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원 코리아5(손진길 소설)
2. 공화국에서 살아남자면 어찌하여야 하는가?
강철민은 일본에 이어 스웨덴에서 유학을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온 이후 군부에 투신하여 줄곧 숙부인 강태섭 상장을 모시고 특수부대장으로 일했다. 그는 2016년과 17년 두해동안 중장거리 미사일과 핵폭탄의 시험발사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개발에 관한 일이 아니라 보안유지를 위한 일이 자신의 소관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지시로 공화국은 2016년과 17년에 대단한 성과를 얻었다. 2016년 1월에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하고 9월에 다시 하였는데 그 결과 소형 핵탄두의 개발과 시험이 모두 끝난 것이다;
만약 중장거리 미사일에 그 소형 핵탄두를 장착하여 발사하게 되면 먼 곳까지 핵폭격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므로 남은 과제는 중장거리 미사일의 성능시험이다. 이듬해 2017년은 미사일 성능시험에 바빴다. 7월에 동해 방향으로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여 1천km를 날아갔고, 8월에는 2천 7백km로 그 사정거리를 늘렸다.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을 2017년 11월에 동해방향으로 하늘높이 포물선을 그리며 수직으로 시험발사를 했는데 그것이 매우 성공적이다. 그 사정거리를 수평으로 제대로 계산하게 되면 자그마치 1만 3천km에 이르고 있다;
그것은 말그대로 ‘대륙간탄도탄’(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인 ICBM이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미국 뉴욕까지의 거리가 1만 2천km이내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미국방성이 탐지하고서 그때부터 아연긴장을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정부는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여 마치 그 옛날 소련처럼 핵무장을 한 상태로 경제적으로 완전 도산하도록 만들 생각이다. 그러한 그들의 생각에 한국정부가 완전히 동조하지는 아니하고 있다. 그것은 2달 전 곧 2017년 9월에 북한이 수소폭탄의 개발과 시험에 성공한 사실을 한국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수소폭탄의 위력이 실로 대단하여 만약 수도인 서울에 떨어지는 경우 현장에서 약 2백만명이 즉시 사망하고 만다. 그 점을 한국정부의 안보관계 책임자들이 내부적으로 익히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민심의 동요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의 한국정부 지도자들이 북한에 대하여 나름대로 잘 알고 있다고 하는 인물들이다. 그 옛날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의 뒤를 잇고 있는 진보정치인이 바로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리고 그를 남한의 주사파라고 불리기도 하는 인물들이 보좌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북한에 대하여 유화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 점에 유의하여 이미 핵무력을 완성하고 ICBM까지 갖추게 된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이듬해 2018년 신년사에서 남북간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4월에 판문점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그때부터 수차례 미국의 안보팀을 설득하였다. 그 결과 마침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2018년 6월에 싱가포르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게 된 것이다.
강철민이 여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그것은 분명히 좋은 출발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과 북한 사이의 두뇌게임은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서로 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로, 김정은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먼저 풀면 그에 비례하여 북한이 스스로 핵시설과 미사일 발사시설을 단계적으로 파괴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김씨왕조를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핵무력은 어떤 경우라도 보유하기를 원하고 있다;
둘째로, 미국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그들은 먼저 북한이 실질적으로 비핵화에 나서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을 확인하고서 그들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 것이며 경제개발을 위한 각종 지원을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강철민이 생각할 때에 그것은 동상이몽이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 점을 눈치채고서 한국정부가 북미간에 서로 일보 씩 양보하기를 종용하고 있지만 전혀 변화가 없다;
그렇다고 하면 다음 번의 북미회담은 실패작이 될 것이다. 그 경우 경제제재를 벗어나서 이제는 서방의 지원으로 경제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는 북한인민들을 달래기가 참으로 어려워질 것이다.
그와 같은 고민을 강철민이 벌써 보고서로 작성하여 숙부인 강태섭 사령관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일신상의 어려움이 발생할지도 모르기에 기회를 보아 은밀하게 아내 김효린에게 말했다.
그러자 김효린의 반응이 강철민의 생각의 범위를 뛰어넘고 있다. 그녀가 차근차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의 아버지는 김일성 원수의 아들이지요. 하지만 배다른 형 김정일이 후계자가 되고 나자 겨우 숨을 쉬고 있는 왕족에 불과했어요. 다행히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권력을 가질 수는 없었지요. 그렇게 마음속 고생을 하시다가… “.
강철민이 이불속에서 그녀의 말을 경청하는 것을 보고서 김효린이 이어서 말한다; “제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을 보고서 아버지는 김정일 이후를 생각하며 한 가닥 기대를 가지고 있었어요. 기나긴 고난의 행군 끝에 인민들이 대안을 모색하게 되면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당신 집안이 권력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2011년에 김정일이 죽자 즉시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어 잔혹하게 정적을 제거하는 것을 보고서는 그 생각을 접었어요... “.
김효린이 잠시 숨을 쉬고서 말한다; “아버지가 작년에 죽기 전에 외동딸인 저에게 신신당부를 했어요. 김정은은 생각보다 잔인하다고요. 그는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해칠 수가 있는 인물이니 그 점을 명심하라고요. 2011년말에 후계자가 되고 그 2년후 2013년말에 친중(親中) 세력의 중심인 고모부 장성택을 제거했지요. 그리고… “;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김효린이 다시금 꺼내고 있다; “작년 2017년 2월에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이복형 김정남까지 제거했어요;
그러므로 몸을 바짝 낮추고 부디 은인 자중하여 무조건 그의 치하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임종석상에서 아버지가 제게 유언을 남긴 거예요. 이 말을 당신에게 꼭 전해달라고 당부하셨어요… “;
그 말을 듣자 강철민이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말이 맞아요. 지금은 몸을 낮추고 흐름을 지켜보아야 할 때이지요. 그런데 나는 다음에 미국과 우리 공화국이 정상회담을 또 가지게 된다면 그때에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 이유는 서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
김효린이 그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서 강철민이 쉽게 설명한다; “미국은 우리의 핵무력과 미사일에 대하여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인공위성과 스텔스 정찰기를 사용하여 우리 형편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 정밀도는 탁구공까지 파악할 정도이니까요. 그러므로 그들을 완전히 속이기는 불가능하지요. 그런데 김정은 동지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어요. 그러니 문제가 심각하지요!... “.
처음 듣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김효린이 눈을 깜박거린다. 그것을 보고서 강철민이 부연설명을 한다; “나는 스웨덴에 유학하면서 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어요. 따라서 누구보다 미국의 정찰능력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내년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요. 북미관계가 더욱 어려워지면 인민들의 삶은 도탄에 빠지게 되지요… “;
그 말을 듣자 김효린이 말한다; “여보, 요즘 저의 관심사항은 단 하나예요. 우리 가족의 안전이지요. 일단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훗날을 도모할 수가 있어요. 통일문제도, 경제건설도 그 다음 문제이지요… “.
그 말에 강철민이 후유 한숨을 쉬면서 조용히 말한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우리 공화국은 매우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취약한 통치제도를 가지고 있어요. 최고지도자가 세습을 하다가 보니까 만약의 경우에는 다른 대안이 없어요. 주체사상도 공산주의 이론도 나아가서 핵무력도 모두가 세습체제를 옹호하는 수단이지요. 결국 인민을 위한 진정한 통일이나 경제건설은 들러리가 되고 말아요… “;
김효린이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다. 그녀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지요. 남한은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지만 우리 공화국은 그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국가의 중대사를 우리 공화국은 최고지도자가 결정하지만 남한은 인민들이 결정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국가적으로 큰 변동이 생긴다고 하면 남한보다 우리 공화국이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되겠지요. 그때에는 당신이 나서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
그 말을 하고서 김효린이 남편의 품으로 파고든다. 그것을 보고서 강철민이 깊은 생각에 빠진다. 권력에서 밀려난 김일성의 손녀를 아내로 두고 있는 공화국의 귀족이 바로 강철민 자신이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자녀들을 보호하고 그 미래를 열어주어야 하는가?...
그리고 공화국의 인민들에게 어떻게 살 길을 모색해주어야 하는가?... 하기야 최고지도자도 아닌 자신이 그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공화국에서는 상당히 외람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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