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와 아끼꼬(손진길 소설)

상규와 아끼꼬1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2. 7. 15:16

상규와 아끼꼬16(손진길 소설) 

 

임상규가 호주 시드니 로펌에서 주로 맡고 있는 업무가 중국과의 무역관계에 대한 법적인 처리문제이다. 그런데 2012년에 들어서자 로펌에서는 임상규 변호사에게 한번 중국을 다녀오도록 지시하고 있다.

호주에서 중국으로 철광석과 유연탄을 많이 수출하고 있는데 그 계약서의 일부규정에 대하여 양국 회사 사이에 견해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그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중국측 수입회사에서는 호주 수출회사의 간부와 법무팀을 중국으로 불러서 이틀간 실무회의를 하기를 원하고 있다;

마침 그 일자가 73()4() 이틀이다. 그것을 보고서 3월초에 임상규가 아내 아끼꼬에게 기쁜 마음으로 제안하고 있다; “아끼꼬, 금년 7월초에 나는 중국으로 출장을 가도록 되어 있어요. 그런데 내가 그 날짜를 살펴보니 마침 방학기간이예요. 그러니 나와 함께 이번 기회에 극동지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어떻겠어요?... “.

그 말을 듣자 아끼꼬가 호호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참으로 좋은 기회이군요. 저는 대 찬성이예요! 그러면 우리 상아도 데리고 가도록 해요. 어린시절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호호호… “.

여행기간이 마침 학교의 방학기간(term break)이므로 임상규가 서둘러서 여행스케줄을 확정하고 그에 따른 3사람의 항공편을 예약한다. 2주간 방학이므로 그 기간 동안 12일을 유용하게 해외여행에 사용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630일 토요일에 시드니공항을 출발하여 711일 한국의 인천공항에서 시드니로 되돌아오는 스케줄이다. 임상규아끼꼬는 이왕 중국으로 가는 김에 아예 이웃나라 일본한국을 방문하고 호주 시드니로 돌아오고자 하는 것이다.

예정대로 630일 저녁에 시드니에서 출발하여 다음날 71일 아침에 상하이(上海)에 도착한다. 그리고 미리 예약해둔 Holiday Inn Express Shanghai Huijin호텔에 들어선다. 일단 호텔에 짐을 맡기고 시내구경을 한 다음 오후에 돌아와서 체크인(check-in)을 한다. 3식구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큰 방을 예약했는데 그것이 편리하고 좋아 보인다;

상하이 내륙 쪽 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그 호텔에 머물고자 하는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회의장소(convention centre)가 가깝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놀이공원이 인근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72일 월요일부터 3일간 임상규가 회사사람들과 법무관계업무에 참여하는 동안에 아끼꼬는 딸 상아를 데리고 상하이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놀이공원에도 다녀온다.

74일 수요일 오후에 공무를 전부 마치고 임상규가 호텔에 돌아오자 아끼꼬와 딸 임상아가 반갑게 그를 맞이한다. 그것을 보고서 상규가 아끼꼬에게 말한다; “아끼꼬, 내일 오전 비행기로 일본 도쿄(東京)로 가도록 되어 있어요. 그러니 오늘 저녁은 우리 함께 상하이 야경을 실컷 보도록 합시다”.

바닷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상하이는 여름철 저녁 날씨가 참으로 좋다. 그리고 21세기에 크게 발전한 중국의 대도시 답게 높은 빌딩과 야경이 굉장히 휘황찬란하다. 어떻게 보면 중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을 경제도시 상하이가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 모습을 보고서 변호사일 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와 경제에도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임상규가 아내 아끼꼬에게 말한다; “1980년경부터 국가주도형 경제개발계획을 실시한 중국이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군요. 상하이의 스카이라인과 야경이 볼만합니다. 그런데… “.

갑자기 임상규의 말이 무거워진다; “벌써 2년전 2010년에 중국의 국내총생산 규모가 일본을 능가하여 이제는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되었어요;

 그러니 이제부터 미국의 견제가 시작될 거예요. 멀지 아니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호주에도 그 영향이 나타나게 되겠지요!... “;

아끼꼬임상규의 말의 의미를 전부 이해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임상규는 일찍이 오클랜드대학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또한 수년간 중국과 호주 사이의 무역회사의 법적인 문제를 처리하면서 그 방면의 전문적인 지식을 상당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아끼꼬는 일본어 및 일본문학 그리고 일본의 역사에 대한 지식만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음날 75일 목요일 오후 일찍 일본 도쿄 외곽에 있는 나리타(成田)공항에 도착하자 그때부터는 아끼꼬가 앞장을 선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듯이 이제부터는 그녀의 홈그라운드 세상인 것이다;

아끼꼬의 안내로 임상규와 딸 임상아는 편하게 신주쿠에 있는 리가 로얄 호텔’(RIHGA Royal Hotel, Tokyo)에 투숙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위치가 좋다. 그리고 구내에 중국식당이 있어서 식사하기에 편리하다;

  

일본사람들이 아끼꼬 하야시 맥도웰을 볼 때에는 일본여성과 백인여성의 아름다움을 함께 지니고 있는 매력적인 여인이다. 따라서 나이 40세가 된 아끼꼬이지만 일본남성들이 길을 가다가도 그녀를 슬며시 쳐다본다.

그러한 눈길을 아끼고는 자신의 매력으로 알아서 그런지 미소를 띠고 있지만 그녀의 남편인 임상규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하다. 따라서 다음날 함께 상아를 데리고 도쿄시내구경에 나섰다가 기어코 한마디를 한다; “아끼꼬, 당신이 미인이라 남자들의 눈길이 따가워요. 그러니 좀 조심을 하세요!... “.

그 말을 듣자 아끼꼬가 매력적인 웃음을 흘리면서 젊은 남편 임상규를 놀린다; “상규, 내가 나이가 40살이 되어가도 여전히 매혹적인 여성이니 그것을 어떻게 감추겠어요. 그러니 당신이 좀 양해를 하세요. 이것도 당신 복이 아니겠어요? 호호호… “;

그 말에 난데없이 5살짜리 딸 상아가 끼어든다; “남자들이 자꾸 엄마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 엄마가 이뻐서 그런 거예요? 나도 크면 그렇게 되는 거예요?... “. 그 말을 듣자 임상규는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끄응하면서 한발 물러서고 만다.

상규아끼꼬는 딸 상아를 데리고 75일 목요일부터 78일 일요일까지 34일간 도쿄에 머무르면서 유명한 사찰과 신사, 공원과 쇼핑거리, 그리고 황궁과 디즈니랜드 등을 전부 구경한다;

 그 동안에 임상규는 틈틈이 호텔에 비치가 된 신문을 보고 또한 방송을 청취한다.

그 결과 임상규가 한가지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백세인생에 대한 기사가 많다. 그리고 은퇴한 이후의 삶에 대하여 방송에서 많이 다루고 있다. 경제발전과 산업기술의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적다. 일본에서는 디지털 IT세대와 더불어 상당수의 아날로그 세대가 공존하고 있다고 하더니 그런 모양이다. 그 옛날 활기에 차던 일본은 어디로 가버리고 만 것일까?... “.

임상규는 한국의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던 시절 곧 1980년대 후반에 일본은 놀라운 선진국이고 한국은 이제서야 중진국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따라서 방송에서는 일본의 선진사회의 모습을 많이 비추면서 그것이 한국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롤 모델이며 반드시 일본처럼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20127월에 도쿄에 들러 시내와 호텔 주변을 둘러보니 크게 부러워할 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상규는 그 해답의 실마리를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자신의 아내인 아끼꼬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녀의 얼굴에는 동양인 일본여성과 서양인 미국여성의 모습이 전부 들어있다. 그것을 보고서 임상규가 속으로 생각한다; ‘아끼꼬가 그 해답의 실마리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일본어를 사용하고 일본문학과 일본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으므로 일본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

임상규의 생각이 상당히 비약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벌써 일본인이 아니고 미국인이다. 사실은 일본인의 상당수가 미국에서 완벽하게 미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의 상당부분이 이미 미국의 것으로 되어 있다. 그 모두를 합해야 그 옛날 전성기의 일본이 아닐까?... ‘.

그와 같이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임상규의 머리에 어떤 책의 제목 두개가 한꺼번에 떠오른다. 그 하나가, ‘일본은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가, ‘일본은 있다는 것이다;

 그 제목을 순간적으로 임상규가 보완한다; “(미국인이 되어버린 그들에게) 일본은 없다. 그러나 (그들이 각성하여 유태인처럼 행동하게 되면 그때에는) 일본은 있다!... “.

78일 일요일 오후에 상규아끼꼬는 딸 상아를 데리고 항공편으로 일본의 나리타공항에서 한국의 인천공항으로 들어온다. 2시간도 채 걸리지 아니하는 짧은 비행구간이다.

여기서는 임상규가 안내자가 된다. 그의 홈 그라운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처자식을 데리고 강남 잠원동에 있는 the Riverside Hotel’에 투숙을 한다;

 그곳이 두루두루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국 어느 도시든지 갈 수 있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 가깝다;

이제부터 34일간 711일 수요일까지 서울에 머물면서 임상규는 가족을 데리고 어디를 방문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는 과연 무엇을 깨닫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