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원 코리아7(손진길 소설)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발표된 남북정상의 합의문을 읽고서 크게 고무된 사람이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는 교민 한국영 목사이다. 그가 아내 장미란에게 말한다; “여보, 나는 친가와 외가 양쪽에 어른들이 북한에서 살고 있어요... “;
그 말을 듣자 장미란이 궁금하여 묻는다; “내가 알기로는 외가 쪽 어른 한 분이 북한으로 들어가셨다고 하던데 어떻게 친가 쪽에도 그런 분이 계신 모양이지요?”. 그 말에 한국영 목사가 먼저 고개부터 끄떡인다.
그 다음에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먼저 친가 쪽 작은 할아버지가 일본에서 조총련 간부로 활동하다가 일찍 북한으로 들어갔지요. 그리고 외가 쪽 큰 고모할머니가 역시 일본에서 직장에 다니다가 북한 청년을 만나 혼인하여 함께 들어갔어요. 차제에 나는 그들의 자손들을 한번 찾아보고 싶어요… “.
10월초에 한 목사 부부가 호주 시드니 다운타운에 있는 한국 총영사관을 찾아간다. 그리고 필요한 인적사항을 알려주고 그들을 북한에서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때마침 남북간에 이산가족 찾는 운동이 활발하다. 따라서 담당 영사가 긍정적으로 답변한다;
열흘이 지나자 총영사관에서 한국영 목사의 이멜로 소식이 온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외가 쪽 큰 고모 할머니의 자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친가 쪽 작은 할아버지의 자손은 북한에서 찾았습니다. 한기룡 어른은 고령으로 별세를 하셨고 그 분의 따님 2분이 생존하고 계십니다. 만나기를 원하시면 이멜로 서신을 주십시오. 저희들이 공식루트로 전달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한국영 목사가 총영사관에서 받은 이름이 큰 종고모 한보옥, 작은 종고모 한영옥이다. 따라서 그가 2통의 편지를 써서 이멜로 총영사관 담당영사 앞으로 보낸다. 5일후에 그 답장이 이멜로 들어온다.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북한에 살고 있는 친척과도 이멜로 연락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영 목사는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으므로 아내 장미란을 호주에 남겨두고 혼자서 2018년 12월초에 중국을 거쳐서 평양으로 들어간다. 한 목사가 호주여권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수속이 쉬운 편이다.
중국의 베이징 공항에서 북한의 평양 순안 공항까지는 800km정도의 가까운 거리이다. 그렇지만 비행기를 타고서 내릴 때까지 거의 2시간이 걸린다;
한국영 목사가 짐을 찾아 입국수속을 마치고 입국장을 나오니 머리가 희끗한 여성 2분과 30대 중반의 남자가 마중을 나와있다.
그들이 종이에 “환영합니다. 한국영 선생”이라는 문구를 써서 들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한 목사가 다가간다. 그가 가까이 가서 그 젊은 남자를 보고서 깜짝 놀란다. 그는 지난 2월달에 호주 시드니 리드콤에서 만난 적이 있는 바로 그 사람 강철민이기 때문이다;
놀란 사람은 한 목사 뿐만이 아니다. 강철민도 깜짝 놀라서 말한다; “그 이름자를 보고 혹시 한국영 목사님이신지 모르겠다고 짐작은 했지만 역시 그렇군요. 이거 너무나 반갑습니다. 한국영 목사님, 아니 국영이 형님!... “.
그렇다. 강철민은 한국영 목사가 자신보다 10살이 연상이라는 사실을 벌써 호주 시드니에서부터 알고 있는 것이다. 그날 순안 공항에서 한국영은 강철민이 탈북자가 아니라 북한에 살고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게 된다.
강철민이 그 다음에는 자신의 큰 이모 한보옥과 모친 한영옥에게 말한다; “이모님 그리고 어머니, 이분이 조카 분인 한국영이 맞습니다”. 그 말을 듣자 한국영 목사가 동시에 두 여성분에게 인사를 한다; “저의 아버지 한상일이 바로 작은 할아버지 한기룡의 조카입니다. 저는 두분 종고모님의 조카인 한국영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한국영이 공항바닥에 앉아서 넙죽 두 종고모에게 절을 한다. 그것을 보고서 한보옥과 한영옥 자매가 동시에 말한다; “조카, 정말 잘 왔어. 이 먼 곳까지 우리를 찾아와주어 참으로 고마워. 이만 일어나시게… “. 두자매가 한국영의 팔을 잡아서 일으켜 세워준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강철민이 생각한다;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구나. 내가 전번 구정에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한국영 목사가 내 친척일 줄이야. 세상은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이모님과 어머니는 정말 조카인 한목사가 반가울 것이야!... “.
그날 한국영 목사의 짐을 싣고서 강철민이 손수 운전을 하여 큰 이모 댁으로 간다;
그 옛날 조총련의 거물이었던 한기룡의 맏딸인 한보옥은 공화국이 자랑하는 과학자 조운락과 결혼하여 평양에서 잘 살고 있다. 조운락 박사는 김일성대학과 김책대학 두 군데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은퇴하여 평양에 있는 자택에서 지내고 있다;
자녀들이 모두 성가하여 따로 살고 있기에 그 집이 한국영 목사가 지내기 편할 것 같아서 그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집안에 들어서니 조운락 박사가 손수 한국영 목사를 포옹하면서 반긴다. 한국영이 만나고 있는 그 조운락이 사실은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는 조우제의 당숙이라는 사실을 당시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
한국영 목사가 평양에서 지내고 있는 열흘 동안에 강철민이 부모님을 모시고 자주 이모부의 집에 찾아온다. 그리고 조운락의 분가한 자녀들이 호주 시드니에서 온 친척 한국영을 만나고자 두번이나 찾아온다. 한 목사는 그들과 교제를 하느라고 바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하루는 강철민이 은근히 한국영 목사에게 질문한다; “형님, 우리 공화국에 오셔서 며칠 지내보시니 어떻습니까? 인정이 있고 좋지 않습니까?... “. 그 말을 듣자 한국영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한다; “철민이 동생, 좋고 말고. 우리 한민족은 모두가 한 핏줄이야. 그러니 그 인정이야 말할 필요가 없지. 이제는 빨리 통일을 이루고 다 함께 잘 살아야지!... “.
그 말에 강철민이 하하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지난 9월에는 이곳 평양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을 가지고 우리 민족끼리 한번 잘 살아보자고 맹세를 했지요. 그러니 우리가 마음만 합치면 실질적으로 통일을 앞당길 수가 있다고 봅니다. 형님도 호주 시드니에서 그러한 기풍을 일으켜주십시오. 저는 여기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하하... “;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조운락 박사가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젊은 조카들이 그렇게 의기투합을 하고 있으니 이 늙은이도 가슴이 뭉클하구만. 나도 살아생전에 우리 민족의 통일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네. 이거 외세의 장난으로 민족의 허리가 두 동강이 나 있으니 참으로 창피한 일이야!... “.
그 옆에서 조운락 박사의 부인 한보옥이 조용히 말한다; “당신이 평생 애써온 일이 주변의 강대국에게 휘둘리지 아니하는 강성한 우리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었지요. 이제는 우리도 확실한 보복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니 감히 주변의 핵 강대국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이제는 우리 민족끼리 단합하여 하루 빨리 통일을 이루어야지요”.
큰 이모 한보옥의 말을 한국영 목사가 듣고 보니 그 뉘앙스가 묘하다. 그것은 이미 북한이 핵무장을 끝마쳤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이 큰 일이 아닌가? 핵을 가진 북한과 핵을 가지고 있지 못한 한국, 그것은 이미 비대칭이며 힘의 균형이 깨어진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북한이 갑이고 한국이 을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북한 간의 통일논의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한국영 목사의 생각으로는 핵무기를 제외하면 한국이 모든 면에서 북한을 능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 살고 있는 친척들의 인식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고위층들은 공화국이 개발한 핵무력으로 한국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고 경제적 문화적인 엄청난 격차를 단숨에 뒤집을 수가 있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그러한 것일까? 한국영 목사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번은 한국영 목사가 강철민을 따로 만나서 솔직한 대화를 한다. 먼저 한 목사가 말문을 연다; “동생, 과연 공화국의 무력이 한국의 군사력을 압도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다시는 6.25와 같은 동족 상쟁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하지만 만약의 경우,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발생하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가?... “;
강철민은 역시 북한의 군부인물이다. 따라서 대담하게 말한다; “핵무력은 최후의 무기이지요. 하지만 남한의 첨단 재래식 군사력이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는다고 하면 우리 공화국으로서는 최후의 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지요… “.
그 말에 한목사가 이의를 제기한다;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지. 그러니 미국이 보고만 있지 아니할 것인데!... “. 그때 강철민이 참으로 흥미로운 발언을 한다; “그것은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라는 전략을 계속 지니고 있는 경우에 국한이 되지요. 만약에 그들이 그 역할을 포기하고 아메리카로 들어가버린다고 하면 남한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말지요. 저는 그때가 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
한목사가 숨도 쉬지 아니하고 강철민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강상좌의 설명이 들려온다; “지금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의 경제력을 바짝 뒤쫓고 있지요. 그리고 러시아의 핵무장이 미국보다 열위가 아니지요. 거기에 우리 공화국의 핵무력이 합세를 하게 되면 세계는 4분 5열이 되고 말지요. 구체적으로… “.
강철민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첫째가 아메리카의 미국, 둘째가 유럽의 공동체와 나토, 셋째가 극동의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우리 공화국, 넷째가 인도가 선도하는 제3세계 등이지요. 그렇게 분열이 되면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을 전적으로 의지할 수는 없게 되고 말 것으로 저는 생각해요… “;
그 말에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한국영 목사는 즉석에서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세계가 그렇게 4분 5열이 된다고 하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구만. 하지만 그 전에 남북한이 서로 합의하여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나는 옳다고 보고 있어.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한다고 하는 것은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어리석은 일이거든!... “;
그 말을 듣자 강철민이 하하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형님 말씀이 정답입니다. 그렇구 말구요. 우리 친척처럼 우리 민족이 하나로 통일이 되어야지요. 그래야 주변국들이 우리를 무시하지 못할 거예요. 오늘은 제가 형님을 모시고 저의 집으로 가겠습니다. 거기서 저의 부모님과 함께 말씀을 나누도록 하시지요, 하하하… “.
한국영 목사가 평양의 귀족인 강철민의 집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어떤 일을 만나며 무엇을 보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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