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갈렙 장군23(작성자; 손진길)
갈렙 장군은 출전하기 전에 두가지 일을 먼저 처리한다; 하나가, 애굽의 포로병 1만명을 바란광야에 진을 치고 있는 1월군단장 삼마에게 인계한 것이다. 또 하나는, 매년 상단을 운영하여 블레셋과 애굽에서 사온 곡식을 마른 가루로 만들어 전투용 군량으로 병사들이 지참하도록 만든 것이다.
먼저 포로병과 관련하여서는 미구에 수르광야에서 애굽의 제2차 원정군을 맞이하여 전투를 치루어야 하는 3월군단 발디의 군사들이 애굽인 포로들을 계속 관리할 수가 없다. 따라서 갈렙 사령관은 급히 삼마 군단장에게 전령을 보낸다. 그곳의 수석 천부장인 사반으로 하여금 1만명의 군단 병력을 거느리고 와서 애굽포로를 인수하여 그들의 주둔지인 바란광야로 데리고 가도록 조치한 것이다;
군량미와 관련하여서는 이스라엘 군사들이 두가지 종류를 사용하고 있다;
첫째, 매일 아침 이스라엘 진영의 광야에 이슬처럼 내리고 있는 만나를 거두어서 식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수명이 하루나 이틀에 불과하기에 전투용 군량미로 사용할 수가 없다.
둘째, 전투용 식량으로 갈렙 사령관은 마른 곡식과 육포를 선호하고 있다. 그것은 부피가 적고 휴대하기에 간편하다. 그리고 쉽게 물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매년 상단을 운영하여 그러한 전투식량을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갈렙 장군과 후삼 장군은 말을 나란히 하여 달리면서 부하들을 수르광야길에 있는 산과 골짜기로 인도한다. 참으로 오묘한 지형이다. 제법 넓은 협곡이 있고 그 양쪽에 높은 산지가 가파르게 십리나 이어져 있다. 그 협곡길이 수르광야길 도중에 있다고 하는 것이 행운이다.
양쪽 산지에 매복이 없다고 하면 그 통로를 지나가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고 안전하다. 그러나 만약에 적들이 그 산지에 매복하고 있다고 한다면 협곡을 지나가게 되는 군사들은 십중팔구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 한마디로, 매복의 장소로는 최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어떻게 애굽의 원정군을 그 계곡으로 끌어들이느냐? 하는 것이다. 그 문제는 일단 아말렉, 그렛, 가나안이라는 3개 족속의 연합군에게 맡겼기에 그들의 솜씨를 한번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애굽의 명장 중의 명장인 호브라 장군이 지휘하고 있는 10만명의 원정군이 보무도 당당하게 수르광야길로 접어들고 있다. 호브라 사령관이 멀리서 일어나고 있는 흙먼지를 유심히 본다. 그리고 부관인 자바 장군에게 지시한다; “자바 장군, 멀리 전방에서 기마가 일으키고 있는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기 시작한다. 어느 족속의 군사이며 그 수가 얼마인지 빨리 척후를 내보내어 파악하라”.
척후병이 돌아오자 자바 장군이 지체없이 호브라 사령관에게 보고한다; “수르광야의 무법자로 악명이 높은 아말렉의 마적단입니다. 그 수가 족히 3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호브라가 코웃음을 치면서 명령한다;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다. 전군에게 명령하여 그대로 밀어버리라고 하라”;
애굽의 전차와 기마병을 앞세운 10만명의 원정군이 일시에 전방에 있는 아말렉 마적단 3만명을 쫓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말렉의 사령관인 후리 장군이 한번 모험을 감행한다. 직접 정예기마병 1만명을 지휘하여 자신들을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애굽의 군대 중앙을 공격한다;
마주 달리고 있는 기마병들이다. 먼저 피하는 쪽이 겁쟁이가 된다. 그래서 그런지 무서운 속도로 마주 부딪히는 불상사가 일부 발생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후리 장군이 애굽의 사령관 호브라 장군을 찾아서 창으로 공격을 시도한다. 전차를 타고 있던 호브라가 역시 창을 들어서 후리 장군의 창을 막는다.
그 다음 순간 후리 장군이 말위에서 기술을 사용한다. 비스듬히 몸을 눕히면서 창으로 호브라 장군이 타고 있는 전차의 말을 베어버리는 것이다. 전차가 쓰러진다. 호브라 장군이 급히 몸을 날려서 착지한다. 그때 후리 장군의 창이 화살처럼 쏘아온다. 호브라 장군이 그 창을 가까스로 막으면서 진땀을 흘린다.
호브라가 속으로 중얼거린다; “평생 마적질을 해먹고 산 모양이다. 기마술과 창술이 무르익었구나. 이거 조심해야 하겠다… “. 호브라가 정신을 집중하여 되돌아오는 후리 장군의 말을 겨냥하여 자신의 창을 휘두른다. 그 서슬에 후리 장군의 말이 급격하게 방향을 꺾다가 그대로 모로 쓰러진다. 후리 장군 역시 쓰러지는 말에서 비호같이 뛰어내려 땅에 착지한다.
그 다음순간 후리 장군이 전광석화로 달려드는 호브라 장군의 창을 겨우 막아낸다;
그 모습을 보다가 후리 장군의 부관인 하토가 급히 자신의 말에 장군의 손을 잡고 태운다. 그리고 말을 돌려 도망친다. 그 뒤를 아말렉의 마적단이 썰물처럼 따르고 있다.
호브라는 갑자기 자신이 지붕위로 도망치는 닭을 쳐다보는 개의 꼬락서니가 되고 있는 것만 같다. 모욕적인 장면이다. 자존심이 강한 호브라이다. 평생 전장에서 살았지만 패전을 모르고 산 명장이 호브라이다. 그러므로 눈에 쌍심지를 켜고서 전군에게 급히 지시한다;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끝까지 추격하라”.
도망가는 자와 추격하는 자의 기마술이 모두 대단하다. 그러므로 수르광야길이 때 아니게 말의 경주대회가 되고 만다. 그런데 갑자기 달리고 있는 호브라의 군대 좌우편에서 화살이 엄청나게 날라 든다. 일부 기병이 쓰러지고 있지만 그것에 구애를 받지 아니하고 대부분의 기병은 얼른 방패를 꺼내어 화살을 막으면서 계속 달리고 있다.
그때 광야길 양편에 있는 바위 숲 사이에서 그렛의 기마대와 가나안의 기마대가 6만명이나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이 다시 화살을 날린다. 이제는 호브라의 군대가 좌우의 협공을 당하면서 앞서 달리고 있는 후리 장군의 부대를 뒤쫓는 형국이다. 그러한 난국을 벗어나자면 빨리 도망을 치고 있는 아말렉의 기병을 때려잡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호브라의 10만명이나 되는 대군이 죽기 살기로 앞서 도망을 치고 있는 아멜렉의 마적단을 추격한다. 후리 장군의 부대가 협곡으로 도망을 친다. 호브라는 잠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오래 지리를 살필 시간이 없다. 왜냐하면, 양 측면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그 협곡으로 피신할 도리밖에 없기 때문이다.
날아오는 화살을 막으면서 말을 달리다가 보니 애굽군의 속력이 떨어진다. 그 사이에 아말렉의 마적단이 거의 협곡을 벗어나고 있다. 뒤쪽에서는 그렛과 가나안 병사들의 화살이 계속 날아온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 호브라의 군대가 빠져 있을 때에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 기어코 발생하고 만다.
갑자기 양쪽 벼랑 위에서 큰 바위와 기름이 낙하한다. 땅에 찍히고 구르고 하는 바위에 애굽의 말과 병사들이 수도없이 상하고 있다. 겨우 바위를 피하고 있는데 비처럼 산지에서 흘러내리던 기름이 불로 바뀌고 만다. 기름이 떨어진 땅에서도 불이고 기름 안개가 자욱한 사방에서도 화마가 넘실거린다;
그 모습을 보고서 호브라 사령관이 절망에 빠진다. 10만명의 원정군 가운데 과연 얼마가 살아나갈 수가 있을 것인가? 패전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백전노장인 그는 여기서 허물어질 수가 없다. 그래서 크게 외친다; “큰 방패를 사용하여 대형을 형성하라. 더 이상 굴러오는 바위나 기름이 없다. 이제는 서서히 계곡을 빠져나가서 적들을 물리치면 된다”.
그 말에 우왕좌왕하던 애굽의 군사들이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질서정연하게 큰 방패로 진형을 만들고 계곡 바깥으로 이동을 실시한다;
그 모습을 벼랑 위에서 내려다보던 갈렙 장군이 감탄한다; “호타르 장군보다는 확실히 호브라 장군이 한수 위이구나. 무술 실력도 한수 위인지 한번 겨루어 보아야 하겠군… “.
호브라 장군이 친위부대의 도움으로 계곡을 빠져나오자 그를 기다리고 있는 적군들이 있다. 갈렙 장군과 그의 호위부대들이다. 호브라 장군이 자신의 뒤를 이어 계곡을 빠져나오고 있는 부하들을 지휘하려고 몸을 돌리는데 갑자기 갈렙 장군이 비호같이 십여 장이나 몸을 날려서 장창으로 쏘아온다.
그것은 적장 호브라로 하여금 군사를 지휘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아니하고자 하는 갈렙 장군의 작전이다. 그 결과 산위에서 내려온 갈렙의 부하들인 3월군단장 발디와 수석천부장 아마사가 2만 3천명의 군사로 계곡을 막으면서 살아나오는 애굽의 원정군을 도말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갈렙 장군이 7할의 내력을 장창에 불어넣고서 맹렬하게 호브라 장군을 공격한다. 자신의 창으로 그 공격을 막느라고 호브라가 진땀을 흘리고 있다. 연거푸 3합을 겨루고 났더니 얼굴에서 굵은 땀이 비오듯이 흐르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생전 이렇게 강력한 공격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그 다음순간이 위험하다. 갑자기 적장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창이 여러 개로 보이기 시작한다. 사면에 창이 파고드는데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구별이 안된다. 따라서 호브라가 전심전력으로 360도 회전을 하면서 창을 모조리 막느라고 기진맥진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힘이 빠지고 다리가 풀리고 만다. 그 순간에 목이 화끈하다. 그리고 기억이 사라진다. 왜냐하면, 호브라의 목이 갈렙의 창에 베어지고 다음순간 그대로 수급이 창 끝에 꽂히고 말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갈렙은 조금 높은 위치로 이동하여 자신의 창을 높이 들면서 전장을 향하여 외친다; “호브라 장군이 나의 창에 목숨을 잃었다. 애굽의 군사들은 저항을 포기하고 항복하라. 무기를 버리지 아니하는 자는 모조리 목을 벨 것이다”;
애굽의 군사들이 눈을 들어보니 사령관 호브라의 수급이 틀림없다. 천하의 명장인 호브라가 전사했다고 하면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개죽음이다. 그래서 즉시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고 만다. 그 수가 2만 6천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계곡에서 매복에 걸려 죽은 애굽의 군사의 수가 7만명이 넘는다는 결론이다.
이번에도 다른 편 산에서 매복작전을 수행하던 에돔의 사령관 후삼 장군은 적장의 목을 베는 공을 갈렙에게 빼앗기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이번에도 싱글벙글이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그는 더 높은 야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후삼 장군이 훗날 에돔의 왕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일에 갈렙이 같은 혈족으로서 도움을 준다고 하면 지금 그 정도의 영광은 모조리 갈렙에게 주어도 무방하다고 후삼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후삼은 포부와 야망이 큰 사람이다;
승전을 한 5개 세력의 동맹군이 한자리에 모인다. 먼저 각군의 사령관들인 갈렙과 후삼 그리고 후리, 셀가, 가리아 등이 회의를 한다. 주제는 포로병과 전리품에 대한 배분의 문제이다. 먼저 후리 장군이 말한다; “이번에는 우리 연합군이 똑같이 적을 궤멸시켰어요. 그러니 다같이 포로와 전리품을 균등하게 배분 받아야 해요. 이견이 있습니까?”.
그 말을 듣자 갈렙과 후삼이 껄걸 웃으면서 동시에 말한다; “대 찬성입니다. 아무렴 그렇고 말고요… “. 원칙이 정해지자 일사천리로 각 종족당 애굽의 포로병이 5천 2백명씩 배분된다. 기타 애굽의 병장기와 군량미도 상당히 많다. 그것도 균등 배분이 된다.
이제 두차례나 철저하게 완패를 했기에 애굽의 바로인 아멘호텝2세는 시나이반도로의 진출을 완전히 포기하고 만다. 그러므로 소위 ‘반(反) 애굽 동맹군’도 3일간 수르광야에서 승전잔치를 한 후에 해산이 된다;
한가지 특기할 사항은 헤어지기 전에 후삼이 자신의 내심을 갈렙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다; “갈렙 장군, 그대가 아는 대로 나는 에돔의 시조 에서의 장자인 엘리바스의 장남 데만의 직계 후손이다. 그러므로 나는 가문을 다시 왕가로 일으켜야만 한다. 그 옛날 에돔의 정통왕가인 후삼의 뒤를 이어 내가 국왕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니 부디 자네는 나를 도와 다오. 내가 간청한다 “.
잠시 말을 끊고 후삼이 갈렙의 얼굴을 지긋이 보면서 말한다; “부모님은 나의 이름을 후삼으로 지어주었지. 그 뜻은 부디 후삼왕의 뒤를 이어 에돔의 정통왕가를 회복하라는 것이다. 그러니 중시조 데만의 동생인 그나스의 자손 갈렙 장군은 나의 형제로서 훗날 나의 대업을 도와주어야 한다… ”(창36:15, 34).
그 말을 듣자 갈렙 장군이 후삼 장군을 포옹하면서 대답한다; “후삼 장군, 우리가 우연히 전장에서 만났지만 그대와 나는 같은 혈족이다. 에돔의 장자인 후삼 장군이 대업을 도모한다고 하면 내가 그냥 있을 수가 없지. 힘껏 도울 것이니 그때가 되면 반드시 나에게 연락을 다오. 여기 가데스 바네아에 있는 이스라엘의 전방사령관 갈렙이 후삼 당신의 연락을 기다릴 것이다. 이것은 후삼의 형제인 갈렙의 약속이다… “;
그 말을 들은 후삼이 대장부의 굵은 눈물을 흘리면서 갈렙을 힘껏 포용한다. 그렇게 두사람은 작별을 아쉬워하면서 헤어진다. 그들은 이미 의리와 혈통으로 하나가 된 형제인 것이다. 그렇게 헤어지면서 갈렙은 5년후에 그날이 올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자 그날이 그의 눈앞에 실제로 거짓말처럼 당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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