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비밀(손진길 소설)

靈의 비밀2(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1. 01:17

靈의 비밀2(작성자; 손진길)

 

윤하선은 다음날 아예 연방수사국으로 출근한다. 8월초 서울의 날씨는 낮이 되면 덥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여름날씨가 더욱 무더워지고 있다. 그래서 이왕 출근하자면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이 덥지가 않고 좋다.

곧바로 수사과장인 허기남의 방으로 들어선다. 허과장도 굉장히 부지런한 사람이다. 그는 직원들이 출근도 하지 아니하고 있는 이른 아침부터 벌써 수사자료를 챙겨서 살펴보고 있다. 윤하선이 그 방으로 들어서면서 한마디를 한다; “허과장께서는 어제저녁에 퇴근하지 아니하신 모양입니다. 벌써 새벽부터 업무를 시작하고 계시는 것을 보니까... ”.

허과장이 대답한다; “저는 아직 독신이라 제가 혼자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 퇴근하여 가보아야 쓸쓸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여기서 밤샘을 하는 경우가 어쩌다가 한번씩 있지요하하하”. 윤하선은 자신이 농담삼아 인사를 했다가 그만 상대방을 무안하게 한 것만 같아서 급히 말한다; “아이쿠, 미안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제가 아침부터 아픈 곳을 찔렀군요…”.

그 말을 듣자 허과장이 말한다; “허허, 윤선생님 말씀이 모두 옳으신 말씀이신데 무어 그렇게 미안하다고 하십니까? 그리고 제가 윤선생님 신상자료를 보니 저하고 동갑인 32살이더군요. 그러니 그만 미안해하시고 이제부터는 벗으로 친하게 지내도록 하십시다. 저는 그것이 좋습니다…”.

윤하선이 씨익 웃으면서 대답한다; “막강한 연방수사국의 과장을 제 친구로 삼게 되면 저야 땡잡은 것이지요. 그러니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러면 이제부터 서로 이름을 부르기로 할까요?”. 허기남이 먼저 쾌활하게 말한다; “하선아, 이제 우리 한번 수사를 잘해 보자꾸나”.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지지않고 말한다; “그래 기남아, 내가 무슨 서류부터 읽으면 좋겠니?...”. 허기남이 대답한다; “마침 내가 새벽부터 보고 있던 서류인데 상우종의 이력이 예사롭지가 않아. 이것부터 한번 살펴보면 좋겠는데…”. 허기남이 건네 주는 서류를 윤하선이 받아서 그 방 회의용 탁자 옆 의자에 앉아서 한참을 살펴본다.

윤하선이 살펴보니 그 이력이 예사롭지가 않다. 요약을 하자면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첫째, 상우종은 19715월에 서울에서 출생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군을 일찍 마치고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갑자기 계룡산으로 들어가고 만다.

둘째, 10년 동안 계룡산에서 도를 닦다가 37세가 되는 2008년에 서울 변두리에 와서 철학관을 개설하여 운영한다. 사주풀이를 잘하고 점을 잘 쳐서 47세가 될 때까지 10년 동안 돈을 많이 번 것으로 되어 있다.

셋째, 상우종이 2018년에 자신의 철학관에 손님으로 온 탈북자 김우철을 만나 친한 사이가 된다. 그 이유는 김우철이 옛날부터 묘향산 자락에서 은밀하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탈혼비법이라고 하는 고서를 가지고 있으며 그 술법에 박식했기 때문이다. 

넷째, 상우종과 김우철은 갑자기 중소신학교에 함께 입학하고 202010월에는 졸업과 동시에 두사람이 선교사로 목사 안수를 받고서 미얀마를 다녀온다. 그리고 그들은 202012월에 서울 면목동에서 작은 교회를 개척한다.

다섯째, 김우철에게서 탈혼비법을 배운 상우종의 능력이 대단하다. 그는 성령의 능력이라고 말하면서 온갖 병자와 장애자를 치유하고 귀신을 쫓아낸다. 그 옆에서 김우철은 부지런히 신도의 수를 늘리고 헌금을 엄청나게 거두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봄 면목동에 큰 건물을 사서 지상천국교회를 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그 두사람에 대한 수사기록이 그러하다. 서류를 검토한 후에 윤하선이 허기남에게 질문한다; “기남아, 그런데 그 탈혼비법이라고 하는 책자를 너는 본적이 있어? 그것이 도대체 어떠한 내용인데?...”. 허기남이 즉시 대답한다; “우리 수사팀이 그 교회의 신자인 척 가장하여 들어간 후에 겨우 알아낸 것이 그러한 비급이 있다는 것 정도야. 그리고 일반신도들은 그 책자를 본 적이 없다고 해…”.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그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혼을 빼앗고 미래지사를 알아 맞추고 있는지 그것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작업이 우선이겠군.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그 현장에 침투하면 되지? 기남아, 그에 대한 무슨 수사계획이 서있는 거야?...”.

허기남이 대답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을 구하여 우리 수사팀이 그 가족인 척 꾸며서 그곳으로 침투하는 거야. 그 작전을 개시하기 위하여 현재 준비하고 있는데 내일 그 교회의 정오집회에 참석하려고 해. 그러니 하선이 너도 함께 움직이면 돼…”.

202185일 정오에 사전계획에 따라 허기남이 이끌고 있는 수사팀과 함께 윤하선이 그 집회에 참석한다. 수사팀이 둘로 나누어져 있다; 한 팀은 오래된 병자의 가족으로 꾸몄다. 다른 한 팀은 오래된 장애자의 가족으로 꾸몄다. 실제로 아픈 병자와 장애자이므로 달리 수사관들이 연극을 할 필요가 없다.

지상천국교회의 예배와 치유사역의 현장은 인산인해이지만 그 예배와 치유의 절차는 참으로 간단해 보인다; 먼저 나이 50의 중년인 상우종이 담임목사로서 성경 복음서의 한 대목을 읽는다. 예수님이 안수기도를 하니까 어떤 질병과 장애라도 낫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 다음에는 실제로 그 말씀대로 성령님의 능력으로 치유한다고 하면서 순서에 따라 병자와 장애자를 한 명씩 가족과 함께 앞으로 나오라는 것이다.

그 번호표는 벌써 입장하기 전에 김우철이 이끄는 질서유지반에게서 받은 것이다. 물론 그것은 공짜가 아니다. 이미 입장료로 10만원씩 먼저 지불하고 그 번호표를 환자들이 얻은 것이다.

그때 김우철과 그의 수하들이 번호표를 받기 위하여 줄을 선 사람들에게 선포하고 있다; “이번에 한번 치유를 받게 되면 다시 같은 질병과 장애로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쾌유헌금을 우리 교회에 내야만 합니다. 그러한 성의표시가 없으면 다시 도질 확률이 높습니다”.

순서에 따라 오랜 질병을 가진 환자와 그 가족으로 위장하고 있는 윤하선과 또 한사람의 여수사관이 상우종 목사 앞에 섰다. 그러자 그가 병자의 안색과 아픈 배를 먼저 살펴본다. 그러더니 잠자코 자신을 따라서 방으로 들어가자고 지시한다. 윤하선이 가족의 자격으로 함께 들어간다.

그 방에 들어설 때부터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있다. 묘한 향냄새가 향로에서부터 새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윤하선과 자신이 데리고 온 환자 그리고 여수사관이 똑 같은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그때 갑자기 상우종이 말한다; “환자의 진찰을 위하여 내가 잠시 그 신체속에 들어가보아야 하니 그렇게 알고 모두들 양해하시오”.

그 순간 환자의 눈이 빛을 잃고 있다. 쓰러지지는 않고 있지만 마치 혼이 빠져버린 사람과 같다. 반면에 상우종의 눈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그 이상한 향기를 맡아도 전혀 아무 이상이 없는 사람과 같다.

잠시후에 상우종이 병자와 두 가족에게 말한다; “그 지병으로 지난 20168월부터 5년간 병원출입을 많이도 하였군요. 이제는 내가 처방을 줄 것이니 그것을 우리 교회 약국에 가지고 가서 약을 타서 매일같이 복용하세요, 그리고 지금부터 백일동안 매일 우리 교회의 정오집회에 참석하여 함께 예배를 드리도록 하세요. 그렇게 해야만 완전한 치유가 이루어집니다”.

그 다음에는 한 시간쯤 후에 허기남 과장이 오랜 장애자를 데리고 상우종 목사 앞에 선다. 물론 그 옆에는 또 다른 여수사관이 가족으로 꾸며서 서있다. 상우종 목사가 장애자의 다리를 살핀다. 그 다음에는 역시 그 방으로 데리고 가서 동일한 수법을 시행한다.

그런데 신기하다. 그가 그 환자의 장애가 언제 어떻게 시작이 된 것인지를 정확하게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일한 처방을 하고 있다. 그날 그 교회의 약국에서 사온 약이 다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놀라운 일은 100일 동안 그 교회의 정오예배에 참석하고 그 약을 복용하였더니 환자가 나으며 장애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그때부터 윤하선과 허기남의 고민이 깊어진다. 상우종과 김우철이 어떠한 방법으로 환자나 장애자들의 병력을 족집게처럼 알아 맞추고 또한 그 병과 장애를 낫게 하고 있는지 그 비법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두사람은 그때부터 며칠간 그 해답을 얻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게 된다.

그런데 윤하선이 그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는 방법과 허기남이 수사하는 방법이 다르다. 허기남은 그것이 사기라고 하는 사실을 밝혀 내기 위하여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먼저 상우종과 김우철이 사람들을 어떻게 현혹하고 혹세무민을 하고 있는지를 수사하고자 한다. 그 다음에는 신도들로부터 거둔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으며 그것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그와 달리 윤하선은 자신의 눈으로 그 환자와 장애자가 100일이 되는 그해 11월 중순에 깨끗하게 치유가 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을 해결하자면, 그러한 치유의 능력이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비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낼 수가 있을까?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그러한 치유가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 것인가? 현대의학이 치유할 수가 없는 질병과 장애를 낫게 하는 그 초능력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인가? 윤하선이 궁금하게 여기고 또한 풀고자 하는 그 일이 구태여 이름을 붙이자면 소위, ‘영의 비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