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원 코리아2(손진길 소설)
2018년 3월 중순에 평양시 북쪽 50리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순안(順安) 국제비행장에 고려항공기 한대가 미끄러지듯이 들어오고 있다. 그날 오후에 중국의 베이징에서 출발하여 북한의 평양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 많지 아니한 승객 가운데 유달리 북한의 장교 복장을 하고 상좌의 계급장을 붙인 강인한 인상의 30대 남자가 눈에 뜨인다. 그 얼굴은 영락없이 한달 전에 한국영 목사가 시드니 리드콤 한식당에서 만난 적이 있는 강철민이다. 하지만 북한의 장교로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고 있는 강철민 상좌는 위엄이 있어 보인다.
그는 우선 면세점에 들러 간단한 선물을 구입한다;
그리고 입국심사대를 아주 간단하게 통과한다;
순찰중인 북한 보위대원들이 강철민을 보자 먼저 경례를 붙이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신분이 생각보다 높은 모양이다;
순안 공항을 벗어나기 전에 강철민이 한참동안 공항의 활주로 끝을 응시한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작년에 중거리 미사일을 차량으로 운반하여 와서 저곳에서 시험발사를 했지. 이제는 우리 공화국이 핵무력을 보유하게 되었어… 내 임무도 이제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고 있군!... “;
강철민의 혼잣말의 의미가 중요하다. 그 이유는 그가 군부대 내에서 핵무기의 개발과 시험발사를 맡고 있는 특수부대의 간부이기 때문이다. 핵무기 개발요원들에 대한 감시와 비밀자료의 확보 그리고 안전한 시험발사장의 확보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임무를 실질적으로 그의 부대가 맡고 있는 것이다.
북한당국에서 그 정도로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고 하면 강철민의 집안과 신분은 실로 대단하다고 보아야 한다. 과연 그의 집안의 위세가 어느 정도이기에 그러한 중책을 30대 중반의 강철민 상좌가 맡고 있는 것일까?...
강철민 상좌가 입국장 바깥으로 나가자 벌써 그를 태우고 평양시내로 들어가려고 승용차가 대기를 하고 있다. 그 차의 운전수가 역시 군복을 입고 있다. 강철민을 보자 운전수가 얼른 차에서 나와 경례를 하면서 말한다; “부대장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
강철민이 웃는 얼굴로 그의 경례를 받으면서 말한다; “리중위, 그동안 별일 없지? 나는 잘 다녀왔어. 이번에는 좀 성과가 있었지, 하하하… “. 깊은 내용은 모르지만 리상철 중위가 기뻐하면서 말한다; “성과가 있으셨다니 기쁩니다. 먼저 댁으로 모시겠습니다”.
강철민이 밀고 나온 백을 얼른 리상철이 트렁크에 싣고 운전석으로 들어간다. 뒷좌석에서 강철민이 바깥을 내다보면서 중얼거린다; “지난 3개월간 내가 공화국 바깥에서 바쁘게 지냈구만. 집에 가서 보고서를 작성하여 빨리 사령관 동무에게 보고를 해야 하겠군… “.
리상철 중위는 강철민이 부대장으로 있는 304특수부대의 참모이다. 그는 평상시 강철민의 부관으로 일하면서 때로는 운전수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자신들의 업무 대부분이 대외비이므로 가급적 많은 인력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리상철 중위가 두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부관 리중위는 평양시 교외지역에 있는 강철민의 집에 그를 데려다 주고 짐을 내려놓은 다음에 얼른 차를 되돌려서 군부대로 돌아간다. 강철민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그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안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얼른 대문기둥에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면서 아래의 단추를 누른다.
강철민의 얼굴을 확인하자 쪽문이 스르르 열리고 있다. 그가 짐을 끌고서 집안으로 한참 진행하자 현관문이 열리면서 모친과 아내가 마중을 나오고 있다. 먼저 강철민이 아내에게 짐을 주고서 모친에게 인사를 한다; “어머니, 잘 다녀왔습니다. 아버지는 당사에서 바쁘신 모양이지요?... “.
모친 한영옥이 아들을 반기면서 말한다; “네 아버지는 지금 중앙당에서 바쁘시지. 공화국에 무슨 중대사가 있는지 요즘은 중앙당에서 밤을 새시는 날이 많아. 무슨 일인지 나중에 알게 되겠지. 그래 너는 해외에서 일을 잘 처리하고 돌아온 것이냐?... “.
강철민의 모친 한영옥은 그 옛날 조총련의 거물 한기룡의 둘째 딸이다;
그녀는 뛰어난 미모에 일본말과 국제정세에 두루 해박하여 북한에서 백두혈통 다음으로 유명한 강씨 집안의 며느리가 되었다. 남편 강주성이 김일성 대학시절부터 동창생인 재일교포 출신 한영옥을 사랑했다.
두사람이 결혼하여 얻은 아들이 강철민이니 그의 신분이 북한사회에서는 실로 대단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강철민은 문무에 두루 뛰어난 군인이다. 그러므로 김일성의 집안 손녀인 김효린이 강철민을 사랑하여 가정을 이루고 있다.
북한은 공상주의 국가이면서도 하나의 특이성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김일성과 그의 자손들이 대를 이어가면서 계속 다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봉건적인 왕조정치인데 순수 공산주의 이론에 있어서는 전혀 존재하지 아니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절대권력자로 군림한 김일성이 소위 주체사상이라는 이름으로 김씨 왕조정치를 합리화하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한마디로, 공산국가의 종주국인 소련과 중공의 영향력으로부터 약소국인 북한이 살아남자면 김씨 왕조를 중심으로 모든 인민이 똘똘 뭉쳐야만 한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인민의 주체적인 자주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중심 김씨 왕조가 깨어진다면 북한은 소련이나 중공의 먹이감이 되고 만다는 사고방식이다. 그러한 주체사상이라는 주입식 교육의 성공으로 김일성에 이어 그의 아들 김정일과 손자인 김정은이 대를 이어가면서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
따라서 주체사상이 훼손되지 아니하는 한 폐쇄사회인 북한에서는 백두혈통이 최고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단 김씨 왕조의 세습을 인정하게 되면 노동당 귀족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전하는데 있어서 참으로 편리하다.
그들도 대를 이어가면서 권세를 누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가문들이 주로 그 옛날 김일성의 빨치산 부대에서 함께 활동하던 부하들의 자손들, 그리고 일본 조총련에서 자발적으로 북한에 들어온 거물들의 자손들이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자 북한당국이 어려움에 빠지고 있다. 그 이유가 크게 보아 세가지이다; 첫째, 적화통일의 대상인 남한이 너무 잘살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강력한 소련이 무너지고 지금은 중국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아무리 통제를 해도 그러한 실상이 휴대폰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민들에게 여과없이 전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 위기를 벗어나서 김씨 왕조가 지속적으로 북한인민을 다스릴 수가 있을 것인가?’ 라는 화두를 가지고 김일성 시대부터 하나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것이 소위 ‘선대의 유훈’이라고 불리고 있는 북한의 ‘핵무력의 완성’이다;
핵폭탄의 개발에 성공하여 핵탄두를 소량화하고 그것을 미국에까지 도달하게 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까지 자체 개발하게 되면 북한의 김씨왕조는 주변의 핵 강대국의 위협에 대하여 가장 효과적인 억제능력과 방어능력을 지닐 수가 있다. 그것이 바로 지난달 곧 2018년 2월에 이미 완성된 것이다.
강철민은 그 사실을 벌써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가 바로 비밀리에 그 모든 일을 실무적으로 감찰하고 보안을 유지하는 부대장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위치에 있는 강철민이 어째서 지난 3개월간 해외에 나가서 신분을 속이고 정보활동을 한 것일까?...
그 이유는 한달 후에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는 탈북민 출신으로 신분을 위장하고서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 그리고 호주와 일본, 마지막으로 한국과 중국까지 다니면서 북한의 핵무장에 대하여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탐문하였다. 그 결과 그가 얻은 결론은 북한의 개발역량에 대하여 그들이 너무나 무지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위장전술은 완전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제는 안심하고 한반도의 비핵화에 합의하는 척 제스처를 쓰면서 평화공세를 펼치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하였다는 사실을 그들이 온전히 눈치채지 못하는 이상 그 작전은 성공할 것으로 판단이 된다. 그 점을 강철민 상좌는 상관에게 보고할 생각이다.
과연 한국정부와 미국정부가 강철민 상좌와 북한의 지도자의 뜻대로 그렇게 안이하게 흘러갈 것인가? 그러하지는 아니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인공위성 및 스텔스 정찰기를 동원한 미국정보당국의 사찰능력이 북한당국자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강철민이 순안비행장에 도착하여 한동안 바라본 활주로 끝에 마련되어 있는 두꺼운 포장은 그 두께가 무려 90cm이상이다. 그것은 현존하는 가장 무거운 비행기가 이 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의 두께이다;
그것이 한적한 평양의 공항에서 왜 필요한 것일까? 미국방성의 정보국이 첩보사진을 분석한 결과 그 활주로의 두꺼운 부분이 바로 중거리 미사일을 작년에 발사하는데 있어서 요긴하게 사용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는 것이다;
그로 미루어 보아 미국의 정보당국은 그냥 내버려두면 일년 안에 북한이 ICBM까지 완성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므로 빨리 그들의 계획을 실패로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이 과연 무엇일까? 이제부터 미국과 북한 사이에 두뇌게임이 막 시작하려고 한다.
과연 그 전개가 어떠하며 그 전략게임에서 한국정부는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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