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39(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7. 16. 13:07

너와 나의 공화국39(손진길 소설)

 

5선의원인 이민욱200910월부터 처가가 있는 원주지역의 방문에 자주 나서고 있다. 서울 여의도 의사당이나 그의 저택이 있는 일산에서 강원도의 내륙도시인 원주까지는 제법 멀다. 그 먼 거리를 59세인 이민욱이 틈만 나면 왕복하고 있으니 그것은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민욱은 이듬해 6월에 실시되는 도지사선거에 나서고자 작심하고 있다. 따라서 고향이 있는 경북과 처가가 있는 강원도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두고 고심을 했다. 그 결과 그가 내린 결론은 강원도 쪽이 더 낫다는 것이다;

사실 강원도 속초에는 이민욱의 친동생이 살고 있다. 그가 그곳과 묵호에 큰 어장을 가지고 있으며 지방유지이다. 친동생 이상욱이 말하기를 야당의원인 형의 입장에서는 보수성향이 강한 경북보다는 오히려 서울사람의 투자가 늘어나서 개방적이며 날로 발전하고 있는 강원도가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이민욱이 따져보니 자신의 처가가 원주이고 제수씨의 친정이 강릉이다. 강원도 원주에는 자신의 아내 황보순옥의 친척이 많이 살고 있다. 강릉에는 동생 이상욱의 아내인 정봉임의 집안이 벌족이다. 게다가 이민욱이 국회에서 오래 국방위원으로 활동해서 그런지 전방이 가까운 춘천 이북의 강원도 지방이 친밀하다.

요컨대, 한번 도전할 만하다. 2009년초부터 이민욱 의원이 그렇게 생각하고 슬슬 강원도 처가와 동생 집안으로 나들이를 하였다. 그리고 10월이 되자 아예 춘천에 자택을 마련하고 서울에서 거의 출퇴근을 하다시피 먼 거리를 왕래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인근 일산에 있는 저택에는 아들 이상길 내외가 들어와서 살도록 벌써 조치를 했다. 이상길은 삼성본사에서 근무하고 있으므로 약간 멀지만 일산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며느리의 친정이 일산이므로 아들 내외가 좋아한다;

이민욱이 수도권에서 내리 5선을 한 것은 그 나름대로 선거전에 능숙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오래 정치부기자로 생활한 것이 정치판세를 읽는데 매우 도움이 되고 있다. 따라서 20106월초에 실시가 되는 도지사선거에 있어서도 선거전의 귀재인 이민욱이 여당의 텃밭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강원도에서 일약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막상 경북 출신인 야당의원 이민욱이 강원도지사에 당선되자 여당인 한나라당은 물론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크게 놀라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상록회 멤버들이 진심으로 이민욱의 당선을 축하한다. 그리고 6월 하순에는 서울에서 저녁시간에 축하모임을 가지고 있다.

그 자리에서 여당의원인 조영백이 짓궂게 이민욱을 놀리고 있다; “민욱이 네가 집에서 상록회 모임을 하자고 하더니 도지사에 당선되고 있구나. 이제 한번 더 네 집에서 모임을 하면 다음에는 대통령에 당선될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 그 말을 듣고 모두들 통쾌하게 웃고 있는 그들이다. 벌써 환갑이 된 나이이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청춘인 모양이다.

20107월이 되자 대학가가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나이 60강훈 교수도 이제는 서서히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 65세까지 버틸 수가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오래 노교수로 학교에 남고 싶지가 않다. 그는 1996년 여름에 입법부 관료생활을 청산하고 과감하게 K대학교 정치대학원으로 옮겨와서 교수로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사람이다;

벌써 15년이나 교수생활을 하고 있으니 이제는 다른 일을 찾아서 대학을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강훈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사람이 사실은 그의 아들 강한수이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서울에서 IT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이 강훈에게 인터넷방송을 한번 해보시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학교수인 강훈이 인터넷을 이용하여 벌써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인터넷방송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그런데 아들이 전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하니 한번 시작을 해볼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7월 중순이 되자 여의도에 살고 있는 집안 숙부 강하삼이 강훈을 자신의 집으로 부르고 있다. 방학 중이라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모처럼 숙부 강하삼의 집에 들렀더니 그날따라 숙부의 아들인 강지만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강훈은 자신보다 4살 연하인 일가 동생 강지만을 보자 반가워서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어린다.  

강지만이 먼저 친척 형님인 강훈에게 인사를 한다; “형님, 오래간만에 뵙겠습니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면서 그것도 대학에서 같은 전공 정치학교수로 일하고 있는데 제가 자주 형님에게 문안인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

그 말을 듣자 강훈이 하하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그거야 피장파장이지, 하하하동생도 벌써 56세이구만. 우리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친 지 제법 오래 되었어. 서로 대학이 다르다 보니까 자주 만나지를 못했지. 그렇지만 우리는 정치학회에서 정기적으로 만나지 않았는가? 그래 별고 없지?... “;

강훈은 그저 인사말로 그렇게 물은 것이다. 그런데 동생 강지만의 대답이 의외이다; “형님, 별 일이 생길 것만 같아요. 사실은 아버지가 제게 강북의 옛날 아버지 지역구에서 출마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고 계세요. 형님 생각은 어떠세요?... “. 그제서야 강훈은 숙부 강하삼이 오늘 자신을 집으로 부른 이유를 알 것만 같다.

그래서 강하삼 부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밝힌다; “숙부님께서는 지난 1985년에 제12대 국회의원이 되셔서 제162000년 선거까지 연이어 재선이 되셨으니 서울 강북에서 무려 5선을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2004년에 자진 은퇴를 하셨으니 20년간 정계를 누빈 것이지요… “;

강훈의 말을 듣자 강하삼은 감개가 새롭다. 그래서 지긋이 눈을 감는다. 그것을 보고서 강훈이 이어 말한다; “당시 74세의 고령만 아니셨으면 숙부님은 능히 다시 재선에 성공하시고 국회의장까지 바라보셨을 것입니다. 그런 아쉬움이 있으시니 이제는 아들을 대신 국회의원으로 세우고 싶으신 것이지요?... “.

그 말을 듣자 강하삼이 부인하지 아니하고 고개를 끄떡인다. 그것을 보고서 강훈이 말한다; “그러니 이제 볼은 아들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러니 지만 동생이 부친의 뒤를 이어서 정치인이 되고 싶으면 차제에 결단을 내리면 되지. 내 생각에는 정치학교수를 계속한다고 하더라도 10년이 되지 못하여 퇴직을 해야 할 게야;

 그러니 60세가 되기 전에 정치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

그 말에 강하삼의 얼굴이 환해 진다. 그리고 아들에게 웃으면서 말한다; “지만아 보아라. 내 말이 맞지. 네 형도 네가 다음에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것에 찬성이다. 너는 이미 나에게 만약 훈이 형이 찬성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이제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알겠지? 하하하… “.

부친의 말을 듣자 강지만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조용히 끄떡이고 있다. 정치학교수로 버티는 것도 10년이 상한선이니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선거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직 정계와 지역구에서는 부친 강하삼의 입김이 나름대로 남아 있다;

그러니 그 선거구에 가서 다시 밭을 일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제19대 국회의원선거가 20124월이다. 그러므로 아직 준비기간이 1년반이상 남아 있다. 그 점을 생각하면서 56세의 강지만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는 2년후의 총선에서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과연 부자간에 같은 선거구에서 다시 당선이 되는 기적이 창출이 되는 것일까? 그것이 여당이 아니라 야당으로 출마하는 것이기에 강훈이 크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201212월에 실시되는 제18대 대통령선거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