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의 비밀40(작성자; 손진길)
11월 하순이 되자 장하응이 하루는 강수재 과장에게 한가지를 부탁한다; “수재 형, 혹시 미국의 서남부 사막지역에 미국정부나 뉴욕 월가의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서보관소가 있는지 그 위치를 좀 확인하고 싶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겠어요?”. 상당히 이상한 질문인지라 머리가 엄청 좋은 강수재 과장도 한참 생각한다.
천천히 강수재가 입을 열어서 도리어 장하응에게 묻는다; “하응이 동생은 어찌해서 그 정보가 필요하지?...”. 장하응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대답한다; “나도 아직 확실한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예요. 하지만, 예전에 미국정부에서 사막에 일종의 문서보관소를 만들어 어떤 천재지변이나 핵전쟁이 발생해도 끄떡없이 디지털 자료들을 영구히 보존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 것 같아서 한번 물어보는 거지요…”.
강수재 과장이 또 깊이 생각하더니 입을 뗀다; “그 사항은 미국정부의 기밀이야. 적에게 노출되지 않아야 영구보존이 가능하거든... 그러니 아무리 우리 조직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미국정부의 비밀을 파헤칠 수는 없어. 그렇게 되면 우리 회사 자체가 이곳 뉴욕에서 활동할 수가 없잖아?... 좀 어렵겠는데…”.
그러자 장하응이 웃으면서 말한다; “수재 형, 그건 아니야. 내 말은 미국정부가 사막에 그러한 영구보존소를 만들고 있다면 월가의 펀드회사들도 그와 비슷하게 자료보관소를 사람의 인적이 없는 사막에 만들어 둘 수가 있다는 거지. 예를 들면, 내가 다니고 있는 ‘뉴 재팬 투자회사’의 경우가 그러하거든…”.
그제서야 머리가 좋은 강수재 과장이 감을 잡는다. 그래서 빙그레 웃으면서 갑자기 쾌활하게 말한다; “야, 나는 이 강수재만 천하의 수재인 줄 알았더니, 하응이 동생이 한수 위이네... 내가 IQ가 150이 넘는데, 나보다 더 나은 발상을 하고 있는 장하응은 도대체 그 IQ가 얼마인 거야? 이거 무지하게 놀랐는데…”.
장하응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내가 어렴풋이 구상하고 있는 내용을 수재 형은 벌써 눈치를 채고 있잖아? 내가 한달 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만들어내고 있는 계획인데 그것을 단지 내 말 몇 마디를 듣고 유추하고 있으니 수재 형이 나보다 더 머리가 좋은 것이지? 안 그래?...”. 그러면서 장하응이 강수재 과장을 향하여 갑자기 ‘엄지 척’을 한다;
강수재 과장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 이거 내가 못 당하겠구만… 진작에 그런 천재적인 발상을 한 사람이 수재이지, 어떻게 상대가 말을 해주니 그때서야 눈치를 채는 이 강수재가 천재가 될 수가 있나? 하응이 동생, 참으로 신선한 발상이야. 암, 그렇게 하면 천하의 ‘뉴 재팬 투자회사’라고 하더라도 한동안은 모든 능력을 상실하고 말겠어. 그러면 일본의 정한론은 좌초를 당하게 되는 것이지…암 그렇고 말고…”.
그 말을 듣자 장하응이 정색을 하고서 말한다; “수재 형, 그렇게 하면 정말 ‘뉴 재팬 투자회사’가 돈 한푼 일본정부를 위해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맞지? 그렇지? 내가 생각한 것이 현실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이지?...”. 강수재 과장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 이상으로 적은 비용으로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이 이 세상에서는 없을 거야. 그야말로 ‘신의 한수’가 되겠구만…”.
장하응이 애초에 강수재 과장에게 부탁하고 있는 내용은 미국정부의 영구자료보관소를 사막에서 찾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뉴 재팬 투자회사’가 사막에 가지고 있다는 그 ‘제2자료보관소’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장하응이 그 위치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일까?’
강수재는 지금까지 석 달 동안 장병국과 장하응이라는 숙질 관계의 두 사람과 함께 같은 오피스텔에서 지내오면서 한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 그것은 두사람이 절대로 어설픈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하응이 사막에 있는 월가의 디지털문서보관소의 위치를 파악할 수가 있는지 여부를 질문하고 있는 것은 중요한 메시지이다. 그것은 그 위치를 알아서 파괴를 해버리면 그 투자회사의 기능이 마비가 되는 것이 아니냐? 를 묻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대방의 의도를 강수재 과장이 파악하고서 파안대소를 하고 있다. 장하응의 발상 그대로 그렇게만 처리를 할 수가 있다면 그 거대한 투자회사도 상당기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투자자에 관한 자료와 투자대상에 대한 자료가 상당부분 사라져버린다고 한다면 어떻게 일본정부를 비밀리에 도울 자금을 마련할 것인가? 여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이야 말로 신묘한 책략이 아닌가?
그래서 강수재 과장이 한마디로 답한다; “하응이 동생의 부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가 모든 조직의 역량을 동원하여 그 장소를 찾도록 하겠네. 그러니 장하응 선생은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그곳을 가장 은밀하게 파괴할 수가 있는지 그 문제를 한번 깊이 생각해주면 좋겠다…”.
어느 사이에 강수재 과장이 장하응을 동생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장하응에 대한 호칭이 왔다 갔다 한다. 그것은 장하응으로 신분세탁을 하고 있는 윤하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강수재 과장’이라고 부르다가 어떤 때는 자기도 모르게 ‘수재 형’이라고 편하게 부르고 있다. 그만큼 두 천재 사이가 친밀해진 것은 틀림이 없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또한 친하게 형제사이로 지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강수재 과장으로부터 시원한 대답이 없다. 장하응이 그의 눈치를 보니 상당히 고심 중에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일주일이 지났을 때 슬쩍 물어본다; “수재 형, 숙제가 어려운 거야. 그것이 정말 사막에서 바늘 찾기인 거야?...”. 강수재 과장이 힘없이 고개를 끄떡인다. 장하응이 괜히 미안하여 한마디로 위로한다; “수재 형,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사실은 그 다른 방법을 요즈음 장하응이 찾고 있다. 5일이 지나도 강수재 과장으로부터 속시원한 대답이 없으므로 그는 독자적으로 그 사막에 있다는 ‘제2보관소’의 위치에 대한 단서를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방법이 실로 간단하다. 슈퍼컴퓨터를 ‘신 재팬 투자회사’가 언제 대규모로 샀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그 다음에는 그 시기에 회사가 사막에 있는 어느 기관에 투자를 했는지를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뉴 재팬 투자회사’는 1993년에 일본에서 그때 개발이 된 슈퍼컴퓨터를 상당히 많이 도입했다. 그래서 장하응은 1990년대초에 ‘뉴 재팬 투자회사’가 전혀 이익이 나지 아니하는 미국의 기관에 투자한 경우가 있는지를 회사의 컴퓨터로 검색한다. 그의 생각이 맞다. 5일간 짬을 내어 열심히 당시의 방대한 자료를 검색하였더니 마침내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1990년대초에 느닷없이 텍사스대학에 투자하고 있다. 그것도 사막에 ‘천문관측소’를 짓는 비용을 ‘뉴 재팬 투자회사’가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그 위치를 파악해보니 미국의 서남부 사막 지역이며 멕시코와 가까운 곳이다. 그 사실을 확인한 장하응이 쾌재를 부른다. 그래서 오피스텔에 돌아오자 그 기쁜 소식을 강수재 과장에게 말한다. 그러자 강과장이 함께 컴퓨터로 그 위치를 확인한다. 장하응이 벌써 확인한 동일한 장소를 강수재가 찾아낸 것이다;
그 사진을 보더니 강수재 과장이 말한다; “장하응 선생, 이번 주말에는 나하고 그 부근으로 사막여행을 떠납시다. 아무래도 직접 답사를 해보아야 공략작전을 제대로 세울 수 있을 것 같군요…”. 장하응이 동의한다. 그래서 두사람이 뜻밖에 미국의 사막여행을 다해본다. 그 결과 그곳으로 가는 길목에 비어 있는 허름한 건물을 하나 발견한다;
만약 침투작전을 전개하는 경우 은폐장소로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보고서 강수재 과장이 말한다; “이제는 공격침투조가 은신할 장소까지 찾은 셈인데… 하응이 동생은 어떻게 저 경비가 삼엄한 건물을 파괴할 수가 있다는 것이지. 그 현실적인 구상이 도대체 무어야? 나는 짐작조차 못하겠는데?…”.
그 질문을 받자 장하응이 말을 아낀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수재 형, 나도 확실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야. 왜냐하면, 벌써 적의 공격을 예상하고서 ‘뉴 재팬 투자회사’가 이중으로 자료를 보관하고 있거든. 그러니 동시에 회사내에 있는 ‘제1자료보존소’와 여기 사막에 있는 ‘제2자료보존소’를 부수어야 해”.
장하응이 한번 더 강조한다; “시차가 있으면 안돼. 그러면 즉시 그 방대한 전산자료를 다른 곳으로 옮겨버릴 가능성이 있거든. 아울러 나는 과연 사람을 다치지 아니하게 하면서 자료들만 없애 버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나는 그래도 명색이 사람의 생명을 사랑하는 기독교인이거든…”.
그 말을 들은 강수재 과장이 말한다; “그렇다면, 하응이 동생만 그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일이 아니야. 그 문제를 이슈로 하여 이번에 장병국 선생과도 함께 토론해보자. 분명히 좋은 방법이 발견이 될거야. 두사람보다는 역시 세사람의 두뇌가 더 좋지 않겠어?...”. 그 말을 듣고 장하응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렇게 사막에서의 탐사가 끝나고 있다. 어느덧 2019년 11월이 거의 마감되고 있다. 이제 장하응은 초조하다. 생각 같아서는 연말까지 미국에서 작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물론 그때까지 일본의 정한론을 쳐부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년 봄이면 일본의 지도자들이 한국을 다시 점령하고 서울에서 축배를 들고자 획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영 쉽지가 않다.
말로는 ‘뉴 재팬 투자회사’가 컴퓨터 자료를 일체 사용할 수 없도록 그들 회사의 모든 컴퓨터와 ‘제1자료보존소’의 슈퍼컴퓨터를 파괴하면 문제가 해결이 된다고 한다;
동시에 사막에 있는 ‘제2자료보존소’의 슈퍼컴퓨터마저 파괴해버리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는가? 그 구체적인 침투와 공격의 방법이 무엇인가’ 그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 문제를 주제로 하여 2019년 11월말에 오피스텔에서 장하응과 강수재가 장병국과 더불어 열띤 토론을 한다. ‘어떻게 하면 장하응의 말처럼 사람을 상하지 아니하고 그 회사와 사막의 슈퍼컴퓨터만 박살을 낼 수가 있을까?...’. 세사람이 은밀하게 지혜로 모으고 있는 사이에 11월 30일이 지나고 12월의 첫날이 밝아오고 있다.
이제는 장하응의 생각에는 딱 한달이 남아 있다. 그 한달 사이에 그 일이 성사가 되어야 일본이 한국을 침략할 생각을 접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의 돈줄이 마르게 되므로 미국이나 중국을 움직일 여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하응은 그날 토론을 마치면서 함께 역사를 섭리하시는 창조주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자고 제의한다;
장하응의 기도의 내용은 심히 간단하다; “부디 불쌍한 한반도의 한민족을 불쌍하게 여기시고 다시는 구한말의 비극이 한반도에서 발생하지 아니하도룩 해주십시오”. 간절한 장하응 아니 윤하선의 그 기도가 과연 사람의 지혜가 아닌 하나님의 지혜를 이 땅에 가지고 오는 계기가 될 것인가? 그 문제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圓의 비밀42(작성자; 손진길) (0) | 2021.10.20 |
---|---|
圓의 비밀41(작성자; 손진길) (0) | 2021.10.20 |
圓의 비밀39(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9 |
圓의 비밀38(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9 |
圓의 비밀37(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