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33(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7. 11. 05:08

너와 나의 공화국33(손진길 소설)

 

200110월 중순에 상록회 정기모임이 강북에서 열리고 있다. 저녁식사를 겸하여 모임을 하고 있기에 막상 별실에서 여러가지 이슈를 다루게 된 것은 저녁 8시가 지난 늦은 시간이다. 그날따라 여러가지로 논의가 활발하고 정치학교수인 강훈의 입장에서도 들을 만한 이야기거리가 많다.

가장 먼저 이민욱 의원이 북한과의 합의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아니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나는 북한의 속셈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작년에 김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남북간 정상회담을 하고 6.15선언을 하기에 이르렀지만 막상 얻은 성과라고는 남북이산가족 방문단과 금강산 관광의 활성화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

이민욱이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말한다; “작년 8월에 합의한 개성공단건립도 여전히 그 진척상황이 감감무소식이다. 그와 같이 북한이 남북간 합의사항의 이행을 자꾸만 지연시키고 있다. 그것은 그들의 속셈이 애초에 따로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지… “.

결론삼아 이민욱이 말한다; “내가 보기에는 김정일이 김씨 일가의 통치체제유지를 위하여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핵무력의 완성을 위하여 어디까지나 남북간 화해무드를 이용하여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야… ”;

강훈이 보기에도 그러하다. 조영백나아문의 생각도 같은 모양이다. 따라서 모두들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훗날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

그 다음에는 조영백 의원이 DJ정권의 경제정책의 성과에 대하여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주요내용을 강훈은 다음과 같이 머리속에 정리하고 있다;

(1)  IMF사태가 발생하여 그 직격탄을 맞은 1998년을 제외하고 보면 이듬해 1999년에는 경제성장율이 9.5%이고 작년 2000년에도 8.5%의 높은 성장율이다. 그러므로 김대중 정권의 경제회복정책이 성공적인 것이다.

(2)  전전달 곧 20018월에 국제통화기금에서 빌린 195억불을 전액 조기 상환하였다. 그 정도로 DJ정권의 경제회복정책은 성공적인 것이다;

(3)  다만 그러한 성과의 뒤안길에는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실업률이 증가하고 해외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국내의 알짜배기 기업을 국제펀드에 불가피하게 넘겨주어야 했다. 그러므로 그 모든 상처를 치유하자면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날 3친구들이 정치학교수인 강훈에게 최근에 발생한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와의 알력에 대하여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강훈이 알기 쉽게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고 있다; “흔히 DJP연합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두사람의 연합은 DJ 김대중 후보가 1997년말에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한 것이지. 따라서… “.

3친구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강훈이 천천히 설명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이 이끌고 있는 정당 곧 자유민주연합 소속의 인물 가운데 상당수를 내각에 포함시키고 동시에 JP를 실세총리로 삼았어. 그러나 선거의 귀재인 DJ20004월에 시행이 되는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홀로서기를 시도한 거야. 그 방법이… “.

재미나는 대목이다. 모두들 침을 삼키며 경청을 한다. 강훈의 설명이 이어진다; “지난번 대선에서 3등을 한 이인제를 끌어들이고 야당인사 가운데 여당으로 오고자 하는 인재들을 영입한 것이지. 그 명분은 새천년을 리더할 새로운 인재에 의한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 “.

강훈이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그 새로운 정당이 바로 작년 1월 하순에 창당한 새천년민주당이야. 그러한 맥락에서 20001월 중순에 실세총리 JP부터 해임한 것이지. 그 결과 작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이 무려 전체 273석 가운데 115석이나 얻게 된 것이야. 그것은 그 전에 새정치국민회의가 얻은 79석에 비하면 엄청난 성과이지. 그러니 이제는 배신을 경험한 JP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고 보아야지… “;

3친구의 얼굴을 한번 본 다음에 강훈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2달 전 20018월에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제출한 통일부장관 임동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있었어. 그때 김종필이 총재로 있는 자유민주연합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어. 해임건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지. 그 때문에 내각에서 JP의 인물들이 모두 해임이 되고 DJP연합1997년 대선을 앞둔 11월부터 따지게 되면 무려 310개월만에 종말을 고하고 만 셈이지”;

강훈의 설명이 끝나자 이민욱 의원이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잘 들었어. 긴 역사를 잘 요약하여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니 고맙군. 그런데 이제는 남은 문제가 심각하지. 왜냐하면 작년 총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이 115석을 얻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과반수 의석인 137석에서 22석이나 부족한 것이야. 그러니… “.

좌중을 한번 둘러본 다음에 이민욱의 설명이 계속된다; “여소야대의 정국은 계속이 될 것이고 만약 DJ측에서 불미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정치적으로 큰 난관에 처하게 될 것이야. 그러니 내년말까지 남은 임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과연 어떠한 일들이 발생할 것인지 말이야… “.

역시 3선의원다운 날카로운 분석이다. 작년 413일에 시행이 된 제16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재선이 된 이민욱이다. 그것을 보고서 역시 재선에 성공한 바가 있는 여당의원 조영백이 나서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조영백의 말이 다음과 같다; “그것은 사실이야. 정권말기가 되면 일종의 절름발이 현상이 발생하지. 그러니 여당인물들이 문제를 일으키게 되면 그것을 수사하게 되는 검찰이나 경찰이 청와대의 눈치와 여의도의 눈치를 모두 보게 될 것이야. 그 문제는 서울지청장이 되어 있는 나아문의 의견을 들어보면 좋겠는데… “;

그 말을 듣자 나아문이 오래간만에 발언을 한다; “영백이가 아주 재주껏 볼을 내게 건네고 있구만. 나는 지금까지 검찰에서 줄곧 검사로 살아왔어. 내가 믿고 있는 것은 여야를 떠나서 범죄한 자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야. 그러니 양쪽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지. 누구든지 범죄사실이 드러나면 법에 따른 처벌을 받도록 철저하게 조사를 할 것이거든… “.

나아문의 발언을 들으면서 모두들 섬뜩한 기운을 느끼고 있다. 그 이유는 김영삼 대통령 때 전직 신군부 출신 대통령 두사람을 철저하게 조사한 경력이 있는 검찰이다. 그들은 김대중 정권에 있어서도 벌써 YS시절 안기부장이었던 권영해를 집중적으로 수사한 사실이 있다.

그러므로 정치인이나 사회의 저명인사라고 하더라도 일단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고 나면 절망적인 상황이 되고 만다. 따라서 세간에서는 영혼까지 탈탈 털리게 되는 지옥을 맛보게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와 같은 생각 때문에 나아문의 3친구들이 쓴 입맛을 다시고 있다;

그런데 2001년이 지나고 2002년이 되자 연말에 있게 되는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벌써 여야에서는 잠룡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으로서는 여당후보가 승리하여 자신의 정책을 계속 추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반면에 야당에서는 이번기회에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와 같은 주장들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의 권력에 큰 누수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것이 2002년 봄에 나타나고 있는 소위 최규선 게이트인 것이다;

 그 자초지종이 어떠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