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와 아끼꼬(손진길 소설)

상규와 아끼꼬3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2. 30. 14:46

상규와 아끼꼬34(손진길 소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하이스쿨(high school) 일본어선생으로 근무하고 있던 아끼꼬 2013 6월부터 이듬해 2014년말까지 대장암과 간암에 걸려서 1년반이나 고생을 한다. 만나이로 41세인 그녀가 비로서 떠나온 고향을 생각하면서 미국의 뉴욕에 살고 있는 부모와 형제 그리고 조부모를 그리워한다.

그것을 보고서 이듬해 2015년 부활절 휴가를 이용하여 임상규아끼꼬와 함께 딸 상아를 데리고 뉴욕으로 들어와서 처가식구들을 찾는다. 20년 가까이 미국을 떠나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살고 있는 딸을 보자 부친 피터(Peter)와 모친 히로꼬(Hiroko)는 간곡하게 부탁한다; “아끼꼬야, 이제는 뉴욕으로 돌아와서 우리와 함께 살자꾸나!... “.

그 말을 듣자 아끼꼬는 뉴욕으로 이주하고 싶어한다. 그것을 보고서 임상규는 가족을 솔거하여 2015 7월초에 아예 호주 시드니에서 미국 뉴욕으로 다시 이민을 떠나온 것이다.

그런데 2020년 여름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병이 미국에서 극성을 부리자 그만 아끼꼬의 조모인 케이트(Kate)가 감염이 된다. 1929년생인 그녀는 91세의 고령이다. 따라서 3살 연하인 남편 찰스(Charles)가 개인의료보험을 사용하여 아내 케이트를 급히 사립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태이다;

찰스는 병원에서 격리되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내 케이트를 방문할 수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게다가 88세의 노인 찰스는 아내가 병원에 격리되어 입원중이므로 그 혼자서는 집에서 요리를 하거나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가 없다.

그것을 보고서 아들 피터(Peter)가 여동생 한나(Hanna)와 상의한다; “한나, 내 생각에는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식사도 준비하고 병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누가 도와주어야 한다. 너와 나는 60대 중후반의 나이이니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아끼꼬브라이언 가운데 누구를 아버지 집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까?... “.

한나가 한참 생각을 하더니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오빠, 아끼꼬의 가족을 아버지 집으로 들여보내고, 차제에 브라이언 가족을 오빠집으로 들어오게 하시지요. 그렇게 먼저 조치하시고 나중에 아버지 집을 손녀 아끼꼬에게 주고, 오빠집을 아들 브라이언에게 주세요. 나는 아버지를 직접 모시지 아니하는 대신에 부모님의 집을 아끼꼬 가족에게 주고 싶어요!... “.

그 말을 듣자 피터가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자신의 생각과 별로 다르지가 아니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피터로서는 부모님의 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 권리를 자신과 동등하게 지니고 있는 여동생 한나의 뜻을 분명하게 재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신중한 피터의 질문이 다음과 같다; “한나, 너의 말은 부모님의 재산상속을 포기하고 그 대신 그것을 조카딸인 아끼꼬에게 주겠다고 하는 것으로 들린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이냐?... “.

그 말에 한나가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오빠 말이 맞아요. 저는 남편 조지(George)와 함께 로펌을 경영하여 많은 돈을 벌었어요. 그러니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가 미국 뉴욕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아끼꼬에게 그 집을 주고 싶어요. 오빠 그렇게 하세요!... “.

피터한나의 최종적인 결정은 부친 찰스(Charles)를 돌볼 수 있도록 손녀인 아끼꼬의 가족을 뉴욕 브루클린(Brooklyn)에 있는 그 집으로 들여보내는 것이다. 동시에 67세 동갑인 피터(Peter)히로꼬(Hiroko) 부부를 돌보기 위하여 뉴욕 퀸즈(Queens)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아들 브라이언(Brian) 가족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찰스의 딸인 한나(Hanna)가 벌써 64세이며 그녀가 로펌의 공동대표로 매우 바쁘기 때문에 친정아버지 찰스를 자신의 집으로 모시거나 그녀가 부친의 집에 들어가서 친정아버지를 돌볼 여유가 전혀 없다.  따라서 부득이 47세인 조카딸 아끼꼬를 그 집으로 들여보내고 있다.

그것은 아끼꼬에게 하이스쿨 일본어선생을 그만두고 조부 찰스를 잘 모시라는 것이다. 그 대신 그 보상으로 그 집을 주겠다고 하는 제안인 것이다. 친정아버지 피터로부터 그 말을 전해들은 아끼꼬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에 따라 임상규가 딸 상아를 데리고 아내 아끼꼬를 따라 브루클린 처조부의 집으로 이사한다. 임상규는 지난 2015 7월에 뉴욕으로 이민을 와서 무려 5년이나 함께 살고 있던 장인과 장모의 집을 떠나 이제는 처조부의 집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2020년 가을에 병원신세를 오래 지고 있던 케이트가 그만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미국이므로 장례식에 참석하는 가족의 수가 아주 제한적이다. 그날 사랑하는 아내 케이트를 떠나 보내는 일본계 미국인 찰스의 슬픔이 가장 크다;

그리고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찰스의 동생 제임스(James)는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전화상으로 조의만 표시하고 있다. 케이트의 시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확실하게 예방하기 위하여 곧바로 화장장으로 들어가고 만다. 그리고 유골함은 유족들이 공동묘지에 있는 벽면 납골당에 모시고 있는데 그 보존기한이 30년이다;

그러한 장례절차를 보고서 찰스는 삶에 대한 허무를 느끼고 있다. 젊은 시절 한국전쟁에 참여하여 다리에 부상을 입은 찰스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아준 고마운 백인 간호사가 바로 사랑하는 아내 케이트이다.

케이트는 처녀시절에 한번 방문한 대도시 뉴욕을 엄청 동경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서 그녀를 사랑하는 남편 찰스가 지난 1957년에 부모님이 계시는 서부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처자식과 함께 동부로 왔다.

그들 부부는 그때부터 뉴욕을 사랑하면서 브루클린에서 계속 살아왔다.  지극히 사랑하는 아내 케이트와 함께 뉴욕에서 살아온 지난 64년의 긴 세월이 마치 찰나인 것처럼 찰스의 머리에서 순식간에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있다;

찰스 자신은 뉴욕에서도 샌프란시스코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직업이 하이스쿨 역사 선생이었다. 아내 케이트는 여전히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였다. 그들 부부는 아들 피터와 딸 한나를 뉴욕에서 잘 키워 정치학교수와 변호사로 각각 활동하게 했다.

이제는 아내 케이트가 떠난 집에 손녀 아끼꼬의 가족이 들어와서 함께 살고 있다. 적적하고 외로운 찰스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다행이다. 특히 증손녀 13살짜리 임상아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찰스가 지켜보고 있으니 그것이 의미가 있고 좋다;

그렇게 2년이 지나자 2022년 가을에 90세의 찰스마저 노환으로 밤에 잠을 자다가 그대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장례식에 참석한 유가족 가운데 아끼꼬가 가장 슬퍼한다. 그녀가 할아버지 찰스를 모시고 살면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장례절차가 끝나자 피터한나와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아끼꼬에게 말한다; “아끼꼬, 그동안 할아버지를 잘 모시느라고 고생했다. 따라서 우리는 2년전에 너에게 말한 그대로 브루클린의 집을 아끼꼬 너에게 주고자 한다. 그 대신에 퀸즈의 저택은 장차 너의 남동생인 브라이언에게 줄 생각이다. 그렇게 하자꾸나!... .

피터와 그의 여동생 한나가 그날 거듭 천명한 내용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한나가 일체 부모님의 재산을 상속받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녀는 로펌을 만들어 오래 경영한 결과 큰돈을 벌었다. 따라서 구태여 부모님의 재산을 받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에 따라 뉴욕에서 아끼꼬가 조부모의 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끼꼬는 할아버지 찰스로부터 상속받은 그 집의 등기를 남편 임상규와 함께 공동명의로 하고 있다;

 그렇게 공동등기로 한 이유는 절세를 위한 것이다. 찰스의 재산을 아끼꼬 부부가 손쉽게 상속하기 위하여 돈을 주고 산 것으로 서류를 꾸민 것이다.

그 거래에 대하여 아들 피터와 딸 한나가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공동명의(joint title)로 권리증이 발부가 되고 있다. 두사람의 재산의 규모로 보아 그 정도의 집을 충분히 매수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모든 일을 끝내고 202212월에 들어서자 임상규의 가정에 큰 비극이 찾아온다. 그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이다.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향하고 있는 지하철에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 사건으로 희생이 된 사람들의 인적사항이 뉴스에 속보로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 아끼꼬 림 맥도웰의 이름이 들어 있다.

그날 일찍 로펌에서 업무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있던 임상규가 귀가하지 아니하고 있는 아내 아끼꼬를 기다리느라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뉴스 속보에서 총기난사사건이 발표가 되고 그 희생자 명단에 아내의 이름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정신이 아찔한 임상규는 급히 딸 상아를 데리고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종합병원 영안실로 들어선다;

 그곳에서 그와 상아는 차디찬 시신이 되어 있는 아름다운 49세의 여인 아끼꼬를 만나고 있다.

임상규는 아내의 시신을 끌어안고서 통곡한다.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가 곁에 있기에 그는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그 다음에는 미국 뉴욕까지 따라온 사람이다. 이제 그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나이 50도 살지 못하고 임상규 자신의 곁을 떠나버렸다.

임상규가 마치 미친 사람처럼 영안실에서 아끼꼬의 찬 시신을 안고서 울부짖고 있다; “아끼꼬, 나는 당신을 이렇게 떠나 보낼 수가 없어요. 아직 할 이야기도 많고 함께 할 일도 많은데 당신이 훌쩍 이렇게 허무하게 내 곁을 순식간에 떠나고 말다니!... 아무리 인생이 아침안개와 같다고 하지만 이것은 너무한 것이지요.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 이제 나와 상아는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는 말입니까?... “;

그 옆에서 아버지 임상규의 넋두리를 듣고 있는 15세의 여고생 임상아는 앞이 캄캄하다. 하지만 부친 임상규가 그렇게 정신이 없는 사람처럼 계속 중얼거리고 있는 것을 그대로 둘 수가 없다. 따라서 큰소리로 말한다; “아버지, 정신을 차리세요. 엄마를 따라 우리가 함께 이 세상을 떠날 수가 없지 않아요. 그러니 부디 정신을 차리세요, 대디!... “;

임상아의 큰소리를 듣자 그제서야 임상규가 지극한 슬픔에서 퍼뜩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딸 상아의 얼굴을 마주 본다. 다음순간 마치 독백처럼 읊조린다; “그렇지, 아끼꼬. 당신이 남긴 딸 상아가 내 옆에 남아 있군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상아를 당신만큼 아름답게 자라 자신의 가정을 이루도록 끝까지 돌볼게요. 그 다음에 내가 당신 곁으로 따라갈 거예요!... “.

그날 급보를 듣고 깜짝 놀라서 그 병원 영안실로 친지들이 방문하고 있다. 그 다음에 임상규상아아끼꼬의 장례를 지낸다. 그리고 교외지역에 있는 공원묘지에 그녀의 시신을 매장한다. 이듬해 20232월에는 잔디무덤 앞에 묘비를 세운다. ‘남편 임상규와 딸 임상아가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 아끼꼬가 여기 잠들어 있다고 하는 비문이 선명하다;

그 다음 20233월부터 아끼꼬가 없는 뉴욕에서 남은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임상규임상아에게는 어떤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