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18(손진길 소설)
시드니를 떠나 뉴욕으로 올 때에 비행기 안에서 조우제가 벌써 아내 장경옥에게 말했다; “경옥, 우리가 뉴욕에 도착하면 먼저 그곳에서 할 일이 세가지예요. 첫째, 큰처남 장용화 댁을 방문하고 장모님을 뵙는 거예요. 둘째, 그 다음 처남 장준석의 집을 방문해야 하고요. 셋째, 마지막으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장치선 처남을 찾아보는 것이지요. 그렇게 3일을 보내고 하루를 더 미국 동부지역에서 체류하도록 해요. 그리고… “;
조우제가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설명한다; “그 다음 5일날에는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서 오클랜드에 있는 ‘오이코스’대학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 이유는 내 형수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한 것이지요. 솔직히 나는 그 일에 며칠이 걸릴지 몰라요. 하지만 그 일의 성공여부를 떠나서 무조건 우리는 8일째 되는 날에 다시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를 샌프란시스코에서 탑승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비행기 스케줄이예요... “.
합리적인 스케줄이므로 장경옥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사전에 합의가 되어 있기에 장경옥은 가족과 함께 하루를 큰 오빠집에서 묵은 다음날 둘째오빠의 차를 타고서 코네티컷 주(Connecticut State)로 이동을 한다. 일단 두 오빠네 식구를 만나보고 다시 큰 오빠집으로 찾아오겠다고 말하고 있으므로 모친과 큰 오빠네 식구들이 덜 섭섭하게 여기고 있다.
4월 14일은 주일이면서 북반구에서는 봄철이다. 따라서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출발하여 140km정도를 자동차로 달리니 벌써 봄의 향기가 가득하다. 드디어 코네티컷 주의 뉴헤븐(New Heaven)에 있는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보고서 둘째 처남 장준석이 조우제 가족에게 말한다; “나는 미국으로 이민을 온지 7년이 지나서야 저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신학공부를 시작했지요. 그때까지 이곳 미국에서 청소일을 열심히 하여 영주권을 얻고 생활의 기반을 잡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의 나의 잘못을 사죄하는 의미에서 열심히 일했어요. 그랬더니 새로운 길이 열렸지요. 하지만… “.
운전을 하면서 말하고 있는 장준석이다. 따라서 뒷좌석에 앉아 있는 장경옥이 도중에 말한다; “오빠, 그 다음 이야기는 집에 무사히 도착한 다음에 제가 듣는 것이 좋겠어요. 지금은 운전 중이라 다른 생각을 하면 위험해요… “.
그 말을 듣자 장준석이 즉시 말한다; “잘 알겠다. 그러면 내가 운전만 열심히 할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여기서 내가 살고 있는 맨스필드(Mansfield)는 그리 멀지가 않다… “. 장준석의 말이 맞다. 차가 30분 정도 달리니 벌써 그의 자택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의 집으로 들어가는 대문이 너무 크다. 그리고 그곳에는 ‘베리타스 실버타운’(Veritas Silvertown)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니 약 50채의 하우스가 빙 둘러 서있고 그 중앙에는 2층으로 공동건물이 건립되어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의 하우스에 장준석의 가족이 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장경옥의 가족은 의아해하면서도 일단은 차에서 짐을 내려 장준석의 집으로 들어간다. 현관에는 벌서 장준석의 아내 하성은이 마중을 나와 있다. 그녀가 먼저 현관으로 들어서는 장경옥을 보자 반갑게 말한다; “경옥 아가씨, 어서 오세요. 이게 얼마만이예요? 정말 잘 오셨어요… “.
말을 하면서 그녀가 왈칵 시누이 장경옥을 포옹한다. 장경옥도 마주 포옹을 하면서 말한다; “언니, 참으로 오래간만이예요. 그래 잘 지내셨어요. 아들 하늘이도 많이 자랐겠네요… “.
그 말에 하성은이 호호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장하늘이는 벌써 사회인이지요. 5살이 되던 해 1994년에 미국에 왔으니 올해 서른이지요. 공부를 잘하여 여기 예일대 ‘로스쿨’(Law school)을 마치고 지금은 변호사 일을 하고 있어요, 호호호… “;
거실로 들어선 조우제와 딸 한나가 정식으로 하성은에게 인사를 한다. 하성은은 시누이 장경옥의 딸인 조한나를 보고서 그렇게 기뻐한다. 그 다음에 그녀가 남편 장준석을 보고서 말한다; “여보, 이제 우리가 여기서 막내 시누이를 만났으니 정식으로 사죄의 절을 올리도록 합시다. 우리가 아니었으면 젊은 날 그렇게 고생하지 아니해도 되었을 시누이이지요. 우리가 죄인입니다… “.
장경옥이 말릴 사이도 없다. 갑자기 장준석과 하성은 부부가 거실에서 시누이 장경옥 앞에서 나란히 무릎을 꿇고서 말한다; “우리들이 죄인입니다. 부모님의 재산을 모조리 날려버리고 아가씨의 유산도 전부 탕진하고 말았어요. 그 때문에 아가씨가 대학도 못 가고 그 모진 고생을 한 것을 생각하면 정말 용서받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이제서야 사죄합니다. 부디 용서하시고 그 보답을 할 수 있는 길을 허락해주세요… “;
그 말을 듣자 장경옥이 눈물을 흘리면서 두사람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울먹이면서 말한다; “그 일 때문에 모진 고생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더 좋은 것을 예비하여 주셨지요. 그러니 그 은혜를 생각하면 내가 두 분을 용서하지 아니할 도리가 없어요. 앞으로 모두 잊어버리고 우애 있게 지내도록 합시다. 그러면 저는 되어요… “.
그 말을 듣자 59세의 장준석과 58세의 하성은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운다. 그 울음 때문에 장경옥도 한참을 따라서 운다. 조우제는 그들을 말리려다가 그만둔다. 자신의 신세도 젊은 시절 장경옥과 비슷하였기에 쉽게 그만두라고 하는 말이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조우제가 아내 장경옥과 처남 장준석에게 조용히 말한다; “이제 그만들 우세요. 딸 한나가 도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어요. 과거지사는 이제 물위에 떡을 던지듯이 던져버리고 앞으로 서로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갈 이야기나 하시지요… “.
함께 식사를 하면서 그날 장준석이 자신이 미국에 들어와서 살아온 이야기를 간략하게 한다; “1994년에 동생 장치선의 도움으로 우리 형제가 미국에 오기는 했지만 먹고살 방도가 확실한 것은 아니었어요. 내가 한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좋은 직장을 얻을 수는 없었지요. 따라서 이곳 코네티컷 주로 들어와서 청소일을 배워서 오래 했어요. 그랬더니… “.
청소일이라고 하면 조우제 부부가 상당히 잘 알고 있는 분야이다. 그래서 고개를 끄떡이면서 빙그레 웃고 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장준석이 아주 줄여서 말한다; “청소한지 7년만에 조그만 집을 사고 운이 좋아 영주권을 얻었어요. 청소용품점을 겸하여 운영한 것이 인정이 된 것이지요. 그 다음에는 내가 예일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어요… “;
그 말을 듣자 장경옥이 말한다; “준석이 오빠는 머리가 좋아 서울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교수가 되지 아니하고 부모님의 재산을 가지고 함부로 사업을 벌였다가 그만 부도가 나고 말았지요. 미국에 와서야 제대로 제 갈 길을 간 셈이군요… “.
그 말에 장준석이 얼굴을 붉히더니 이어서 설명한다; “경옥이 말이 맞다. 나는 신학을 공부하고 교회의 부교역자를 거쳐서 담임목사가 되고 나서야 내가 젊은 시절 한국에서 얼마나 인생을 잘못 살았는지 철저하게 깨달았지. 그리고 경옥이 너에게 정말 나쁜 오라비였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
그 말을 듣자 얼른 장경옥이 화제를 바꾼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왜 여기 실버타운에 들어와서 살게 된 거예요. 아직 70대의 노인도 아니잖아요?... “. 그 말에 장준석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물론 나는 노인이 아니지. 하지만 노인들을 돌보는 이곳의 목사이지, 하하하… “.
그 말을 받아서 이번에는 하성은이 말한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대학시절 간호학을 공부하면서 기독학생 성경공부모임인 ‘유비에프’(UBF)에서 활동했어요. 미국에 이민을 와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여기에 결성이 되어 있는 ‘유비에프’ 모임에도 계속 나갔어요. 그것을 보고서 남편이 의미 있는 인생을 한번 살아보겠다고 예일대학 신학과에 들어간 것이지요. 그래서… “;
조우제도 서울에서 의과대학에 다닐 때에 ‘예수전도단’(Korean Youth with a mission)의 집회모임에 참석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따라서 그와 비슷한 성격의 기독대학생 모임들을 다소 알고 있다. 그 가운데 분명히 ‘유비에프’ 모임도 들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나름대로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이제는 장준석 목사가 말한다; “나는 이곳에서 한인교회를 오래 담임하다가 3년전에 일찍 은퇴를 하고서 지금은 이곳 실버타운 교회에서 시무하고 있어요. 우리 ‘베리타스 실버타운’에는 특히 한인들이 많아요. 그래서 나는 그들을 돌보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지요… “.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관심을 표명하면서 손위 처남에게 부탁한다; “형님, 이따 이곳을 한번 둘러보게 해주세요. 저도 관심이 있어요… “.
그 말에 장준석 목사가 참으로 기뻐한다. 그리고 앞장을 서서 매제 조우제에게 실버타운을 보여주고 운영상황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그것이 훗날 시드니에서 조우제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이제 그 다음날 일정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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