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갈렙 장군28(작성자; 손진길)
한편 갈렙의 제자인 아비노는 처가 식구들과 함께 모압에 남게 된다. 모압의 아르성에서 외인부대의 천부장으로 지내게 된 것이다. 장인인 창파가 외인부대장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창옥도 천부장이다. 군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모압왕 발락이 외인부대에 대한 대접을 융숭하게 해주고 있기에 지내기에 별로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열흘이 지나자 그렛의 용병부대가 왕도인 아르성에서 북쪽국경으로 이동하게 된다. 모압왕이 외인부대로 하여금 아르논 강 남안의 국경지대를 지키도록 명령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남침하는 아모리족속이 있으면 모조리 척살하라는 왕명이다;
국경수비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외인부대장인 창파는 때로 갈렙에게 맡긴 아들 창기스의 생각을 많이 한다. 늘그막에 얻은 아들이라서 그런지 부정이 깊은 것이다. 그래서 혼자서 자주 중얼거린다; “잘 지내고 있겠지?... 기골이 장대한 창기스이니 사부인 갈렙으로부터 무공을 잘 배우게 될 것이야. 다시 만나게 되면 나보다 무예가 더 높은 수준이 되어 있겠구만… “.
부친이 모압의 북쪽국경 아르논강 남안의 막사에서 그러한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23살의 청년 창기스는 에돔에서 매우 기분이 좋다. 모압에서 대승을 거두고 개선한 그들을 에돔의 백성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웅 대접을 받아서 그런지 절로 기분이 좋다.
그런데 에돔의 왕궁 근처에서 일박하게 되자 더 이상 그러한 축제의 분위기가 아니다. 가람 장군이 천부장과 백부장을 모두 불러모아서 비장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새로 백부장이 된 창기스도 참석하여 그 이야기를 듣게 된다;
55세의 명장 가람이 말한다; “오늘밤 우리는 비밀작전을 수행한다. 나와 천부장들이 갈렙 사령관을 모시고 왕궁의 담을 넘어 침투하면 불길이 쏟고 왕궁의 북문이 열릴 것이다. 그러면 우리 친위대는 전원 왕궁으로 돌진하여 시위대를 해치우고 에돔왕 하달을 잡는다. 알겠지? 준비에 철저를 기하도록… “;
에돔의 수도 보스라는 그날 따라 그믐인지 어두운 밤이다. 하늘에서는 천공을 나는 새들이 벌써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멀리서 부엉이 우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리고 있는 깊은 밤이다. 그러한 어두운 밤에 왕궁의 북쪽 담을 순식간에 넘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다. 모두들 검은 복면에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누가 누구인지 식별이 되지를 않는다.
다만 일반병사와 틀리는 점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높은 성곽을 예사로 밤새처럼 넘어선다는 것이다. 200여명이나 되는 침투조가 갈고리를 이용하여 왕궁의 성벽을 넘어와서는 북문으로 고양이처럼 달린다;
그리고 성문을 지키고 있는 에돔의 왕궁수비대를 척살한다. 관솔 불빛 아래 큰소리도 못 내고 쓰러지는 자들은 모두 왕궁수비군이다.
침투조 가운데 10여명이 기어코 북문으로 달려가서 육중한 성문을 열고 만다. 그러자 2만명이 넘는 군사들이 수석천부장 옛블렛의 지휘에 따라 한꺼번에 궁궐로 난입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팔목에 완장을 차고 있다. 흰색 완장이 관솔 불빛에 환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궁궐에서 기다리고 있던 갈렙 사령관과 가람 장군이 옛블렛이 인솔하고 온 2만명의 군사들을 만난다. 그 자리에서 갈렙 사령관이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가람 장군이 앞장을 서서 길을 열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수석천부장 옛블렛의 지휘를 받아 가람 장군의 뒤를 따르라. 나는 후삼 사령관을 만나서 그와 함께 너희들의 뒤를 따를 것이다”;
가람 장군이 앞장서서 수비군을 해치우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가람 장군의 옆에는 길을 안내하고 있는 자들이 여럿 있다. 그들은 후삼 사령관이 특별히 왕궁의 지리를 잘 아는 장교를 외인부대에게 붙여 준 것이다.
가람 장군과 수석 천부장인 옛블렛이 부하들을 이끌고 안내장교가 인도하는 대로 에돔왕의 처소가 있는 건물로 접근한다. 그 앞을 두 무리의 수비군이 막고 있다; 하나가, 휘황찬란한 갑옷을 입고 무기를 휘두르는 자들인데 그들은 왕궁수비병 가운데 최정예이다. 또 하나는, 일단의 내시들이 무장하고 출입문을 지키고 있는데 그들의 용모를 보니 엄청난 무예를 지닌 고수들이다;
가람 장군과 옛블렛은 일단 그 자리에서 천부장들과 백부장들을 불러모은다. 그리고 한꺼번에 에돔의 최정예 고수들과 자웅을 결한다. 그 싸움이 쉽게 승패가 나지 않는다. 그때 비조와 같이 날아와서 그 싸움판에 끼어드는 자가 있다. 복면을 하고 있지만 그가 휘두르고 있는 언월도에서 무서운 광채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니 갈렙이다.
그 모습을 보자 가람 장군은 마음이 놓인다. 순간 갈렙의 언월도가 휙 스치고 지나가자 에돔의 최정예 수비병 십여명이 동시에 쓰러진다. 갈렙이 틈을 주지 아니하고 계속하여 언월도에 8할의 내력을 주입하여 휘두른다. 7번 연속으로 휘두르며 전진하자 수비병사들이 전부 길을 비키고 만다.
그 자리에 서있으면 생죽음을 당하는 줄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시들은 다르다.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고 3인 1조가 되어 자신들의 내력을 하나로 합하여 갈렙의 언월도를 막고자 한다. 그들이 힘을 합하여 휘두르고 있는 장창에서도 광채가 휘황찬란하다.
그러나 그 다음순간 승부가 갈라진다. 갈렙의 언월도가 마치 뱀처럼 내시들의 창을 집어삼키고 만다. 내시들의 창에서 광채가 사라지면서 언월도가 창의 주인들을 모두 도륙을 내고 마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환관장이 급히 뒤로 물러서면서 외친다; “죽음의 사신이다. 아무도 저 언월도를 막을 수가 없다. 하늘이 저 자를 이곳으로 보냈으니 오늘 하달의 왕조가 끝장이 나고 마는구나!... “;
길게 탄식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환관장이 문을 열고 급히 안으로 뛰어간다. 그 뒤를 복면을 한 십여명의 무리가 급히 뒤쫓는다. 환관장이 들어서고 있는 방이 왕의 침실이다. 그 방으로 뒤쫓아 가보니 침상에 하달 왕이 앉아 있고 그 앞에 경장을 한 7명의 무인이 환관장과 함께 서있다.
복면의 무리를 이끌고 그곳까지 달려온 자가 갈렙 장군이다. 그가 보니 왕을 지키고 있는 최후의 호위무사 7명의 눈에서 무서운 안광이 발사되고 있다. 그것은 극강의 무예를 익히고 있는 고수라는 표시이다. 갈렙이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고수들이다;
그래서 다소 긴장한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갈렙이 안심한다. 왜냐하면, 무공이 더 깊어지면 그 안광이 속으로 갈무리가 되어 평범하게 변하고 말기 때문이다. 갈렙 자신은 벌써 그러한 최고수의 경지에 들어서 있으니 그들보다는 분명히 한수위이다.
그때 방문 바깥에서 껄걸 웃는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병사들이 들어온다. 앞장을 서고 있는 자가 사령관 후삼이다. 그가 국왕 하달의 친위무사들을 향하여 일갈한다; “늙은 뱀 고브라와 6인의 무사들은 들으라. 지금 나에게 항복하면 목숨을 살려주고 중용할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막아 서면 죽음을 당할 것이고 3족을 멸할 것이다”.
‘고브라’라고 하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무사장이 대답한다; “범궐하여 감히 국왕의 목숨을 노리는 역적이 누구인가 했더니 너 후삼이구나. 네놈의 뜻대로 쉽게 그렇게 되지는 아니할 것이다… “;
고브라가 후삼 사령관에게 칼을 겨누면서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네 놈을 죽여 에돔의 우환을 덜고자 한다. 덤벼라”. 그 말들 듣자 후삼이 직접 칼을 들고 고브라를 상대한다.
두 사람은 모두 상승무공을 익히고 있다. 따라서 몸의 움직임이 제비와 같이 경쾌하고 검이 뱀처럼 날름거린다. 그리고 검에서 푸른 광채가 나고 있는데 서로 부딪치자 번개가 생성되는 것처럼 보인다.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는다. 그것을 보고서 나머지 6명의 호위무사들이 한꺼번에 후삼 장군에게 달려든다.
그 모습을 보고서 더 빠르게 갈렙과 가람이 움직인다. 두사람이 이제는 검을 사용하는데 그 검에서 나오는 빛이 후삼과 고브라의 것보다 더 휘황찬란하다. 그것을 보고서 호위무사들이 급히 뒤로 한꺼번에 물러난다. 그 검을 상대하게 되면 자신들의 검과 신체가 전부 갈라지고 만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빨라도 그 후퇴는 느린 것이다. 갈렙과 가람의 검이 더 빠른 속도로 날아와서 동시에 6명의 무사들을 도륙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 고브라가 대노하여 크게 외친다; “오늘 나의 형제들을 모두 죽이다니 한 놈도 살려 둘 수가 없다”. 순간 고브라의 이마가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그것을 보더니 갈렙이 급히 자신의 검에 내력의 9할을 가하여 힘껏 던진다.
검이 마치 활처럼 날아가서 고브라의 이마에 박힌다. 그와 동시에 고브라의 몸이 풍선처럼 터진다. 피의 줄기가 확산된다;
그 순간 갈렙이 외친다; “모두 피하라. 고브라가 독을 풀어서 뿌리는 피이다”. 그 말을 하면서 갈렙이 옆에 있는 장창을 집어서 내력을 불어넣어 강하게 회전시킨다.
고브라가 죽음으로 뿌린 독혈이 어이가 없게도 침상으로 날아간다. 그 피를 뒤집어 쓴 자가 에돔의 하달 왕이다. 그가 침상에서 쓰러지는데 독혈이 닿은 곳에서 파란 불기운이 피어나고 있다. 왕이 그렇게 절명하고 만다. 그것으로 하달 왕은 물론 그를 끝까지 지키고 있던 7명의 호위무사와 환관장까지 모두 죽고 만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후삼 사령관은 무사하지만 그의 부관들이 모두 독혈에 맞아서 절명하고 만다. 그 와중에서도 갈렙과 가람이 급히 자신들의 무기를 회전하여 독혈을 쳐내었기에 그들의 부하들은 살아 남았다. 그 모습을 보고서 젊은 백부장 창기스는 무공의 무서움을 알게 된다. 상승의 무공이라고하는 것이 저러한 높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는 줄은 전혀 알지를 못했다.
창기스는 외경심을 가지고 자신의 사부가 된 갈렙 장군의 진면목을 다시 본다. 그리고 새삼 마음을 다잡는다; “갈렙 사부 아래에서 저 고강한 무예를 모두 배워서 나도 가람 장군처럼 상승의 무예를 지녀야 하겠다. 그것이 무사인 내가 나아갈 방향이다… “;
국왕 하달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는 것을 보고서 후삼 사령관이 부하들을 이끌고 왕의 처소를 나온다. 그리고 왕궁의 전각 앞에 서서 크게 외친다; “나의 군사들은 들으라. 우리들은 모압 땅에 가서 아모리 족속을 몰아내고 개선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무능한 하달 왕과 간악한 무리들이 에돔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
5만 5천명의 후삼의 군대와 1만명의 알람의 군사 그리고 2만 4천명의 갈렙의 군사가 후삼 사령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후삼이 이어서 말한다; “더구나 하달 왕가는 이방인의 왕조이다. 나 후삼은 에돔족속의 시조인 에서의 자손이다. 따라서 나는 외세인 이방인의 왕가를 물리치고 오늘 에서의 직계인 후삼 왕가를 다시 회복한 것이다. 나 후삼 왕은 옛날처럼 에돔 왕국의 영광을 사해에 떨칠 것이다”;
그리고 후삼은 옆에 서 있는 갈렙의 손을 함께 들고서 말한다; “시조 에서의 자손이며 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 오늘 함께 거사를 도모한 갈렙 장군이다. 그는 이스라엘의 전방사령관으로서 앞으로 우리 에돔왕국을 크게 도와줄 것이다. 나는 형제의 나라 이스라엘과 영광을 함께 할 것이다”.
그 말을 듣자 갈렙 장군의 부하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그들이 에돔의 정통왕가를 회복하고 후삼 왕을 세우는데 일익을 담당하였기에 가슴이 뿌듯한 것이다. 그리고 에돔왕가의 후손이 바로 자신들의 사령관 갈렙 장군이니 그것도 감격스러운 것이다. 그렇게 에돔왕국의 역사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한 자가 갈렙 장군이다. 그때가 주전 1,431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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