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35(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7. 13. 05:46

너와 나의 공화국35(손진길 소설)

 

한국의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된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2003225일에 취임식을 가지고 대통령직무를 시작하였지만 그가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자신의 포부를 마음껏 펼친 것은 아니다. 그의 학력과 경력이 미흡하다고 생각한 정치인들이 많아서 도리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소추를 국회에서 당하게 된다;

이제는 헌법재판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의 가결이 합헌적인 것이라고 판결하기만 하면 그는 하야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그러나 민심의 변동이 심하게 요동을 치고 있다.

그 이유는 애초에 탄핵소추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선거법 위반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탄핵 소추안의 통과라는 엄청난 결과와 비교할 때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상당히 미흡한 명분이며 대중적인 설득력이 약하다. 따라서 국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게다가 여당의원들이 대거 자신들의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을 등지고서 야당이 제기한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만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처음부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학력과 경력이 자신들이 보기에는 하찮게 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노무현은 상업고등학교 출신이다. 머리가 좋아서 사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패스하고 판사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지방에서 1년 근무하고 그 다음에는 판사를 그만두고 주로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것이다. 게다가 국회의원 초선이었을 때에 운이 좋아 청문회 스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후 낙선을 거듭하여 단지 2선의원에 불과하다.

여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당시 노무현은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라 낙선한 처지였다. 그러한 그가 민주투사 출신인 대통령 DJ가 깔아준 융단을 타고서 비상한 것이다. 인권변호사에 불과한 그가 과연 독재정권타도에 앞장선 민주투사인가? 경남의 김해출신인 노무현은 호남의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는 DJ와는 지역적인 기반이 애초에 다른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민주주의 선거제도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표가 승패를 가르고 집권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정치인의 학력과 경력이 호화찬란하다고 하여 반드시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동냥 벼슬이라고 불리고 있다. 국민들의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자가 그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과 기성 정치인 가운데 누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가? 정치학교수인 강훈이 생각하기로는 여소야대 정국 하에서의 거대한 야당 세력이거나 그에 동조하고 있는 반() 노무현 여당세력이 아니다. 국민을 진심으로 섬기고자 하는 머슴과 같은 마음과 행동이 엿보이고 있는 순박한 시골농부와 같은 인상의 노무현인 것이다;

그러한 국민의 마음의 변화를 미리 읽고서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회의 폭거에 대하여 거칠게 항의를 하고 나온 인물들이 묘하게도 2004415일에 시행이 되는 제17대 총선에 자신들의 후보자를 내고자 노무현을 지지하는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있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우당인 셈이다.

열린우리당의 대표가 언론방송인 출신 정동영이며 그는 호남출신이다. 그가 효과적으로 신당의 중심에 핍박당하고 있는 노무현을 모시고 있기에 엄청난 승리를 총선에서 거두고 있다. 150석 과반수를 뛰어넘는 152을 차지한 것이다.

그 열린우리당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함으로써 정동영 대표는 단숨에 차기 대통령 후보라는 지위를 넘보게 된다. 그는 너무나 큰 대승을 거두었기에 그만 그것이 정치적 판단에 예리한 자신의 능력 덕분인 것으로 예단하고 있다;

그 때문에 2007년말 대선에 참여할 때에는 아예 노무현 대통령을 열린우리당에서 떠나도록 한다. 그것이 그의 패착이다. 왜냐하면, 열린우리당의 승리는 애초에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에 두었기 때문인데 그 앙꼬가 그만 없어져버린 찐빵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동영의 능력으로는 결코 승리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 제17대 대선이라고 하겠다.

어쨌든 정치학교수인 강훈이 보기에는 여대야소라는 새로운 정국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마음껏 정치를 펼친 2004년 후반부터 2007년 초반까지 2년반의 세월이 그의 진보정치참여정치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시기이다. 그 시기의 특징이 과연 어떠한 것일까? 강훈 교수가 대학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그 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한국에서 보수정치보다는 진보정치가 민족주의적인 색깔을 더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대착오적인 주체사상을 나름대로 민족주의라고 우기고 있는 북한정권이 진보정치를 펼치고 있는 노무현 정권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그 결과 노무현 대통령이 200710월초에 평양을 방문하여 남북정상회담을 하게 되는 것이다;

(2)  진보정치는 소득의 재분배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므로 가난한 백성의 입장에서는 사회보장의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시기이다. 그 대신에 재벌의 입장에서 보자면 비자금 형성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 지금까지 자본의 자유화를 마음껏 누리던 좋은 시절이 끝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최고 재벌의 총수인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검찰조사를 받고 재판에 회부가 되는 처지가 되고 있다;

(3)  보수정치가 현상태의 유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면 진보정치는 미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자 한다. 따라서 5년 단임 대통령제도가 아니라 4년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제도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러한 입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초에 제안하고 있는 개헌의 논의를 바라볼 수가 있다.

(4)  사실 개발독재정치를 펼친 박정희 대통령의 시대에 민주화의 기치를 내걸었던 김대중 후보가 진보정치의 시작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선거에서 패한 이후 오래 해외에 머물면서 미국과 일본이 원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에 대하여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김대중 대통령1998년부터 외환위기 국면을 벗어나기 위하여 펼친 정책들은 미국과 일본의 대자본이 원하고 있는 바를 거의 들어준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대미외교와 대일외교는 보수정치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그러한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진보정치와 보수정치의 중간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그와 다른 점이 있다. 그는 대미외교와 대일외교에 있어서 민족주의적인 색깔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무엇을 주고서 그를 달랠 수 있는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얻고 있는 것이 국제연합 UN의 사무총장 자리를 한국인에게 주겠다고 하는 의외의 제안이다. 그 열매를 노무현 정권에서 외무부장관을 지낸 반기문이 2006년 10월에 개인적으로 얻고 있다. 그것은 그의 행운이다;

(5)  노무현은 자신이 한국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하여 진보정치를 펼치고 있지만 그 성공여부는 전적으로 국민의 참여가 좌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정부를 스스로 참여정부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국민이 동참하여 주면 그의 정치를 계승하는 인물이 뒤를 이어 그 열매를 얻을 것이고 그러하지 아니하면 다시 보수정치로 돌아가고 말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과연 200712월 제17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는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 것인가?...

이상과 같은 내용을 강훈 교수가 2007 5월 하순에 열린 상록회 모임에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강훈의 논리적인 정치해설을 들은 4선의원 이민욱, 3선의원 조영백, 그리고 검찰청 수뇌부인 나아문이 크게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자신들의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정치학교수가 있다는 것이 한국정치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참으로 도움이 된다. 그들은 좋은 친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2007년을 잘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