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강해 제178강(창33:3-5)
작성자; 손진길 목사(갈릴리한인교회 담임)
작성일; 주후 2014년 1월 31일(금)
야곱의 철저한 자기 부인과 십자가를 지는 모습을 보고 응하고 있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창33:3-4)
하나님께서는 야곱의 숙적인 에서를 그의 진정한 형제로 변화시키고 계십니다; “에서가 자기도 모르게 한 달음에 야곱에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를 끌어안고서 입을 맞추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창33:4). 여기서 원수를 형제로 변하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그것을 인간의 능력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그와 같은 창조적인 관계의 형성에 대해서는 매우 서툴고 무지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상대적인 척도를 가지고 있으며 보복적인 관계의 형성과 그 유지에 익숙할 뿐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을 매우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심히 싫어합니다. 인간의 사랑 역시 상대적인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야곱의 라헬 사랑이 그 점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굉장히 편파적이고 편애적인 모습입니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받은 만큼 되돌려주고자 합니다. 그래서 인과응보를 믿고 있으며 일종의 ‘보응의 법칙’을 인간사회의 철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인간사회의 기준에서 보면, 에서의 행동은 실로 파격적인 것입니다. 어떻게 20년 전의 원한을 모두 잊어버리고 그렇게 동생 야곱을 환대를 할 수가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이 발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야곱의 태도도 그러합니다. 그 옛날에는 형을 장자로 인정하지 아니하고 그를 결코 차기 족장으로 섬기고자 하지를 아니했습니다. 야곱은 형 에서의 장자의 명분과 차기 족장인 형에게 주는 아버지 이삭의 축복까지 모두 빼앗으려고 감히 시도를 했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릅니다. 자신의 목숨과 처자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하여 가장 낮은 신하의 예로써 형 에서를 자신의 왕으로 맞아들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다음과 같이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자기는 그들(처자식) 앞에서 (에서에게로) 나아가되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히며 그의 형 에서에게 가까이 가니”(창33:3).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알 수가 있습니다; 첫째로, 야곱이 자신의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히고 있는 행위는 자기를 부인하고 있는 모습에 해당합니다. 그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있습니다. 형 에서와 다투려는 마음을 버리고 있습니다.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섬기고자 합니다. 하나님께서 사자를 시켜서 축복을 주셨으니 야곱 자신이 먼저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면 그 축복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그 점을 야곱이 깨닫고 있습니다. 둘째로, 야곱은 자신에게 맡겨진 십자가를 지고 있습니다. 부디 처자식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몸을 일곱 번이나 땅에 굽히며 형 에서에게 사정을 하고자 나아가고 있습니다. 형이 과거의 원한을 당장 여기서 풀고자 한다면 야곱 자신의 목이 땅에 떨어질 판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개의치 아니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목숨으로 처자식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야곱의 그와 같은 태도가 하나님의 마음에 들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창조적인 역사가 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하나님께서 일순간에 에서의 마음을 마치 봄눈이 녹듯이 그렇게 녹여버리신 것입니다(창33:4).
에서의 질문, “너와 함께 한 이들은 누구냐?”(창33:5a)에 대한 야곱의 답변, “하나님이 주의 종에게 은혜로 주신 자식들이니이다”(창33:5b). 그 속에 담겨 있는 원숙한 신앙인의 자세; “하나님의 은혜를 알고 종이 되어 원수를 섬기다!”(창33:5, 요13:14).
형제상봉의 감격에 젖어 있던 에서가 조금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그의 눈에 야곱의 뒤에 줄을 지어서 차례로 서있는 여인들과 어린아이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창33:5a). 여인이 네 명이나 되고 그 소생으로 보이는 자식들의 수가 엄청 많습니다. 그래서 에서가 야곱에게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너와 함께한 이들은 누구냐?”(창33:5b). 야곱이 공손하게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의 종에게 은혜로 주신 자식들이니이다”(창33:5c). 야곱의 답변 속에는 은연 중에 그의 성숙한 하나님 신앙이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는 자식을 주시는 하나님을 믿고 있습니다. 태를 닫고 여시는 위대하신 하나님이십니다. 그 분의 손에 자손의 번성이 달려 있습니다.
77세에 빈손으로 지팡이 하나만 달랑 들고서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들어갔던 야곱입니다. 지난 20년 세월 동안 인색하고 신의가 없는 라반 아래에서 무척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은혜로 2처2첩에 수 많은 자식을 뒤늦게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재산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숙적인 쌍둥이 형 에서까지 원수가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형제로 맞이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개가 무량합니다. 그래서 그의 입에서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 은혜가 너무나 실감이 나서 형 에서를 왕처럼 대하고 섬기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이미 약속한대로 예물도 드리고 에서를 마치 하나님을 본 듯이 대하고 있습니다; “내가 형님의 눈 앞에서 은혜를 입었사오면 청하건대 내 손에서 이 예물을 받으소서. 내가 형님의 얼굴을 뵈온즉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사오며 형님도 나를 기뻐하심이니이다”(창33:10). 야곱의 진술과 섬김의 모습은 마치 제자들의 발을 씻기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과 은연 중에 닮아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고 섬기라는 당부를 야곱이 미리 소급하여 적용시키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요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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