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의 비밀47(작성자; 손진길)
2019년 8월 중순 오사카에서 유끼꼬는 윤하선과 헤어졌다. 당시 유끼꼬가 윤하선을 살리려고 몸을 던졌기에 그를 대신하여 자신의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 구급차를 타고 급히 병원 응급실로 가면서 유끼꼬는 윤하선에게 빨리 일본을 벗어나라고 말했다. 일본의 정보원들이 윤하선을 체포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기 때문이다;
유끼꼬가 그렇게 말했기에 윤하선은 무사히 일본을 떠날 수가 있었으며 신분을 바꾸어 미국 뉴욕으로 들어가서 첩보활동을 계속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윤하선과 헤어진 유끼꼬는 참으로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일본의 내각조사실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유끼꼬가 정보원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적의 첩자로 활동한 윤하선을 살려서 떠나 보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유끼꼬는 조국 일본을 배신한 신분이 되고 만다. 다행히 한달간 오사카의 병원에서 치료한 결과 다리의 상처는 아물었다. 하지만 마음속의 상처는 아물지 아니하고 있다. 이제 자신은 일본의 딸이 아니라 한국인 윤하선의 아내로 살아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선택의 여지는 그것 밖에 없다.
그래서 그녀는 오사카병원에 있으면서도 동경에 있는 부모님께 일체 연락을 하지 아니했다. 그리고 퇴원하자 마자 혼자서 서울로 들어오고 만다;
다시 유학생의 신분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돌아가서 한국의 역사를 계속 공부한다. 그러면서 윤하선이 서울에 나타나기를 기다린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소식이 끊어져버린 윤하선이다.
유끼꼬가 윤하선이 근무하고 있다는 한성고등학교를 찾아갔지만 윤선생이 휴직 상태다. 할 수가 없어서 유끼꼬는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양경자 조교를 찾아간다. 고맙게도 양경자가 유끼꼬를 위로한다. 그리고 잠자코 기다리고 있으면 반드시 윤하선이 유끼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그녀가 확신을 가지고 말한다.
양경자가 대학시절 같은 과에서 4년간 보아온 윤하선은 항상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그가 일단 유끼꼬와 결혼하겠다고 말했으므로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양경자의 말을 유끼꼬는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래서 흔들리지 아니하고 한국에서 9월 중순부터 유학생활을 계속한 것이다.
유끼꼬는 동경에 있는 부모님 곧 하세가와 교수 부부에게 더 이상 유학비를 타서 쓰지를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내각조사실의 하지모도 과장이 하세가와 교수에게 딸 유끼꼬가 조국을 배신하고 한국남자 윤하선에게 빠져서 그를 도피시켰다고 말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하세가와 교수는 대노했다. 그래서 비록 유끼꼬가 무남독녀이지만 그는 자식이 없는 셈을 치고 딸과의 인연을 끊어버린 것이다.
그 결과 유끼꼬는 서울에서 윤하선이 돌아오기를 계속 기다리기 위하여 생활비를 벌어가면서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녀의 직장이 ‘일본어학원’이다;
그런데 수강생의 수가 자꾸만 줄고 있다. 그 이유는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난 7월부터 한국에 대하여 수출규제를 시작하고 최혜국 대우를 취소하자 한국도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아예 일본제품을 사지 말자고 불매운동을 벌이고 나아가서 일본으로 여행도 가지 말자고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한 형편이므로 일본어를 배우겠다고 하는 한국인이 줄어들고 만 것이다. 따라서 유끼꼬는 서울생활이 참으로 힘들어지고 있다;
게다가 11월달에 들어서자 그녀의 배가 불러오고 있다. 깜짝 놀라서 스스로 약국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와서 검사했더니 두줄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종합병원에 가서 산부인과 의사를 만났더니 진찰 경과 임신이 맞다고 한다. 유끼꼬는 한없이 기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선다. ‘어찌할 것인가?’ 그때 그녀는 자신의 앞길을 두고서 기도하기를 시작한다.
유끼꼬의 선택은 생명을 살리자는 것이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신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그 귀한 생명을 살려서 잘 키우겠다는 결심이다. 한일간의 양국관계가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아기와 후세대에게는 어른들의 욕심을 대물림하지 아니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해가 가기 전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뉴욕에 있는 ‘뉴 재팬 투자회사’의 전산실과 자료보존소 그리고 미국의 사막에 있는 ‘제2자료보존소’가 정체불명의 괴한들의 습격으로 전부 파괴가 되고 말았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유끼꼬는 그 파괴자들 가운데 윤하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있다.
윤하선과 그의 막냇삼촌인 윤치국 특파원은 모두 일본정부를 지배하고 있는 새로운 정한론자들의 비밀작전이 무엇인지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다. 그 정보를 파헤치다가 보면 분명히 그 돈줄인 ‘뉴 재팬 투자회사’가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그 투자회사의 자료를 없애 버리는 것이 바로 일본 정한론자들의 야욕을 꺾는 방법이 된다고 판단하고서 그러한 대담한 폭파작업을 거행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유끼꼬는 이제 그쯤 했으면 윤하선이 서울에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다. 해가 바뀌어 정월이 지나고 2월달이 되어도 윤하선의 행방이 묘연하다. ‘그는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유끼꼬의 배는 많이 불러있다. 임신한지 반년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딱한 유끼꼬를 동정한 사람이 역시 양경자이다. 그녀는 윤하선이 신분을 바꾸어서 ‘장하응’이라는 이름으로 첩보활동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남편인 ‘강철민’도 같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유끼꼬에게 말해줄 수는 없다. 그 대신에 유끼꼬를 자주 찾아보고 최대한 그녀의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다.
배가 부른 유끼꼬는 양경자를 ‘언니’라고 부르면서 그녀를 의지하여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그런데 2월 10일이 되자 갑자기 중국군대가 만주에 집결하여 북한으로 쳐들어가고자 하고 있다. 그 뉴스를 듣고서 유끼꼬는 곧 일본의 자위대가 한국을 점령하겠다고 출병할 것임을 직감한다. 중국이 북한을,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는 것이 정한론자들의 내밀한 기본 계획임을 그녀가 벌써 눈치채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렇게 확신하고 있는 이유는 그 옛날 1905년에 일본의 수상 ‘카쓰라’가 당시 미국대통령의 특사로 동경을 방문한 육군장관 ‘태프트’와 함께 비밀협약을 맺은 사실을 그녀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밀약의 내용이 미국은 필리핀을 차지하고 일본은 조선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때 미국측의 권고로 일본제국은 곧바로 조선을 합병하지 아니하고 5년의 시간을 끌었다. 그 이유는 다른 나라의 눈치 때문이다. 일본제국이 강압적으로 조선을 병합한 것이 아니라 조선의 조정이 스스로 원해서 어쩔 수 없이 한일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보이고자 한 것이다. 그 결과 1910년에 조선을 일본제국의 식민지로 삼게 된다.
그와 똑같은 일이 100년 남짓 지나는 사이에 또 발생한 것이다. 전도서의 기록 그대로 해 아래의 인간의 역사는 새로운 것이 없이 똑 같은 역사가 반복이 되는 것인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역사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유끼꼬의 생각은 그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100년이상의 시간이 지났을 뿐만 아니라 그때와 지금은 상당히 상황이 다르다고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구체적으로, 1905년에는 일본제국이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미국과 밀약을 맺었지만 지금 2020년에는 두번째의 경제대국인 중국과 밀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강국인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한국은 100여년전의 무력한 조선이 아니다. 그 경제력이 러시아와 비슷하고 세계 3위로 불리고 있는 일본의 경제규모와 비교하더라도 5분의 1이상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쉽게 일본의 자위대에 의하여 점령을 당할 나라가 아닌 것이다.
특히 한국은 북한과 같은 민족이다. 그들이 서로 힘을 합하여 중국과 일본에게 대항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무도 속단할 수가 없다. 그렇게 보고 있는 유끼꼬가 며칠 후에 놀라운 전쟁소식을 듣게 된다. 북한이 쏜 3발의 핵미사일에 의하여 일본의 가장 큰 함대가 부숴지고 홋카이도의 공군기지가 박살이 났으며 핵과 미사일개발의 비밀기지 나카사키의 다카시마 섬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정한론자들은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전술핵이 북한의 핵공격을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것은 짝사랑에 불과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힘이 강해지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극동에서 중국의 영토가 넓어지는 것도 원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전쟁의 결과는 어떻게 종결이 되는 것인가?
유끼꼬가 그 점을 굉장히 궁금하게 여기고 있는 이유는 다분히 그 문제가 종결이 되어야 아기의 아버지 윤하선이 서울에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윤하선이 서울에 돌아와서 유끼꼬 자신을 찾아 주기를 학수고대하면서 그녀는 기도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녀의 소망이 과연 어떻게 이루어질까?
한편, 동경의 와세다대학교에서 일본의 고대사를 가르치고 있는 하세가와 교수는 일본정부가 한국을 점령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고 자신은 조상들이 억울하게 서울에 두고 온 재산 곧 ‘명동의 땅’을 되찾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의 기대와는 달리 전개가 되고 만다. 느닷없는 북한의 핵공격으로 이제 자위대는 한국을 침략한다는 계획자체를 포기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상한 조짐은 진작에 발생하고 있었다. 다만 하세가와 교수가 자신의 탐욕 때문에 그 신호를 못 보았을 따름이다. 일본정부의 정한론자와 손을 잡고서 그 뒷돈을 대고 있던 미국 뉴욕의 ‘뉴 재팬 투자회사’의 기능이 작년 12월 23일 오후에 전부 마비가 되고 말았다. 그 동안의 거래내역을 저장하고 있던 전산자료가 모조리 날라가 버렸기에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일이 막연해진 것이다.
다행히 임원들이 해외지사에 남아 있는 전산자료를 활용하여 자금회수에 나서고는 있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펀드운영과 자본투자의 귀재로 알려지고 있는 본사의 전무 아베 모리가 대활약을 하고는 있지만 회수한 자본이 전체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것으로는 자신들의 투자분을 빨리 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미국내 일본인들의 소요를 진정시키지를 못하고 있다.
그러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하세가와 교수는 자신이 괜한 욕심을 부렸다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서울에서 유학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무남독녀 유끼꼬를 찾아보려고 한다. 하세가와 교수 부부가 2020년 2월 15일경 서울을 방문하여 수소문을 한 끝에 유끼꼬를 만난다. 그때 그들은 깜짝 놀란다. 유끼꼬가 홀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기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묻고서 그 대답을 들었을 때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윤하선’이라고 한다. 한국청년이 아기의 아버지이니 하세가와 교수는 졸지에 한국인의 장인이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자존심이 강한 하세가와 교수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부인과 함께 다시 동경으로 들어가고 만다. 앞으로 하세가와 부부와 유끼꼬와의 관계는 어떻게 회복이 될 것인가? 그리고 한일간의 새로운 관계는 또 어떻게 전개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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