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원 코리아9(손진길 소설)
열흘정도 북한에 있는 가까운 친척을 방문하고 호주 시드니로 돌아온 한국영 목사가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한 곳은 에핑에 살고 있는 의사 조우제이다. 그를 직접 만나서 말해주어야 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가 굉장히 사적인 것이기에 저녁에 자기집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조우제가 말하고 있다.
2018년 12월 14일 금요일 저녁에 한국영 목사 부부가 조우제 의사의 집을 방문한다. 인사를 나누고 저녁식사를 함께 한 다음에 한국영 목사가 조우제를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내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영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우제 형, 전번에 내게 말하기를 큰 할아버지가 되시는 분의 성함이 조일천이고 그 분이 한국전쟁 당시 소련 모스크바에서 교수를 지내고 계셨다고 했지요?... 내가 우연히 평양에서 그 분의 소식을 들은 것 같아요!... “.
그 말을 듣고 조우제가 깜짝 놀라서 묻는다; “국영이,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야?... “. 한국영이 빙긋 웃으면서 즉시 대답한다; “내가 평양에 살고 있는 작은 종고모에게서 그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지요. 내용을 말하자면… “.
한국영 목사가 잠시 숨을 돌리고 설명한다; “형부, 그러니까 언니의 남편이 천재과학자로 유명한 조운락 교수인데 선친이 그 옛날 북한에서 과학자로 이름을 날린 조일천 박사라고 그랬어요. 더구나 모스크바에서 학위를 받고 교수로 일하던 조일천 박사는 동생분이 한국전쟁 때에 행방불명이 되어서 그가 집안의 장남인 관계로 급히 귀국을 했다고 하더군요!... “;
그 말을 듣고 조우제가 곰곰 생각해보니 그가 선친 조하림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겹치고 있다. 젊은 시절 어부생활을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어장을 사서 자수성가하신 부친이 집안 내력을 아들에게 틈틈이 말해준 것이다.
그 내용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우제야, 너의 조부의 함자가 상자 수자이다. 한국전쟁 당시 포로가 되었지만 반공포로로 석방이 되어 마산에 정착하여 어부생활을 했지;
그때문에 나도 아버지를 따라 어부가 되었어. 그런데 말이야. 북한에 형님이 한 분 계시는데 머리가 좋아서 모스크바에 유학하여 교수가 되어 있다고 말했어. 그 함자가 일자 천자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찾아보면 좋겠다!... “.
6.25전쟁이 끝나갈 무렵 이승만 대통령은 휴전에 반대하면서 일방적으로 반공포로로 분류가 된 북한군을 전원 석방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북한에서 포로생활을 하고 있던 한국군들이 포로교환의 대상이 많이 되지 못하고 그대로 북한에서 살아가게 된 것이다;
그러한 비극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이승만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공산주의자들을 몰아내고 차제에 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휴전회담을 절대 반대했다. 따라서 그는 반공포로를 석방하고 끝까지 휴전협정에 사인을 하지 아니했다. 그 와중에 조우제의 조부가 반공포로로 거제도에서 석방이 되어 마산으로 옮겨와서 어부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조우제는 천우신조로 한국영 목사로부터 큰 할아버지 집안의 이야기를 듣게 되자 언제 기회가 되면 당숙이 되는 조운락 박사를 한번 찾아보고자 결심한다. 따라서 그날 그 이야기를 전해준 한국영에게 참으로 고맙다고 여러 번 말한다.
호주 시드니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조우제는 오래전 1996년초에 한국을 떠나온 이민자이다. 당연히 호주 시민권자인 그는 한국국적을 상실한지 오래이다. 그러한 관계로 그가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가 않다. 그것은 미국시민권자가 북한을 방문하는 것과 같은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우제는 시드니에 있는 한국 총영사관을 찾아가서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고 평양에 살고 있는 당숙 조운락 박사를 한번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사정 이야기를 들은 영사가 적극적이다. 그가 공식루트를 통하여 연락을 취하고 그 대답을 받아서 주겠다고 말한다.
그때가 2019년 1월 초순이다. 그때만 해도 남북한 사이의 화해무드가 절정에 이르고 있어 참으로 좋은 시기이다. 남북한 간의 민간교류 뿐만 아니라 교민들의 북한방문도 상당히 활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주일 만에 조우제가 총영사관을 통하여 소식을 듣게 된다.
방문을 요청하는 서신을 이멜로 얻은 조우제는 1월 하순에 벌써 평양으로 향하고 있다. 딸 한나가 고등학교(high school)에 다니고 있으므로 아내 장경옥을 집에 두고 그는 혼자서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자 입국장에 벌써 조운락 박사가 마중을 나와 있다. 종이 팻말에 “조우제 의사를 환영한다”라고 적히어 있기에 쉽게 당숙 조운락을 만난다. 48세의 조우제가 68세의 조운락을 만나자 우선 절부터 한다. 조운락은 당질 조우제를 일으켜 세우고 포옹을 한다.
조운락은 손수 운전하여 조우제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다. 순안공항이 평양시내에서 50리 남짓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금방 자택에 도착을 한다. 그날 조우제는 당숙모인 한보옥을 만나게 된다. 그녀가 바로 한국영 목사의 큰 종고모이다.
세상을 살다가 보니 그렇게 한국영 목사와 의사인 조우제가 친척에 친척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사정 이야기를 듣게 되자 한보옥 부부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국영이 평양을 방문하지 아니했더라면 우리의 만남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할 뻔했군. 그것 참 다행이야. 국영이가 큰 일을 했어… “.
조우제가 평양에 머무는 동안 당숙 조운락이 참으로 자상하다. 그러면서 선친 생각이 나는지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전쟁통에 인민군으로 참전한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죽은 줄로만 알고 돌아가셨는데!... 삼촌이 사실은 남한에 정착하여 이렇게 자손까지 남긴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돌아가셨어… “;
사람은 나이가 들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 모양이다. 북한에서 천재과학자로 유명한 조운락 박사도 역시 그러하다. 따라서 친척인 조우제를 만나겠다고 달려온 장성한 자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느라고 야단이다. 조운락 박사의 아들과 딸은 조우제와는 6촌인 재종간이다. 그들은 증조부가 같은 것이니 사실은 가까운 친척이 맞다.
조운락 박사가 현직에서 물러난 지 여러 해가 되었기에 시간이 있다. 따라서 조우제는 평양에 머무는 동안에 당숙 덕택에 평양냉면도 먹고 시내 구경도 많이 하게 된다;
여전히 서방세계의 경제제재가 풀리지 아니하고 있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평양에서는 건축사업이 활발하다;
그렇지만 조우제는 평양 바깥을 구경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마도 평양과 그 바깥은 다른 세상인 모양이다. 그렇게 며칠 지나고 있는데 하루는 당숙모인 한보옥의 여동생 한영옥이 일부러 언니집을 방문한다. 그녀는 시드니에 있는 한국영에게 전해달라고 하면서 조우제에게 조그만 선물을 맡기고 있다.
조우제가 평양을 떠나올 때에 조운락 박사 내외는 가족들에게 전해주라면서 역시 선물을 주고 있다. 그것을 받으면서 조우제가 미리 준비한 돈봉투를 당숙 조운락의 호주머니에 넣어 준다. 사양하는 당숙에게 그가 억지로 그렇게 호주머니에 넣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우제가 말한다; “숙부님, 저는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5년 전에는 친형마저 별세하여 이제는 고아와 같은 처지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숙부님과 재종형제들을 보게 되니 정말 좋아요. 그러니 부디 건강하시고 이 돈은 나중에 호주 시드니를 방문하는데 사용해 주세요. 정말 잘 지내고 돌아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
조우제가 호주 시드니로 돌아오니 벌써 2019년 2월 초순이다. 그로부터 2달이 지나자 그는 가족과 함께 미국을 열흘간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조우제에게는 2019년이 바쁘게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2019년 2월 하순에 하노이에서 개최가 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상회담의 막바지에 상당한 의견차이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자 그때부터 대북관계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당시에 발표가 되고 있는 3가지 이야기가 대체로 다음과 같다;
(1)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다음과 같다; "영변 핵시설 폐기보다 더 많은 걸 없애야 한다. 그들은 아마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 같다". 그의 언급은 영변 외에 다른 시설을 이번 회담에서 의제에 올렸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것은 일찍이 강철민이 우려한 내용과 동일하다. 미국은 우주와 공중에서 북한의 핵시설을 정밀하게 감찰하고 있는 것이다;
(2) 북한전문가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비록 다시 실무 레벨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번의 미북간 하노이 정상회담은 Top Down(상의하달식) 접근 방식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3) 헤리티지 파운데이션의 올리비아 에노스는 BBC방송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Bad Deal(나쁜 합의)보다는 No Deal(회담결렬)이 낫다. 즉, 지킬 수 없는 조건들이 담긴 합의는 서명하지 않는 것이 낫다".
평양을 다녀온 바가 있는 한국영과 조우제는 호주에서 그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역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국제협상에서 유리한 모양이다. 세계의 패권국인 미국이 어느 정도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2019년 6월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정상회의가 끝나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러 한국을 방문하여 6월말에 판문점에서 약식으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북한 달래기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듬해 2020년이 되어서도 북미간에 별다른 변화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그러다가 2월 중순부터 코비드19 사태를 만나게 되어 전세계가 국가별로 거의 봉쇄조치에 들어서고 만다.
그때부터 어느 정도 코비드19사태가 풀리고 있는 3년간 국제적인 경제제재를 계속 당하고 있는 북한의 사정이 참으로 고통스러운 것이다;
과연 그들 내부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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