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40(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7. 17. 10:05

너와 나의 공화국40(손진길 소설)

 

201012월 중순이 되자 강훈 교수는 정치대학원에서 강의는 물론 성적처리가 모두 끝난다. 이제는 겨울방학이다. 그렇지만 강훈은 습관처럼 교수연구실에 나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는 예년과 달리 깊은 생각에 빠지고 있다. 그 이유는 명예 퇴직하는 문제를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해가 가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학의 연구실과 교단을 떠나게 되면 그는 다가오는 새해 2011년을 어떻게 맞이하게 될 것인가? 아들 강한수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매일 방송하는 것이 아니다. 일주일에 1시간 이내로 방송할 생각이다. 그러므로 방송 준비하는 시간까지 모두 합해야 이틀이면 될 것으로 보인다 .

그렇다면 남는 시간이 더 많다. 물론 그가 평소에 하고 있는 그대로 개인 블로그에 한국정치와 국제정치에 관한 에세이를 작성하여 올리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수입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결론은 내년부터 연금을 받아서 생활하는 소위 연금생활자가 될 것이다;

물론 입법부 공무원으로 그리고 대학의 교수로 근무한 모든 기간을 합산하면 연금이 상당할 것이므로 노후의 생활이 크게 불편하지는 아니할 것이다. 분가한 아들 내외도 정답게 같은 직장에서 일하면서 잘 살고 있으니 크게 신경을 쓰지 아니해도 된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한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교수연구실의 전화벨 소리가 크게 울린다. 강훈이 수화기를 들고서 상대방의 말을 듣고자 한다. 뜻밖에도 대학 때의 친구 이상하의 목소리가 쟁쟁하게 들려온다; “강훈 교수, 그동안 잘 지냈어. 나 이상하야. 그리고 여기는 호주 시드니이고… “.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그렇지만 한국이 아니고 호주라고 하니 오래간만에 전하는 친구의 말에 큰 변화가 엿보이고 있다. 그래서 강훈이 의아하여 급히 확인을 하고자 한다; “, 상하구나. 반갑다. 그런데 호주 시드니에는 연말이라 따뜻한 곳으로 해외여행을 간 것이냐?... “;

그 말에 이상하가 하하라고 웃으면서 경쾌하게 대답한다; “아니다. 나는 6개월 전에 국세청에서 명예퇴직하고 이곳 호주로 이민 와서 집을 사고 정착하였기에 이제 강훈 너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는 거다, 놀랬지, 하하하… “.

그야말로 강훈이 이상하의 말에 깜짝 놀라고 있다. 서울의 강남세무서에서 세무서장으로 일하고 있던 대학친구 이상하가 공직을 벗고 호주 시드니로 이민을 가서 정착을 하고 있다고 하니 그것이 놀라운 소식이다. 그렇지만 당장 강훈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역시 역사학을 전공한 이상하의 좋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강훈이 자신도 밝은 목소리로 이상하에게 말한다; “좋은 소식이구나. 오랜 공직생활을 명예롭게 끝내고 이제는 따뜻한 남쪽나라에 가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니 축하한다. 언제 한번 너를 호주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그 말에 이상하가 아주 쉽게 대답한다; “그러면 지금 대학이 방학일 테니, 강훈아 이곳 따뜻한 시드니로 한번 놀러 오너라. 나는 언제나 환영이다”.

그 이야기를 강훈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내 김가영에게 말한다. 그러자 아내의 말이 걸작이다; “여보, 나는 손자를 보느라고 여전히 바빠요. 그러니 당신 혼자 다녀오세요… “. 그 말에 강훈이 아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러면서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여보, 손자보다는 내가 더 서열이 앞서는 것 몰라요? 며느리에게 며칠간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라고 말하고 시간을 좀 내세요. 이번기회에 우리 함께 따뜻한 호주 시드니를 다녀오도록 합시다. 5일 정도 일정이면 될 거예요… ”.

일주일도 아니고 5일 정도만 시간을 내면 함께 다녀올 수가 있다는 강훈의 말에 아내 김가영이 호호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좋아요. 사실은 저도 당신하고 해외로 여행하고 싶어요. 그러면 5일만 다녀오는 것으로 하고 내가 며느리에게 말해 볼께요. 그 정도면 도우미를 대신 구해도 되겠지요… “.

강훈 부부가 막상 호주 시드니에 가는 비행기를 탄 것이 새해가 되고 열흘이 지난 2011110일이다. 시드니공항에 도착하니 친구 이상하가 입국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다;

 강훈이 반가워서 이상하를 포옹한다. 그 옛날 1970년에 공릉동에 있던 서울대 교양과정부에서 그리고 하숙집에서 매일 만나던 그 친구를 이제는 시드니에서 다시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날 이상하가 강훈 부부를 자신의 집이 있는 스트라스필드 아파트로 안내하고 있다;

차를 지하주차장에 넣고서 엘리베이터로 503호에 도착하여 이상하가 도어벨을 누른다. 안에서 방문자를 확인하고서 이상하의 아내인 최숙임이 문을 연다.

강훈 부부가 서울에서 1년에 한차례 정도는 그들 부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김가영최숙임이 진작에 친구사이가 되어 있다. 따라서 두사람은 남편의 눈치를 보지 아니하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기에 바쁘다.

일찍 점심식사를 끝내고 커피를 마시면서 강훈과 이상하는 부인들이 나누고 있는 그 끊임없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흐뭇하게 웃고 있다. 그러다가 강훈이 뒤늦게 이상하에게 물어본다; “어째서 명예퇴직을 하고 호주 시드니로 이민 올 생각을 다 한 것이니?... “.

이상하가 얼른 대답한다; “사실은 내 절친이 일찍 이곳으로 이민 와서 오래 살고 있어. 내가 지난 십여 년간 그 집을 몇 번 방문했다가 그만 나도 이민바람이 들어서 시드니에 정착하고자 생각한 것이야.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는 말이 사실인가 봐, 하하하… “.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강훈이 웃으면서 말한다; “상하야, 나도 조심해야 하겠다. 네 집에 자주 방문하다가 보면 나도 호주에 이민을 오는 이상한 바람이 들지 모르겠구나, 하하하… “. 그 말에 이상하가 따라서 웃다가 한가지 물어본다; “그런데 강훈, 대학 1학년 때 같이 하숙을 하던 네 친구 조영백이는 잘 지내고 있냐?... “.

그 말을 듣자 강훈이 기분 좋게 대답한다; “그래 영백이는 잘 지내고 있다. 너도 알다시피 영백이는 벌써 4선의원이다.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지. 인권변호사 출신이 대단하지… “. 그 말에 이상하가 옛날 생각이 나는지 말한다; “동숭동 문리대에 돌아와서도 나는 역사학과, 영백이는 철학과인지라 우리는 같은 캠퍼스에서 더러 만나는 사이였지. 그런데… “;

아련한 기억이 새로워지는지 이상하가 조금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어느 날 그는 사법고시를 준비하겠다고 하면서 그때부터 도서관에 틀어박혀 버렸어. 그러니 얼굴보기가 힘들어지더라. 나는 영백이가 젊은 시절 객기를 부리는 줄 알았다. 그래서 한두 해 지나면 다시 얼굴을 볼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어… “;

이상하의 추억여행에 강훈도 동참하고 있는지 아련한 옛날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그때 그의 귀에 이상하의 마지막 말이 들려온다; “여러 해가 지나서야 영백이가 사시에 합격하고 나서 나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지. 하여튼 영백이는 의지의 한국인이야… “. 

그 말을 듣고 강훈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면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다; “그렇지, 내 친구 영백이는 의지의 한국인이 맞지. 게다가 그는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철학도로서의 근본을 잊지 않고 있어. 무슨 말인가 하면… “.

이상하의 집이 서울이 아니고 시드니라서 그런지 그날 따라 강훈의 설명이 직선적이고 진솔하다; “영백이는 무엇이 국가이익이고 공익이며 국민에게 골고루 이익이 돌아가는 정책이며 정치활동인지를 항상 사색하며 고민하고 있거든참으로 보기 드문 정치인이야.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조영백 의원의 팬이야… “;

강훈의 말에 이상하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한다; “오늘 정치학교수 강훈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있네. 이거 내가 훈이 너를 시드니로 부른 것이 참 신의 한 수이구만. 좋은 이야기 많이 하고 며칠 시드니의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고서 돌아가도록 해. 내가 성심성의껏 안내를 해주겠네, 하하하… “.

이상하의 말 그대로 강훈 부부가 3일간 이상하 부부의 집에 머물면서 여유 있게 시드니의 여름을 즐기다가 서울로 돌아간다. 그리고 미련 없이 20111월말에 사직서를 학교당국에 제출한다.

강훈은 아들의 도움을 받아 201131일부터 인터넷방송을 시작한다. 매주 한시간 씩 강훈이 한국의 정당정치와 민주주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는데 그것이 몇달이 지나지 아니하여 대중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의 정치를 이론적으로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시청자가 많아서 그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