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20(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8. 27. 09:42

농무, 짙은 안개20(손진길 소설)

 

조우제 가족이 미국을 방문하지 3일째가 되는 오후이다. 뉴욕 퀸스(Queens)에 있는 중국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다음에 조우제 가족과 둘째 처남인 장준석 목사는 오후 5시에 그 지역에 있는 장로교 종합병원’(Presbyterian Hospital) 영상의학과장인 장치선의 사무실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일단 장치선 부부와 헤어진다.

벌써 2019415일 월요일이다. 한주간이 새로 시작이 되었으므로 모든 직장인들이 아침에 출근하여 하루 종일 근무하고 있다. 그 가운데 뉴욕 맨해튼(Manhattan) 중심가에 자리를 잡고 있는 대형 로펌(Law Firm)의 사무실에서 장준석 목사의 아들 장하늘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장준석 목사는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로펌에 자주 들렀는지 아주 빠르게 그 건물을 찾아간다. 익숙하게 자동차를 지하주차장에 파킹하고 조우제 가족 3사람을 안내하여 정확하게 장하늘이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을 찾아가서 방문을 노크한다.

그 소리를 듣고서 서류더미에 파묻혀 있던 장하늘이 걸어와서 방문을 열어준다. 부친과 함께 한 가족 3명이 들어오고 있다. 그것을 보고 장하늘이 생각한다; ‘오늘은 한인 가족이 무슨 법률상의 조언이 필요하여 부친과 함께 내 사무실을 방문한 모양이구나!... ‘

그러나 그것이 아니다. 회의용 탁자의 의자에 앉자마자 부친이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아, 너는 막내 고모가 호주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 오늘은 내가 그 막내 고모 가족에게 너를 소개하기 위하여 함께 왔다. 인사를 해라. 나의 막내 여동생이자 하늘이 너의 막내 고모인 장경옥, 고모부 조우제, 그리고 고종 누이 조한나이다”.  

그 말을 듣자 장하늘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장경옥조우제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 그 다음에는 그 자리에 서있는 한나에게 가서 악수를 청하면서 말한다; “네가 나의 고종 여동생인 조한나이구나. 잘 왔다. 환영한다. 그리고 만나서 반갑다… “;

조한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사촌 오빠 장하늘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뉴욕의 중심지 맨해튼의 높은 건물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장하늘을 보니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고 있다. 그래서 얼른 말한다; “오빠, 처음 뵈어요. 여동생 조한나예요. 앞으로 많이 가르쳐주세요… “.

그 말을 듣자 옆에서 장경옥이 한마디를 한다; “우리 똘똘한 딸 한나가 오늘은 영 주눅이 들었구나. 그 명성이 자자한 예일대 로스쿨 출신인 장하늘 오라비를 만나서 그런 모양이지. 하지만 한나야, 너도 열심히 공부하면 얼마든지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할 수가 있다. 그저 하늘이 오빠만큼만 열심히 공부하면 되겠구만!... “.

그 말에 장하늘이 하하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고모님,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지 마세요. 제가 볼 때에는 한나가 무척 똑똑하게 생겼어요. 그러니 나보다 더 큰일을 할 것 같은데요. 앞으로 한번 두고 보시죠,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말한다; “그래, 나도 조카처럼 생각하고 또한 그렇게 믿고 있네. 이민국가인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 성취를 얻도록 되어 있지. 그러니 내 딸 한나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여 훗날 반드시 그 열매를 얻게 될 것이야!... “;

대충 인사가 끝나자 이번에는 장준석 목사가 아들 장하늘에게 한마디를 한다; “하늘아, 너는 회사일이 많이 바쁜 모양이지. 그렇지만 네 어머니에게는 자주 전화를 드리도록 해라. 요즘은 네 전화가 뜸하다고 하면서 걱정을 하고 있더구나!… “.

그 말에 장하늘이 경쾌하게 ,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그날 장준석 목사와 조우제 가족은 오래 그 사무실에 머물 수가 없다. 미국의 회사는 연봉을 주는 것 이상으로 직원을 부려먹으려고 많은 일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쁜 장하늘을 남기고 4사람이 그 빌딩을 빠져나온다.

장준석 목사는 아직 2시간 남짓 시간이 남아 있기에 그날 맨해튼의 이곳 저곳을 자신의 차를 운전하면서 조우제 가족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아주 깔끔하게 설명을 해준다. 아마도 한국에서 온 손님을 많이 상대하면서 뉴욕의 중심지 맨해튼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 경험이 풍부한 모양이다;

그날 저녁에는 뉴욕 퀸스(Queens) 지역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장치선 부부의 집에서 모두들 즐겁게 식사를 하게 된다. 그 자리에서 장경옥이 오후에 장하늘이 근무하고 있는 로펌에 들렀다고 막내 오빠 장치선에게 말한다. 그랬더니 장치선이 말한다; “웬만하면 저녁식사를 같이하도록 하늘이를 데리고 오지 그랬니?... “.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장준석 목사가 말한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눈치를 보니 하늘이가 처리해야 하는 일감이 너무 많은 것 같았어. 그래서 내가 그 말을 하지 못하고 그만 떠나왔어요… “.

그 말을 듣자 장치선 부부가 동시에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장치선의 아내인 최준미가 시아주버니인 장준석 목사에게 말한다; “하늘이는 사귀는 사람이 있는가요? 만약 없다고 하면 내가 주변에 있는 좋은 아가씨를 신부감으로 소개해 줄 수가 있는데어때요, 한번 중매를 서 볼까요?... “;

그 말에 장준석 목사가 얼른 대답한다; “말씀은 고맙지만 지금은 하늘이가 그럴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아주 일에 파묻혀 살고 있는 것 같아서요. 조금 더 자리가 잡히면 내가 제수씨에게 부탁을 드릴게요… “.

그날 저녁에 식사를 하면서 장경옥이 궁금한지 올케인 최준미에게 질문한다; “언니네 가족은 어떻게 그렇게 한꺼번에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어요? 그 당시는 한인교회에 목회자가 부족했던 모양이지요? 그리고 언니는 한창 서울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어떻게 그만두고 함께 이민을 왔어요?... “.

그 말에 최준미가 고개를 조금 끄떡이면서 재미나게 설명한다; “그래요. 미국의 이민사회에서는 이런 말이 있어요. ‘중국사람은 가는 곳마다 음식점을 차리고 한국사람은 가는 곳마다 교회를 세운다라고 말이지요. 그 말 그대로이지요. 88서울 올림픽을 전후하여 한국사람들이 미국에 더 많이 몰려들었어요. 그들이 많은 한인교회를 세웠지요. 현지에서 목회자가 부족하여 앞다투어 한국에서 불러들인 것이예요. 그리고… “;

모두가 경청하자 최준미가 얼른 숨을 쉬고서 이어 설명한다; “나는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보다 미국에 가서 일하는 것이 더 보수가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내가 사귀고 있는 장치선 씨도 아예 미국에 가서 전문의 과정을 밟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함께 미국에 온 것이지요… “.

 대충 설명이 끝나자 이번에는 조우제가 궁금한지 손위 처남들에게 물어본다; “뉴욕이라고 하면 저는 맨해튼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지요. 어떠한 개념으로 뉴욕이 성립되어 있나요?... “. 그 말을 듣자 장치선이 얼른 말한다; “나보다는 한국인 이민자를 많이 안내하고 있는 형님이 더 잘 알고 계시지요. 준석이 형님이 한번 매제에게 설명을 해주시지요!... “.

그 말에 장준석 목사가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나보다야 이민사회의 이력이 더 긴 동생이 더 많이 알고 있지. 하지만 나보고 설명하라고 하니 내가 요령껏 설명을 해보겠네. 먼저 뉴욕의 다운타운에 해당하는 맨해튼은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야. 그것은… “.

잠깐 생각을 한 다음에 장준석 목사가 정말 알기 쉽게 설명한다; “서울시와 비교하면 그 10분의 160평방 킬로미터 정도이지요. 그것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를 합친 것보다 작아요. 맨해튼에 살고 있는 인구는 현재 170만명 정도이고요. 그런데 땅만이 아니라 전체 지역을 말하면 그보다 큰데 그것이 약 87평방 킬로미터이지요. 흔히 인근 섬들과 맨해튼에 가까운 브롱크스의 마블힐 지역을 합하여 맨해튼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런데… “;

장준석 목사가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맨해튼은 본래 인디언 말인데 그 뜻이 언덕이 있는 섬이지요. 그런데 그 언덕을 평평하게 정지작업을 하고 19세기초에 시의회가 격자식 구조’(Grid structure)로 평평한 도시를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구체적으로 세로로 12개의 애비뉴(Avenue)를 만들고 가로로 152개의 스트리트(Street)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리고 도시 중앙에는 커다란 공원 소위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를 조성하기로 했어요. 그 후… “;

장준석 목사가 재미가 있는지 씨익 한번 웃은 다음에 말한다; “1870년에 엘리베이터가 발명되자 고층건물이 세워지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마천루’(Sky scraper)가 맨해튼에 들어차기 시작했지요. 계속 마천루가 하늘을 가리게 되면 시민들이 햇빛을 누릴 수가 없지요. 따라서 20세기에는 햇빛을 적게 가리도록 고도제한을 하고 계단식으로 좁아지는 건물구조를 강제하고 있어요. 어쨌든… “;

장준석이 숨을 한번 쉬고서 결론을 맺고 있다; “흔히 뉴욕시라고 하면 다운타운에 해당하는 맨해튼을 말하지만 뉴욕광역시에는 맨해튼 외에도 자치구인 버러’(borough)4개나 더 있어요. 그것의 이름이 북에서부터 남으로 브롱크스(Bronx), 퀸스(Queens), 브루클린(Brooklyn),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 등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질문을 한다; “그런데 카운슬(council)이 중심이 되고 있는 카운티(county)와 여기서 자치구라고 하는 버러’(borough)는 차이점이 무엇인지요?... “. 그 말에 장준석 목사가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매제는 어떻게 내가 신학대학에서 공부할 때에 교회사(church history) 교수에게 질문한 내용과 같은 것을 묻고 있지그것 참 신기해. 내가 간단하게 그 차이점을 설명하겠네… “.

모두들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좋은 답변이 들려온다; “16세기에 유럽에서 종교개혁이 이루어지자 존 칼빈(John Calvin)이 스위스 제네바(Geneva)의 시장(major)이 되어 두가지 카운슬(council) 제도를 마련했어요;

 ‘시티 카운슬(city council)처치 카운슬(church council)이 그것인데 그 중에 시티 카운슬이 카운티를 이루는 기본이 되고 있지요. 시민 투표로 시의원이 선출이 되고 그들이 시의회를 구성하면서 시장을 선출하여 카운티 곧 시의 행정을 맡기고 있지요. 그와 같은 민주제도가 구미에서 카운슬’(council) 제도로 여전히 남아 있어요. 그런데… “.

정작 중요한 설명이 그 다음이다; “20세기에 거대도시가 나타나자 광역도시인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에는 여러 개의 카운슬’(council)이 참여하고 있지요. 따라서 메트로폴리탄에 여러 개의 자치구가 들어가게 되는 것이예요. 그것이 이름하여 버러’(borough)인데 그것은 본래 카운티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이해를 하면 편해요”;

그날 그렇게 좋은 질문과 답변이 있고 서로가 미국과 호주에서 이민생활을 하면서 느낀 경험과 교훈들을 재미나게 말한다. 그렇게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하루가 저물고 있다. 다음날부터 조우제의 가족은 미국에서 어떠한 일정을 소화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