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갈렙 장군(손진길 작성)

소설 갈렙 장군2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25. 16:23

 

소설 갈렙 장군27(작성자; 손진길)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던 갈렙이 갑자기 창옥의 옆에서 그녀를 계속 부축하고 있는 젊은 청년에게 눈이 고정된다. 그래서 천천히 그곳으로 걸어가서 먼저 아비노창옥에게 말한다; “그대 두사람이 혼인을 하는 것을 나는 찬성한다. 앞으로 그렛족을 위하여 일할 훌륭한 인물을 낳게 될 것이야… “;

그 다음에 갈렙이 그 청년을 보고서 묻는다; “젊은이는 누구인가?”. 그 청년이 공손하게 대답한다; “저는 그렛 용병부대에서 백부장을 맡고 있는 창기스입니다. 창옥 천부장의 남동생이지요… “. 갈렙이 다시 묻는다; “금년에 나이가 몇인가?”.

그 청년이 이상한듯이 갈렙을 주시하면서 대답한다; “금년에 23살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의 나이를 물으십니까?”. 갈렙이 빙그레 웃으면서 딴말을 한다; “23살의 나이에 벌써 백부장이라고 하니 대단하구만. 창파 형이 좋은 아들을 두셨구만… “;

아비노와 창옥의 혼인식을 준비하면서 아비노의 사부인 갈렙이 슬쩍 지나가는 말로 창옥의 부친인 창파의 생각을 물어본다; “내가 아드님 창기스의 근골을 보아하니 완벽한 무골이더군요. 나의 제자로 삼았으면 좋겠는데, 창대장의 생각은 어떠하세요?”.

창파는 벌써 갈렙의 애제자인 아비노로부터 사부인 갈렙 장군의 무예가 중근동에서는 그 상대를 찾을 수가 없는 절대고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리고 창파가 전번 창옥과의 대결에서 보니 갈렙의 제자인 아비노 역시 그렛에서는 그 상대를 찾을 수가 없는 대단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창파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좋습니다. 하지만 창기스는 제가 늘그막에 낳은 귀한 아들입니다. 그러니 갈렙 장군께서는 부디 귀하게 여기시고 잘 보호하여 주시며 아울러 훌륭한 무인으로 키워주십시오”.

그 말을 듣자 갈렙이 창파에게 말한다; “허허, 창파 형의 말씀은 아들을 저의 제자로 맡기지만 마치 상전처럼 모셔 달라는 것으로 들립니다. 저는 그렇게 귀한 자식을 제자로 맡을 수는 없는데 어찌하면 좋습니까?... ”.

그 말을 들은 창파가 아차한다. 그래서 얼른 정정한다; “제가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이라 그만 말실수를 했습니다. 그저 잘 돌보아 달라는 간청입니다. 아비노처럼 뛰어난 무인으로 만들어 주시면 저는 만족합니다… ”;

그때부터 창기스가 갈렙 장군의 3번째 제자가 되어 사부와 행동을 함께하게 된다. 그 대신에 아비노는 창옥과 혼인하고 그대부터 그렛의 용병단에 들어가서 천부장을 맡게 된다. 갈렙은 뜻하지 아니하게 모압의 기르성에서 한 제자를 그렛용병단에게 주고 다른 제자를 얻게 된 셈이다.

그렇게 기르성에서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아르성을 공격하고 있는 에돔의 알람 사령관으로부터 급한 기별이 후삼 사령관에게 당도한다. 전령이 전하고 있는 장계의 내용을 후삼이 갈렙에게 읽어 준다.

그 내용의 첫머리가 다음과 같다; “나는 에돔을 떠나올 때 5만명의 군사를 지휘하고 있었소. 그런데 그동안의 전투로 인하여 3만명의 군사를 잃어버리고 이제는 2만명의 군사만을 가지고 아르성을 계속 공격하고 있는 형편이요”.

그것을 사실이다. 알람이 후삼과 전공을 겨루려고 하다가 그만 많은 병사를 잃어버린 것이다. 후삼이 계속 갈렙에게 읽어준다; “모압의 수도인 아르성을 수비하고 있는 아모리 시혼족장의 군사는 7만명이 넘는 것 같소. 그러니 후삼 사령관은 부디 휘하 5만명의 군사를 이끌고 빨리 와서 나를 도와주세요. 부탁합니다”.

후삼이 잠시 숨을 쉬고서 마지막 문장을 읽어준다; “아르성을 점령하지 못하게 되면 나는 도저히 귀국하여 다시는 하달 국왕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이요. 그러니 후삼 사령관은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구해주세요. 이번 고비만 넘기게 해준다면 앞으로 내가 견마지로를 다할 것입니다. 알람이 삼가 엎드려서 간청합니다”;

 

그 내용을 듣고 보니 정세가 무지하게 급한 모양이다. 2만명의 군사로 7만명이 지키고 있는 아르성을 치겠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무리수를 둔 인물이 알람이다. 딱하기는 하지만 자승자박이다. 그렇지만 에돔으로 함께 돌아가야 하는 후삼 사령관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모른 척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후삼이 갈렙 장군의 의향을 물어본다;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그 정도로 알람의 군대가 약화되었으면 이제는 그를 살려서 함께 회군해도 될 것 같은데… “. 그 말을 듣자 갈렙이 확실하게 대답한다; “내 생각에는 알람의 군사가 1만명 정도이면 우리가 안심하고 회군하여 에돔의 왕도를 칠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런데 아직 2만명이나 된다고 하니 우리에게 큰 부담이지요… “.

갈렙이 잠깐 숨을 쉬고서 이어서 말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압의 수도인 아르성을 점령하지 아니하고 회군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그러니 결론은 한 3일 후에 천천히 아르성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아울러 우리의 희생을 줄이자면 모압왕의 군대도 함께 참전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  

그 말을 듣자 후삼이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좋습니다. 그러면 내가 모압왕 발락에게 말하여 그가 거느린 군사의 절반을 내어놓으라고 하겠어요. 그렇게 되면 3일 후에 아르성을 향하여 출병하도록 하지요”.

발락왕은 자신의 군사 3만명을 절대로 내어놓지 않는다. 그 대신에 돈을 주고 고용한 그렛용병단 1만명을 데리고 가라고 말한다. 후삼과 갈렙이 웃으면서 그렇게 동의하고 만다. 사흘이 지나자 후삼의 군대와 갈렙의 친위대 그리고 창파의 용병단이 함께 동편에 있는 아르성을 향하여 출병한다;

그들이 도착하자 열세에 허덕이고 있던 알람 사령관이 크게 환영한다. 그의 군사는 갈렙과 후삼이 예측한대로 1만명 남짓에 불과하다. 그 정도의 병력으로 그동안 시혼족장의 군대를 아르성에 가두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후삼 사령관이 정치적인 제스처로 동료인 알람 사령관에게 말한다; “제가 기르성에 사정이 있어서 좀 늦게 도착하여 송구합니다. 넓은 마음으로 양해를 바랍니다. 이제 제가 우리의 용병단과 모압의 용병단까지 전부 끌고 왔으니 승전의 기쁨을 함께 맛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르성을 점령하게 되면 그 공로를 전부 알람 사령관에게 돌리고자 합니다”.

그 말을 듣자 알람 사령관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그리고 진심으로 후삼 사령관에게 말한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제가 후삼 사령관을 주군처럼 모시고 견마지로를 다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후삼 사령관이 알람 사령관의 두 손을 꼬옥 쥐어 준다. 그리고 다정하게 말한다; “이제부터 우리는 한 몸입니다. 함께 모압의 수도를 수복하고 또한 조국으로 돌아가서도 함께 노선을 같이하여 행동하도록 합시다... “.

후삼의 그 다음말이 중요하다; “그 누가 우리 두사람의 앞길을 막겠습니까? 그렇게 한세상 구가하도록 하시지요. 나의 벗, 알람 장군은 이제 나의 형제와 같습니다… “. 후삼 사령관이 하고 있는 말의 깊은 의미를 알람 사령관이 모두 깨닫지를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르성을 정복하고 조국 에돔으로 돌아가서도 함께 잘 지내자고 하는 뜻으로만 알아 듣고 있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 마음이 편해진 알람 사령관이 역시 후삼 사령관의 두 손을 마주 쥐고서 말한다; “좋습니다, 좋아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후삼 사령관께서 먼저 말씀하여 주시니 제가 황송할 지경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고 말고요… “. 그렇게 상당히 어설프지만 두 사령관은 뜻을 합하고 있다;

아르성을 공격하는 군대의 규모가 증가한다. 후삼의 군사 5, 갈렙의 군사 12, 청파의 용병 1만에 알람의 군사 1만명이 합해지니 도합 82천명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르성 안에 있는 아모리 시혼족장의 군사가 7만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공성작전이 별로 효과가 없다.

그래서 이틀동안 공성작전을 수행하다가 갈렙이 후삼에게 말한다; “통상 3배의 병력이 있어야 남의 성을 점령할 수가 있어요. 우리 군사의 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니 비상수단을 사용해야 합니다… “.

잠시 숨을 쉬고서 천천히 갈렙이 말한다; “내가 침투조를 이끌고 오늘밤에 성안에 몰래 들어가서 불을 지르고 북쪽의 성문을 활짝 열 생각입니다. 그러니 후삼 형제는 절반의 군사를 은밀하게 북문 쪽으로 이동하여 즉시 성안으로 돌진하세요”.

그 말을 듣자 후삼 사령관이 자신의 군대와 갈렙의 친위군대를 이끌고 은밀하게 북문 근방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성안으로 몰래 침투한 갈렙의 신호를 기다린다. 한밤중에 성안에서 갑자기 큰불이 발생한다;

 

이어서 북문의 안쪽에서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한식경이 지나자 주위가 조용해지고 갑자기 북문이 활짝 열린다. 갈렙 장군이 성공한 것이다. 후삼 사령관의 군대와 가람 장군이 지휘하고 있는 갈렙의 친위부대가 한꺼번에 물밀듯이 아르성 안으로 진입한다;

아르성 안에서 성밖의 에돔 군대와 전투를 벌이고 있던 아모리 시혼족장이 혼비백산한다. 갑자기 밤중에 북쪽에서 큰불이 나서 군사들이 불을 끄기 위하여 2만명이나 동원이 된다. 성밖에서는 적군들의 공격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그래서 시혼족장이 엄청 바쁘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문을 통하여 에돔의 군사들이 엄청 성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뒤에서 배후를 동시에 공격당하고 있기에 시혼족장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떻게 북문이 뚫렸는가? 그곳을 수비하고 있던 군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한밤중이라 자세한 내용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안팎으로 공격을 받던 시혼족장이 결단을 내린다; “나의 군사들은 들으라. 이제 우리는 아르성을 버린다. 그러니 모두들 빠르게 아르논 강을 건너 우리의 시혼왕국으로 돌아간다. 모두들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기를 바란다… “.

시혼족장이 자신의 시위대만을 거느리고 아르성을 빠져나가 순식간에 북쪽으로 사라진다. 그 모습을 보고서 끝까지 아르성에 남아 적들과 싸울 병사가 없다. 따라서 태반은 시혼족장이 도망을 친 동문을 통하여 성을 빠져나간다;

하지만 절반 정도의 아모리 병사들은 그 기회를 잡지 못한다. 왜냐하면, 갈렙의 친위부대가 철저하게 그들의 퇴로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갈렙은 아르성으로 출병하기 전에 기르성에서 가람 장군에게 말한 바가 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가람 장군, 이번 아르성 전투에서 우리는 얻어야 할 것이 하나 있어요. 내가 순식간에 아르성을 점령할 것이니 그대는 부하들과 함께 최대한 많은 아모리 병사들을 포로로 잡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들에게 우리의 복장을 입혀서 마치 우리의 친위부대인 것으로 꾸미세요. 그것이 진짜 우리의 전리품입니다. 명심하세요”.

가람 장군이 무슨 말씀인지 알아 들었다. 그래서 수석천부장인 옛블렛과 함께 충실하게 그 명령을 이행한다;

 

그 결과 다음날 아침에 후삼 사령관은 갈렙의 친위부대의 수가 8천명이나 더 늘어난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탓할 생각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갈렙의 친위부대의 증가가 바로 자신의 회군하는 군대의 증가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삼은 모르는 척하면서 갈렙의 공을 치하하고 그에게 많은 전리품을 준다. 그리고 포로로 잡은 아모리 군사 4천명을 갈렙에게 준다. 그것으로 갈렙의 친위부대는 24천명의 군단의 규모로 발전하게 된다.

후삼 사령관은 이번에 자신이 잡은 포로 14천명 가운데 4천명을 갈렙에게 주고 나머지 1만명을 자신의 부대에 편입한다. 그것으로 후삼의 군대는 오랜 전쟁을 치면서도 55천명이나 된다. 반면에 알람 사령관의 군사는 1만명 수준으로 줄어 들어 있다. 그러니 군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알람후삼 사령관의 뜻을 거역할 수가 없게 되고 만다.

그런데 후삼 사령관은 아르성을 모압왕 발락에게 내어주면서 한가지를 요구한다. 그것은 에돔왕에게 진상할 수 있도록 모압의 금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모압왕 발락이 성심껏 금 1천 달란트를 내어놓는다. 그것을 가지고 후삼 사령관이 신나게 에돔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압의 남쪽의 성 호로나임을 벗어나 에돔으로 들어가기 전날에 후삼갈렙알람을 그의 막사로 불러 놓고서 제안한다; “내일 우리는 에돔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왕궁으로 들어가서 하달왕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나는 모압왕으로부터 얻은 금 1천 달란트를 하달 왕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알람 사령관이 깜짝 놀란다. 그는 갈렙의 말을 듣고서 더 놀란다; “후삼 사령관의 뜻에 저는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우리 군사들의 피로 얻은 전리품을 하달 왕에게 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저의 군사들에게 나누어 주신다면 제가 하달 왕을 치고 후삼 사령관을 국왕으로 모시겠습니다”;

후삼 사령관이 다짜고짜 한손으로는 갈렙의 손을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알람의 손을 잡으면서 말한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함께 모압에서 싸운 전우들입니다. 그러니 에돔에 들어가서도 함께 영화를 누려야지요. 특히 알람 사령관은 군사를 5만에서 1만으로 만들고 말았으니 하달 왕으로부터 문책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요. 그러니 차제에 그를 치고 나라의 공신이 되는 것이 더 좋지 않겠어요?… “.

은근한 유혹이지만 사실은 노골적인 강압이다. 하지만 지금 알람의 처지로서는 반대할 수가 없다. 사실 그대로 전황보고를 한다면 자신은 문책당하고 군복을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만 고개를 끄떡이면서 후삼의 손을 꼬옥 쥐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