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갈렙 장군8(작성자; 손진길)
갈렙이 군사령관인 여호수아와 더불어 시급하게 군대를 재정비하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그들이 가데스 바네아에서 남하하여 시내산으로 되돌아와서 오래 그곳에서 머무르게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12개 군단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그들의 상비군이 전력면에서 거의 3분의1이 날라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 요인이 두가지이다; 하나는, 물론 가데스 바네아에서 모세의 명령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북진에 나선 4개 군단이 적들의 연합공격으로 7만명 가까이 전사하고 겨우 3만명 정도가 살아서 돌아온다. 그 손실이 막대한 것이다. 또 하나는, 남하하는 도중에 소위 ‘고라 일당의 반역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명 ‘고라의 반역’이라고도 불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 주동자가 모세와 아론의 사촌동생인 ‘고라’이기 때문이다. 고라는 모세와 아론 덕분에 성막에서 제사장 다음으로 큰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그의 집안이 레위지파를 통솔하는 실무적인 책임자가 되어 있다;
그러나 고라는 권력에의 탐욕이 지나쳐서 사촌형인 아론의 집안이 보유하고 있는 제사장의 특권에 침을 흘리고 있다. 고라가 생각하기로는 아론은 나이만 많았지 자신보다 뛰어난 점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최고지도자 모세의 친형이라는 이유 때문에 대제사장이 되고 30세 이상이 된 그의 아들들이 제사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론의 집안을 제사장 가문으로 삼으신 분은 모세가 아니고 여호와 하나님이시다. 그런데 고라는 그 점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모세의 아전인수격인 영향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창조주이신 여호와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는 반역행위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라가 그러한 불만을 조직적인 방법으로 표출한 것이다. 그는 가데스 바네아를 출발하여 다시 바란광야를 통과하면서 계속 남하하는 과정에서 장로들 가운데 일부 그리고 군부의 지휘관 가운데 상당수가 모세와 아론의 지도력을 의심하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따라서 고라는 그들을 설득하여 자기편으로 만들고 마침내 반역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불만세력을 규합하기 위하여 고라가 내세운 지론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모세는 여호와의 말씀을 율법으로 전하는 특권을 이용하여 마음대로 인사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질도 부족한 자신의 친형 아론을 대제사장으로 세우고 아론의 아들들을 제사장으로 임명했다. 따라서 장차 대제사장은 아론의 자손으로 독점적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로, 가데스 바네아에서 4개 군단이 북벌을 감행하려고 신(Zin)광야를 거쳐 가나안의 남부 네게브지역으로 들어갔을 때에 모세는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제멋대로 출동하였다는 이유로 끝까지 언약궤를 보내어주지 아니하였다. 그 때문에 여호와의 임재가 없어서 그들의 전투는 패전으로 이어지고 7만명에 가까운 엄청난 전사자가 발생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셋째로, 모세와 아론은 야곱의 3남인 레위의 자손들인데 그들은 자신들의 대권을 영구화하기 위하여 첫째 집안인 르우벤지파의 장자권을 무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르우벤지파의 장로들은 이스라엘 12지파의 으뜸인 자신들의 장자권을 인정하라고 모세와 아론에게 당당하게 요구해야만 한다;
그와 같은 논리로 고라가 르우벤지파의 장로들과 군부의 지도자들을 설득한다. 그 결과 르우벤지파의 장로인 다단과 아비람이 적극적으로 고라를 지지하고 장로 온이 미온적이지만 고라의 편이 된다. 그리고 군부의 인물 가운데 군단장 및 천부장 250명이 고라의 반역에 가담하게 된다.
고라가 세력을 규합하여 모세와 아론을 방문하여 하야를 요구한다. 군대의 지휘관 250명의 지지를 얻었기에 고라와 르우벤지파의 장로인 다단과 아비람의 기세가 대단하다. 그들은 최고지도자인 모세와 대제사장인 아론의 앞에서 전혀 위축이 되지를 아니하고 있다;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그들의 주장이 다음과 같다; “모세와 아론 당신들은 분수에 지나쳐 그만 욕심을 크게 부리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들은 모두가 하나님이 보시기에 평등하다. 왜냐하면, 똑같이 여호와의 임재를 얻고 있으며 거룩한 백성들의 지도자로 선택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두사람만이 이스라엘지도자 회의에서 불가침의 특권을 누리고 있으니 그것은 잘못된 것이며 여호와의 뜻이 아니다”(민16:3의역);
그 말을 듣자 모세가 먼저 여호와 하나님 앞에 엎드린다. 그리고 잠시 후에 일어나서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여호와께서는 내일 아침에 자신에게 속한 자, 거룩한 자, 곧 여호와께서 선택하신 자를 모두에게 눈으로 보여주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오늘은 그대로 물러가고 내일 아침에 각자 향로에 불을 피우고 그 위에 향을 태우면서 회막으로 나아오라. 내일 여호와께서 분명히 보여주실 것이다”(민16:5-7a 의역)..
그리고 모세는 고라에게 따로 말한다; “고라 너는 성막에서 실무를 처리하고 있는 레위인들의 대표이다. 그런데 대표자인 네가 아론 집안이 보유하고 있는 제사장 직무를 탐을 내어 이러한 사건을 일으키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고라 그리고 너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레위인들에게 이제부터 내가 여호와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민16:7b-8 의역);
모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다음과 같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이스라엘 회중에서 너희를 구별하여 자기에게 가까이 하게 하사 여호와의 성막에서 봉사하게 하시며, 회중 앞에 서서 그들을 대신하여 섬기게 하심이 너희에게 작은 일이겠느냐? 하나님이 너와 네 모든 형제 레위 자손으로 너와 함께 가까이 오게 하셨거늘 너희가 오히려 제사장의 직분을 구하느냐? 이를 위하여 너와 너의 무리가 다 모여서 여호와를 거스르는 도다. 아론이 어떠한 사람이기에 너희가 그를 원망하느냐?”(민16:9-11).
모세의 입을 통하여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는 그 내용을 음미해보면 다음 세가지이다;
첫째, 여호와께서 고라를 비롯한 레위자손들에게 주신 특권이 크다는 것이다. 여호와의 성막을 섬기는 일, 백성들을 대신하여 여호와를 섬기는 일, 여호와께 가까이 다가가 성막에서 봉사하는 일 등이 모두 특권에 속한다.
둘째, 그러한 특권을 벌써 누리고 있는 레위인들이 그에 만족하지 아니하고 제사장의 직분을 탐내는 것은 잘못이다. 그것은 여호와의 선택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람의 중심을 보시는 여호와께서 아론을 선택하셨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으니 그 잘못이 크다. 레위인들이 자신들의 중심을 들여다보지 아니하고 무조건 아론을 원망하고 있으니 그것은 임명권자인 여호와를 원망하는 것이며 여호와의 통찰력을 사람들의 안목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크나큰 잘못인 것이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고라가 250명 가량의 군대의 지휘관들과 함께 각자의 향로를 가지고 회막으로 온다. 그리고 불 피운 향로에 향을 사르면서 무리들의 앞에 둔다. 그 옆에 아론이 자신의 향로를 역시 놓는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르우벤지파의 장로인 다단과 아비람이 나타나지를 아니하고 있다. 모세가 즉시 전령을 그들의 장막으로 보내어 어떻게 된 영문인지 확인한다. 그러자 전령이 돌아와서 놀라운 사실을 전한다.
전령을 통하여 전달하고 있는 그들의 말이 아주 악의에 찬 내용이다; “우리는 참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세는 우리들의 왕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말을 따를 필요가 없다. 모세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우리를 인도하여 들이지 아니하고 도리어 광야로 되돌아오게 하면서 이제는 우리를 모두 광야에서 죽이고자 하고 있다. 그리고… “;
조금 숨을 쉬고서 전령이 이어서 말한다; “더 용서할 수가 없는 행동은 모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우리들의 왕이 되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들을 상황판단도 못하는 청맹과니 바보로 여기고 있다. 자신이 기도하여 얻은 내용을 무조건 여호와의 뜻과 명령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니 그런 자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 모세가 분노한다. 그 다음에는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기도로 여호와께 말씀드린다; “주는 그들이 비록 제물과 예물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죄를 사하지 마옵소서. 저는 그들의 나귀 한 마리도 빼앗지 아니하였고 한사람도 해치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약탈자와 살인자로 비난하고 있으니 참으로 억울합니다”;
사람들의 갑론을박과 설왕설래는 사실 별로 소용이 없다. 문제는 ‘여호와의 뜻이 어떻게 분명하게 사람들 앞에서 현실로 역사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날 아침 회막 위에 갑자기 여호와의 영광이 태양보다 더 밝은 빛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사람의 음성으로 여호와의 뜻이 전해지고 있다; “너희는 이 회중에게서 떠나라. 내가 순식간에 그들을 멸하려 하노라”(민16:21). 회막에는 고라와 250명 가량의 군부지도자 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지하는 많은 백성들이 모여 있다. 그들 모두를 진멸하시겠다는 여호와의 선포이다.
모세와 아론이 당장 그 자리에 엎드려서 구명의 기도를 드린다; “한사람의 잘못을 어찌하여 온 회중에 대한 처벌로 심판하고자 하십니까?”. 그 다음순간 여호와의 음성이 다음과 같이 들려온다; “백성들에게 선포하여 빨리 고라와 다단과 아비람의 장막에서 떠나라고 조치하라. 머뭇거리게 되면 함께 멸망을 당하고 말 것이다”.
이웃들이 그들의 장막에서 멀어진다. 그러자 장막에 남아 있던 고라의 가족들과 다단 및 그의 기족들 그리고 아비람 및 그의 가족들은 물론 그들의 재물이 갑자기 그곳 장막에서만 발생한 국지적인 지진으로 말미암아 땅속으로 삼켜지고 만다(민16:31-33);
그 충격적인 심판의 모습을 보고서 이웃주민들이 멀리 도망을 치면서 울부짖는다. 언제 그들이 디디고 서있는 땅바닥도 갈라지고 입을 벌려서 자신들을 집어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공포에 휩싸인 소리가 회막 앞에 서있는 고라와 군부의 지도자 250명에게도 들려온다.
그 순간 회막 위에서부터 여호와의 심판의 불길이 지상으로 마치 갈라지는 혀처럼 달려서 내려온다. 그 다음순간 말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고라를 비롯한 250명의 반역의 무리를 불길의 혀로 감아서 모조리 태워버린다(민16:35);
심판이 끝난 다음에 여호와께서는 모세의 입을 통하여 대제사장 아론의 아들인 제사장 엘르아살에게 명령하신다; “주인과 함께 불길에 휩싸였으나 녹지 아니한 놋 향로 250개를 가져다 그것으로 기념물을 만들라”. 구체적으로, 그 놋 향로 250개를 녹여서 번제단의 주위를 그것으로 한번 싸도록 조치한 것이다.
그때부터 그 번제단을 쳐다보고서 백성들이 고라 무리의 반역사건을 회상하면서 하나의 교훈을 얻게 된다; “다시는 고라의 무리처럼 어리석게 여호와의 주권에 도전하지 아니할 것이다. 아론 자손에게 부여하는 여호와의 제사장 직분을 함부로 탐내는 것은 여호와의 처벌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행위이다”(민16:40 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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