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갈렙 장군26(작성자; 손진길)
한편 모압의 왕 발락은 호로나임에서 아모리 족속에게 패전하여 남하하고 있는 모압의 군사들을 모으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그는 무려 3만명에 달하는 모압의 군사를 모을 수가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북진하지 아니하고 있다.
아모리 족속과의 전쟁은 원군으로 온 에돔의 군대가 책임지고 수행하다가 그들만 희생을 당하라고 하는 심보이다. 그 대신에 갈렙과 후삼이 중부의 길하레셋을 점령하였더니 그제서야 발락 왕이 며칠 후에 3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입성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성이라고 주인행세를 단단히 하고 있다;
그와 같은 모압왕의 의리가 없는 행동을 갈렙 장군이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그래서 기르성을 치기 위하여 북상하기 전에 갈렙이 후삼에게 제안한다; “후삼, 이번 기르성의 공격에는 모압 왕의 군대를 동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갑작스런 갈렙의 제안이다. 후삼이 귀를 기울인다. 갈렙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들이 이곳 모압의 주인이야. 그렇다고 하면, 주인으로서 당연히 국토회복에 앞장을 서야만 하는 것이지. 어떻게 원군으로 온 우리가 피를 흘리고 난 후에 자기들은 공짜로 성만 차지하고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안될 말이야… “.
그 말을 듣자 후삼이 잠시후에 대답한다; “갈렙,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해보았지. 그런데 더 깊이 생각해보니 그것이 아니더라고… 모압은 에돔의 북쪽에 있는 인접국이야. 기본적으로 에돔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고 손해가 될 수도 있어… “.
갈렙은 후삼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후삼이 내심을 토로한다; “만약 현명한 왕이 모압을 통치한다고 하면 모압왕국이 강성해져서 남쪽의 에돔이 위험해. 반대로, 발락과 같이 덜 떨어진 위인이 모압의 왕이라고 하면 에돔은 안전한 것이지,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갈렙은 후삼이야 말로 현명한 에돔의 왕이 될 자격이 충분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갈렙이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후삼 자네의 에돔이 안전하기 위해서는 발락과 같은 위인이 모압을 다스리는 것이 좋겠군. 그거 괜찮은 생각이야. 그렇다면 아예 모압에 자네의 간자를 확실하게 심어 두는 것이 더 좋겠군… “.
그 말을 들은 후삼이 역시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래, 나는 그 일에 벌써 착수하고 있어. 모압의 정규군 가운데 간자를 심기는 쉬운 노릇이 아니어서 나는 하나의 용병부대를 모압 왕에게 붙이고자 시도하고 있어. 나중에 그 실체를 보게 될 것이야. 갈렙, 한번 기대해보라고. 하하하… “.
그런 대화를 나누고 갈렙과 후삼은 북진하여 무사히 기르성을 점령한다. 그러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3일 후에 길하레셋에서 모압왕이 3만명의 군사를 이끌고 기르성으로 입성한다. 그리고 기르성의 행정질서를 잡는다고 야단들이다. 갈렙과 후삼은 뒷짐을 지고서 그 모양을 구경만 하고 있다.
그런데 이틀이 더 지나자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갑자기 갈렙의 군대가 지키고 있는 남문에 1만명이나 되어 보이는 군대가 나타난 것이다. ‘누구의 군대인가?’ 갈렙이 궁금해 할 때에 성 앞의 군대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외친다; “우리는 모압왕의 요청을 받고 그렛에서 온 용병부대이다. 성문을 열어 달라”;
갈렙이 천부장 아비노를 시켜서 모압왕 발락에게 통보한다. 잠시후에 발락왕이 직접 남문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렛의 용병부대장을 성안으로 들어오라고 요청한다. 먼저 그 정체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용병부대장은 나이 60으로 보이는 노인인데 몸놀림이 예사롭지가 않고 굉장히 정정해 보인다.
성곽에서 발락 왕이 그에게 묻는다; “내가 모압왕이다. 이번 전쟁에 동원하고자 그렛으로 용병을 모집한다고 통보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나의 모집에 응하고 있는 귀하는 누구인가?”. 노인이 대답한다; “저는 그렛에서 가장 큰 용병부대를 운영하고 있는 창파라고 합니다. 휘하의 1만명의 용병을 전부 이끌고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모압왕 발락이 말한다; “1만명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보수는 어떻게 지불하면 되는가?”. 용병부대장인 창파가 말한다; “용병이 전장에 투입이 된다고 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목숨 값을 미리 주셔야 하지요. 그 값이 한사람당 은 300세겔입니다. 통상 종의 몸값의 10배이지요… “.
그 말을 들은 발락 왕이 말한다; “전부 합하면 용병 1만명에 은 2천 달란트이군. 그것은 이번 전투만을 위한 보수이겠지?… “. 창파가 웃으면서 말한다; “만약 왕께서 저희 용병부대를 영원히 사시겠다고 하시면 그 값은 은 1만 달란트가 됩니다. 장정이 20년 동안 노동하여 벌 수 있는 값을 한꺼번에 지불하시면 됩니다”;
모압왕 발락은 아주 계산이 빠른 사람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은 1만 달란트이면 금으로는 670달란트이군. 좋아, 그 금을 내가 한꺼번에 줄 것이니 이제부터 그대의 용병부대는 나의 친위군이야. 그렇게 계약하도록 하지… “.
그 말을 듣자 용병부대장 창파가 대답한다; “그 금을 받은 다음에 제 휘하 1만명의 용병들에게 골고루 배분하겠습니다. 그것으로 우리의 용병부대는 영원히 모압왕의 명령을 듣는 친위부대가 될 것입니다”;
놀라운 일이 그 다음날 발생한다. 모압왕 발락이 정말 그 엄청난 금 670달란트를 지불하고 창파의 용병부대를 평생고용한 것이다. 갈렙은 그 굉장한 금괴를 보고 깜짝 놀라서 속으로 말한다; “모압은 오아시스의 나라이며 물이 풍부하여 비옥한 토지를 가졌다고 자랑하더니 실제로 굉장한 부국이구나. 모압과 같은 부자나라를 지키자면 많은 금이 필요하겠군… “.
그 다음날부터 창파의 용병부대가 기르성에서 에돔의 용병부대로 되어 있는 갈렙의 군대와 함께 지내게 된다. 자연히 창파 부대장과 갈렙이 가까워진다. 갈렙이 56세이고 창파가 60세이니 형과 동생처럼 흉허물이 없이 지내고자 한다.
그런데 본래 그렛출신인 39세의 천부장 아비노가 그렛의 용병부대와 매우 친하게 지낸다. 특히 아비노가 용병부대장인 창파의 막사에 자주 들린다. 창파가 갈렙의 용병부대에서 천부장을 지내고 있는 아비노를 마음에 들어 한다. 그 무예가 출중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는 창파가 그렛 용병부대의 천부장을 지내고 있는 자신의 딸 창옥을 아비노에게 소개한다. 35세인 그녀는 여장부이다. 무술실력이 출중하여 천부장의 직책을 맡고 있다. 창옥은 보통남자는 시시하여 눈에 차지 않는지 아직 미혼이다;
그녀를 아비노에게 소개하면서 창파가 말한다; “내 딸은 검술에 미쳐서 사는 아이야. 동족 가운데 자신보다 무예가 뛰어난 총각이 아니면 혼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아직 그렛족 가운데 신랑감이 없어. 내 딸의 무예가 가장 고강하기 때문이지. 아비노 자네도 그렛족이니 한번 도전해보겠는가?... ”.
안 그래도 아비노는 미인이며 여장부인 창옥이 마음에 들어서 자주 창파의 장막을 찾고 있다. 그러니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이고 만다. 그래서 아비노와 창옥의 무예실력을 겨루는 날이 결정된다. 모든 용병부대원들이 그 경기를 구경한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가 있는 것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고 하는데 고수들의 결투이니 얼마나 신이 나는 일인가?...
시합에 출전하기 전에 아비노가 주군이며 사부인 갈렙에게 말한다; “주군, 저는 그렛의 용병부대에서 천부장을 맡고 있는 창옥과 내일 대결하도록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시간을 내셔서 한번 관람을 해주시면 제가 용기가 더욱 날 것 같습니다… “.
그 말을 듣자 갈렙이 말한다; “내가 창파 형으로부터 듣기로는 자신의 딸을 이번에 시집보내고 싶다고 하더라. 그 상대가 아비노 너구나. 그래 잘 알겠다. 내일 내가 후삼 사령관과 함께 처음부터 한번 지켜보겠다. 잘 싸워서 무예에 능한 미인을 아내로 얻도록 하라… “.
아비노는 모르고 있지만 창파는 보통 인물이 아니다. 옛날부터 후삼과 친교가 있으며 이번에 후삼의 요청으로 모압왕의 용병부대가 되고 있는 인물이다. 앞으로 후삼은 창파를 통하여 모압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살피고자 한다. 그것이 앞으로 그가 다스리게 되는 에돔왕국의 안보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갈렙도 창파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이다.
갈렙과 가람 그리고 이스라엘의 친위부대 1만 2천명이 모두 그 경기를 참관한다. 그렛의 용병 1만명도 그 경기를 지켜본다. 연무장 중앙에 무대가 개설되고 남과 여의 결투가 진행된다. 선공은 여자인 창옥이다. 검을 들고서 공격을 가하는데 가슴이 시리도록 서슬이 시퍼렀다;
아비노는 자신이 남편감이 아니라 도마위에 올려 있는 생선과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그래서 소홀하게 대할 수가 없어서 신중한 자세로 그녀의 검을 쳐낸다. 그 다음에는 창옥이 마치 이리와 같이 5번 연속공격을 가하는데 몸의 빠르기와 검의 빠르기가 모두 대단하다.
하지만 아비노는 갈렙으로부터 검술 뿐만 아니라 내공까지 전수받은 직전제자이다. 그 무공이 상승의 경지이다. 그러므로 외공으로 검술만 전개하고 있는 창옥의 검의 움직임과 신법은 전부 그의 눈에 잡히고 만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그대로 포착하고 있으니 방어가 쉽다;
아비노는 그녀가 지치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공격을 자제하면서 100합이 되도록 철저하게 방어만 한다. 창옥이 드디어 지치고 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무려 100번을 공격했는데 상대방은 끄떡하지 않으니 공연히 혼자서 맥이 빠지는 것이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아비노의 몸놀림이 하나도 흐트러지지 아니하고 호흡이 정상적이다. 게다가 아비노의 검이 항상 창옥 자신의 검을 슬쩍슬쩍 밀어내고 있으니 미칠 지경이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놀리고 있는 것만 같다.
창옥은 자신의 부하들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 그러한 망신을 당하고 있으니 약이 바짝 오른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이 알고 있는 최고의 수를 동원한다. 그것은 굉장히 위험한 한수이다. 상대방이 죽거나 아니면 함께 죽자고 하는 공격법이다. 전혀 방어에 신경을 쓰지 아니하고 오로지 검과 몸이 하나가 되어 상대방에게 화살처럼 날아가서 내리 꽂히고 마는 공격술이다.
딸아이가 그 마지막 공격술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서 아비인 창파가 눈을 질끈 감는다. 두사람을 대결하게 하는 것이 아닌데 자신이 엄청난 실수를 한 것으로 판단되어 가슴이 아프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는가? 두사람의 대결을 자신의 용병 1만명과 이스라엘의 용병 1만 2천명이 함께 지켜보고 있으니 그것을 말릴 수가 없다. 더구나 자신이 뛰어들어도 이미 늦은 시간이다.
모두들 경악을 금하지 못하고 있는 그 순간에 오히려 담담하게 미소를 흘리고 있는 인물이 4사람이다. 말할 것도 없이 갈렙과 가람과 후삼 그리고 그 공격을 받고 있는 아비노이다. 에돔의 시조인 에서의 내공심법과 검술 가운데 그러한 너 죽고 나 죽자고 하는 공격을 분쇄할 수 있는 놀라운 비결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39세의 천부장 아비노의 검에서 갑자기 휘황한 빛이 나타난다;
그 빛에 눈이 부셔서 공격중인 창옥이 눈을 감는다. 그 순간에 아비노의 몸이 유령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엄청난 내공의 힘이 공격하는 상대방의 몸과 검을 모두 옆으로 밀어버리고 만다.
여장부인 창옥이 볼썽사납게 옆으로 밀려나서 그만 검과 함께 땅바닥에 쳐 박히고 있다. 그러자 아비노가 천천히 걸어가서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준다. 그 순간 창옥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두가지 의미이다; 하나는, 땅바닥에 처박힌 패자의 눈물이다. 또 하나는, 자신보다 월등한 무예실력을 가진 신랑감을 마침내 얻게 되었다는 안도감이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관중석의 창파가 일어나서 큰소리로 외친다; “우리 그렛의 용병단에는 하나의 전설처럼 창옥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렛출신으로서 그녀의 검을 꺾을 수 있는 미혼의 남성이 나타나면 그녀가 반드시 그자와 결혼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그 약속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자리에서 아비노를 나의 사위로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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