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비밀(손진길 소설)

靈의 비밀1(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0. 16:41

靈의 비밀1(작성자; 손진길)

 

1.    지상천국교회의 출현

 

20215월의 어느 날 한성고등학교의 국사선생인 윤하선3층에 있는 교무실에서 교정을 내려다본다. 서울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는 한성고등학교의 운동장과 그 주변의 나무들에 봄날의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 비치고 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는 윤하선의 눈이 자꾸만 감기고 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온 지 10여분 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봄날의 식곤증을 이기지를 못한다. 그래서 윤하선이 눈을 감았는데 그 사이에 그만 잠이 들었는가 보다. 

윤하선이 급히 눈을 뜬다. 그러자 자신이 눈을 뜬 장소가 교무실이 아니고 한성고등학교 근처에 있는 한양병원의 응급실이다.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침상에서 윤하선이 사방을 돌러 본다. 그러자 그 옆에서 의사선생이 말한다; “학생, 이제 정신이 드는가? 학교에서 수업 중에 졸도한 학생을 구급차가 이곳으로 옮겨온 거야. 이제 정신이 들었으면 됐어…”.

분명히 흰색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보니 의사가 틀림없다. 그런데 전혀 처음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곁에는 담임인 박선생이 서있다.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윤하선 학생을 보고서 박선생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 말씀이 다음과 같다; “하선아, 그래 공부를 좀 쉬엄쉬엄하지,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수업 중에 졸도를 다하고 그러니검사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 몸을 좀 추수리고 이따가 퇴원하도록 하자구나. 내가 학교에서 너의 책가방을 챙겨왔으니 나와 함께 너희 집으로 가면 된다. ”.

그 말을 듣고서 윤하선이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다. 그러자 옆에서 김선생이 한마디를 한다; “여보게, 윤선생, 어제 집에서 무엇을 했기에 교무실에서 낮잠을 그렇게 곤히 주무시나? 봄이라 그런가?... 하지만 꿈을 꾸는지 윤선생이 평소 안 하던 잠꼬대를 다 하더구만, 하하하…”.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혼자서 중얼거린다; “그 짧은 시간에 내가 15년전으로 되돌아갔구나. 마치 꿈속에서 본 것처럼 지금은 희미해지고 있지만 분명히 내가 그때로 돌아가서 잠시 눈을 뜬 것이야. 그때의 그 한양병원의 모습이 생생하고 그 의사도 그때의 그 사람이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렇다. 지금은 32세의 윤하선이 모교인 한성고등학교에서 국사선생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15년전에는 그 학교의 학생이었다. 그는 그때 봄날에 학교에서 갑자기 졸도를 하여 한양병원으로 실려 갔으며 그곳 응급실에서 눈을 뜬 것이다. 병원에서는 그가 졸도한 원인을 발견하기 위하여 뇌파검사를 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어째서 그 옛날의 기억이 꿈속에서 되살아난 것일까?...’. 윤하선은 그것이 단순한 꿈속의 일인지 아니면 그 당시의 세계로 자신이 잠시 다녀온 것인지 그 정확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그가 그 문제에 대하여 깊이 두가지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가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을 때 학교에서 처음 발생한 그 일이 그 다음부터 매년 반복이 되었던 것이다. 수년동안 반복이 되면서 자꾸만 졸도에서 깨어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리고 정신이 들어도 한참동안 의식을 찾지 못한다. 사물을 인식할 수는 있는데 기억의 저편과 이편을 쉽게 연결하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러한 기억의 공백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윤하선이 머리속으로 발버둥을 친다. 빨리 과거의 기억을 찾아서 현재의 나에게로 연결하고 싶어서 애를 태우는 것이다. 그리하면 한참 후에 연결이 된다. 그때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쉰다. 자신의 정신세계가 기억의 연결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윤하선이 경험하고 있는 그 일이 대학 4학년이 되자 비로소 사라진다. 어떻게 그것이 멈추게 된 것일까? 그것은 하나의 깨달음을 그가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매년 발생하고 있는 그 일로 말미암아 자신이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강박의식에 사로잡혀서 살았다.

잘못하여 큰 도로에서 길을 가다가 그 자리에서 졸도를 해버리고 쓰러지게 되면 어찌 되는가? 그때에는 차에 치어서 십중팔구 죽고 말 것이다. 그러한 상상을 하게 되면 앞이 아득하다. 그러므로 편히 횡단보도를 건너갈 수도 없다. 그렇게 비참한 생활을 하던 윤하선이 하루는 놀라운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 내용이 실로 간단하다;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졸도하여 차에 치어서 죽을 확률하고 보통사람들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죽는 경우하고 어느 쪽이 더 확률이 높은 것인가? 전자가 후자보다 더 자주 일어나는 일이 분명히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교통사고의 확률보다 적은데 어째서 그것 때문에 내가 겁에 질려서 평생을 살아갈 필요가 있는가? 잊어버리고 살자. 그것에 억매일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부터는 놀랍게도 그 사건이 다시는 되풀이가 되지 아니하고 있다. 하지만 윤하선은 자신이 체험했던 그일 때문에 성경을 보는 눈과 영적인 세계를 탐색하는 안목에 있어서 남과는 다른 능력을 때로 보이고 있다. 그러한 그가 20218월초 여름방학이 되자 도저히 지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신한국연방의 수사부국장인 막냇삼촌 윤치국이 하루는 장조카인 윤하선을 찾아와서 한가지 부탁을 한다; “하선아, 마침 여름방학이 되었으니 나를 한달만 도와 다오. 지금 나는 참으로 이상한 사건을 하나 추적하고 있는데 내 부하들이 그 일을 온전히 다루지를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내 부하들이 영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그래, 그러니 영적인 통찰력이 뛰어난 하선이 너의 능력이 필요해…”.

윤하선이 조금 생각을 하다가 대답한다; “삼촌, 제가 유끼꼬와 상의를 한 다음에 답변을 드릴게요. 이제 두돌이 되는 아들 장천이가 엄마 품을 떠나지 않아서 내가 좀 거들어 주어야 하거든요. 유끼꼬가 괜찮다고 하면 제가 힘껏 도울게요…”. 그 말을 듣자 윤치국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녀석, 공처가가 아닐까봐 또 그런다”.

그 말에 즉시 윤하선이 말한다; “삼촌도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저는 공처가가 아니고 애처가이지요. 그런 말씀하시는 삼촌이 막상 결혼하시면 저보다 더 그러실 거예요. 삼촌의 형님이신 우리 아버지를 보세요. 그렇지 않습니까?...”. 윤치국이 대꾸할 말이 없어서 그만 웃고 만다.

그 다음날 윤하선이 모처럼 연방수사국 부국장실을 찾아간다. 마침 자리에 있던 윤치국이 반갑게 그를 맞이한다. 윤하선이 부국장실을 휙 둘러보면서 말한다; “삼촌, 집무실이 으리으리합니다. 이렇게 방이 좋으니 삼촌이 새로운 연방정부가 들어섰어도 부국장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자 하신 모양입니다. 하하하…”.

그 말을 듣자 윤치국이 뼈 있는 한마디를 한다; “그래 하선아, 말을 하자면 똑바로 하자꾸나. 나는 하선이 네가 이 자리에 오면 언제라도 방을 비워주려고 진작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너는 삼촌인 나를 부려먹고 자신은 학교선생으로 편하게 살고 있으니 내가 배가 다 아프다. 내가 얼마나 바쁘면 하선이 너보다 7살이나 많은 삼촌인데 아직 장가도 못 가고 있겠니?...”.

윤하선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제가 일전에 다시 연방대통령이 되신 제임스 박 선생님께 들렀을 때에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던데요. 삼촌이 너무 그 자리에서 일을 잘하시기 때문에 도저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가 없다고 그랬어요. 그러니 제가 문제가 아니라 삼촌이 너무 업무수행능력이 뛰어나서 그런 거예요”.

윤치국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알겠다. 내가 어떻게 말로 하선이 너를 당하겠니? 그러면 이제는 본론을 좀 이야기해야 하겠다. 이것은 참으로 이상한 사건이야.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일이 서울한복판에서 발생하고 있어. 한번 조용히 들어 보겠니?...”.

윤하선이 장난기를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윤치국의 음성이 들려온다; “지난 봄부터 서울시내 면목동 일대에서 이상한 종교가 하나 생겼다. 상우종이라고 하는 교주가 기독교의 성령운동을 빙자하여 병자들을 치료하고 장애자들을 고쳐주며 귀신을 쫓아내어 준다는 기적을 선보이다가 급기야는 추종자들이 많아지자 지상천국을 건설한다고 나선거지. 이름하여 이제는 지상천국교회라고 부르고 있다”.

윤하선은 평범한 이단 신흥 교단이 또 하나 생긴 것이 아닌가 쉽게 이해하고서 그만 긴장을 풀고자 한다. 그러자 그 다음의 윤치국의 설명이 그를 엄청 긴장시키고 있다; “그 지상천국교회는 다른 이단과는 달라. 기존의 이단들은 치유사역과 기복신앙을 퍼뜨려 교세를 넓혀갔는데 이것은 그 정도가 아니야...”.

눈도 깜짝이지 아니하고 윤하선이 경청한다. 그러자 윤치국이 짧게 말한다; “한마디로, 교주인 상우종이 사람의 혼을 빼서 천국을 경험하게 하고 영적인 세계를 보고 오게 한다는 거야. 그러한 경험을 한 신자들은 무당이나 점쟁이 이상으로 미래를 알아 맞추고 있어. 그러니 급격하게 신자의 수가 늘어나고 지금 웬만한 사람은 점집과 무당집을 찾지 아니하고 그 지상천국교회로 몰려가고들 있어. 그러니 그것이 참으로 큰일이지…”.  

윤치국이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더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후보자들이 자신들의 당락을 알아보려고 그곳으로 몰리고 있어. 재벌들도 투자대상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그 교주에게 물어보고서 결정하고 있어. 그러니 한반도가 그 이상한 교주와 그 교회의 신자들 때문에 이제는 우상의 나라로 변하고 있어. 그러니 하선이 네가 수사팀을 이끌고 그 실체를 좀 파악해주면 좋겠어”.

윤하선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분명하게 말한다; “저도 흥미가 있어요. 정말 그 상우종이라고 하는 교주가 그러한 탈혼의 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그리고 영계를 출입하는 능력을 선보이고 있는지 좀 알아보아야 하겠어요. 그냥 버려 두면 모든 국민들의 혼을 빼앗아갈 것만 같아요. 언제부터 수사를 시작할까요?”

윤치국이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인터폰으로 허기남 과장을 호출한다. 부국장실로 들어서는 허과장을 보니 훤칠한 미남자에 30대초반의 나이로 보인다. 그 정도의 나이에 벌써 수사과장이 된 것을 보니 그 능력이 탁월한 모양이다. 윤치국이 허기남과 윤하선에게 서로 인사를 나누도록 한다.

그러면서 허과장에게 지시한다; “허과장은 이제부터 윤하선 선생과 함께 그 지상천국교회를 은밀하게 수사해주세요. 윤선생과 서로 협조하면 정확한 정보를 캐낼 수가 있을 거예요. 참고로, 윤하선 선생은 작년 초에 신의 한 수로 남북한을 통일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입니다”.

그 말을 듣자 허과장이 말한다; “부국장님께서도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한국사람이라면 윤하선 선생의 활약상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어찌 부국장님만 그것을 모르시고 새삼 소개를 하십니까? “. 윤치국이 허허, 그런가?...”, 하면서 웃는다. 그러자 윤하선이 말한다; “허명만 높은 사람입니다. 수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저 허과장께서 저를 자문역으로 삼으시면 제가 한번 일을 같이 해보지요”.

허과장이 사람 좋은 웃음을 띄면서 말한다; “연배도 비슷한 것 같으니 한번 동무삼아 잘 해보십시다. 잘 부탁합니다”. 윤하선이 허과장의 손을 잡고 악수한다. 좋은 친구를 얻은 기분이다. 이제 그들은 어떤 일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