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기도(손진길 소설)

다윗의 기도52(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18. 09:50

다윗의 기도52(작성자; 손진길)

 

주전 971년에 70세의 다윗왕이 병상에서 여호와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아니한 것을 알고서 후계자 왕을 세우기 위하여 여호와의 뜻을 묻고 있다. 그러나 여호와 하나님의 확실하신 뜻이 말씀으로 전해지지 아니하고 있기에 초조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때 50세의 밧세바가 남편인 다윗왕의 병상을 찾아온다. 평소 다윗왕의 병시중은 수넴 출신의 젊은 여자 아비삭이 도맡아서 들고 있다(왕상1:1-4). 아비삭의 신분은 아직 다윗왕의 왕비나 후궁이 아니다.

왕과 잠자리를 함께하면 후궁의 첩지를 받고 왕자를 생산하면 왕비가 될 수 있는데 다윗왕이 젊은 미인 아비삭과 전혀 잠자리를 같이하지 아니하고 있기에 그녀는 그저 궁녀의 신분으로 왕의 병시중을 들고 있을 따름이다(왕상1:4);

왕비 밧세바가 아비삭을 잠시 물러가게 한 다음에 다윗왕에게 말한다; “폐하, 소녀는 왕자 아도니아가 다음 왕이 되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가 은근히 소녀의 소생인 솔로몬이 다음 왕이 되지나 않는지 경계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가 왕이 되면 저는 왕궁에서 내쳐지게 되고 솔로몬 왕자는 죽임을 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므로 부디 저와 솔로몬을 살려주십시오. 폐하… “.

그 말을 듣고 있던 다윗왕이 힘겹게 말문을 연다; “밧세바야, 과인이 나의 후계왕에 대하여 여호와께서 점지를 해달라고 지금까지 기도하였지만 나의 주인께서는 확답을 주시지 아니하신다. 그 연유를 나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그런데… “.

잠시 숨을 쉬고서 다윗왕이 이어서 말한다; “짐의 생각으로는 아도니아 왕자가 아니라 솔로몬 왕자가 나의 뒤를 잇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권력욕이 강하고 여전히 군부의 실세인 요압이 아도니아의 뒤를 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압은 아도니아를 왕으로 세우고 이 나라를 좌지우지할 생각이기에 나는 그것을 막고 싶다”.

다윗왕이 병상에서 참으로 어렵게 자신의 본심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밧세바는 어심을 알았기에 다윗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폐하, 약한 말씀을 마시고 부디 쾌차하셔서 만세수를 하옵소서. 소녀가 그만 화급한 생각에 저와 저의 소생의 앞날만 생각하는 불충을 저질렀습니다. 부디 용서하여 주옵소서… “.

밧세바의 말을 들은 다윗왕이 쓸쓸하게 대답한다; “밧세바, 그대는 벌써 나와 25년의 세월을 이곳 왕궁에서 함께 지냈어요. 그러니 짐이 여호와의 뜻을 받들어 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요. 나의 생각이 솔로몬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여호와의 뜻에 맞아야 하고 또한 하나님의 역사섭리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요. 다만… “.

병상에 누워서 말하고 있는 다윗왕이 힘이 드는지 잠시 숨을 쉬고서 천천히 이어서 말한다; “짐의 육신이 너무 쇠약하여 오늘 내일 하는 것을 보니, 여호와의 뜻이 곧 드러날 것으로 짐작이 되어요. 여호와께서 사람의 음성으로 말씀하여 주시거나 아니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상황이 전개가 되겠지요. 조만간 그렇게 될 것입니다… “;

 

그 말을 다윗의 침상머리에서 들은 밧세바가 왕의 손을 잡으면서 말한다; “소녀가 폐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아직 여호와의 은혜로 영성과 총명하심이 조금도 쇠퇴하지 아니하셨습니다. 그 말씀 소녀가 깊이 간직하고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소녀가 누구와 그러한 문제를 조용히 상의하면 좋겠습니까? 폐하… “.

밧세바의 말을 듣자 다윗왕이 잠시 감았던 눈을 힘겹게 다시 뜨면서 말한다; “신하들의 눈을 피하면서 왕궁의 깊은 속사정을 이야기하자면 나의 왕사인 나단 선지자와 상의를 하는 것이 가장 좋지요. 과인이 그에게 말해 놓을 것이니 앞으로 그렇게 하세요… “.

그제서야 밧세바가 중요한 한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그동안 병상의 다윗왕이 두가지 방법으로 후계자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는, 선지자 나단에게 부탁하여 여호와의 뜻을 구해달라고 한 것이다. 또 하나는, 다윗왕의 뜻을 은밀하게 왕사인 나단 선지자가 대제사장 사독과 근위대장 브나야를 비롯한 군부의 장군들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다윗왕의 말을 듣고 밧세바가 왕비의 처소로 물러간다. 그러자 며칠이 지나지 아니하여 왕사인 나단 선지자가 은밀하게 밧세바를 방문한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폐하께서 저에게 기도제목을 주셨지요. 후계왕에 대한 여호와의 뜻을 알아보아 달라는 것입니다. 아직 그에 대한 여호와의 말씀을 제가 정확하게 듣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그 문제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이 예루살렘 근방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지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그렇게만 알고 계십시오”;

그 말을 듣자 밧세바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이렇게 친히 방문을 해주시니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면 그렇게 알고 조용히 기도하고 있겠습니다”. 왕사인 나단은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정정하다. 그 걸음걸이가 아직 힘이 있다.

나단 선지자가 그렇게 정정하고 여호와의 뜻을 잘 대변하고 있으므로 다윗시대의 선지자들이 백성들에게 모세오경을 비롯한 여호와의 말씀을 가르치는데 열심이 있는 것이다.

밧세바는 나단 선지자가 물러가자 혼자서 조용히 깊은 생각에 잠긴다; “조만간 예루살렘 근방에서 발생하게 되는 중요한 사건이 과연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이기에 다윗왕의 후계자가 그로 말미암아 결정이 된다는 것일까?... “.

며칠이 지나지 아니하여 구체적인 소문이 예루살렘 남쪽 계곡인 힌놈골짜기에서 들려온다. 35세의 왕자 아도니아가 그곳 에느로겔 근방 소헬렛 바위 곁에서 양과 소와 살찐 송아지를 잡아 큰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다윗성의 신하와 왕자들을 초청하여 벌이고 있는 큰 잔치이다;

그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은 자는 나단 선지자이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유대 땅과 베냐민의 땅에 제사장의 성읍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선지자들의 학교가 예루살렘 북쪽 8km지점인 라마 나욧에 있다. 따라서 예루살렘 인근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선지자들의 눈과 귀를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모든 사건을 보고받고 있는 인물이 대선지자인 나단이다. 나단 선지자는 아도니아 왕자가 벌이고 있는 그 일이 반역의 조짐임을 금방 눈치채고 있다. 부왕인 다윗대왕이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가장 연장자인 왕자가 지금 예루살렘 골짜기에서 큰 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패륜이며 반역행위인 것이다;

화급한 일이므로 나단 선지자가 직접 왕비 밧세바의 처소에 들린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다; “지금 힌놈의 골짜기와 기드론 골짜기가 만나고 있는 샘가의 소위 염탐의 골짜기 뱀 바위라는 엔로겔 소헬렛 바위에서는 왕자 아도니아가 신하와 왕자들을 모두 초청하여 큰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솔로몬 왕자도 초청을 받은 것입니까?”.  

밧세바가 깜짝 놀라면서 급히 대답한다; “아닙니다. 저희들은 그러한 초청을 전혀 받지를 못했어요. 그러면 근위대장인 브나야 장군과 대제사장 사독도 그 잔치에 참석하고 있는 것입니까?”. 그 말을 들은 나단 선지자가 즉시 대답한다; “아닙니다. 그들과 저는 전혀 초청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선지자들과 다윗의 용사들은 요압을 빼고서는 참석한 자가 없습니다”.

그 말을 듣자 밧세바가 나단 선지자에게 상의한다; “그렇다면, 이 일을 폐하에게는 어떻게 알리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볼 때에는 지금 아도니아 왕자가 반역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는 요 근래 마치 자신이 왕좌에 오른 것처럼 병거와 기병과 호위병을 많이 거느리고 화려하게 행차하고 있습니다”.  

나단 선지자가 대답한다; “폐하께서는 개인적으로 어심을 밧세바 왕비 당신에게만은 벌써 밝히신 것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폐하의 병실로 가셔서 어려우시겠지만 그 말씀을 하시고 이번 기회에 폐하의 허락을 받아 구체적인 대처를 하시지요. 아도니아가 지지세력을 이끌고 입궁하게 되면 그때에는 저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밧세바가 급히 다윗왕의 처소로 간다. 그리고 병상의 다윗왕에게 상세하게 보고한다. 그러자 다윗왕이 마치 준비한 것처럼 또박또박 대답한다; “지금 곧 사람을 시켜서 대제사장 사독과 근위대장 브나야 그리고 나단 선지자를 들게 하세요. 짐이 이 자리에서 왕명을 내리도록 할 것이요”(왕상1:32);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다윗왕이 병상에서 또렷한 목소리로 말한다; “너희는 너희 주의 신하들을 데리고 내 아들 솔로몬을 내 노새에 태우고 기혼으로 인도하여 내려가고, 거기서 제사장 사독과 선지자 나단은 그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 왕으로 삼고, 너희는 뿔나팔을 불며 솔로몬 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 하고 “(왕상1:33-34).

잠시 숨을 쉰 다음에 다윗왕이 병상에서 이어서 말한다; “너희들은 솔로몬을 따라 함께 시온성으로 올라오라. 왕궁에 들면 이제부터 솔로몬이 왕위에 앉아서 나를 대신하여 왕이 되리라. 솔로몬이 왕좌를 차지하는 것은 짐이 솔로몬 왕자를 지명하여 이스라엘과 유다의 통치자로 삼았기 때문이니라. 알겠느냐?”(왕상1:35 의역);

 

다윗왕의 왕명을 받들면서 근위대장이며 군단장인 브나야 장군이 다음과 같이 복명한다; “폐하의 왕명이 여호와의 뜻에 부합하는 줄 저는 믿고서 다윗왕을 모신 것처럼 솔로몬왕을 모실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폐하를 통하여 이스라엘제국을 건설하셨으니 앞으로는 솔로몬왕을 통하여 여호와께서 선민의 제국을 더욱 번성하게 하시기를 소신은 원합니다”.

브나야는 역시 장군이다. 그는 근위대 용병들을 이끌고 왕의 노새를 탄 솔로몬 왕자를 호위하면서 제사장 사독과 선지자 나단과 함께 예루살렘 동쪽 골짜기에 있는 기혼의 샘으로 간다.

그곳에서 대제사장 사독이 솔로몬 왕자에게 기름을 붓는다. 그 기름과 뿔은 모두 성막에서 사용하는 것들이다. 그것을 보고서 제사장들이 뿔나팔을 부는데 모든 백성이 다 함께 부르짖는다; “솔로몬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왕상1:39);

이제 예루살렘성에서 사용하는 귀한 물이 샘솟는 기혼샘가에서는 솔로몬왕자가 다윗왕의 왕명으로 신왕으로 등극한다. 반면에 그 남쪽 인근의 뱀 바위 샘가에서는 아도니아가 자신을 지지하는 신하들과 백성들의 환호 가운데 스스로 신왕으로 즉위하고 있다. 동시에 두사람의 왕자가 신왕이 되고 있으니 그 일이 어떻게 종결이 되는 것일까?

한편, 어째서 여호와께서는 미리 다윗왕으로 하여금 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솔로몬 왕자를 신왕으로 세우도록 조치하지 아니하시고 아도니아 왕자가 반역을 일으킬 때까지 그렇게 기다리고 계신 것일까?

그 이유는 아무래도 다윗왕이 일찍 솔로몬 왕자를 신왕으로 즉위하게 하는 경우에는 예루살렘에서 큰 분열의 조짐이 발생할 것임을 여호와께서 미리 아시고 그것을 예방하신 것으로 보인다.

아도니아 왕자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함부로 큰 잔치를 베풀고 자신을 지지하는 신하들을 불러서 스스로 신왕으로 즉위한다면 그것은 명백하게 다윗왕에 대한 반역사건이 되므로 백성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아도니아 왕자가 스스로 패착을 둘 때까지 지켜본 것이다.

아도니아 왕자가 명분을 상실하게 되는 그때에 즉시 다윗왕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솔로몬 왕자를 신왕으로 세운 것이다. 그것이 여호와의 뜻이며 역사섭리의 방법인 것을 병상에서 다윗왕이 깨닫고 있다. 그렇다고 하면 그는 말년에 대단한 여호와신앙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다윗왕은 말년에 그에게 바쳐진 동녀 아비삭을 건드리지 아니하고 깨끗한 처녀로 남겨두는 미담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왕상1:4). 그 옛날 달 밝은 밤에 우리야의 젊은 아내 밧세바의 미색을 탐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아니하였으니 그것이 다윗왕의 위대한 점이라고 말할 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