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기도(손진길 소설)

다윗의 기도53(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18. 10:03

다윗의 기도53(작성자; 손진길)

 

옛말에 부자의 귀는 밝다고 한다. 그 말은 부자는 많은 재물을 관리하여야 하므로 다음과 같은 정보가 항상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첫째가, 경제의 흐름에 대한 정보이다. 둘째가,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종들에 대한 정보이다. 셋째가, 자신의 재물을 소비하고 있는 가족과 친척들에 대한 정보이다.

그러한 정보를 부자는 은밀하게 수집하고 있다. 따라서 그 정보를 수집하여 부자에게 내밀하게 전달하고 있는 자가 부자의 벗이며 중요한 인물이다. 국가를 경영하고 있는 최고책임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비선의 정보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벌써 이스라엘왕국을 오래 다스리고 있는 다윗왕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러한 조직을 복수로 지니고 있다. 그 책임자가 두 사람인데 한사람은, 거대한 선지자 집단을 거느리고 있는 대선지자 나단이다;

 

 또 한사람은, 왕국의 비밀 첩보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레이이다. 레이는 다윗의 신하이지만 그의 벗으로도 불리며 평소에는 그 이름조차 거론이 되지 않는 막후의 인물인 것이다;

하지만 다윗대왕이 말년에 병상에 누워서 대선지자 나단으로부터 정보분석의 결과를 들을 때에 레이가 아도니아 왕자를 지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거절하고 있는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리고 다윗왕은 아직 생존하고 있는 자신의 셋째 형인 삼마 또는 시므아가 왕실의 어른으로서 아도니아 왕자를 지지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삼상16:9, 대상2:13).

그 결과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형인 시므이 또는 시므아가 아직 아도니아 왕자의 편을 들지 아니하고 있다. 그리고 후새를 이어서 다윗왕의 벗이 되고 있는 책사 레이가 아도니아의 무리에 속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다(왕상1:8a).

그래서 다윗왕은 은밀하게 자신의 형인 삼마를 불러서 그의 아들이며 부사령관인 요나단에게 왕명을 전하게 한다(삼하21:21). 그 내용은 다윗의 용사들은 아도니아 왕자의 움직임에 일체 동조하지 말라는 것이다(왕상1:8b).

참고로, 그러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는 열왕기상 제1장의 내용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아도니아가 스루야의 아들 요압과 제사장 아비아달과 모의하니 그들이 따르고 도우나, 제사장 사독과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와 선지자 나단시므이레이다윗의 용사들은 아도니야와 같이하지 아니하였더라”(왕상1:7-8).

35세의 아도니아 왕자가 부왕 다윗의 임종을 기다리지 못하고 예루살렘 남쪽 골짜기에서 신하들과 왕자들을 모아 큰 잔치를 베풀면서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다윗왕이 병상에서 이미 자신의 첩보조직을 통하여 군부를 통제하고 왕족들이 일체 동조하지 말도록 단속하고 있기에 그 지지세력의 규모가 그다지 크지 못하다.

게다가 다윗왕이 아도니아 왕자의 움직임을 자신의 비선 첩보조직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보고받고서 한발 앞서 그에 대처하고 있다. 그에 따라 아도니아 왕자가 스스로 즉위식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기 전에 다윗이 중신들을 보내어 솔로몬 왕자를 먼저 신왕으로 기혼 샘가에서 기름을 붓고 재빨리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도록 만든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예루살렘의 주민들은 동쪽의 기드론 골짜기 중턱에 있는 기혼샘가에서 즉위식을 마친 솔로몬왕이 왕의 노새를 타고서 입성하는 광경을 보고서 신왕의 등극을 진심으로 환영하면서 크게 환성을 지른다. 그 소리가 그 골짜기 아래 힌놈의 뱀 바위 샘가에서 크게 잔치를 벌이고 있는 아도니아의 무리들에게 들린다.

왕자 아도니아가 깜짝 놀라서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에 대제사장 아비아달의 아들인 요나단이 급보를 전한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이 5가지이다;

첫째, 아도니아 왕자와 그를 지지하던 신하들이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발생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 주 다윗왕이 솔로몬을 왕으로 삼으셨나이다”(왕하1:43);

둘째, 다윗왕이 친위세력을 불러모아 전격적으로 솔로몬 왕자를 기혼 샘가에서 신왕으로 삼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왕께서 대제사장 사독과 대선지자 나단과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그렛 사람과 블렛 사람을 솔로몬과 함께 보내셨는데, 그들 무리가 왕의 노새에 솔로몬을 태워다가 제사장 사독과 선지자 나단이 기혼에서 기름을 부어 왕으로 삼고”(왕상1:44-45a).

 셋째, 그들이 솔로몬을 왕으로 세우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데 기타 신하와 백성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리가 그곳에서 올라오며 즐거워하므로 성읍이 진동하였나니, 당신들에게 들린 소리가 이것이라”(왕상1:45b);

넷째, 다윗왕이 신왕인 솔로몬왕을 잘 섬기도록 신하들에게 왕명을 내렸으므로 그들이 대전에서 왕좌에 앉은 솔로몬왕에게 충성을 맹세하였다는 것이다; “또 솔로몬도 왕좌에 앉아 있고, 왕의 신하들도 와서 우리 주 다윗왕에게 축복하여 이르기를, 왕의 하나님이 솔로몬의 이름을 왕의 이름보다 더 아름답게 하시고 그의 왕위를 왕의 위보다 크게 하시기를 원하나이다 하매”(왕상1:46-47a).  

다섯째, 그 모든 일을 처리하고서 다윗왕은 침상에서 여호와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까지 드렸다는 것이다; “왕이 침상에서 몸을 굽히고 또한 이르시기를,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여호와께서 오늘 내 왕위에 앉을 자를 주사, 내 눈으로 보게 하셨도다 하셨나이다”(왕상1:47b-48);

 

힌놈의 골짜기 뱀 바위 샘가에서 연회를 즐기고 있던 왕자 아도니아와 그의 지지세력들은 요나단이 전하고 있는 그 자초지종을 듣고 나자 그만 온몸에서 일시에 힘이 빠지고 만다. 이제는 자신들이 아도니아 왕자를 신왕으로 삼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경우 반역의 무리가 되어 처형을 당할 입장이다.

아도니아를 지지하여 신왕으로 세우고 한번 출세를 해보고자 그 자리에 모인 기회주의자들부터 먼저 그 자리를 벗어나고 만다. 그렇게 뿔뿔이 무리가 자신을 떠나가고 나자 외톨이가 된 왕자 아도니아가 예루살렘에 있는 성막으로 빨리 올라가서 구원의 뿔을 손에 잡는다(왕상1:50).

이스라엘제국에서 자신의 역심이 드러나고 말았으니 다윗왕과 신왕 솔로몬 그리고 신하들이 모두 자신을 용서하지 아니할 것이다. 오로지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성막에서 여호와 하나님의 신적인 권위에 의존하여 용서를 비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신왕으로 등극한 솔로몬왕이 그 모습을 보고서 말한다; “한번은 집행유예로 그 죄를 벌하지 아니하겠다. 그러나 다시 한번 역심을 드러내는 경우에는 반드시 참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서 근신하고 있으라”(왕상1:52-53 의역);

 

아도니아 왕자는 궁궐에서 쫓겨난다. 그렇지만 가장 연장자인 왕자로서 여전히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부왕인 다윗왕이 승하하였으므로 아도니아 왕자는 장례식에 참여하여 조심스럽게 솔로몬왕과 신하와 백성들의 눈치를 살핀다. 그런데 벌써 솔로몬왕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확실하게 굳혔는지 아도니아 왕자에 대해서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아니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아도니아 왕자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아도니아는 이제는 보통 궁녀의 신분으로 궁궐에서 지내고 있는 천하미인 아비삭을 자신의 아내로 얻을 궁리를 한다;

 

그렇게 절제를 모르는 왕자 아도니아가 감히 궁궐로 솔로몬왕의 모후인 밧세바를 찾아가서 간청한다; “아비삭을 제게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밧세바는 이스라엘제국의 태후가 되자 남편 다윗왕이 없는 궁궐에서 이제는 천하권세를 장악한 아들 솔로몬의 섭정자로 자신의 위치를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그래서 아들 솔로몬왕을 찾아가서 겁도 없이 말을 꺼낸다; “아도니아 왕자가 아비삭을 자신의 아내로 주면 왕에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은혜를 베푸시고 그를 쓰다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밧세바 역시 권력욕이 대단한 여인이지만 그 견문이 넓지 못하고 생각이 좁다. 그래서 여자의 입장에서 편하게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아도니아 왕자가 부왕 다윗처럼 미인을 좋아하는구나. 그렇다면, 아비삭을 그에게 주어 그를 미인의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면 나라가 태평하겠구나!... “.

그러나 이제 이스라엘제국의 제2대 황제가 된 솔로몬의 입장과 견해는 다르다. 그는 명분만 있으면 우환거리인 아도니아 왕자를 처리하려고 벼르고 있다. 그러한 시기에 아도니아 왕자가 자신의 명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문제는 정치적인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명석한 솔로몬왕이 이복형인 아도니아 왕자가 아비삭을 달라고 하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치적으로 해석하면서 모친의 청을 단숨에 거절한다; “아도니아는 부왕의 것과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아직도 생각하고 있군요. 힘이 없으므로 지금은 부왕의 여자인 아비삭을 달라고 하지만 만약 지지세력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그는 다시 왕좌를 노릴 것입니다”(왕상2:22 의역);

 

솔로몬왕의 현실인식과 정치적인 감각이 대단히 탁월하다. 왜냐하면, 당시 왕자 아도니아가 태후 밧세바를 방문하여 말한 내용 가운데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당신도 아시는 바이거니와 이 왕위는 내 것이었고, 온 이스라엘은 다 얼굴을 내게로 향하여 왕으로 삼으려 하였는데, 그 왕권이 돌아가 내 아우의 것이 되었음은 여호와께로 말미암음이니이다”(왕상2:15).

그 결과 솔로몬왕은 모후 밧세바를 물리치면서 왕자 아도니아를 처형하고 만다. 그것으로 명실공히 솔로몬왕의 전제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