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갈렙 장군(손진길 작성)

소설 갈렙 장군13(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21. 02:08

소설 갈렙 장군13(작성자; 손진길)

 

갈렙이 부친 여분네의 초상을 치르고 전방으로 되돌아온다. 더 이상 후방인 시내광야에 머무르고 있는 것보다는 자신의 근무지인 바란광야로 돌아와서 외적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잠재적인 침략에 대처하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란광야와 신(Zin)광야의 접경지역 가데스 바네아에 있는 전방사령관의 진영에서 정신없이 군무에 종사하다가 보니까 어느덧 한해가 저물고 만다. 새해가 밝아오자 이스라엘자손들이 출애굽한지 어느덧 3년째가 되는 주전 1,444년이다. 그리고 벌써 갈렙의 나이가 42세이다.

6년전에 애굽에서는 바로 가운데 가장 영웅이라고 불리고 있는 투트모세3가 별세하고 그의 아들 아멘호텝2가 즉위했다. 18세에 바로가 된 아멘호텝2는 부왕처럼 정복왕이 아니며 자신이 물려받은 거대한 애굽제국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인물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는 바로가 된 지 4년후인 주전 1,446년에 이스라엘자손들을 해방하여 애굽 바깥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22세의 청년에 불과한 자신 앞에서 80세의 모세와 83세의 아론이 여호와의 명령을 전달하면서 이스라엘자손들을 출애굽시키라고 요청하였을 때에 그는 코웃음을 쳤다;

자신의 백성을 애굽제국에서 노예로 살게 하고 있는 그러한 무력한 이스라엘의 수호신 여호와의 명령에 제국의 황제인 자신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그의 오판이었다. 여호와의 심판이라고 말하면서 모세와 아론이 그들의 수호신에게 기도하자 애굽에 10가지 재앙이 연이어 임하고 마는 것이다. 그 마지막 몇가지 재앙을 바로와 신하들이 도저히 견딜 재간이 없는 것이다.

아멘호텝210번째의 재앙 곧 이스라엘의 여호와 하나님이라고 하는 그들의 수호신이  하룻밤 사이에 애굽인들의 장남을 전부 쳐죽여버리는 대재앙에 경악했다. 자신의 뒤를 이을 태자가 사망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굽의 바로와 중신들은 급히 모세와 아론을 불러서 이제는 재앙덩어리가 되어버린 이스라엘자손들을 이끌고 부디 애굽의 바깥으로 빨리 떠나 달라고 통사정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지 아니하여 크게 후회했다. 애굽제국에서 현인신으로 추앙을 받고 있는 바로 자신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홍해 바닷가까지 추격군을 몰고 가서 이스라엘족속을 체포하여 애굽으로 데리고 오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어이가 없게도 홍해의 물을 가르고 또한 흐르게 하는 여호와의 이적 때문에 애굽의 추격군대가 전부 수장당하고 말았다;

그때문에 수도로 돌아온 아멘호텝2의 권위는 말할 수 없이 실추가 되고 만다. 그의 부왕인 투트모세3는 애굽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정복왕이었는데 자신은 별볼일이 없는 모세에게 크게 망신을 당한 형편없는 통치자의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그때문에 젊은 아멘호텝2의 치세는 애굽의 군사력이 크게 위축이 된 시기이다.

구체적으로, 아멘호텝2의 시대에는 애굽의 영향력이 가나안과 아람지역에서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애굽은 황량한 시나이 반도에 군대를 파견하거나 주둔시키지 아니하고 있다. 그렇지만 애굽은 여전히 강성한 제국이다. 언제 다시 군대를 정비하여 정복전쟁에 나설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동쪽에 인접하고 있는 시나이 반도 곧 이스라엘자손들의 임시거주지가 가장 위험하다;

그러한 점을 이스라엘의 전방사령관 갈렙 장군이 깊이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출애굽한지 3년째가 되자 갈렙이 가데스 바네아에 전방의 3개 군단장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주재한다. 전방사령관인 갈렙이 먼저 말한다; “제장들도 알다시피, 시나이 반도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이스라엘자손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위협요인은 여전히 애굽제국입니다“.

3인의 군단장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본 다음 갈렙 사령관이 이어서 말한다; “그들이 다시 세력을 회복하여 10년전의 바로인 투트모세3처럼 아시아 원정에 나선다고 하면 이곳 시나이 반도는 순식간에 그들의 말발굽에 짓밟히게 됩니다. 따라서 나는 한 열흘정도의 일정으로 애굽제국의 중심지역을 정탐해보고자 합니다. 그렇게 아시고 제가 부재중이더라도 전방의 안보에 철저를 기해주세요”.

시나이 반도 북부 3곳에 주둔하고 있는 3인의 군단장은 갈렙 사령관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떡인다. 지금 애굽 내부의 사정이 어떠한지 그곳에 들어가서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탐꾼이 사령관 갈렙이라고 하는 것에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연장자인 7월군단장 이라가 염려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드디어 이라 장군이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사령관께서 직접 적정을 파악하기 위하여 애굽의 중심부로 들어가시는 것은 만약 정체가 탄로나는 경우에는 위험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니 저희 군단에 있는 첩보부대를 대신 내어 보내는 것이 어떨까요?”. 그 말을 듣자 갈렙이 대답한다; “저도 그 생각을 해보지 아니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

갈렙이 두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제가 직접 애굽에 가보고자 하는 이유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애굽 동북부의 지리에 대해서는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위험한 경우에는 바로 피신할 수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직접 애굽의 실정을 살펴야 그들이 이곳으로 쳐들어올지 아니할 지를 제가 판단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듣고 보니 두가지 이유가 타당하다. 그래서 이라를 비롯한 3인의 군단장들이 고개를 끄떡이고 만다. 그렇게 회의를 끝낸 갈렙 장군이 호위부대장인 가람에게 말한다; “가람 그대는 호위부대원 가운데 애굽에 다녀온 적이 있는 자를 10명만 추려내어 나와 함께 고센 땅으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준비를 해주세요”.

블레셋의 시글락성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병사들 가운데 다행스럽게도 애굽을 다녀온 경력을 가진 자들이 상당수가 있다. 그리고 20년 동안이나 시글락성에서 장졸생활을 한 바가 있는 가람 장군도 애굽의 사정에는 밝다. 블레셋의 연맹왕인 아비멜렉의 지시에 따라 애굽의 중심부에 정탐꾼으로 다녀온 경험이 여러 번 있기 때문이다.

갈렙은 가람을 비롯한 수하들과 함께 블레셋에서 애굽으로 무역하기 위하여 들어가는 대상으로 변장한다. 블레셋의 토산품과 에돔의 소금을 구해 낙타에  싣고서 수르길로 애굽의 고센 땅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갈렙은 자신들이 피땀을 흘리면서 건설한 별궁 라암셋과 정부청사인 비돔을 다시 보게 된다(1:11);

감개가 무량하지만 길게 감회에 젖어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얼른 시장의 상인들을 찾아가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애굽의 상품과 물물교환한다. 애굽에는 이스라엘자손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이 많다. 갈렙은 가람에게 지시하여 상인으로 꾸민 호위병사들 10명에게 그것들을 구입하여 낙타와 나귀에 잘 실어 놓으라고 조치한다. 그리고 자신은 가람을 데리고 라암셋 별궁으로 들어가 본다;

갈렙이 라암셋 별궁의 수비군에게 말한다; “저는 서기관 아멘투르의 벗인 갈렙입니다. 무역을 하다가 3년만에 그를 찾아보고자 이곳에 왔는데 그가 아직도 여기 별궁에서 근무하고 있습니까?”.

그 말을 들은 수비병이 갑자기 공손하게 답변한다; “, 아멘투르님의 친구분이시군요. 잘 오셨습니다. 그 분은 작년에 승진하여 지금은 별궁의 살림을 책임지고 계시지요. 제가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수비병들의 초소에서 갈렙이 가람과 함께 한다경쯤 기다리자 인상이 좋은 40세 쯤의 애굽의 관리가 나타난다. 갈렙이 보니 아멘투르가 맞다;

 

그래서 두사람은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른다. 먼저 아멘투르가 말한다; “여보게 갈렙, 우리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내 처소로 이동을 하세나. 동행분도 함께 가시지요”.

가람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떻게 갈렙 장군이 애굽의 별궁 라암셋의 높은 관리를 알고 있는 것일까? 그 의문은 나중에 풀리게 된다. 왜냐하면, 그날 갈렙이 친구를 만나 하루를 지내고 난 다음날 그와 헤어지고 나서 가람에게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갈렙이 라암셋의 별궁에서 근무하고 있는 애굽인 친구 아멘투르를 방문한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출신종족을 뛰어넘어 친하게 지낸 절친인 그가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그를 만나 애굽의 내부사정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갈렙의 마음을 미리 알고 있는지 아멘투르가 이스라엘백성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자진하여 많이 해준다. 얼마나 갈렙과 마음을 터놓고 지냈으면 국경을 초월하여 그러한 선의를 베풀고 있는 것일까? 가람은 갈렙과 아멘투르의 우정이 부럽기만 하다.

먼저 갈렙이 애굽 바로의 대외정책에 대하여 직선적으로 물어본다; “아멘투르, 지금의 애굽의 바로는 이스라엘백성들을 다시 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그 말을 듣자 아멘투르가 즉시 대답한다; “갈렙,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는 아직 젊지만 애굽제국을 더 키우고자 하는 생각이 없다… “.

아멘투르가 조금 더 설명한다; “그는 부왕인 영웅왕 투트모세3세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야. 지금의 애굽제국이라도 잘 지키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러므로 외교적인 노력은 계속 하겠지만 군사적인 정복전쟁은 없을 것으로 나는 판단하고 있어”.

그 말을 듣자 갈렙이 말한다; “나는 이번에 블레셋의 물건과 에돔의 소금을 조금 가지고 와서 이곳에서 물물교환을 했어. 그런데 아람과 애굽 사이의 무역로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떤 위험이 없을까? 군사적으로 아람과 애굽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면 대상들에게 손해가 막심하거든… “.

아멘투르가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다. 그는 무인인 갈렙이 아마도 무역을 하면서 동시에 호위대의 일을 맡기도 하는 것으로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친절하게 대답한다; “지금의 바로는 전혀 남의 영토를 취하고자 하는 군사적인 야욕이 없어. 그러므로 아람이나 메소포타미아에서 애굽을 군사적으로 위협하지 아니하는 한 먼저 원정에 나서는 일이 없을 거야. 나는 그렇게 보고 있어. 수도에 있는 대신들의 분위기도 그러하고… “;

 

그 정도의 정보로 갈렙과 가람은 만족한다. 그래서 갈렙은 허심탄회하게 아멘투르와 밤새 술을 마신다. 그리고 갈렙은 가람에 대하여 그가 블레셋에서 사귄 좋은 친구라고 아멘투르에게 소개까지 한다. 나이가 서로 비슷하므로 그날 밤 3사람은 좋은 친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