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와 아끼꼬(손진길 소설)

상규와 아끼꼬17(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2. 8. 10:04

상규와 아끼꼬17(손진길 소설)

 

임상규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인 아끼꼬에게 큰 소리를 쳤다. 한국에서는 자신이 모든 길안내를 할 것이라고 호기스럽게 큰소리를 친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은 그것이 좀 불안하다. 왜냐하면, 상규가 한국을 떠난 시점이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955월인데 지금은 무려 17년의 세월이 지나 20127월인 것이다;

지난 17년 동안에 한국의 수도인 서울은 변해도 너무 변해 있다. 그 옛날의 건물을 이정표로 삼아 길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 사이에 신축된 고층건물들이 즐비하여 그것이 쉽지가 아니하다. 한국에서의 17년 동안의 변화라고 하는 것은 뉴질랜드나 호주의 변화와 비교하면 실로 대단한 것이다;

서울시내의 곳곳을 거미줄과 같이 연결하고 있는 것이 땅속을 달리고 있는 지하철인데 그것이 지난 17년 세월 동안에 너무 많이 건설되어 있다. 따라서 머리가 명석한 35살의 젊은 임상규라고 하더라도 한참 지하철노선도를 살핀 다음에야 목적지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내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환승할 수 있는 교통카드가 참으로 편리하다. 그와 같이 첨단 IT시대에 벌써 접어들어 있는 대도시가 서울인 것이다. 그 점을 발견하고서 임상규는 앞으로도 서울과 한국의 발전은 굉장히 빠를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남편 임상규의 안내로 78일 일요일과 79일 월요일 이틀동안 서울시내를 다녀본 다음에 아끼꼬가 저녁식사를 끝내고 객실에 들어오자 깊은 생각에 빠진다. 그 다음에 일본의 역사에 해박한 그녀가 다음과 같이 상규에게 말한다; “확실히 도쿄보다 서울의 발전이 더 빠른 것 같군요. 그 이유가 아무래도… “.

임상규가 귀를 기울이자 아끼꼬가 조용히 말한다; “내가 계산해보니 일본의 산업근대화와 도시의 현대화는 지금까지 140년 이상이 걸린 것이예요. 1868메이지(明治)유신 때부터 시작된 것이니까요. 그런데… “;

잠시 숨을 돌리고 아끼꼬가 이어서 말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산업근대화에 걸린 시간이 엄청 짧아요. 1961년 군사혁명이후 지금까지 50년 남짓 지났을 따름이니 그 발전의 속도가 2배 이상 빠른 거예요. 그러니 앞으로도 일본에 비해 한국이 더 빨리 변화하고 발전하겠군요!... “;

그 말을 듣자 임상규가 관심을 가지고 아내 아끼꼬에게 물어본다; “아끼꼬, 그러한 발전속도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고 있어요? 도대체 일본인과 한국인은 그 성격이나 행동이 어떻게 다른가요?... “.

그 질문에 대하여 아끼꼬가 잠시 눈을 감고서 깊이 생각을 한다. 그 다음에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연다; “상규, 내가 생각하기로는 크게 보아 민족성의 차이가 두가지 있어요; 하나는, 일본민족은 무신정권이 칼로써 오래 다스렸기에 백성들이 상명하복에 매우 익숙하지요. 반면에 한국은 근세조선이 유학사상으로 오래 붓으로 통치하였기에 사대부와 백성들이 명분과 이치를 둘러싸고 쟁론이 극심하지요… “.

색다른 접근방법인 것 같아서 임상규가 경청한다. 그러자 아끼꼬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렇게 여러 각도에서 다른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 그것이 다양한 문화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21세기 문명의 특징은 한마디로, ‘남다른 창의성이니까요… “.

아끼꼬가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또 하나는, 젊은이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활기와 생동감이지요. 따지고 보면, 구태의연한 구세대를 초월하고 있는 그들의 새로운 사고방식에서 파생되고 있는 것이 다음 세대의 첨단과학이 아닐까요?… “.

일리가 있는 설명이다. 따라서 임상규가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 다음에 임상규는 신중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한국의 현대정치사를 보더라도 그렇군요. 1987년에 헌법개정을 하고 지금까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계속 고수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1995년에 내가 부모님을 따라 서울을 떠나 뉴질랜드로 이민을 갈 때에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이었지요. 그런데… “;

임상규가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그 뒤에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을 지나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 시대이군요. 지난 17년 사이에 4명의 대통령이 등장하여 정권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것은 내가 알기로는 호주나 뉴질랜드의 3년제 내각제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달라요. 왜냐하면… “.

아끼꼬가 경청을 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임상규가 천천히 설명한다; “내각제 아래에서는 정권교체가 있어도 사실은 국가정책에 있어서는 그렇게 큰 변화가 없어요. 평소에 매주 한번 의회에서 여야간에 정책토론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와 달리 한국에서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전임 대통령시절의 국가정책이 거의 전면재조정이 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

잠시 숨을 쉬고서 임상규가 결론을 맺는다; “한국의 경우 정권의 교체는 일종의 레짐(regime)의 변화라고 볼 수가 있지요. 그와 같이 정치 및 정책의 변화가 극심하게 발생하고 있으니 그에 따라 새로운 기술의 발전도 빠르다고 볼 수가 있어요… “. 그 설명을 듣고서 아끼꼬가 나름대로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이틀만에 대충 서울구경이 마무리가 되자 그 다음날 710일 화요일 아침에 임상규가 호텔에서 체크 아웃’(check-out)을 한 다음에 택시에 짐을 싣고서 처자식을 데리고 강남 고속버스터미널로 간다. 그곳에서 그 옛날 통일신라의 고도인 경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려고 매표소를 찾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아끼꼬가 임상규에게 질문한다; “한국의 고속철도 KTX를 이용하면 훨씬 빨리 경주에 도착할 수가 있는데 어째서 고속버스를 타고 가려고 하는가요?... “. 그 말에 임상규가 즉시 대답한다; “나는 이민을 떠나기 전에 여기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반포의 주공아파트에서 오래 살았어요… “.

 임상규가 빙그레 웃으면서 계속 말한다; “당시에 나는 지방의 도시를 방문할 때에는 고속버스를 주로 이용했고요. 따라서 옛날의 정취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자 이 방법을 선택하고 있지요, 하하하… “. 그 말에 아끼꼬가 생긋 웃으면서 말한다; “그런 사연이 있군요. 좋아요, 우리 그렇게 합시다!... “.

임상규아끼꼬 그리고 딸 임상아를 태운 고속버스는 4시간 남짓 지나자 벌써 천년의 고도(古都, old capital)인 경주시내에 들어선다. 그곳에서 상규는 택시에 짐을 옮겨 싣고 가족과 함께 보문단지로 간다. 미리 예약한 켄싱턴 리조트 호텔’(Kensington Resort Hotel)에서 일박하고자 체크 인’(check-in)을 한다. 구내에 뷔페식당이 있어 편리하다;

그날 오후에는 저녁 늦은 시간까지 임상규아끼꼬와 딸 상아를 데리고 경주의 고적지를 두루 관광한다. 일본의 문학과 역사를 전공한 아끼꼬가 천년의 고도 경주에 오자 관심이 지대하다. 따라서 그녀는 천마총을 비롯한 고분공원을 두루 방문한다. 그 다음에 안압지, 반월성, 첨성대 등을 일일이 찾아본다;

임상아는 아직 5살 꼬마이다. 그러므로 경주 고적의 유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첨성대와 불국사에 있는 다보탑과 석가탑을 바라보고서는 아름답다고 나름대로 말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아끼꼬가 한마디를 한다; “상아는 자라면 나중에 역사를 전공할지 몰라요. 경주의 고적에 제 나름대로 관심이 많네요, 호호호… “;

그 말을 듣자 임상규가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모전여전(母傳女傳)인가 봅니다. 상아가 당신을 닮았어요. 그러니 나중에 한국의 역사와 일본의 역사에 두루 정통하겠어요. 우리 한번 잘 키워보도록 합시다, 하하하… “;

경주에서 일박을 하고 아침 일찍 그들은 서울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곧바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가서 출국수속을 밟은 후에 711일 수요일 저녁비행기로 호주 시드니로 간다.

비행기가 밤새 10시간 동안이나 날아서 다음날 712일 목요일 아침 일찍 시드니공항에 도착한다. 임상규의 가족은 입국심사를 받은 후 짐을 찾고 세관신고를 함으로써 입국절차를 완전히 마친다. 그리고 택시에 짐을 싣고서 파라마타(Parramatta)에 있는 집 아파트로 간다;

돌이켜보면, 12일 동안에 극동의 3나라를 전부 방문한 그들이다. 아직 그들은 젊은가 보다. 그해가 지나고 나면 다음해 2013년에는 그들이 살고 있는 호주와 그들이 다녀온 중국 사이에서는 과연 어떠한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