌고 검무룡의 본진 중앙을 돌파한다. 검무룡 좌우에 진형을 형성하고 있던 기마병 2천이 검대장과 함께 움직이면서 좌백의 기마대와 마주 부딪힌다. 그때부터 쌍방 간에 쉽게 승부가 나지 아니하는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좌백이 그대로 검무룡을 향하여 말을 몰고 달려나간다. 좌백의 긴 창이 힘차게 검무룡의 옆구리를 노리고 달려든다. 검무룡이 얼른 자신의 창으로 좌백의 창을 막는다. 그 순간 손이 얼얼하다. 상대방의 내공이 자신보다 월등한 것이다. 그때문에 성주 연광토가 죽임을 당한 모양이다.

과연 좌백검무룡의 마상대결은 어떻게 전개되고 그에 따라 동북성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되고 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