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의 비밀4(작성자; 손진길)
윤하선은 여름방학이 아직 며칠 남아 있는 시점이라 허기남 과장의 급한 연락을 받고 그의 사무실로 찾아간다. 윤하선이 그 방에 들어서자 수사팀장들과 회의를 하고 있던 허기남이 그에게 자리를 권한다.
그날 수사관회의의 주제가 지상천국교회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가정과 사회의 피해에 관한 것이다. 수사관들이 그동안 수집한 사례를 발표하는 내용을 윤하선이 들어보니 한마디로, 지상천국교회에서 질병이나 장애를 고침 받고 그 교회에 계속 출석하고 있는 신자들이 늘어나자 그들의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번 중병에 걸렸다가 그 교회의 치유사역 덕택에 낫게 된 사람들이 선택하고 있는 그 다음행보가 문제라는 것이다. 나음을 받은 자들이 거의 그 교회의 착실한 신자들이 되어 그때부터 동일한 질병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열심히 그 교회에서 공동생활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소망은 한가지이다. 그 교회의 예배에만 매일 참석하게 되면 무병장수를 누릴 수가 있으므로 지상천국을 이루고 있는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상천국교회는 면목동 일대의 건물들을 자꾸만 사서 늘어나는 신자들을 수용하고 있다. 그 돈은 전부 치유사역을 통하여 벌어들인 것이며 완쾌한 자들의 기부인 것이다.
그에 따라 가정들이 파탄나고 있다. 병자들과 장애자들이 치유가 된 것은 좋은데 그때부터 그들이 그만 가정을 떠나 그 교회가 제공하고 있는 공동생활에 참여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은 가족들에게 전 재산을 헌납하고 그 교회가 마련하고 있는 공동체에 빨리 들어오라고 자꾸만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그 공동체에 들어가게 되면 그때부터 성한 사람들은 기타 공동체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하여 돈벌이에 나서게 된다. 낮에는 직장을 다니거나 자영업을 경영하다가 저녁에는 교회의 예배에 참석한다. 그러한 공동체 생활이 바로 사도행전에 기록이 되어 있는 초대교회의 공동체 모습이라고 교주인 상우종이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수사결과를 허기남 과장이 다시 한번 요약하면서 그 자리에서 윤하선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 윤하선이 보기에는 지상천국교회의 행태가 참으로 이상하다. 그래서 자신의 솔직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피력한다;
첫째로, 사도행전에 기록이 되어 있는 예루살렘 초대교회의 공동체생활의 의미는 그것이 아니다. 그들 예루살렘 초대교회 성도들이 공동체생활을 영위한 것은 교회 안에서 자신들이 무병장수를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반대로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를 해도 좋다고 하는 그러한 성도들의 공동체였던 것이다. 즉,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세상에 전파하고 주님의 부활의 증거자로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생활이다.
둘째로, 달리 말하자면 사도행전에 기록되어 있는 기독교 공동체생활의 본질이란 이 땅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는 복음의 생활화이며 훗날 부활하여 천국에서 누리는 영생 복락에 관한 것이다. 결코 이 세상을 지상천국으로 만들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지상천국교회는 그러한 교회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이 땅에서 무병장수를 누리는 일종의 기복신앙을 초대교회의 공동체생활이라고 잘못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인간의 능력으로는 성경이 말하고 있는 이세상에서의 지상천국을 만들 수가 없다. 그런데 그것을 자신들이 만들 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그것이 허무맹랑한 것이다. 비록 탈혼비법을 사용하여 질병을 낫게 하고 장애자를 고치며 귀신을 쫓아내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한마디로, 육신의 건강을 되찾기 위하여 영혼을 그들에게 저당 잡히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존엄성이라고 하는 것은 그 영혼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제외하고 육신적인 무병장수만을 말하고 있으니 그것은 심각한 인간가치의 훼손이며 유물론적인 사고방식이다.
넷째로, 지상천국교회의 치유방법은 온전한 치유가 아니다. 교주가 사람의 혼을 지배하여 육신을 치유한다고 하는 방법이므로 그것은 악마적인 수법이다. 마치 성경 누가복음 제11장에 기록이 되어 있는 바알세불의 능력을 행하는 것과 같다. 귀신의 왕의 힘을 빌려서 잠시 귀신을 쫓아낼 수는 있겠지만 그 다음에는 악한 귀신을 더 많이 데리고 그 사람을 찾아와서 그 혼과 몸을 더욱 지배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치유가 아니라 비극의 시작이다.
그와 같은 윤하선의 영적인 진술을 참고하여 허기남 과장이 결론을 내린다; “방금 윤하선 선생의 의견을 참조하여 볼 때, 지상천국교회는 정상적인 기독교신앙의 본질에서 멀리 떠나 있는 사이비 이단입니다. 특히 그 피해가 가정과 사회로 크게 번져가고 있으므로 이제부터 그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그 집단을 해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겠습니다. 그 점에 유의하여 수사의 총력을 기울여주세요. 이상입니다”.
허기남 과장이 일단 수사관회의를 마친 다음에 별도로 윤하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단둘이 있을 때에 윤하선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놀라운 이야기가 들려온다; “하선아, 지금 지상천국교회와 관련하여 정치권에서 이상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말문을 연 허기남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동안 상우종 교주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당선을 확신하고 출마하여 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원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그자를 비호하고자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우종을 선지자로 믿고 그의 점궤를 의지하고 있으니 그것이 문제이다”.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질문한다; “기남아, 그렇다면 그들이 현재 너의 수사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냐?”. 허기남이 대답한다; “아직은 큰 압력이 아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이 될수록 그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 어깨가 많이 뻐근해지겠지… “;
허기남이 윤하선에게 부탁한다; “나는 그래서 사전에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자 한다. 그것은 교주인 상우종이 미래를 알아 맞추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미리 밝혀 두는 것이지. 그러니 하선아 수고스럽겠지만 네가 그 일을 밝혀주면 좋겠다”.
윤하선이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러자 허기남이 괜히 미안하여 말한다; “하선이 너라면 그것을 밝힐 수가 있을 것으로 내가 생각하여 부탁하는 거야. 나는 그러한 능력이 없고 내 주변에서는 너 밖에 그 점을 밝혀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너무 어렵다고 하면 안 해도 된다… ”.
그것은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수사이다. 어떻게 상우종이 미래를 보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있을까? 한마디로, 상우종 교주의 영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작업이다. 이제 며칠동안 그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알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윤하선이 허기남에게 말한다; “내가 신중하게 한번 수사를 해보도록 할께. 그런데 내가 수사상 필요하여 요청하면 최대한의 지원을 해주어야 해. 가능하지?...”.
그 말을 듣자 허기남 과장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그리고 쾌활하게 대답한다; “하선아, 그 문제라면 걱정을 하지 마라. 나까지 포함해서 우리 수사과의 모든 직원을 다 사용해도 된다. 그 점이 밝혀져야 상우종 교주를 사기혐의로 잡아 올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날 연방수사국을 나온 윤하선이 집에 오자 성경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서재에서 계속 영적인 책만 읽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아들 장천이를 돌보고 있던 유끼꼬가 말한다; “여보, 쉬어 가면서 일하세요. 갑자기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윤하선이 일부러 서재까지 찾아와서 말을 거는 유끼꼬를 보고서 빙긋 웃으면서 말한다; “허기남 수사과장이 어려운 숙제를 하나 내주어서 그래. 지상천국교회의 담임이라고 하는 사이비 교주가 있는데 그자가 미래를 투시하는 능력이 있다고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현혹되고 있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밝혀보고자 하는 거야”.
그 말을 듣더니 유끼꼬가 관심이 있는지 한참 생각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말한다; “그거 생각보다 쉽겠는데요…”. 윤하선이 아내 유끼꼬의 말에 깜짝 놀라서 묻는다; “유끼꼬, 어째서 쉽다는 거야?...”. 유끼꼬가 대답한다; “3사람 정도 수배하여 한 사람씩 그 교주 앞에 데리고 가서 점을 보아달라고 하면 되죠. 그리고 미래의 현실과 맞는지 비교해보면 되지 않아요?…”.
윤하선이 고개를 끄떡인다; “나중에 증거보완을 위하여 그 방법을 사용해야 하겠지... 그런데 우선은 이론적으로 사람에게는 미래를 투시하는 능력이 없다고 하는 사실을 밝혀야 해요. 나는 그 점을 성경의 기록과 영적인 책들을 살펴보면서 먼저 정립을 해보고자 합니다”.
유끼꼬가 ‘잘 알겠다’고 말하면서 조용히 서재에서 물러간다. 그리고 윤하선만이 서재에서 계속 여러가지 책의 내용들을 살핀다. 때로는 컴퓨터로 인터넷 자료까지 챙겨서 본다. 그렇게 밤이 늦은 시간까지 기록을 뒤지다가 그만 책상에서 잠이 든다. 그리고 그가 잠에서 깨어 눈을 뜬다.
눈을 뜬 윤하선이 머리가 어지러운 가운데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자 자신은 방에 이불을 펴고서 누워있고 주위에 근심 어린 표정의 부모님의 얼굴이 보인다. 아버지 윤치수가 조용한 음성으로 말한다; “하선아, 대학에 들어와서도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다가 다시 졸도를 하고 그러냐? 집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으니 다행이지 밖에서 그러했으면 큰일날 뻔했다”.
이번에는 모친이 누워있는 윤하선에게 말한다; “조금 전에 왕진을 왔던 의사선생님이 진료를 마치고 병원으로 가셨다. 네가 곧 깨어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셨다. 이 에미 속을 그만 썩이고 앞으로는 너무 공부를 열심히 하지 마라. 너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무리를 하면 자주 어지러워서 쓰러진단다...”.
그 말을 들으면서 윤하선이 방의 벽에 붙어 있는 달력을 본다. 연도가 10년전인 2011년이다. 깜짝 놀란 윤하선이 다시 눈을 감는다. 곧 스르르 잠에 빠진다. 그리고 한참 후에 다시 눈을 뜬다. 윤하선이 서재에서 책을 보다 그대로 깜빡 잠이 들어 있다가 비로소 이제서야 깬 것이다.
그러자 윤하선이 속으로 중얼거린다; “내 정신이 그 사이에 10년 전 과거로 잠시 갔다가 되돌아 왔구나. 나는 언제나 과거로만 기억이 갔다가 돌아온단 말이야. 어째서 미래의 나에게로는 못 가고 겨우 과거로만 갔다가 오는가? 미래를 미리 보게 되면 크게 도움이 될 터인데…”.
그렇게 중얼거리던 윤하선이 갑자가 자신의 무릎은 손으로 ‘탁’ 친다. 그러면서 급히 성경을 펴서 대선지서 이사야의 한대목을 읽는다; “네가 들었으니 이 모든 것을 보라. 너희가 선전하지 아니하겠느냐? 이제부터 새일 곧 네가 알지 못하던 은비한 일을 네게 듣게 하노니, 이 일들은 지금 창조된 것이요, 옛 것이 아니라”(사48:6-7a);
하나님이 창조하시는 미래지사는 은밀한 것이며 오로지 하나님의 구원을 이루기 위해서만 선지자에게 전달이 된다는 말씀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와 관련이 없는 것들은 일체의 미래지사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아니한다는 내용이다.
그러한 사실을 더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오늘 이전에는 네가 듣지 못하였으니, 이는 네가 말하기를 내가 이미 알았노라 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 네가 과연 듣지도 못하였고 알지도 못하였으며, 네 귀가 옛적부터 열리지 못하였나니, 이는 네가 정녕 배신하여 모태에서부터 네가 배역한 자라 불린 줄을 내가 알았음이라”(사48:7b-8).
사람들이 함부로 미래지사를 알게 되면 하나님을 배신하고 교만해질 것을 염려하여 창조주께서 그렇게 조치하신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르고 있다. 따라서 하나님의 아들이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사역과 관련이 없이 함부로 미래지사를 점친다고 하는 것은 허사이며 거짓된 것들이다. 한마디로, 거짓선지자들이 제멋대로 꾸며서 말하고 있는 거짓 예언들이다.
그와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서 윤하선이 다음날 대문을 나선다. 이제는 허기남 과장을 만나서 유끼꼬가 말한 그 내용 그대로 수사를 진행하면 된다. 이론적인 해답을 얻었으니 실제적인 수사로 그것을 보완하면 되는 것이다. 오늘따라 윤하선의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영의 비밀(손진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靈의 비밀6(작성자; 손진길) (0) | 2021.10.22 |
---|---|
靈의 비밀5(작성자; 손진길) (0) | 2021.10.21 |
靈의 비밀3(작성자; 손진길) (0) | 2021.10.21 |
靈의 비밀2(작성자; 손진길) (0) | 2021.10.21 |
靈의 비밀1(작성자; 손진길) (0) | 2021.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