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의 비밀39(작성자; 손진길)
장하응은 2019년 10월 28일부터 ‘뉴 저팬 투자회사’에 입사하여 한나 모리 양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 부서는 ‘기록보존부’이다. 직접 투자자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투자금이 어디에 사용이 되고 있으며 그 과실이 어느 정도인지를 원금과 함께 기록하고 그 전산자료를 보존하는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다.
그 부서의 직무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투자자별로 그리고 사업별로 자료를 정리하여 입력하고 그것을 두 군데에 영구 보존하면 된다. 하나는, 본사 9층에 있는 ‘제1기록보존소’이다. 또 하나는, 그 위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미국내 사막지역에 설치가 되어 있는 ‘제2기록보존소’이다;
‘기록보존소’에서는 옛날처럼 책이나 종이로 자료를 보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기록보존소는 전산자료를 복사하여 보존하는 공간이므로 사이버 세계에 속하며 그것을 관장하고 있는 대형 슈퍼컴퓨터들이 작동하고 있는 장소인 것이다.
만약 그 자료들이 분실이 된다고 하면 투자회사의 업무가 마비가 된다. 그러므로 본사와 다른 비밀장소에 나누어서 두차례 똑 같은 자료를 영구 보존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사이버기억공간인 ‘클라우드’를 빌려서 일종의 하늘 곳간에 자료를 저장한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그 자료를 다시 불러서 사용한다.
그러나 ‘뉴 재팬 투자회사’와 같은 경우에는 그러한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곳에 기억시키기에는 자료의 용량이 너무 크고 또한 회사의 기밀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슈퍼컴퓨터를 여러 대 설치하여 모든 정보를 이중으로 영구 보존한다. 그렇게 안전하게 이중으로 자료를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컴퓨터나 인터넷 사고로 손해를 볼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한 전산시스템을 입사한지 3주만에 파악하게 된 장하응은 혀를 내두른다. 자료정리와 보관에 철저한 일본사람들의 성격을 익히 알고 있는 그이지만 설마하니 그 정도로 철저한지는 몰랐던 것이다. 그가 그러한 자료보존체제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업무를 빨리 익히고 전산처리에 있어서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어떻게 하면 그 전산시스템과 자료보존체계를 파괴시킬 수가 있을까?를 내심 궁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전산시스템을 보존자료와 함께 모조리 없애 버릴 수만 있다고 하면 재미 일본인들의 돈줄이 일본정부의 정한론적인 움직임을 뒷받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장하응의 판단은 정확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없애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미국의 가장 큰 도시 뉴욕 그것도 중심부인 월가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곳에서 어떻게 모든 컴퓨터와 자료를 박살내는 테러를 자행할 수가 있을까? 어림도 없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장하응은 속으로 실망한다. 그렇지만 그는 포기하지 아니하고 회사의 약점을 찾고 있다. 분명히 인간인 이상 그들에게 아킬레스의 근이 있을 것이다. 그곳이 과연 어디일까? 연내에 그는 그 약점을 찾아내어 이 회사를 박살내 버려야 안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 그리고 떳떳하게 유끼꼬를 아내로 맞이할 수가 있다.
장하응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근무에 열심이라는 사실을 한나 모리 양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녀가 보기에는 장상이 보통 성실한 사람이 아니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매끄럽고 친절하다. 그래서 한나는 은근히 동료들 앞에서 장상이 자신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과시하고 있다. 다른 여사원들이 장상에게 눈독을 들이지 못하도록 한나가 미리 예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는 출근하여 장상을 만나서 함께 오전 근무를 하고 점심식사시간에 오붓하게 둘이서 데이트를 즐기는 것이 낙이다. 지금까지 27년을 살아오면서 인생이 이렇게 즐거운 것인 줄 처음으로 알게 된 한나이다. 키다리 빌딩만 높이 솟아 있는 비인격적인 공간이 월가인 줄로만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다. 장상과 함께 거닐게 되니 그곳이 갑자기 오아시스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한 한나 모리 양을 볼때마다 장하응은 은근히 걱정이 된다. 아무리 일본의 비밀계획을 탐지하여 그것을 좌초시키기 위하여 자신이 미국에서 신분을 속이고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그녀의 연정이 순수하고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벌써 아내로 맞이해야 하는 유끼꼬가 있다. 그러한 처지에 있는 자신이 한나의 연정을 첩보활동에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이 몹쓸 짓인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적의 허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뉴 재팬 투자회사’에서 한나와 함께 근무하는 도리밖에 없다. 그래서 장하응은 속으로 그 일이 빨리 마무리가 되기를 소원하고 있다. 그렇게 번민하는 사이에 그해 11월 중순이 된다.
하루는 갑자기 근무도중에 정전사고가 발생한다. 그러자 비상용 발전기가 가동이 되는지 금방 전력이 다시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직원들이 바쁘다. 잠깐 정전한 그동안에 혹시 자료가 날라간 것이 없는지 전부 점검하고 있다;
아울러 ‘제1보관소’와 ‘제2보관소’에 보관하고 있는 자료들도 파괴가 된 것이 없는지 즉시 확인작업을 실시한다. 다행히 전부 무사하다. 그것은 마치 한국에서 도상훈련이나 민방위훈련을 하는 것과 같다.
장하응은 시간이 나면 펀드 매니저들이 일하고 있는 부서에 가서 개인적으로 얼굴들을 익히고 있다. 장하응은 펀드 매니저인 ‘기시 노부스께’가 누구인지를 일부러 찾아내어 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장상이 그 회사의 전무인 아베 모리의 외딸인 한나 모리와 사귀는 사이라는 소문이 사내에 돌아서 그런지 기시 노부스께가 먼저 인사를 하는 장하응에게 상당히 친절하다.
그때부터 장하응은 남는 시간이 있으면 운동을 겸하여 한층 아래에 있는 펀드 매니저들의 부서를 찾아가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한나 모리가 보기에는 장하응이 회사의 투자부서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지레짐작하고서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는다. 자기발전을 위해서는 투자업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그녀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무인 아베 모리는 특별히 펀드모집과 투자수익에서 크게 실적을 올린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러므로 투자 매니저들이 아베 전무를 존경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이 모두 장하응에게 친절하다. 장하응은 회사생활에 있어서 한나와 그녀 부친의 덕을 톡톡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여러 날 장하응이 펀드 매니저인 기시 노부스께를 관찰해보니 그의 행동에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마치 기자들처럼 작은 수첩에 일일이 메모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시 노부스께는 굉장히 정치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 오는 의원들을 모시고 다니는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그러한 경우에도 기시 노부스께는 모든 대화의 내용을 간략하게 수첩에 적어서 보관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 사실을 거듭 확인한 장하응은 언젠가 그의 수첩을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그곳에는 틀림없이 그가 참여한 ‘원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중요한 정보이다. 그래서 장하응이 삼촌인 장병국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다. 그때부터 장병국이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마침내 강수재 과장과 상의한다. 그 두사람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그 일의 결과를 한 주일이 지나서 장하응이 두사람으로부터 듣게 된다.
그날 저녁은 토론회의 주제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장하응이 파악한 ‘뉴 재팬 투자회사’의 전산시스템과 그 자료의 영구보존방법이다. 또 하나는, 기시 노부스께로 부터 장병국과 강수재가 어떻게 그 수첩의 내용을 파악했는가? 하는 것이다.
장하응이 먼저 전산시스템과 자료보존에 대하여 설명을 하려고 했더니 강수재 과장이 얼른 두번째 이슈부터 다루자고 한다. 장병국이 고개를 끄떡이자 그는 장하응이 말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설명을 시작한다. ‘도대체 어떤 정보를 획득했기에 저렇게 좋아하면서 먼저 자랑을 하고 싶어하는 것일까?’라고 장하응이 속으로 생각하면서 빙그레 웃는다. 그리고 강수재의 얼굴을 쳐다본다.
강수재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내가 도와주지 아니했으면 장병국 선생이 기시 노부스께의 메모의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번에도 제가 한 건을 했지요...”. 말을 듣고 보니 호기심이 생긴다. 그래서 장하응이 묻는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남의 수첩의 내용을 파악한 것입니까? 참 신기합니다”.
장병국은 조용히 웃고만 있는데 강수재 과장이 신이 나서 설명한다;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방법이지요. 저는 저희들 비밀요원을 두 사람 동원하여 퇴근을 하고 골목길을 걸어서 귀가하고 있는 기시 노부스께를 기습하게 했지요. 각목으로 내리쳐서 기절을 시킨 다음에 그 호주머니에서 지갑과 수첩을 끄집어 내었지요...”;
일종의 무용담이다. 골목에서 각목으로 행인을 쳐서 기절시키고 지갑에서 돈을 빼내는 것은 뉴욕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건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다는 것일까? 조용히 강수재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가 정확하게 설명한다; “일단 지갑에서 돈을 빼내어 두 사람에게 주고 저는 수첩을 뒤졌어요. 그런데 최근의 기록은 있는데 몇 달 전 일본의 의원들을 안내한 기록이 없어요…”.
잠시 숨을 쉬면서 좌중을 훑어본 다음에 강수재가 이어서 설명한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그가 쥐고 있던 가방을 뒤졌지요. 참 신기하게도 그의 손가방에 수첩이 3개나 더 있었어요. 금년에 사용한 수첩들이더군요. 그 가운데 일본의 의원들과 함께 미국의 정계 인물들을 만난 이야기가 핵심만 요약하여 기록이 잘 되어 있었어요”;
장병국의 얼굴에 커다란 미소가 생기고 있다. 반면에 장하응은 크게 놀라고 있다. 기시 노부스께가 중요한 수첩을 항상 호주머니나 손가방에 가지고 다녔기에 그러한 엄청난 전과를 올린 것이다. 그래서 강수재의 말을 기다린다. 그는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내용만 핸드폰으로 촬영했어요. 그리고 도로 제자리에 넣어 두었지요”.
장하응이 두가지를 묻는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획득한 정보가 무엇이지요?”. 이번에는 강수재가 장병국을 보면서 말한다; “그 다음 이야기는 장선생께서 좀 해주세요. 저 혼자 공을 세운 것은 아니니까요?....”. 오래 살다 보니 강수재 과장이 겸손하게 행동하는 것도 보게 된다. 거참 신기한 일이다…
장병국의 설명이 간단한다; “멀찍이 숨어서 지켜보았더니 얼마후에 기시 노부스께가 정신을 차리더군. 먼저 땅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지갑을 발견하고서 그 속에 돈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어. 그 다음에 자신의 호주머니에 수첩이 그냥 들어있는 것을 보고서는 안심을 하더군. 그는 손가방까지 확인을 했어. 모든 것이 그대로 있자 ‘후유’ 안도의 숨을 쉬고서 집으로 돌아갔지. 그리고…”;
그 말을 듣자 강수재가 고개를 끄떡인다. 동감이라는 의견이다. 장병국이 이어서 설명한다; “이번에 얻은 정보가 세가지야; 첫째, 한국이 같은 민족인 북한을 동정하고 북한을 돌보고 있는 중국에 너무 호의적이기 때문에 이번에 미국과 일본이 그 버릇을 고친다는 거야. 구체적으로, 한국이 북한을 도울 여력이 없도록 만들기 위하여 경제제재를 가하는데 일본이 앞장을 선다고 하더군”.
장병국이 조금 숨을 쉬고서 이어서 설명한다; “둘째, 그래도 한국이 말을 듣지 않으면 일본의 군대가 미군과 함께 한국에 주둔을 하고 한국의 외교와 국방의 권한을 대신하고자 하는 구상이야. 그것은 한마디로 1905년의 ‘통감부’ 설치와 같은 것이지”.
약간 숨을 쉬고서 장병국이 마지막 설명을 한다; “셋째, 그 모든 비용은 일본이 댄다고 하는 거야. 그러니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군의 주둔비용을 전부 일본으로부터 얻게 되는 거지. 그렇게 되면 일본은 군사력으로 한국을 옛날 구한말때처럼 지배하게 되는 셈이지…”.
그 말을 모두 듣자 장하응이 ‘후유’하고 한숨을 쉰다. 그가 염려하던 내용이 실제로 그대로 미일간에 논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간악한 일본이다. 한국의 좋은 땅이 탐이 나서 이번에는 미국의 묵인하에 온전히 다시 점령하고자 한다. 그와 동시에 은밀하게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하여 미국의 간섭도 물리치고자 한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한국만이 비핵화정책을 계속하다가 다시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마는 것이다. 과연 일본의 의도대로 그렇게 역사가 반복이 되는 것일까? 장하응으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 기독교인 윤하선은 그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역사를 섭리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이 살아 계시는데 어떻게 우상의 나라 일본이 의도하는 그 일이 이루어질 것인가? 어림도 없는 수작이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길을 여시고 윤하선과 동지들의 손을 빌려서 그 간악한 일본의 계획을 허사로 만들고 말 것이다’. 그렇게 믿고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윤하선이다.
'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圓의 비밀41(작성자; 손진길) (0) | 2021.10.20 |
---|---|
圓의 비밀40(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9 |
圓의 비밀38(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9 |
圓의 비밀37(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9 |
圓의 비밀36(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