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의 비밀37(작성자; 손진길)
장하응은 미국 뉴욕에 온지 한달이 되자 마음에 안정을 찾는다. 그리고 일단 서울에 있는 근무처 한성고등학교에 한학기 휴직계를 제출한 상태이므로 앞으로 뉴욕에서 서너 달 지낼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주일이 되면 오피스텔에서 크게 멀지 아니한 미국인교회에 참석하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장하응은 본래 이름이 윤하선이다. 그는 17년전에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의 서북부에 있는 시애틀 친척집에 머물면서 3년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녔다;
그러므로 지금도 미국인들과 영어로 소통하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인교회의 주일예배에 참석하면서 비슷한 연령의 성도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그 가운데 동양인 재미교포가 여러 명 있다. 장하응은 현재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있는 처지이므로 한국인 교포보다는 중국인이나 일본인 교포와 간간이 이야기를 영어로 나누고 있다. 그들은 장하응의 영어발음에서 한국인 특유의 억양을 못 느끼고 있기에 그를 한국인이라고 특정하지는 아니하고 있다.
장하응이 일부러 그의 신분을 정확하게 밝히지 아니한다. 그는 옛날 시애틀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기억을 떠올려서 그곳으로 어려서 입양을 간 것으로 그의 신분을 위장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인 재미교포 ‘케빈 완’과 일본인 재미교포인 ‘한나 모리’ 양이 장하응에게 친절하다.
중국에서 유학 온 ‘케빈 완’ 군은 미국에서 의대를 다니고 지금은 전문의과정을 이수하느라고 바쁘다. 그러므로 주일에도 예배만 드리고 성도들과 오래 교제할 시간이 없다. 반면에 일본에서 일찍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온 ‘한나 모리’ 양은 회계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뉴 저팬 투자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30세의 준수한 청년 장하응이 마음에 드는지 상당히 친절하다. 그리고 장하응이 영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일본어도 제법 잘하는 것을 보고서 굉장히 좋아한다. 장하응으로서는 ‘한나 모리’ 양이 유끼꼬와 달리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일본정보요원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그녀를 편하게 성도로 대하고 있다.
그런데 하루는 한나 모리가 장하응을 주일이 아니라 주중에 자신이 일하고 있는 월가에서 만나자고 제안한다;
한나가 하루 점심식사를 장하응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가 그렇게 제안하는 이유는 두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장하응이 교회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에 뉴욕에서 직장을 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시애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이제는 서부보다는 동부에서 살고 싶어 뉴욕으로 무작정 떠나온 것으로 둘러댄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장하응에게 자신의 직장을 한번 소개해보고자 하는 의도일 수가 있다.
둘째는, 장하응이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한달간 주일마다 그 교회에 출석을 하는데 그녀가 관심있게 지켜보니 언제나 솔로이다. 훤칠한 솔로 남자인 장하응이 마음에 들어서 교회가 아니고 주중에 뉴욕 월가에서 점심식사를 같이하고 싶은 것이다.
장하응은 그녀의 데이트 신청의 이유가 둘 중의 하나이거나 아니면 둘 다일 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수요일 정오에 그녀가 말해준 식당으로 간다. 한나 모리가 진작에 예약을 해두었는지 식당 안쪽에 칸막이가 되어 있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장소로 웨이터가 안내를 한다.
그날따라 장하응이 보기에 27세의 한나가 화사하게 보인다. ‘가을이라서 그런가?’ 생각하면서 장하응이 그녀가 예약장소로 들어오자 싱긋 웃는다. 구김살이 없는 웃음이다. 한나 역시 수줍은 듯이 웃는 모습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귀엽다. 일본 처녀가 살짝 가지고 있는 안쪽의 뻐드렁니가 ‘웃으니까 저렇게 귀엽게도 보이는구나!...’ 하고 장하응이 생각한다.
그 집에서는 일식을 팔고 있기에 장하응이 간편하게 벤또를 주문한다. 한나도 벤또가 좋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마실 것을 시키겠다고 한다. 장하응은 그녀가 아직 오후 근무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여 주스라도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가 말한다; “이 식당에서는 일본의 ‘기린맥주’를 팔고 있는데 그것이 맛이 좋아요. 딱 한 캔을 시켜서 우리 두 잔에 나누어서 마셔요…”;
장하응이 그 정도이면 음주로 실수할 일이 없겠다고 생각하여 고개를 끄떡인다. 두 사람은 그날 그 식당에서 한시간동안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장하응은 자신의 신분이 솔직한 것이 아니기에 그저 시애틀의 이야기를 조금하고 그곳 학교에서 일본인 친구들을 만나서 생활 일본어를 배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미국과 유럽의 역사를 좋아해서 그 쪽을 공부하였기에 좀 답답한 성격의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그랬더니 한나가 좋아하면서 그녀는 일찍 일본을 떠나왔기에 일본의 역사는 잘 모르지만 동양과 서양의 역사를 다 좋아한다고 말한다. 특히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까지 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하면서 동양 3국의 지리와 문화에 대하여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녀는 이번 겨울에는 휴가를 얻어서 2주 정도 따뜻한 동남아를 여행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한 대화를 나누다가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장하응이 일어서려고 한다. 그러자 한나가 갑자기 제안한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투자회사를 한번 구경하실래요? 직원과 고객이 주로 재미 일본인이지만 그래도 미국인들이 상당히 근무하고 있답니다. 대우가 참 좋은 직장이지요. 제가 장상에게 우리 회사를 보여주고 혹시 관심이 있다면 장상이 우리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추천하고 싶어요…”.
뜻밖의 제안이다. 장하응이 깜짝 놀란다. 한나 모리 양이 그 정도로 자신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 줄을 몰랐던 것이다. 일부러 첩보목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일본여인이 아니다. 정말 호의가 있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마음 같아서는 고사를 하고 싶지만 지금 그의 형편이 그렇지가 못하다.
옛말에도 ‘범을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일본지도자들이 꿈꾸고 있는 한국점령의 계획에 큰 힘을 보태고 있는 곳이 바로 ‘뉴 저팬 투자회사’이다. 그 내부를 구경하고 그 약점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 천금과 같은 기회를 그냥 포기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장하응이 고개를 긍정적으로 끄떡인다. 한나가 그 모습을 보고서 생긋 웃으면서 좋아한다. 그녀가 앞장을 서서 자신도 모르게 늑대를 토끼 굴로 끌어들이고 있다. 장하응이 그 투자회사를 방문해보니 큰 건물의 2개층을 전부 사용하고 있다. 직원의 수가 족히 300명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회사가 그 정도의 사무실과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면 그 운영하는 펀드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여 장하응이 한나에게 슬쩍 물어본다. 그녀가 대답한다; “저희 회사가 관리하는 자본은 전세계 개발도상국에 투자가 되고 있어요. 그 규모는 잘은 모르겠지만 10조불은 될 거예요…”. 장하응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그 정도의 자금이면 일본의 일년 국내총생산의 2배 정도가 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실로 엄청난 자본력이다.
그래서 장하응이 기회를 보아 한나에게 슬쩍 한가지를 더 물어본다; “그러면 이곳에 투자하는 자본가들은 도대체 일년에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는 거예요? 개발도상국에 주로 투자한다고 하면 때로는 원금을 떼이고 손해를 볼 위험도 있을 터인데요?...”. 그 말을 듣자 한나가 갑자기 ‘깔깔’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녀가 참으로 유쾌하게 답변하는 말이 다음과 같다; “장상은 정말 서부의 촌사람인가 봐요… 자본의 흐름에 대해서는 전혀 아시는 것이 없으시군요. 좋아요, 제가 간단하게 말씀드릴 게요. 돈이 많은 부자들은 은행이자 정도의 이윤을 얻고자 하지를 않아요. 그들은 두 자리 수의 이익창출을 항상 원하고 있지요. 우리 회사는 그들의 요구를 소화하고 또한 그 이상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어요”.
장하응이 입을 떡하니 벌리고 놀라는 시늉을 한다. 그러면서 더 물어본다; “세계의 여러 지역에 투자를 하다가 보면 해적도 만나고 반란도 발생하고 하여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그때에는 어떻게 대처를 하는 건가요?”. 그러자 한나가 간단하게 대답한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가 미국의 뉴욕 월가에 그 비싼 세금과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자리를 잡고 있잖아요?...”.
그 말이 언뜻 이해가 안되어 장하응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자 한나가 신이 나서 설명한다;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행사하면서 그 군대로 우리와 같은 투자회사를 지켜주고 있지요. 그러니 돈을 떼일 염려가 없어요. 우리회사는 그 대가로 미국에 보답을 하고 있고요. 미국이 발행하는 그 엄청난 달라를 우리와 같은 펀드회사들이 사들여서 전세계에 풀고 있으니까요…”;
그제서야 장하응이 쉽게 이해를 한다. 한나 모리 양은 그렇게 돈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는 장하응이 귀여운 모양이다. 그래서 그를 보면서 마치 신기한 사람을 보듯이 사랑스러워 한다. 한나 양이 자기도 모르게 장하응에게 끌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를 데리고 2개층에 있는 사무실을 한바퀴 돌고 있다.
장하응은 머리가 명석하다. 그 좋은 머리로 그 큰 빌딩 2개층을 차지하고 있는 ‘뉴 저팬 투자회사’의 구조를 대충 기억한다. 그러면서 한나 양에게 슬쩍 자신의 심경을 비춘다; “정말 큰 회사이군요. 이곳 월가에서도 큰 투자회사로 손꼽히겠어요…”. 그러자 한나가 신이 나서 대답한다; “그렇죠. 유태인들이 경영하고 있는 투자회사를 제외하면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펀드 회사이고 말고요…”;
한나 모리양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럴 것이다. 그 말은 미국정계에 미치고 있는 돈의 힘이라고 하면 유태인들이 첫째이고 그 다음이 일본인이라는 의미이다. 한국계 펀드회사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잘하면 10위 안에는 들어갈 것으로 장하응이 대충 짐작을 해본다;
구경을 마치고 현관으로 나오자 장하응에게 한나 모리양이 말한다; “저는 장상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저와 함께 근무를 했으면 좋겠어요. 뉴욕에서 이만큼 좋은 직장도 없답니다. 특히 우리 회사는 종신고용을 약속하고 있지요”.
그 말을 듣자 장하응이 깊이 고개를 숙이면서 그녀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말한다; “제가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입사를 위하여 무슨 서류들이 필요한지 다음 주일에 한나양에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한나 모리양이 활짝 웃는다. 장하응도 감사하는 뜻에서 같이 웃는다. 꾸김살이 없다. 그리고 뉴욕에서 혼자 살아가고자 하는 장하응 자신을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하는 여인이다. 장하응은 자신의 신분이 이중이 아니라고 하면 참으로 그녀를 좋아할 것도 같다.
그러나 현재는 국가의 안위가 먼저이다. 그래서 진심과 플라스틱 스마일을 합쳐서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와의 만남이 장차 어떠한 사건으로 전개가 될 것인가? 장하응으로 위장하고 있는 윤하선이 아직은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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