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37(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7. 14. 19:26

너와 나의 공화국37(손진길 소설)

 

20082월말이다. 58세인 대학교수 강훈은 새 학기 강의를 준비하기 위하여 연구실에 나와서 컴퓨터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강훈의 아내 김가영은 외아들 강한수가 재작년에 결혼하고 한집에서 살다가 작년에 분가하였기에 요즘은 자주 아들집에 찾아가서 갓난아기 손자 강주일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젊은 시절 입법부 사무관이 된 강훈이 여의도에 살고 있는 집안 숙부 강하삼의 집에 정초가 되자 문안인사를 갔다. 그때 숙모 김미령이 집안 조카인 강훈에게 자신의 친정 사촌 오빠의 딸 김가영을 소개하여 주었다. 두사람이 사귄 지 일년을 넘기지 아니하고  1978년에 결혼했다. 그때 강훈의 나이가 28세였다.

강훈과 김가영 부부의 외아들인 강한수28살이 되자 사내연애를 하던 이하나2006년에 결혼했다. 명문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강한수가 IT업체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 회사에서 같은 전문직종으로 일하고 있던 대학 1년 후배 이하나를 만나서 연애를 한 것이다;

강한수는 군대를 다녀와서 취직을 했지만 이하나는 여성이라 군대복무가 없어서 일찍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따라서 나이는 비슷하지만 직장에서는 이하나가 강한수의 선배였다. 그렇지만 대학으로 따지면 강한수가 1년 선배이다.  

전공도 같고 출신대학도 같고 하는 일도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하다. 따라서 두사람은 사귄 지 일년만에 결혼하고 처음에는 부모인 강훈 내외의 집에서 함께 살았다. 그러다가 부모가 살고 있는 정릉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자 작은 규모이지만 운 좋게 하나를 분양 받아서 이사한 것이다.

아들 부부는 열심히 저축한 돈으로 작은 아파트를 장만하여 이사하게 되니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작년에 며느리 이하나가 아들 강주일을 낳았다. 해가 바뀌자 금년에는 2살이 된 아기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며느리 이하나가 다시 직장을 나간다. 남편 강한수와 함께 출근을 하게 되니 그것이 좋은 모양이다;

그날 강훈의 교수연구실로 오전에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받고 보니 오랜 친구 조영백 의원이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이니 참으로 절친이다. 반가운 김에 강훈이 조영백에게 말한다; “, 영백아, 어쩐 일이냐? 지난달 하순에 정기모임에서 만났는데 한달만에 또 전화를 하는구나. 요즘은 국회가 한가한가 보지?... “.

그 말에 전화기 너머에서 조영백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하하하, 훈아, 나는 국회에서 바빠. 나는 벌써 3선의원이라고. 2년전에는 법사위에서 야당간사를 지냈지만 작년말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져서 지금은 다시 여당의원이 되어 있어… “.

듣고 보니 그렇다. 그래서 강훈 역시 웃으면서 말한다; “아이구, 이거 죄송합니다. 바쁘신 여당의 3선의원을 몰라보고 제가 실언을 했군요. 용서하세요, 하하하… “. 그 말에 조영백이 아직도 웃으면서 말한다; “금년 4월 총선에서 재선이 되면 그때는 여당 4선의원이니 내가 국회 상임위원장이 되겠지. 그러니 선거준비에 눈코 뜰 사이가 없이 바빠, 하하하… “.

그제서야 강훈이 따지듯이 말한다; “그렇게 바쁘시면 재선준비나 잘 하시지, 오늘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주는 것이냐?”. 그 말에 조영백이 얼른 말한다; “아차차, 내가 오늘 네게 전화한 용건을 잊어버릴 뻔 했다. 훈아, 내가 너를 급히 만날 일이 있어. 지금 연구실로 찾아가면 되겠니?... “.

전화상이지만 강훈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그래, 점심시간이 되어가니 내가 음식을 배달해 놓으마.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자꾸나. 천천히 조심해서 오너라. 기다리고 있으마… “;

친구는 역시 오랜 된 동무가 좋다. 같은 고향에 중고 대학이 모두 동창이니 강훈조영백이 정말 죽마고우와 같다. 그것도 중학교에서 전교 1등을 주고 받던 처지이니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그런지 1시간도 지나지 아니하여 조영백이 강훈의 교수실로 들어선다.

그날 함께 자장면을 먹은 후 조영백이 강훈에게 용건을 말한다; “훈아, 며칠 전 225일에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식을 가지고 직무를 시작했어. 사실 그는 우리와 같은 고향이고 중학교 선배이기도 하지. 그리고 이 대통령의 형님이 바로 국회 부의장을 지내셨지. 그래서 내게 개인적으로 말하기를 이번에 당선되면 4선의원으로서 저희 형제를 도와 달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훈이 너의 의견을 좀 들어보고 싶어… “.

그 말을 듣고 강훈이 신중하게 말한다; “영백이 네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좀 있구나. 너는 내가 상록회에서 발표한 내용 진보정치보수정치와의 차이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어느 것이 더 국익에 낫고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가? 하는 점을 깊이 생각하고 있구나. 그래, 나는 그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영백이 네가 오래 의정활동을 했으면 참으로 좋겠다고 생각이 된다… “.

그 말에 조영백이 조용히 눈을 감는다.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있는 동무 강훈이 있다고 하는 것이 감사하다. 그래서 눈을 뜨고서 말한다; “그래, 맞다. 나는 인권변호사로 오래 지냈어. 그래서 그런지 가진 자보다는 못 가진 국민의 인권에 대하여 더 관심이 많아. 그런데 그들 형제는 벌써 기득권 세력이 되어서 그것이 아닌 것 같아. 그래서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야… “;

그 말을 듣자 강훈이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영백이 너는 노무현 대통령의 그 소탈한 모습이 좋으냐?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의 신분상승한 모습이 좋으냐?... “. 조영백이 진심을 담아서 대답한다; “그래, 나는 아무래도 노통의 그 촌부와 같은 모습이 좋다. 국민과 함께 울고 웃을 줄 알아야 진정한 정치인이 아닌가?... 나는 그것이 좋아… “.

그 말에 강훈이 활짝 웃으면서 말한다; “영백이 너는 벌써 그 해답을 알고 있구만, 고민할 필요가 없지. 그 마음 그대로 계속 전진하면 되지. 내가 너를 끝까지 응원하마”. 조영백이 갑자기 강훈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말한다; “고맙다. 나는 훈이 너의 그 말을 듣고 싶었다. 나는 이제부터 여당 안의 야당이 되어 진짜 국민의 대변인이 될 것이야… “.

그 말을 남기고 조영백이 여의도 의사당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해 200849일 실시된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조영백은 여당 한나라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한다. 강재섭의 한나라당은 과반의석 150석을 넘어서 무려 153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여대야소 국회의 도움을 받아 강력하게 보수정치를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 반면에 야당이 지리멸렬이다. 1야당인 손학규의 통합민주당81, 2야당 격인 이회창의 자유선진당18, 3야당 격인 서청원의 친박연대14석이다. 그 가운데 야당다운 야당은 통합민주당이다. 왜냐하면 이회창이 본래 YS의 신한국당을 한나라당으로 바꾼 인물이며 서청원의 친박연대는 한나라당에서 대권후보경쟁을 벌인 박근혜를 지지하는 당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은 언제 다시 정권을 장악하게 되는 것일까? 이번 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하여 보수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기나 한 것일까?

그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적이 있는 여당의 4선의원 조영백은 여당 속의 야당이 되고자 작심하고 있다. 기득권 보수세력만이 똘똘 뭉치고 있는 지금의 한국정치가 과연 상대적인 박탈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국민들에게 어떠한 배려를 할 것이며 장차 통일한국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중심세력이 될 수 있는지 그것이 개인적으로 많이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4월 총선에서 역시 재선이 된 야당의원 이민욱이 벌써 5선의원이다. 그는 당에서 부의장을 맡으라고 권하지만 극구 사양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정치부기자를 오래한 경험이 있는 이민욱은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다크호스인 박근혜가 버티고 있는 한 보수정권이 오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그는 힘이 약한 야당이 있는 지금의 국회보다는 다른 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무래도 지방정권의 수장을 한번 지내는 것이 자신의 정치경력에 더 좋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민욱의 바램이 이루어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