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圓의 비밀44(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0. 08:04

圓의 비밀44(작성자; 손진길)

 

장하응은 한성고등학교에서 국사선생으로 근무하면서 한국의 근대사 뿐만 아니라 현대사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깊이 연구하고 있다. 그가 한국의 현대사 가운데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한미관계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현대정치사에 있어서 미국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가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장하응 곧 윤하선 선생의 눈에 하나의 공식과 같은 미국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것은 미국이 극동에서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하여 최전선이 되고 있는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한국의 정치에 너무나 깊숙히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당장 드러나는 무력이나 정치적 압력이 아니라 은밀하게 내사를 주목적으로 첩보작전을 펼치고 있으므로 한국의 보통사람들은 그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고등학교에서 국사를 오래 가르치다 보니까 윤하선의 눈에는 그것이 포착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의 현대정치와 관련하여 미국의 거대한 움직임과 개입이 많이 보이고 있다. 그렇게 한국의 정치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 미국정부이지만 신기하게도 두차례 큰 오판을 했다고 하는 사실이 특이하다. 그것은 박정희의 쿠데타와 신군부의 쿠데타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하선의 생각으로는 미국이 그 막강한 정보능력을 가지고서도 197912월에 한국에서 신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장악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어째서 우방인 한국의 정치를 공산국가 이상으로 살피고 있는 미국의 정보기관이 그렇게 멍청하게 실수한 것일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이 차지철 경호실장을 통하여 육사 11기 출신을 중심으로 하여 4년제 정식과정을 이수한 후배들을 물심양면으로 격려하면서 그들을 자신들의 군부내의 지지세력으로 암암리에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미국정보부가 전혀 탐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박정희가 피살된 후에 한국의 군부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던 계엄사령관인 참모총장이 후배들인 신군부 인물들에 의하여 제거가 되는 것을 힘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한국의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가 박정희 피살에 있어서 미국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면서 김재규의 최후증언을 가지고 대들자 미국정부는 한국의 신군부와 손을 잡게 되는 기묘한 현대사까지 연출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한국의 현대사를 검토하면서 윤하선은 하나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미국대사관의 정보조직이 아무리 한국내 친미조직과 함께 한국의 정치에 대하여 내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진실로 한국군부의 깊숙한 움직임까지 전부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이 미국의 첩보망에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일본의 정한론자들의 은밀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대사관의 정보조직과 미군들이 평소에 일본의 정계와 군부에 대하여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장하응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일본내 정보수집자를 만나고 또한 주둔 미군의 장교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한국의 현대정치사를 생각하면서 일본에서 장하응은 자신이 추적하고자 하는 미일관계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첫째로. 미국은 일본에 미군을 주둔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이라고 하는 공산진영의 군사적인 동향만 감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군사작전까지 감시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정부의 정한론자들이 자위대를 동원하여 한국을 침략할 비밀전략을 전개한다고 하면 반드시 미군의 레이더망에 걸릴 것이다.

둘째로, 일본정부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정한론자들의 비밀작전을 동경에 주재하고 있는 미국대사관의 정보조직이 벌써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윤하선은 판단한다. 그것은 군사적인 작전을 동반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미군의 감시망에 걸려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더 구체적인 진행과정을 탐색하기 위하여 그들이 이미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장하응은 일본의 은밀한 움직임을 개인의 능력으로 자신이 탐지하는 것보다는 미국의 정보망에 그것이 어떻게 잡히고 있는가를 2차적으로 살피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정보획득의 방법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한 입장에서 장하응은 일본 자위대 공군의 움직임을 직접 탐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미국의 정보망이 그것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따라서 동경에 있는 미국대사관의 CIA책임자 또는 그의 손발이 되고 있는 미국의 특파원을 만나고자 시도한다.

그 다음에는 장하응이 오키나와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미군의 기지에서 일하고 있는 미군간부를 만나 정보를 얻고자 노력한다. 그 결과 뜻밖에도 장하응은 중요한 정보를 다음과 같이 듣게 된 것이다;

첫째로, 일본 자위대 공군이 전투기를 자주 한국과의 국경지대로 띄우고 있다. 특히 쓰시마에서 독도까지 비행하는 횟수를 대폭 늘리고 있다. 그때마다 비행기의 종류가 달라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일본자위대가 모든 조종사들에게 한국의 영공 가까이 침투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한 전진배치의 모습이 다음과 같다;

 

둘째로, 미국의 정보기관은 일본이 핵무장을 하거나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벌써 알고 있다. 그런데 일본정부가 한국정부처럼 비핵화를 전세계에 선포하고 있다. 따라서 비핵화의 선언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내사해야만 한다. 그러한 입장에서 최근에 미국정보기관은 한국의 독도 문제와 일본의 나카사키 지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두가지이다. (1) 첫째, 일본의 관방장관이 한국의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다케시마의 날을 정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을 격분시켜서 군사적인 충돌을 독도 근해에서 일으키려고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2) 둘째, 지방정부인 나카사키에서는 인접한 관광지 다카시마에 관심을 두고서 때로는 출입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것이 상당히 이상한 것이다;

조용한 관광지였던 그 섬 다카시마에 때로는 많은 물량과 인력이 들어가고 있다. 그러다가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기도 한다. 그것이 과연 무엇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인지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분명히 수상한 움직임이다. 그래서 미국의 정찰기가 그 상공에서 촬영을 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 왜냐하면, 자위대의 공군이 항상 그 위를 날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거참 이상하다고 미국 뉴욕에서 온 특파원 피터 한이 영어로 장하응에게 말하고 있다. 장하응은 그 친구와 개인적으로 사귀기 위하여 상당히 공을 드렸다. 벌써 2년간이나 동경에서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는 피터 한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어려서 미국으로 입양이 되어서 그런지 한국말을 잘하지 못한다.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을 나오고 대학원에서는 미일관계를 중심으로 국제정치와 경제를 공부한 친구이다. 나이가 장하응과 비슷하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장하응이 동경에서 그에게 접근한 것이다. 장하응 자신도 한국에서 미국 시애틀의 양부모에게 입양이 되어 그곳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자신의 신분을 그렇게 소개했다. 그랬더니 급속하게 친해진 것이다.

두사람은 시간만 나면 자주 만나고 나중에는 술자리까지 하게 된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서 장하응이 언뜻 지나가는 말처럼 나카사키의 다카시마 섬을 일본의 관방장관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생각 밖에 피터 한으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취득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장하응의 행운이다.

장하응은 지금이 추운 1월달이므로 자신이 따뜻한 남쪽의 오키나와 섬으로 가서 한달 지내고자 한다고 피터 한에게 말한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함께 동행하지 못하여 아쉽다고 말하면서 그곳에서 미군장교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요셉 홍의 전화번호를 장하응에게 준다.

그러면서 그가 말한다; “나하고 요셉은 모두 미국에서 양아버지의 성을 사용했지. 그런데 아시아로 오면서 우리는 본래의 한국성으로 다시 바꾸었어. 그래서 나는 피터 한이고 내 친구는 요셉 홍이야. 이곳 일본에서 만나 서로 얼마나 친한지 몰라. 참 좋은 친구야…”. 그리고 피터가 그 자리에서 요셉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낸다.

요셉, 내가 동경에서 사귄 친구가 있는데 이름이 하응이야. 이번 겨울에 따뜻한 오키나와에서 지내겠다고 하여 네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냈어. 하응이는 너나 나처럼 미국으로 입양이 된 친구야. 서로 만나서 재미있게 지내기를 바란다. 그가 오키나와에 가면 너에게 연락할거야. 또 보자”. 장하응은 진심으로 피터 한의 우정이 고맙다.

오키나와에 도착하여 연락을 했더니 요셉 홍이 나왔는데 운동선수처럼 체격이 좋아 보인다.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 럭비선수를 했다고 한다. 그는 남부의 대도시 애틀란타 출신이다. 아주 어릴 때 한국의 부산에 있는 고아원에서 미국 애틀란타의 양부모에게 입양이 된 경우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부산처럼 남쪽에 있는 일본의 오키나와에 미군이 되어 근무하고자 자원을 했다고 한다;

외로운 처지이므로 요셉 홍이 장하응에게 매우 친절하다. 비번날에는 아예 하루 종일 장하응의 숙소로 찾아와서 맥주를 마신다. 장하응은 맥주 한병만 마시면 취하는 체질이라 웃으면서 주로 주스를 마신다. 장하응과 상관없이 요셉은 자신이 사온 12개나 되는 맥주 캔을 다 마시고서야 일어선다.

한번은 장하응이 일본 자위대의 공군력에 대하여 물어본다; ”, 요셉, 일본의 공군이나 해군력이 막강한데 어째서 너는 이곳 오키나와에서 생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냐? 일본의 방위는 그들에게 맡기면 충분할 터인데?...”.

그러자 요셉의 대답이 걸작이다; “우리는 두가지의 임무가 있지. 하나는, 그야말로 공산진영의 침략으로부터 일본 열도를 방위하는 거야. 또 하나는, 우리가 여기 오키나와에 진을 치고 있어야 일본정부가 미국의 무기와 제품을 사는 거야. 그러니 우리는 미국의 비즈니스를 위한 용병인 셈이지하하하”;

 

그 말을 듣자 장하응 역시 통쾌하게 웃으면서 응대한다; “그래 맞다. 요셉이 네가 여기 오키나와에서 미군으로 주둔하고 있어야 일본이 미국정부의 말을 듣지, 그렇지 않으면 당장 중국이나 러시아하고 한패가 되고 말 걸, 하하하…”.

그러자 요셉 홍이 뜻밖의 말을 한다; “그런데 그 일본의 과격주의자들이 문제야. 자위대수뇌부도 그렇고그들은 틈만 나면, 중국과 야합하여 한반도로 진출하고자 하거든... 실력도 없는 것들이 옛날 군국주의 일본의 흉내를 내려고 한단 말이야그거 웃기는 일이지…”.

 이게 무슨 소리냐?’ 싶어서 얼른 장하응이 말한다; “, 일본의 군사력이 한국보다는 월등하니 그런 꿈도 꾸지 않겠어?... 자위대의 공군기지에 있는 공군기가 한국의 공군기보다는 월등하다고 하던데, 내가 듣기로는그러니 제공권만 장악해도 한국은 꼼짝 못하지 않겠어?...”.

그 말에 요셉 홍이 실소를 흘리면서 대꾸한다; “가소로운 일이지일본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아니하는 한 그것은 어림도 없는 꿈같은 이야기야두가지 점에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지. 첫째, 북한이 만약 한반도로 쳐들어오는 일본 군대를 막기 위하여 자위대의 공군기지와 함대에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할거야?…”.

그 말을 듣자 장하응의 눈이 번쩍 뜨인다. 그렇지만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재빨리 표정을 바꾼다. 그러자 요셉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둘째, 중국이 차제에 한반도를 전부 먹어 치우겠다고 핵무기로 일본을 위협하면 어떻게 할거야일본은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지. 결국, 미국의 핵우산이 없으면 일본의 군사적인 작전은 말짱 도루묵이지안그래, 하응, 하하하…”;

 

장하응도 장단을 맞춘다; “그렇지, 요셉 자네의 말이 백번 지당하네일본은 결코 옛날 군국주의 시대로 돌아갈 수가 없고, 또한 그렇게 돌아가서도 안되는 거야. 그러면 제 무덤을 제가 파게 되는 거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래야 부모님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우리의 조국이 평화와 번영을 계속 누릴 것이 아니냐?...”.

그 말을 듣자 요셉 홍의 눈망울이 붉어진다. 맥주를 많이 마신 탓일까?... 그는 떨어지는 눈물을 주먹으로 닦으면서 말한다; “내가 또 주책이야. 어릴  때 부산에서 고아원에 버려진 내가 왜 또 한국생각을 하는 거야... 나이가 들어도 그 놈의 조국이 원수야 원수…”. 그러면서 요셉이 주춤주춤 일어난다. 그리고 장하응에게 뒷모습을 보이면서 손을 흔들어 안녕을 고한다.

장하응은 괜히 요셉에게 미안하다. 자신이 조국을 위해서 일본 정한론자들의 비밀작전을 한번 파헤쳐보겠다고 나선 결과 순수한 청년 요셉의 마음까지 아프게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그를 따로 만나서 사죄를 해야만 하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며칠 오키나와에서 요셉 홍과 사귀는 사이에 장하응이 얻은 정보는 사소하지만 이런 것도 있다. 장하응이 일본자위대의 공군기지에 미군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살피기 위하여 요셉 홍에게 자위대의 공군기지를 가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때 요셉은 신이 나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작년에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에 있는 자위대 공군기지를 가보았는데 그들의 전력이 우리 오키나와의 미군 것보다 못해. 더구나 우리 미군은 전술핵무기까지 가지고 있거든…”;

 

장하응이 얼른 물어본다; “, 요셉이 너는 미자와의 일본공군기지를 가보았구나. 그런데 북해도에도 일본공군기지가 있니?...”. 요셉이 껄껄 웃으면서 대꾸한다; “미자와에는 미공군기도 때로는 많이 기착하고 있어. 하지만 홋카이도의 치토세공군기지에는 주로 일본 자위대의 F15’기가 배치가 되어 있지나는 미군수송기를 타고서 그곳에 한번 가본 거야…”;

 

비록 사소하지만 그러한 조각조각의 실마리라도 부지런히 끌어 모아야 일본정부를 지배하고 있는 정한론자들의 비밀작전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가 있다. 그러한 생각으로 오키나와에서 오사카로 돌아오고 있는 장하응이다. 그 앞에는 또 어떤 일들이 전개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