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갈렙 장군(손진길 작성)

소설 갈렙 장군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19. 21:44

소설 갈렙 장군7(작성자; 손진길)

 

다음날 갈렙 장군은 새벽 일찍 잠이 깼다. 언제나 새벽 어스름한 때에 혼자서 무예를 단련하는 습관 때문에 40세가 된 갈렙이 아직도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장막 바깥을 벗어나자 주위가 어수선하다. 무슨 일인가?

많은 장정들이 무장을 한 채 장막을 벗어나고 있다. 그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북쪽의 바위산이다. 그곳이 이름하여 신(Zin)광야이다. 어째서 이스라엘 장정들이 수도없이 그 바위산으로 집합하고 있는 것일까? 참고로, 그림의 오른쪽이 바위산이다;

 

그 수가 자꾸만 증가하여 족히 4개 군단의 병력이 되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상비군 12개 군단 가운데 3분의 1정도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 규모의 작전이라고 하면 부사령관인 갈렙 장군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그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갈렙 장군은 마음이 급해서 재빨리 친구이며 군사령관인 여호수아의 장막을 찾는다. 여호수아가 아직도 잠이 덜 깼는지 어리둥절한 상태로 장막에서 나오며 갈렙에게 묻는다; “갈렙, 이 첫새벽에 무슨 일인가? 아직 날이 어두운데 말이야… “. 갈렙이 급히 말한다; “여호수아, 4개 군단의 병력 정도가 북쪽으로 이동하려고 바위산에 집결하고 있어. 자네, 무슨 보고를 받은 것이 있는가?”.

그 말을 듣자 여호수아 사령관이 깜짝 놀라서 되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일체 보고를 받은 적이 없어. 그리고 그러한 작전을 지시한 적도 없어. 그 정도의 병력을 동원하자면 최고사령관인 주군 모세의 명령이 있어야만 해. 그러니 빨리 주군의 회막으로 가서 알아보자고… “.

갈렙이 급히 회막으로 달린다. 그 뒤를 여호수아가 뒤따른다. 두사람이 회막 가까이 갔더니 벌써 모세가 북쪽의 바위산을 쳐다보고 서있다. 그 옆에는 대제사장 아론과 원로인 훌이 함께 서있다. 그리고 모세가 훌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모세의 분노에 찬 음성이 새벽 공기를 가르고 있다; “훌 원로, 그대는 어째서 그들이 군대를 동원하여 북벌에 나서고자 하는 것을 알고서도 막지 아니했는가? 여호와의 준엄한 심판이 어제 오후에 있었는데 그 판결의 내용을 까먹고 반대로 행동하고 있으니 그것은 망하는 길이야. 자네는 여호와의 진노로 동족들이 멸망하는 것을 바라는가?... ”.

모세보다 6살이나 많은 원로 훌이 변명삼아 대답한다; “나는 어제 장로들이 전원 반대를 하기에 나 역시 약속의 땅 가나안을 얻기 위하여 북벌에 나서는 것을 반대했네. 그런데 그것이 여호와의 능력을 불신하고 언약을 배신하는 패역한 일이 되고 말았지. 그러니 이제라도 반성하는 의미에서 목숨을 걸고 가나안 정복에 나서겠다고 찾아오는 군단장들의 말을 물리칠 수가 없었던 거야… “;

 

갈렙은 장인인 원로 훌의 말을 듣자 그제서야 이해가 된다. 어째서 4개 군단장들이 자신과 여호수아에게 알리지 아니하고 몰래 군대를 모아 북벌에 나섰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여호와신앙에 있어서는 정면으로 그 뜻을 어기고 있는 반역이므로 엄청난 후유증을 몰고 올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말을 듣자 모세가 다음과 같이 엄하게 말한다; “훌 원로, 똑똑하게 들으시오. 여호와께서 우리 조상님들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은 우리가 우리들의 무력을 앞세워서 그 땅의 원주민들을 치고 승리를 할 수가 있다는 뜻이 아니요”.

모세가 짧게 숨을 쉬고서 이어서 말한다; “여호와께서 약속하셨기에 우리가 그 언약을 믿고 전진하면 그 열매를 얻을 수가 있다는 뜻이요. 요컨대, 여호와께서 사자를 보내어 우리에게 힘을 보태어 줄 때에 우리가 그 땅을 얻을 수 있는 것이요. 그것은 출애굽 이후 지금까지 여호와께서 이적으로 우리를 도와 주신 내용과 같은 것이요. 그런데… “;

 

모세가 빨리 숨을 쉬고서 이어서 말한다; “그런데 군지휘관들이 여호와의 뜻을 어기고 우리의 군사력만으로 북벌을 하고자 나서고 있으니 여호와께서 돕지 아니하실 것이요. 그러니 반드시 전쟁에서 지고 큰 희생을 치르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을 모르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요. 그러니 빨리 뉘우치고 되돌아오라고 말하시요. 그렇지 아니하면 그 피해가 너무나 막심할 것이요… ”.

모세의 설명을 들은 원로 훌이 북쪽의 바위산 위에 서있는 군단장들을 향하여 큰 소리로 외친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반응이 메아리처럼 들려올 뿐이다; “저희들은 여호와의 진노로 어차피 광야생활을 하다가 죽을 운명입니다. 그렇다고 하면 앉아서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가나안 땅으로 올라가서 원주민들과 전쟁을 하겠습니다그러니 말리지 마십시요… “.

그 다음 바람결에 다음과 같은 말이 들려온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여호와께서 주시는 약속의 땅을 얻겠다고 목숨을 내놓고 모두들 전쟁에 나서면 혹시 여호와께서 저희들을 도와 주실지 누가 알겠습니까? 저희들은 어차피 최고사령관이신 모세에게도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전투에 나서고 있습니다. 군부의 위계질서를 어긴 그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 말을 듣자 모세가 큰소리로 바위산 위로 말을 전한다; “나의 명령을 어긴 것은 작은 일에 속한다. 그렇지만, 여호와의 심판의 말씀은 준엄한 것이다. 우리들의 잘못 때문에 40년 동안 북벌에 나서는 것이 금지가 되었다. 그것이 어제 우리에게 내린 여호와의 최종판결이다. 그런데 그 결정을 하루만에 뒤집고자 하고 있으니 그것이 패역한 일이야. 그 전투는 패할 것이며 희생이 너무나 클 것이야. 그러니 부디 회개하고 다시 진영으로 돌아들 오도록 하라”.

그러나 모세의 그 간곡한 호소에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 어스름한 새벽 바위산에 언뜻 보이던 군단장들의 모습마저 사라져버린다. 그들 4개 군단 10만명에 가까운 병력이 전부 북쪽으로 이동하고 만 것이다;

 

그러자 모세는 아론과 함께 그 자리에서 여호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간절하게 기도를 드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갈렙 장군도 친구인 여호수아 사령관과 함께 모세의 뒤에서 함께 기도한다;

 

갈렙의 기도의 내용이 다음과 같다;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 저희들의 어리석음을 부디 용서하여 주옵소서. 막상 여호와의 능력과 언약을 믿고서 가나안으로 진군을 하라고 말씀하실 때에는 저희들이 어리석어서 인간적인 능력만 적과 비교하면서 실망하여 거부하였습니다. 그런데… “.

갈렙의 기도가 이어진다; “그 엄청난 불신앙으로 가나안 땅을 얻는 것이 40년 동안 금지가 되자 이제는 반성을 한다고 하면서 도리어 북진에 나서고 있습니다. 얼마나 청개구리와 같은 반역입니까? 그러므로 여호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가나안 원주민들에게 패할 것이 뻔합니다. 그렇지만… “.

마침내 흐느낌 가운데 갈렙의 간절한 기도가 나타난다; “그들도 저희들의 동료이고 동족이며 집안의 가장들입니다. 부디 불쌍하게 보시고 최소한의 희생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옵소서. 여호와 하나님, 부족한 종이지만 저 갈렙이 간절히 기도합니다. 부디 용서하여 주옵소서… “.

그런데 3일후부터 5일후까지 패잔병들이 북쪽 네게브 지역에서 남쪽 신(Zin)광야의 가데스 바네아로 되돌아오고 있다. 그 수를 전부 합해도 3만명이 되지가 않는다. 무려 7만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내고서 겨우 패잔병이 진영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들이 전하고 있는 전투의 결과가 끔찍하다.

네게브 지역에 들어서자 브엘세바와 수르길에서 가나안 족속과 아말렉 족속의 연합군이 40일전 정탐꾼들이 지나갔던 그 아다림 길에서 이스라엘군대를 막아 선다. 다국적군이 이스라엘군대의 북진하는 길을 막고 강력한 기마대를 앞세워 돌진하고 있으므로 큰 전투가 벌어졌다;

그런데 이스라엘 군사들이 전혀 힘을 쓰지를 못한다. 일시에 방어진형이 무너지고 적의 기마대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이 되고 만다. 이스라엘군대의 뒤를 받쳐주던 모세의 기도가 사라지고 여호와의 도우심을 상징하고 있는 언약궤가 없으니 선민의 군대가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마는 것이다(14:43-44). 그래서 남쪽으로 후퇴를 거듭하다가 그만 전사자가 속출하고 만다.

크게 패전한 그 장소를 이스라엘의 패잔병들이 호르마라고 부르고 있다(14:45). 그 뜻은 말할 것도 없이 크게 패한 장소라는 의미이다. 그렇게 가나안의 남부 네게브의 남쪽에 가슴 아픈 호르마라는 지명만을 남긴 채 7만명에 가까운 이스라엘 군사들이 전멸을 당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참으로 슬픈 패전의 소식이다;

 

그 보고를 들은 모세는 아무런 말이 없다. 한참 후에 군지휘관들을 모아 놓고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 “여호와께서 도와주지 아니하시면 우리가 결코 한줌의 땅도 기업으로 얻을 수가 없다. 우리에게 아카바 연안을 따라 다시 시내광야로 남하하라고 명령하셨으니 내일 우리는 이동할 것이다. 그리고… “.

모세의 말이 이어진다; “이번에 우리의 군사들이 경험한 엄청난 희생과 패전은 훗날 광야생활 40년의 유배가 끝난 후에 가나안 땅으로 진군하면서 반드시 되갚아 줄 것이다. 그와 같이 패전을 승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여호와의 말씀에 철저하게 순종하는 생활을 영위해야만 할 것이다”(21:3).

모세의 명령에 따라 200만명이 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언약궤를 앞세우고 남행길에 나선다;

 

그동안 40일 이상 정이 들었던 가네스 바네아를 떠나고 있다. 다시 황량한 바람소리만이 울음을 토하는 바란광야로 들어간다. 그리고 에돔광야의 서쪽을 타고서 에시온게벨의 서편에 당도한다;

그곳에서 시나이 반도의 동편인 아카바 연안으로 계속 남하한다. 다시 사람이 살기에 가장 적합하지 아니한 지역 시내광야로 들어선다. 갈렙은 그곳 시내산 앞에 동족들과 함께 도착하니 참으로 마음이 허전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얻은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한가지 엄청난 교훈을 얻은 바가 있다. 그것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나를 믿고 가라고 명령하시면 무조건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 두라고 말씀하시면 즉시 그 자리에서 중지해야만 한다. 그 간단한 이치를 모르고 사람이 자신의 판단이 더 옳다고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능히 할 수가 있다고 주장하고 행동하게 되면 또 하나의 호르마를 만들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한 깨달음으로 갈렙은 이제부터 이스라엘 군대를 다시 재정비하고 여호와신앙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그리고 혹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광야의 약탈족들을 물리치고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게 된다. 과연 갈렙은 남은 광야생활 38년 동안에 어떠한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