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원 코리아1(손진길 소설)
1. 한국영이 강철민을 만나다.
2018년 2월 15일 목요일 정오에 시드니 리드콤에 있는 한식당 ‘황가네’에서 한국영이 돼지국밥을 한 그릇 먹고 있다. 다음날 16일이 구정이라서 그런지 황가네의 주인 황인주가 그날은 음식 인심을 쓰고 있다. 평소보다 뚝배기 안에 돼지머리고기를 많이 썰어 넣어서 단골손님들에게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3년전부터 그 지역에서 한인교회를 개척하여 목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영도 황가네의 단골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은 자신의 돼지국밥 뚝배기가 가히 국물 반 고기 반이다. 원체 돼지국밥을 즐겨먹고 있는 한국영이므로 기분 좋게 한 그릇을 비우고 있다.
그런데 한국영의 눈앞에 보이는 테이블에는 강한 인상의 남자가 역시 혼자서 돼지국밥을 먹고 있다. 올해 한국나이로 45세인 한국영은 자꾸만 그 친구에게 눈길이 간다. 자신보다 10년 정도 연하로 보이는 그자가 역시 자기처럼 혼자서 돼지국밥을 맛있게 먹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도 자신을 힐끗 쳐다보고 있는 한국영의 모습을 발견하고서 순간 씨익 웃고 있다. 아마 일종의 동류의식을 느껴서 그런 모양이다. 오죽 친구가 없으면 구정을 앞둔 하루 전 점심시간에 혼자 한식당에 와서 돼지국밥을 먹고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생각한 한국영이 앞 테이블에 있는 그 사람에게 웃으면서 말을 걸고 있다; “형씨도 저처럼 돼지국밥을 참으로 좋아하시는 모양입니다. 혼자 와서 그 메뉴를 선택하신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그 사내가 역시 허허라고 웃으면서 대꾸를 한다; “그렇지요. 돼지국밥을 좋아하지요. 우리 고향사람들이 이 음식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호주에 와서 살면서 이 음식을 즐겨 찾아서 먹고 있는 모양입니다, 허허허… “.
한국영은 그 말을 듣자 고개를 끄떡이면서 한마디를 더하고 있다; “우리 집안에서는 한국동란 때 어른들이 경상도로 피난 가서 살다가 돼지국밥을 맛보고 그때부터 먹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형씨네 가족도 그런 모양이지요?... “;
그 말을 듣자 그 사내가 조금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집안 어른들은 이북에서 살다가 전쟁통에 남한으로 피난을 왔어요. 그런데 돼지국밥이 본래 고향음식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이 음식을 즐겨먹고 있습니다… “;
그 말에 사람이 좋은 한국영이 얼른 말한다; “아, 그렇겠군요. 본래 추운 이북지방에서 비계가 많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으니까요. 그래 형씨는 여기 호주 시드니에 오신지 오래 되십니까?... “. 인사차 한국영이 한 말인데 사내의 대답이 정중하다; “아닙니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형씨는 오래 되셨어요?... “.
한국영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한 10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일행이 없으면 합석을 할까요?... “. 상대방의 반응이 호의적이다. 그래서 한국영이 자리를 옮겨간다. 아직 그 자는 돼지국밥을 다 먹지 못했다. 그것을 보고서 한국영이 순대를 한 그릇 주인 황사장에게 주문한다.
주인 황인주는 한국영이 목사인 것을 벌써 알고 있는지라 넉넉하게 순대를 썰어서 한 그릇 내온다. 한국영이 순대를 양념 소금에 찍어서 먹으면서 그 사내가 돼지국밥을 다 먹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국물까지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서 말한다; “여기 순대가 있으니 함께 드시지요. 내일이 구정이라 편하게 설날음식이라 생각하고서 나누어 먹도록 하시지요, 하하하… “;
그 사람이 한국영을 좋게 보았는지 자신의 소개를 한다; “저는 강철민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한국영도 인사를 한다; “저는 인근에 있는 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는 한국영 목사입니다. 이거 돼지국밥을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하하… “.
강철민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저는 호기심에 이끌려서 교회에 몇 번 나가본 적이 있지만 신자는 아닙니다. 우리 집안사람들은 종교가 없지요. 그런데 한형은 믿은 지가 오래되는 모양입니다!... “. 그 말에 한국영이 기분 좋게 말한다; “그렇지요, 오래 되었지요. 3대째 믿고 있으니까요, 하하하… “;
그런데 한국영은 상대방 강철민이 호주에 살고 있는 교민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한국사람이 아니라는 인상을 언뜻 받고 있다. 그 이유는 그의 억양이 상당히 이북 식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한국전쟁 때 피난을 왔다고 한다면 그는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억양은 벌써 졸업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영은 강철민이 탈북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놓고 그렇게 물어볼 수는 없다. 그래서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대화를 하다가 헤어질 때에는 한번 자신이 시무하고 있는 한인교회를 들러 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국영 목사가 친절하게도 교회의 약도가 뒷면에 그려져 있는 자신의 명함을 한 장 강철민에게 준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그런지 강철민이 한달동안 두 번 교회에 참석을 한다. 그리고 한국영에게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헤어진다; “한 목사님, 사실 저는 탈북자인데 다시 북한으로 들어갑니다. 아무래도 그곳에 살고 있는 부모형제가 걱정이 되어서 그렇습니다. 저의 앞날을 위해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그렇게 강철민이 한국영과 헤어지고 있다. 그런데 강철민의 말이 사실일까?... 의심이 들지만 사람이 좋은 한국영 목사는 그의 일방적인 설명만을 믿고서 그를 위하여 기도를 한다. 한목사는 북한의 동포들을 생각하면서 한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매일 기도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우연히 만난 강철민의 기도를 언제나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강철민이 북한에 선교의 사명을 띠고서 들어간 것처럼 한국영 목사가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국영 목사가 알고 있는 강철민은 사실 탈북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그의 부모님이 전쟁 때에 이북에서 내려온 월남민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의 정체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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