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圓의 비밀29(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17. 02:31

圓의 비밀29(작성자; 손진길)

 

윤하선이 아침에 일찍 세면을 마치고 유끼고의 방을 3번씩 두차례 노크한다. 대답이 없기에 초인종을 누른다. 그러자 방문이 열린다. 그런데 여느 때의 단정한 유끼꼬의 모습과 다르다. 아직도 잠옷바람이다;

의외의 모습이라 윤하선이 현관을 들어서면서 유끼꼬에게 묻는다; “어제 저녁에 내가 일찍 잠이 들어버려서 유끼꼬 당신이 호텔에 돌아오는 것도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잠옷을 입은 채로 있는 것을 보니 간밤에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한 모양입니다…”.

유끼꼬가 그제서야 생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래요, 하선 당신이 나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어제 저녁 일찍 잠이 들어버려서 제가 실망했어요. 그래서 오늘을 당신에게 예쁜 모습을 보이고 싶지가 않아서, 그냥 이렇게 잠옷바람으로 하선 당신을 맞이하고 있는 거예요…”.

그 말을 하고 있는 유끼꼬는 25세의 다 큰 처녀가 아니라 마치 십여 세의 미성숙한 고집쟁이 소녀와 같다. 귀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짓궂기도 하다. 그래서 윤하선이 농담으로 그 어색한 국면을 모면한다; “내가 보기에는 잠옷만 입고 있는 유끼꼬가 더 야성적이고 예쁘게 보입니다. 지금이라도 함께 잠을 잘까요?...”.

그 말에 유끼꼬가 호호라고 웃는다. 그러면서 즉시 대답한다; “하선,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빨리 세수를 끝낼게요. 그리고 함께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도록 해요”. 윤하선이 좋다고 고개를 끄떡인다. 유끼꼬가 세면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윤하선이 방에 있는 전화기로 620호실에 투숙하고 있는 강철민에게 통화한다.

강철민이 전화를 받자 윤하선이 말한다; “8시반에 호텔식당에서 함께 조반을 들기로 하지요. 제가 유끼꼬를 데리고 정각에 도착하겠습니다”. 강철민의 힘찬 대답이 들려온다; “좋지, 나도 그 시간에 집사람을 데리고 식당으로 가도록 하지. 하선, 이따가 보자고…”.

정각 8시반에 호텔식당에서 두 쌍의 남녀가 콘티넨탈 브렉퍼스트식사를 한다. 하지만 윤하선과 유끼꼬는 고항과 미소시루를 주로 하여 식사한다. 그것을 보고서 양경자가 기어코 한마디 한다; “하선이 너는 유끼꼬와 식성이 비슷해서 앞으로 부부가 되면 궁합도 좋고 잘 살겠다…”;

 

그 말을 듣자 유끼꼬가 양경자를 흘겨 보면서 말한다; “언니, 너무해요. 아직 결혼도 하지 아니한 남녀를 그렇게 놀리면 안되지요…”. 그러자 양경자가 대답을 하기 전에 윤하선이 먼저 말한다; “형수님 말씀이 맞아요. 저는 유끼꼬와 식성이며 궁합이 잘 맞아요. 앞으로 자녀도 많이 낳고 잘살 거예요…”.

그 말을 듣고서 양경자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그리고 끝내 남편 강철민을 보고 한마디 한다; “여보, 당신보다 하선이가 더 아내 바보가 될 소지가 커요. 벌써 유끼꼬를 저렇게 편애하고 있으니 그 앞날은 보지 않아도 뻔하지요호호호…”. 강철민도 무엇이 그렇게 우스운지 허허라고 웃는다.

9시반에 4사람이 호텔을 나선다. 오사카 시내에 있는 민단본부를 방문하기 위한 것이다. 4사람이 본부에 도착하니 곧 8.15기념식이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것을 보고서 유끼꼬만 대기실에 남긴 채 한국사람인 윤하선과 강철민 부부가 그 행사에 참석한다.

그러자 어느 틈에 미행을 했는지 내각조사실 소속인 미시마 팀장과 나카무라 팀원이 유끼꼬에게 접근한다. 그들이 일본정보부원임을 알아챈 유끼꼬가 리셉션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에게 묻는다; “기념행사가 끝나면 몇 시가 될까요?’. 여직원이 상냥하게 대답한다; “기념식은 11시반에 끝나지만 참석한 인사들이 서로 다과를 나누며 인사를 끝내자면 보통 12시가 됩니다”.

그 말을 듣자 유끼꼬가 두사람에게 말한다; “함께 바깥에 나가서 차라도 마시면서 말씀을 나누도록 하십시다. 1210분전에 여기에 다시 오면 되겠군요”. 그들 일본사람들이 그 행사장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 이유는 8.15기념식을 한국사람은 해방의 의미를 담아 경축하지만 일본사람들은 패전의 아픔을 되새기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한편 윤하선은 민단이 개최하고 있는 8.15기념식에 잠시 참석하다가 틈을 보아 아주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간다. 그리고 민단 재무부장실이 어디에 있는지를 민단직원에게 물은 다음에 살며시 그 방으로 들어간다. 그 방이 비어져 있는데 놀랍게도 윤하선이 그 방에 들어서자 마자 더 깊숙한 내실에서 고현중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윤하선이 고현중을 보자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그래서 그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민다. 고현중이 그 손을 마주 잡으면서 말한다; “윤선생,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요. 덕분에 윤치국 특파원이 안전하게 미국 뉴욕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전혀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막냇삼촌이 미국 뉴욕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니 그것이 놀랍다.

그래서 자리에 않으면서 윤하선이 질문한다; “제 삼촌이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그것 역시 미일간의 비밀접촉의 내용을 캐내고자 하는 것이겠군요?...”. 고현중이 솔직하게 답변한다; “그렇습니다. 그는 신분을 바꾸어서 활동하고 있지요. 현재 미일간의 물밑교섭의 내용을 상당히 파악했다고 듣고 있어요. 그것이 모두 윤선생이 이곳에서 양동작전을 수행한 덕택이지요…”.

그러자 윤하선이 말한다; “그렇다면, 저는 더 이상 이곳에서 연막을 피우고 있을 필요가 없겠군요. 저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음학기 수업준비를 하면 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고현중이 고개를 가로 흔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연다; “저희들은 일본과 중국 사이의 밀담이 거래액 1천억불정도로 진행이 되고 있다는 윤선생의 정보 외에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정보를 더 얻자면 시간이 필요해요”.

고현중이 윤하선의 눈을 보면서 진지하게 부탁한다; “그러므로 윤선생이 일본의 이목을 더 끌어 주셔야 하겠어요. 구체적으로 중국이 북한의 핵을 접수하기 위하여 어떠한 군사적인 전략을 짜고 있는지를 윤선생이 중국의 베이징에서 파악하고자 시도하는 것으로 해주십시오. 그 사이에 저희들은 이곳에서 일본의 한국 점령작전에 대하여 좀 알아보고자 합니다”.

윤하선이 말한다; “중국이 실제로 북한의 핵을 접수하고자 군사계획을 짜고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그들의 수도에서 그 기밀을 빼내고자 활동을 시작한다고 하면 그것은 적들의 경계를 더욱 두텁게 만들겠군요. 그렇게 되면 나중에 그 정보를 빼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질 것인데 괜찮을까요? 그 정보가 나중에 북한으로서는 꼭 필요한 것인데 그들이 그것을 얻지 못하겠군요. 그렇다면 고선생님은 그 정보에 대해서는 아예 포기를 하시는 것입니까?”.

그 말을 듣자 고현중이 끄윽하고 신음소리를 낸다. 그리고서 말한다; “윤선생의 견해가 맞습니다. 중국은 북한을, 일본은 한국을 군사적으로 지배하려고 비밀리에 획책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의 능력으로는 그 둘의 기밀을 모두 파헤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일본의 새로운 정한론의 구체적인 시행계획부터 확보를 하고자 합니다. 우선 한국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윤하선이 알아 들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이 아프다. 북한의 동포들도 분명히 단군의 자손이며 친척인데 그들의 안위가 그 다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한다; “저는 실제로 북경에서 그 기밀을 탐색하기를 원합니다. 가능하면 그 대강만이라도 파악하여 북한을 살리는데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빨리 북경으로 날아가겠습니다. 그러면 고선생님 늘 강건하십시오”.

고현중이 깊이 머리를 숙인다. 그리고 진심으로 윤하선에게 말한다; “윤선생, 정말 고맙습니다. 모든 일이 마무리가 되면 서울에서 다시 뵙고 싶습니다. 제가 몇 날 며칠이고 윤선생을 대접하겠습니다. 이것은 저의 진심입니다”.

윤하선이 고현중에게 다가가서 그 손을 잡으면서 힘차게 포옹한다. 50살 고현중의 애국애족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아서 윤하선이 동지의식을 느껴서 그렇게 포옹한 것이다. 고현중 역시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윤하선을 따뜻하게 포옹한다.

민단 재정부장실을 빠져나온 윤하선이 재빨리 8.15행사장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식순이 진행되고 있다 그것이 끝나자 모두들 리셉션장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서로 다과를 들면서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그 리셉션장에서 양경자가 민단직원에게 귓속말로 부탁한다. 그러자 직원이 즉각 50줄의 간부를 데리고 온다.

양경자가 그 사람을 보자 얼른 가서 팔짱을 낀다. 그러면서 반갑게 인사한다; “오라버니,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제가 오사카에 간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재종오빠에게 꼭 인사를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사람이 양경자의 눈을 보면서 참으로 정답게 말한다; “경자야, 정말 오래간만이구나. 그래 부모님은 다 안녕하시지?”. 양경자가 즉시 대답한다; “안녕하시고 말고요. 요즘은 두분 다 도로 젊어지고 계십니다. 그래서 내년에 오사카를 방문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사촌형님을 꼭 뵙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듣자 그 중년의 신사가 참으로 기뻐하면서 말한다; “그래 우리 아버지도 경자 너의 아버지를 그렇게 보고 싶어하신다. 연세가 80줄에 들어서시니 친척과 고향이 그렇게 그립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니 내년에 네가 부모님을 꼭 모시고 오너라. 그래 오늘은 어쩐 일이냐?”.

양경자가 친척과 말씀을 나누는 사이에 강철민과 윤하선이 그 옆으로 다가온다. 그것을 보고서 양경자가 남편 강철민과 친구 윤하선을 친척에게 소개한다; “오라버니, 이쪽이 제 남편 강철민이고 또 이 사람은 제 대학친구 윤하선입니다. 두 사람 모두 서울에서 고등학교 선생이지요. 그리고 이분은 이곳 민단에서 간부로 일하고 있는 저의 재종 오라버니세요. 성함이 양종철입니다”.

그 말을 듣자 강철민이 크게 허리를 숙이고 반절을 하면서 말한다; “여기서 재종 손위 처남을 뵙습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제가 양경자의 남편 강철민입니다”. 윤하선도 덩달아 허리를 숙이면서 말한다; “저는 윤하선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러자 양종철이 기쁘게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 여기서 경자의 신랑과 친구를 만나다니 참으로 좋습니다. 우리 여기 리셉션장에서 한 잔 씩 마시면서 말씀을 나눕시다”.

4사람이 리셉션장에서 참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그러자 유끼꼬가 다가온다. 그것을 보고서 양경자가 얼른 유끼꼬를 양종철에게 소개한다; “오라버니, 이 아가씨는 윤하선의 애인인 유끼꼬 상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유끼꼬가 의아하게 양경자와 양종철을 쳐다본다. 그러자 윤하선이 말한다; “이분은 양경자의 친척 오라버니이신데 여기 민단에서 간부로 일하고 계신답니다”.

그제서야 유끼꼬가 깍듯이 양종철에게 인사한다. 그것을 보고서 윤하선이 말한다; “오늘 점심식사는 제가 모두에게 대접하고 싶습니다. 좋은 식당을 말씀해주시면 함께 가서 식사를 하시지요”. 그 말을 들은 양종철이 앞장을 선다. 그래서 그날은 점심식사를 하면서 윤하선이 자연스럽게 양종철에게 부탁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

윤하선이 알기 쉽게 말한다; “저의 막냇삼촌이 윤치국 기자인데 한양신문사 동경특파원으로 일을 하다가 3주전에 실종되었습니다. 이곳 오사카에서 본 사람이 있다고 하여 현재 찾고 있습니다. 제가 사진을 전송해 드릴 터이니 민단에서도 수배를 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그러자 양종철이 쾌히 말한다; “안 그래도 총영사관에게 협조의뢰가 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조카분이 직접 찾아오셔서 말씀하시니 저희들이 적극 찾도록 하겠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5사람이 서로 잔을 부딪치면서 포도주까지 나누어 마신다.

8.15경축행사가 그 식당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만 같다. 다만 유끼꼬만은 그 자리가 조금 색다르게 느껴지고 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니 벌써 오후 4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예기치 아니한 사건이 그 다음에 발생하게 된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