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손진길 소설)

농무, 짙은 안개17(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8. 25. 01:26

 

농무, 짙은 안개17(손진길 소설)

 

4. 짙은 안개를 걷어 내기 위하여 미국을 방문하다.

 

2019413일 토요일 오전에 조우제의 가족이 뉴욕 존 에프 케네디공항에 도착한다. 호주 시드니에서 미국 뉴욕까지 오는데 참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행히 날짜변경선이 있어서 출발일과 도착일이 동일하기에 그것 하나가 마음에 든다;

시드니에서 출발하기 전에 조우제의 아내 장경옥이 미국 뉴저지에 살고 있는 큰 오빠 장용화에게 미리 항공편과 도착시간을 알려주었기에 벌써 입국장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장경옥은 큰 오빠를 2001년에 보고 18년이 지나서야 다시 보게 된다. 지난일이야 어떻게 되었든지 간에 미국에서 혈육을 다시 만나게 되니 우선 반갑다.

따라서 장용화와 장경옥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한참 포옹을 한다;

 그 다음에 조우제가 생전 처음으로 큰 처남과 악수를 한다. 그러자 61세의 장용화는 자신보다 13살이나 연하인 48세의 매제 조우제와 처음 만난 반가움에 힘껏 포옹을 한다.

장경옥이 14살이 된 딸 조한나를 자신의 큰 오라비인 장용화에게 소개하면서 말한다; “제 딸 조한나입니다. 벌써 14살이고 호주에서는 하이스쿨’(high school) 2학년입니다”. 소개가 끝나자 한나가 머리를 숙여 처음보는 큰 외삼촌에게 인사를 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환갑과 진갑이 지난 장용화가 인자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나는 큰 외삼촌이다. 한나야 반갑다. 미국에 잘 왔다. 환영한다”.

짐을 싣기 편하게 장용화가 패밀리카를 몰고 왔다. 그들을 태우고 그는 자신의 집이 있는 뉴저지주(New Jersey State)프린스턴(Princeton) 시티로 달린다. 미국에서는 매사추세츠주(Massachusetts State) 보스턴(Boston)의 위성도시 캠브리지(Cambridge)에 있는 하바드대학(Harvard University) 더불어 명문으로 손꼽히고 있는 프린스턴대학(Princeton University)이 있는 바로 그 시티(city)이다. 그 근교에 있는 큰 저택으로 차가 들어선다;

그 모습을 보고서 장경옥이 속으로 생각한다; ‘큰 오빠와 둘째 오빠의 가족이 미국에 1994년에 이민을 왔으니 벌써 26년이 되었구나. 그 사이에 열심히 일한 모양이다. 비록 시티근교라고 하지만 이렇게 큰 땅과 저택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

집안에 들어서니 장용화의 가족 뿐만이 아니라 장경옥의 둘째 오빠인 장준석의 가족도 함께 모여서 기다리고 있다. 장경옥은 그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한 다음에 큰 오빠 장용화에게 얼른 말한다; “큰 오빠, 엄마가 편찮다고 하던데 지금 어디에 계시는 거예요?... “.

그 말을 듣자 장용화가 말한다; “다행히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 지금 큰 방에서 병원침대를 가져다 사용하고 있는데 그 방으로 함께 들어가보자”. 장경옥의 가족이 장용화 부부의 인도로 그 방에 들어간다. 83세의 모친 조경숙이 병상에서 막내딸 장경옥을 보자 너무 반가워서 눈물을 흘린다.

장경옥이 모친의 손을 잡으면서 말한다; “엄마, 18년이 지나서야 이제 만나게 되네요. 나하고 서울에서 함께 살때에는 생생하셨는데 그 사이 이렇게 늙으셨네요. 그래 좀 어떠세요?... “. 그 말을 듣자 조경숙이 병상에서 몸을 조금 일으켜서 막내 딸 경옥의 손을 두손으로 잡는다.

그리고 이제는 웃음기를 띄면서 말한다; “이 에미를 보려고 그 먼 길을 왔구나. 나는 이곳에서 너의 큰 오빠 가족과 잘 지냈다. 이제 경옥이 너를 보았으니 원이 없구나. 그래 너는 호주에서 어떻게 지냈니? 네 신랑은 어디 있니?... “.

그 말을 듣자 그때서야 장경옥이 남편 조우제와 딸 한나를 모친에게 소개한다. 설명을 들은 장모가 사위에게 말한다; “조서방, 내가 미국에 있어서 자네가 내 딸과 서울에서 결혼을 하는데 내가 가보지를 못했어. 이제 이렇게라도 만나게 되니 너무 반가워. 내 딸을 잘 돌보아주어서 정말 고마워!... “;

옆에 서있던 조한나가 얼른 조경숙에게 말한다; “할머니, 저는 손녀 한나예요. 정말 만나고 싶었어요… “. 조경숙이 외손녀 한나를 가까이 오게 하고 포옹을 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네가 내 딸 경옥이의 외동딸 한나구나. 참으로 반갑구나, 아가야… “.

조우제와 한나가 그 방을 나간 다음에도 장경옥은 한참동안 모친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사이에 조우제는 큰 처남의 가족은 물론 둘째 처남 장준석을 비롯한 그의 가족과도 정식으로 인사를 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큰 처남의 부인이 키친으로 가서 식사준비를 마저하고 있다.

식사준비가 끝나자 장용화의 아내인 큰 올케가 시누이 장경옥을 안방에서 불러온다. 그날 식사자리에서 장경옥이 큰 오빠에게 묻는다; “그래 그동안 이곳 미국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고 사신 거예요?... “.

그 말을 듣자 장용화가 울먹이면서 말한다; “경옥아, 이 오빠는 너에게 가장 미안하고 죄스럽다. 네가 고등학교 3학년인데 내가 그만 사업을 잘못하여 부도를 내고 말았으니 말이다. 나 때문에 네가 제대로 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했으니 이 오라비의 잘못이 너무 크다. 용서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를 용서해다오… “;

식사자리에서 그렇게 사죄를 하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장경옥의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천천히 말한다; “큰 오빠, 우선 식사나 하세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하고요. 우선은 그동안 미국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고 사셨는지 그것이 궁금하여 말씀을 드린 거예요… “.

그 말을 듣자 장용화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다소 진정이 되었는지 말한다; “그래, 나는 미국에 와서야 제대로 정신을 차렸다. 그래서 어려운 일, 힘든 일을 가리지 아니하고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지 했다. 그 다음에는 내가 한국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기에 이곳에서 세탁소의 기계를 수리하는 법을 빨리 배우게 되었다. 따라서… “.

그것을 보고서 조우제가 말한다; “큰 처남께서는 우선 식사를 하십시오. 나중에 저희들이 천천히 설명을 들어도 됩니다… “. 그 말을 듣자 장용화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알겠네. 식사가 끝나면 내가 차근차근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네… “;

후식을 먹는 자리에서 장용화가 이어서 설명한다; “처음에는 그 기술을 사용하여 여러 곳의 자동세탁업소’(laundromat)를 뛰어다니면서 고장을 수리해주고 돈을 벌었지요. 그렇게 돈을 모은 다음에는 내가 직접 론드로매트를 차려서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직접 수리 보수를 하면서 세탁공장을 운영하게 되니 자꾸만 업소가 늘어나게 되었어요. 그 결과 이 방면에서는 나름대로 성공한 셈이 되었지요… “;

그 말을 듣자 장경옥이 말한다; “그래도 미국에 와서 큰 오빠는 열심히 일하여 다시 일어섰다고 하니 듣기에 좋아요. 진작 그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오빠도 한국에서 젊은 나이에 집안에서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났으니 힘들었겠지만 나는 그 때문에 인생에 짙은 안개가 끼이고 말았어요. 간호보조원으로 10년 세월을 지내야만 했으니 말입니다… “.

그 말을 듣자 장용화가 다시 한번 고개를 떨구면서 말한다; “경옥아 정말 미안하다. 내가 할말이 없다. 게다가 어머니를 어린 너에게 8년이나 맡겨 놓고 내가 미국에 와서 자리를 잡았으니 이 모든 것이 다 경옥이 너의 공이다. 내가 어떻게 너의 공을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

그 말에 장경옥이 조용히 말한다; “나는 큰 오빠의 그 사죄의 말을 들었으니 그것으로 되었어요. 이곳 미국에서 그래도 어머니를 모시고 18년 세월을 살아내었으니 장남의 도리를 뒤늦게나마 하신 셈이군요. 그러니 저는 그것으로 되었어요. 이제 자리를 잡고 잘 살고 있는 것을 보았으니 안심이 되네요… “.

그 말을 듣자 장용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장경옥에게 새삼 고개를 숙이면서 말한다; “경옥아, 나를 용서해주니 정말 고맙다. 이제부터는 내가 큰오빠의 노릇을 잘할 것이니 무엇이든지 필요하면 나에게 말해다오. 앞으로 그렇게 갚아가면서 살아가도록 하겠다. 그런데 너는 그동안 호주에서 어떻게 살았니?... “.

그 사이에 둘째 오라비인 장준석이 말한다; “그래, 나도 경옥이 네가 혼자서 호주로 건너가서 어떻게 지냈는지 그것이 정말 궁금하다. 서울에 있는 장경주의 말로는 조서방을 만나 결혼하게 되어 영주권도 얻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소 안심을 하기는 했지만그리고 내가 살아온 이야기는 나중에 코네티컷(Connecticut)에 있는 내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마… “.

그날 모두가 모여 있는 큰 오라비의 집에서 장경옥이 호주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여 간호사가 되었는지 그리고 남편 조우제가 어떻게 의대공부를 마치고 가정의가 되었는지를 소상하게 설명한다;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두 가족은 입을 다물지를 못한다.

그러면서 61세의 장용화59세의 장준석이 이구동성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경옥이 너도 대단하지만 참으로 조서방이 대단하구만. 젊은 날의 시련을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고 그 짙은 안개를 헤쳐 나왔으니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구만… “.

미국에서의 첫날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가고 있다. 그 다음날부터 조우제의 가족은 미국에서 어떠한 일들을 만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