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21(손진길 소설)
2019년 4월 16일 화요일 아침에 손님인 조우제의 가족과 장준석 목사가 일찍 일어나 전문의 장치선 부부와 조반을 함께 하고 이제는 뉴저지 프린스턴 시티에 있는 큰집 장용화의 저택으로 떠나고자 한다. 사실 장경옥은 남편인 조우제 그리고 딸 한나와 함께 금번에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가장 큰 목적이 병상에 계시는 83세의 노모 조경숙을 만나 뵙고자 하는 것이다;
그 점을 알고 있는 막내 오라비 장치선과 막내 올케 최준미가 아침식사를 함께한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선선히 그들을 보내고 있다. 그때 장치선이 품에서 돈봉투를 하나 꺼내어 여동생인 장경옥의 호주머니에 넣어 준다.
그러면서 그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옥아, 내가 일찍 미국에 이민오는 바람에 서울에서 생계의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어린 너를 전혀 돌보지 못했다. 나는 그것이 언제나 마음이 아팠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서야 이 오라비가 돈을 조금 넣었다. 아무쪼록 여행 잘하고 몸 성히 호주로 돌아가기 바란다. 언제 기회가 되면 우리 부부가 호주 시드니를 한번 방문하마!... “.
장경옥은 인정스럽고 어린 여동생을 걱정하는 막내 오빠 장치선의 마음이 고맙다. ‘자신이 그 옛날 여고를 다니고 있었을 때에 의사인 오빠가 옆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든든했을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을 돌이킬 수는 없다. 따라서 “오빠 고마워요. 잘 지내고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래요… “라고 말하면서 이별을 고하고 있다.
한시간 남짓 장준석 목사가 자동차를 운전했는데 벌써 뉴저지주의 프린스턴 시에 도착한다. 집안에 들어서니 큰 오라비 장용화와 큰 올케 이정화가 그들을 반긴다. 장경옥은 대충 인사가 끝나자 곧바로 모친 조경숙을 보기 위하여 병원침대가 있는 그 방으로 들어선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앉아 있던 조경숙이 막내딸 장경옥을 보고서 그녀를 품에 안는다. 노모의 눈에는 45살이나 된 딸이 여전히 어린아이와 같은 모양이다. 그래서 조경숙이 막내딸 장경옥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이고 다시 나를 찾아주니 정말 고맙구나. 경옥아, 이제 이 에미 걱정은 너무 안 해도 된다… “.
조금 숨을 쉬고서 모친이 계속 딸에게 말한다; “내가 그저께 너를 만나고부터는 병세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 그리고 요즈음 80대는 그 옛날 70대 만큼이나 건강한 나이이다. 그러니 나는 아직 10년은 거뜬히 더 살 수가 있다. 그렇게 알고 너무 이 에미를 걱정하지 말아라, 경옥아!... “;
그 말을 들으면서 장경옥이 모친 조경숙의 음성과 몸의 상태를 관찰한다. 아무래도 간호사인 자신의 직업의식이 자기도 모르게 발동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조우제가 빙그레 웃고 있다. 가정의인 자기가 보기에도 장모는 이제 쾌차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티타임(tea time)을 가지면서 조우제의 부부와 큰처남 장용화 부부 및 둘째 처남 장준석 목사가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는 모친의 병세가 회복 중이라 상당히 안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다. 그 사이에 한나가 조경숙의 방에서 외할머니의 말상대가 되고 있다;
장경옥이 큰오빠 장용화에게 말한다; “나 때문에 큰 오빠는 세탁소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군요. 이거 미안해서 어떡해요?... “. 그 말을 듣자 장용화가 빙그레 웃고 있다. 그 옆에서 큰 올케 이정화가 명랑하게 말한다; “아가씨,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요즘은 아들 장종화가 대신 업소를 관리하고 있어요. 종화가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는데 아버지에게서 세탁기 수리기술까지 전부 배워서 이제는 더 잘 해요, 호호호… “;
그 말을 듣자 장경옥이 생각이 났는지 이제서야 큰 올케에게 묻고 있다; “그러면 종화의 누나인 장신옥이는 어디로 시집을 가서 살고 있는데요?... “. 이정화가 즉시 대답한다; “신옥이는 영양사예요. 로스앤젤레스로 시집을 갔는데 거기서 남편과 함께 한식당을 경영하고 있어요. 그곳에서는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고 해요. 언제 LA에 가시면 한번 들러 보세요. 그 상호가 ‘부래옥’이예요… “;
아내 이정화의 설명이 끝나자 장용화가 말한다; “우리 이럴 것이 아니라 경옥이도 궁금해하니 내가 경영하고 있는 세탁공장에 한번 가보도록 하지. 그리고 여기는 사립명문 프린스턴 대학교가 있으니 그곳도 한번 방문해보지. 경옥이 네 딸 한나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야”.
그 말을 듣자 모두들 찬성이다. 따라서 그 집 안주인인 이정화만 모친을 간호하도록 남겨두고 손님 4사람이 장용화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서 이동한다. 장용화는 시내에 자신이 운영하는 ‘론드로매트’(Laundromat)가 여러 개 있지만 이번에는 아예 가장 큰 ‘세탁공장’을 보여준다. 그곳에서는 일감을 모아와서 ‘드라이클리닝’(dry cleaning)까지 하고 있다.
부친 대신에 아들 장종화가 아주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특히 그는 젊은 나이에 수리기술까지 뛰어나서 기계들이 전부 정상가동이 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부친 장용화가 흐뭇하게 미소를 띠고 있다. 장종화는 현장에 들린 부친과 친척들을 보자 깍듯이 인사를 한다. 특히 막내 고모 장경옥의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조우제가 한마디를 한다; “나는 한국나이로 25살에 뉴질랜드로 혼자서 이민을 갔어요. 그때 아무 기술이 없어서 청소일에 워커(worker)로 나섰지요. 그런데 조카를 보니 젊은 나이에 부친으로부터 기술을 배워서 너무 잘하고 있네요. 앞으로 사업이 날로 번창하겠어요. 기대가 됩니다”;
그 말에 장종화가 어깨를 으슥하면서 말한다; “고모부께서 정확하게 보셨어요. 이민사회 미국에서는 ‘화이트칼라’(white colour)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블루칼라’(blue colour)가 훨씬 유망해요. 저는 매장을 늘이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있어요. 요즘에는 매장을 만들어 운영하다가 아예 판매까지 하고 있답니다… “.
그 말을 듣자 조우제는 물론 장경옥과 한나까지 전부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리고 장준석 목사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진 기술이 없어서 그 위험한 빌딩 유리를 닦으면서 돈을 벌었지요. 그에 비하면 종화 너는 출발이 좋은 편이야!... “;
그 다음에 일행이 한나를 데리고 찾아간 곳이 프린스턴 대학교이다. 역사가 오랜 사립 명문이라 고색이 찬연한 멋이 있다. 그것을 보고서 장준석 목사가 말한다; “사실 뉴저지 주의 프린스턴 대학은 북쪽의 코네티컷 주에 있는 예일대학이나 매사추세츠 주의 하버드대학과 더불어 동부의 ‘아이비리그’(Ivy league) 가운데서도 유명해요. 그 특징이 크게 보아 4가지나 되지요… “;
장준석 목사가 숨을 한번 쉬고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한다; “첫째, 역사가 오래되어 담쟁이 넝쿨이 본관을 뒤덮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 크게 멀지 아니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대학들이므로 그들 사이에 옛날부터 ‘풋볼리그’(football league)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
이제부터가 중요한 모양이다. 장준석 목사가 주위를 한번 둘러본 다음에 조용하게 말한다; “셋째, 프로테스탄티즘(Protestantism)과 유대인들의 재력이 뒷받침이 되고 있어요. 넷째, 전세계에서 뛰어난 젊은 인재들에게 장학금을 듬뿍 주고 여기로 불러모아 미국의 학문과 정신을 배우도록 만들고 있어요. 자연히 미국의 세계적인 패권유지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지요… “;
일찍이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된 장준석의 말이므로 그의 설명에 설득력이 있다. 그러한 체험적인 설명이기에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저 모두들 크게 고개를 끄떡이고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그 설명을 들으면서 조한나는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언제 기회가 되면 나도 호주에서 공부하고 그 다음에는 이러한 미국의 명문대학에 와서 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과연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한번 경험할 필요가 있는 것이야!... ‘.
생각보다 당찬 소녀가 조한나이다. 그녀의 결심이 훗날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일까?... 한나와 함께 어른들은 그날 프린스턴 대학교 구경을 끝내고 장용화의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 거기서 병상에 계시는 노모 조경옥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일정이 있어서 다음날 아침에는 동부 뉴욕에서 서부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탄다. 가까이에 있는 ‘뉴왁 공항’(Newark Airport)을 이용하게 되어 그것이 편리하다. 장용화는 동생인 장준석 목사와 함께 조우제 가족을 공항까지 데려다 준다.
그리고 조우제의 가족이 막상 국내선(Domestic Airport) 출발장(Departure)으로 이동을 하기 전에 장용화와 장준석이 품에서 돈봉투를 각각 꺼내어 여동생 장경옥에게 준다. 장경옥이 그것을 받지 아니하려고 한다.
그것을 보고서 그들이 간곡하게 말한다; “경옥아, 우리는 너무 미안하여 너에게 무엇인가 해주고 싶다. 이것은 그저 여비에 보태어 쓰라고 주는 작은 성의이다. 부디 물리치지 말고 받아 다오. 그래야 이 오빠들은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할 것 같다!... “;
간곡한 두 오빠의 말에 장경옥이 봉투 2개를 품속에 잘 갈무리한다. 그러면서 작별인사를 겸하여 말한다; “오빠들은 이제 나에게 너무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어요. 저희 가족은 호주 시드니에서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아니하고 잘 살고 있어요. 제 남편이 의사이고 저도 간호사이잖아요;
언제 한번 호주 시드니에 들리세요. 또 봐요, 오라버니들… “.
미국이 워낙 넓은 나라라서 그런지 아침에 비행기를 탔는데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샌프란시스코 공항’(San Francisco Airport)에 도착한다. 벌써 미국을 방문한지 4일이 지나고 있다;
2019년 4월 17일 수요일 오후에 조우제의 가족은 샌프란시스코 동부에 인접한 ‘오클랜드 시’(Oakland city)에 자리잡고 있는 ‘오이코스 대학’(Oikos University)을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그곳에서 벌써 5년전에 고인이 된 형 조강제의 가족을 찾을 수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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