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의 비밀35(작성자; 손진길)
장병국은 강수재와 장하응이 조용한 것을 보고서 이제 다른 시각에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둘째로, 중국의 역사는 미국과 비교할 때 엄청나게 길어. 중국이야말로 동북아에서 자신들의 패권을 오래 유지해온 제국이지. 그러므로 중국을 만만하게 보다가는 미국이 큰 코를 다칠 것으로 나는 보고 있어. 예를 들자면 내 생각으로는 중국을 상대할 때에 미국은 20세기 후반에 소련을 상대하던 것처럼 해서는 안된다고 보고 있어…”;
강수재가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하고서 의아하게 장병국을 쳐다본다. 강수재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도 전혀 다루어 보지 못한 주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럴 것이다. 아무리 세계의 수도가 ‘워싱턴 DC’라고 미국사람들이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구미에서나 통하는 그들만의 자랑이다. 동양의 중심은 역사적으로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강수재와 달리 장하응은 빙그레 웃으면서 막냇삼촌 장병국의 지론을 감상하고 있다. 그 주장은 서울에서 삼촌과 토론을 벌일 때에 자주 듣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장병국의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소련의 경우에는 그 옛날 러시아 황제인 짜르의 통치를 전부 부인하고 새로이 탄생한 공산주의 정권이었어요. 그야말로 그 출생연도가 1917년이지요. 그러니 역사가 일천하고 그들의 사상이란 것이 순전히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스탈린 독재가 더해진 것에 불과했어요”
장병국의 설명이 신나게 전개된다; “따라서 소련은 다음의 두가지 요인 때문에 스스로 붕괴가 된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첫째, 막시즘에 따르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 받는다’라고 되어 있지요. 그 결과 모두들 집단적으로 적당히 일하면서 최대한의 분배를 받고자 하는 겁니다. 인간의 심성이 본래 그러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순수 공산주의 이론의 내부적인 모순이며 그때문에 모든 공산주의 국가에 가난이 찾아온 것입니다”;
장병국의 주장이 굉장한 설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이어서 설명한다; “둘째, 전후에 소련이 미국과 과도하게 군비경쟁을 하느라고 재정이 바닥이 나고 말았어요. 더 이상 위성국가에 원조를 해주지 못하고 나중에는 자국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지요. 그러니 핵이 있다고 하지만 소련은 스스로 붕괴가 되고 만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소련과 중국은 다르다고 볼 수가 있어요”;
장병국이 이제는 본래의 주제로 되돌아가고 있다; “셋째로, 저는 20세기에 미국이 상대한 소련과 지금의 중국은 다음 몇가지 측면에서 다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때문에 사실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기가 결코 쉽지 않지요. 구체적으로 첫째가, 이미 설명한 대로 중국은 중원을 통치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어요. 그들은 중앙 집권적인 황제정치를 해본 경험이 풍부해요. 그러므로 신생국인 소련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지요”;
신이 나서 장병국이 이어서 말한다; “둘째가, 중국의 황제는 옛날에 ‘이이제이’의 수법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중국의 공산당도 그 방법을 사용할 것입니다. 그것은 미국이 사용하는 방법과 아주 비슷한 것이지요. 그러므로 중국은 앞으로 다른 강대국을 내세워서 틀림없이 미국과 갈등을 벌이도록 만들 것입니다. 그 대상국이 어디인지는 아직 꼭 집어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장병국의 논조가 청산유수이다; “셋째가, 중국은 역사적으로 내부적인 분열의 조짐이 보이면 그 모순과 불만을 바깥으로 표출하게 하는데 아주 익숙한 나라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미국이 중국을 계속하여 강하게 경제적으로 밀어붙이게 되면 중국은 엉뚱하게 군사력으로 지역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북한이나 다른 인접나라를 기습적으로 치는 방법일 수가 있다고 보입니다”.
그 말을 듣자 강수재 과장이 급히 질문한다; “그렇다면, 중국이 미국에게 두 손을 들고 항복하기 전에 내부단속용으로 엉뚱하게 북한으로 쳐들어갈 수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그렇게 되면 일본이 원하는 그림이 오히려 쉽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까? 설마 일본의 책략가들이 그 점까지 계산한 것은 아니겠지요?...“;
그 말에 대하여 갑자기 장하응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지금의 가설은 가정에 가정을 더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가능성까지 일본의 정한론자들이 계산에 넣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일본은 미국을 설득하여 미군과 함께 한국을 점령할 가능성이 농후하겠지요. 그러한 사태를 우리는 사전에 막아야 합니다”.
장하응의 말에 강수재와 장병국이 모두 고개를 끄떡이면서 긍정의 표시를 한다. 지금까지의 토론을 통하여 3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미국의 경제적인 압박이 심해지면 중국은 지역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이 군사적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새로운 정한론이 실현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일본의 작전을 사전에 좌절시킬 수가 있을까?’ 장하응으로 신분을 속이고 있는 윤하선이 그 생각을 깊이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정한론이 현실로 나타나기 전에 그것을 쳐부수고 일본에 있는 유끼꼬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오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한일간에 적대감을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고 싶어한다. 그것이 윤하선의 솔직한 심정이다.
정병국이나 강수재도 마찬가지 심정이다. 그들은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활동하고 있는 비밀결사도 그 이름이 ‘Peaceko 21’이다. 그 뜻은 한반도가 평화의 21세기를 누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결코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취지에 찬동하여 그들 3사람이 목숨을 내놓고 미국에서 첩보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날의 토론을 끝내면서 강수재가 말한다; “제가 며칠간 자료를 많이 수집하고 생각을 정리하여 오늘 발표한 것은 사실 장병국 선생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오늘 저의 발표와 그 뒤를 이은 장병국 선생의 날카로운 지적과 설명은 아주 풍성한 토론의 장을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제는 장병국 선생이 저희 두사람을 데리고 좋은 식당으로 가서 한턱을 내실 차례입니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그 말을 듣자 장하응이 박수를 친다. 참으로 강수재 과장이 재치가 있기 때문이다. 박수를 받은 강수재가 만면에 환하게 웃음을 띈다. 그것을 보고서 장병국이 말한다; “그 말씀 아니해도 오늘은 내가 푸짐하게 한턱을 내려고 생각했어요. 오늘은 강수재 과장이 앞장을 서세요.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하하하…”.
강수재 과장은 맛이 좋기로 뉴욕에서 이름이 난 중국집으로 두사람을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코스요리를 주문했는데 참으로 푸짐하고 맛이 좋다;
요리에 비해서 그 값이 그렇게 비싼 것이 아니다. 장하응이 유심히 그 중국집을 찾아오는 방법을 머리에 기억한다. 나중에 유끼꼬와 한번 오고 싶은 것이다.
한편 오사카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유끼꼬는 9월 중순이 되자 벌써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돌아가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녀는 한달 전에 헤어진 윤하선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그래서 하루는 한성고등학교를 방문했다. 그러나 윤하선 선생이 한학기 휴직을 했다는 소식만 들었다.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래서 유끼꼬가 하루는 같은 대학교 박사과정에 있는 양경자를 방문한다. 박사학위 논문준비에 한창 바쁜 양경자가 요즘은 대학교의 연구실과 도서관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양경자가 마침 연구실로 찾아온 유끼꼬를 반갑게 맞이한다.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두 여인이 오래간만에 이야기 꽃을 피운다.
유끼꼬가 먼저 질문한다; “언니, 저는 윤하선 선생이 보고 싶어요. 어디가면 그를 만날 수가 있나요?”. 양경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을 한다; “글쎄, 하선이와 나는 중국에서 헤어진 후에 아직 그를 만나지 못하고 있어요. 내 생각에는 그가 연락을 취한다면 내가 아니라 유끼꼬에게 먼저 할 것 같은데… 우리 한번 기다려봅시다”.
그 말을 듣고서 유끼꼬가 말한다; “제가 혹시 일본정부를 위해서 일하는 줄 알고서 말씀해주시지 않으신다면 그 점은 염려할 것이 없어요. 저는 이제 일본의 첩자가 아니예요. 그날 총 앞에서 제 몸을 던진 때부터 저는 더 이상 그들의 요원이 아니예요. 그러니 언니, 제게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저는 윤하선이 정말 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양경자는 유끼꼬에게 윤하선의 거취에 대하여 말해줄 수가 없다. 그것은 일급비밀 중에 특급비밀이기 때문이다. 그와 그의 팀이 하는 일이 구국의 길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일본여인에게 누설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양경자가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유끼꼬의 그때의 결단과 행동을 보고서 나도 윤하선의 아내라고 인정했어.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봐. 틀림없이 윤하선이 연락을 취해 올 거야. 두사람의 절절한 사랑을 보았기에 나는 그것을 믿어…”.
갑자기 유끼꼬가 눈물을 흘리면서 양경자에게 말한다; “언니, 그렇게 말해주어서 고마워요. 저는 이제 집에서 쫓겨난 딸과 같아요. 일본을 배신하였기에 이제는 윤하선의 아내로 밖에 살 수가 없어요. 저는 제가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아요. 하지만 윤하선이 자꾸만 보고 싶어요. 그러니 혹시 그이에게서 연락이 있으면 언제라도 제게 말씀해주세요”.
양경자가 보기에 유끼꼬는 윤하선에게 마음도 몸도 모두 바친 여자가 틀림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본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하여 휴직까지 하고 있는 윤하선의 거처를 그녀에게 말해줄 수는 없다. 자칫 조국을 구하고자 하는 그의 큰 뜻이 어긋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면서 유끼꼬를 배웅하고 있는 양경자이다. 그날 따라 교정의 햇살이 청명한 가을임을 말해주듯이 따사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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